안녕하세요. 10여 년 소품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패브릭을 이용한 다양한 소품들을 자체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는 가정주부입니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느낌보다는 소박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선호해요.
그런 제 취향과 오랜 꿈을 반영하여 마당있는 작은 집을 짓게 되었고 한 달 전에 이사왔어요.
꿈을 실현해 준 듀플렉스 하우스
원래 살고 있던 아파트와 가까운 위치에 터를 잡았어요. 단독주택 및 타운하우스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라 매우 조용해요. 아이들의 학교나 중심상가들도 집과 가깝고 광역버스가 집 근처에 있어 서울과도 크게 거리가 느껴지지 않아 좋아요.
저희 집은 듀플렉스 형태, 흔히 말해 '땅콩집'이에요. 세입자로 인해 건축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선택하게 되었어요. 물론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옆집에 살다보면 불편한 일도 많겠지만 잘 조율하며 살아 가는 게 또 이웃사촌이니깐요. ^^
서로의 영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다
꼼꼼하고 공간감이 우수한 남편이 집을 설계했고, 저는 디자인 전공을 살려 전반적인 컬러선택이나 홈스타일링을 맡아 진행했어요. 각자의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해 커다란 의견대립없이 일 처리가 잘 되었던 것 같아요.
한 층당 17평의 공간으로 총 3층으로 되어 있는 주택이에요. 1층은 가족의 생활공간, 2층은 개인적인 공간, 그리고 3층은 넓은 다락방으로 이용중이에요.
초록빛 풍경을 담은 거실
1층은 크게 거실과 주방으로 나눌 수 있어요. 거실은 따뜻하고 네츄럴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어요. 창 밖의 초록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소파를 창문 옆에 배치했어요.
큰 창에는 오래전에 사 놓았던 레이스 천을 봉제과정없이 자연스럽게 걸어 두었어요. 은은한 커튼 사이로 계절이 바뀌는 걸 한 눈에 볼 수 있는 거실이에요.
소파는 네츄럴한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패브릭 소재를 선택했어요.
소파 맞은 편에는 TV와 식물들이 있어요. 집안 곳곳에 식물들이 많이 있는데 특히나 공기정화가 잘 되는 유레카야자나무는 시원한 분위기를 내는 데 최고인 것 같아요.
거실 한쪽에는 작은 원목 수납장을 두었어요. 저는 물건을 들일 때 늘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지 생각하는 편이에요. 너무 많은 것에 욕심내지 않고 버릴 땐 과감하게, 또는 필요한 분들과 나눔을 하며 집을 꾸며가고 있어요.
1층 분위기의 중심, 다이닝룸
거실 뒤편에는 식탁이 있어요. 거실과 주방이 전부인 1층 공간에서 주방가구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식탁도 직접 상판과 다리를 골라 제작했어요. 옛날 문으로 쓰였던 고재상판에 철제다리를 구입해 조립해줬어요. 소박한 음식을 만들고 사진으로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저의 일상과 너무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라 만족하고 있어요.
식탁 의자는 세덱제품으로 세일기간을 활용해 알뜰하게 구입했어요. ^^ 다음은 식탁 뒤편으로 있는 주방을 소개드릴게요.
세련된 민트색 주방
주방 싱크대는 1층의 분위기와 큰 이질감이 없도록 채도가 낮은 민트 그레이색를 선택했어요. 또, 상부장은 과감히 없애고 하부장만 맞춰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어요. ㄱ자형 주방으로 개방감있게 쓰고 싶었던 제 로망을 실현해봤답니다.
싱크대에 붙어 있는 아일랜드식탁은 일부러 상판을 한 단 낮게 제작했어요. 식탁과 같은 높이로 제작해서 따로 바 의자를 구입할 필요가 없었어요. 상판을 낮추니, 주방이 덜 답답해보이기도 해요.
그리고 상부장을 없애는 과정에서 엄청난 살림살이 다이어트가 있었어요.
갖고 있던 주방식기들을 정리하고 정말 소중하고 소장가치가 있는 그릇들만 챙겨 왔어요. 소량의 그릇만으로도 충분히 살아지더라구요. ^^
평소 테이블웨어를 즐기는 편이에요. 네츄럴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테이블웨어를 좋아해, 우드 식기들을 많이 갖고 있어요.
또, 홈카페를 할 때 쓰는 커피머신도 주방 한 쪽에 마련되어 있어요.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베어 있어 인테리어효과가 우수한 것 같아요. 사용방법도 아주 간단하고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에요.
자주 쓰지 않는 그릇들은 주방 옆 계단 밑에 숨겨져 있어요.
집을 지을 때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홈을 파 두었는데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네요.
작은 공간 속 유니크한 1층 화장실
1층에 있는 화장실은 공간이 작아서 필요한 것들로만 채웠어요. 공간을 좀 더 활용하기 위해 미닫이문으로 시공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앞쪽에는 수전, 뒤쪽에는 양변기가 있어요. 화이트색을 바탕으로 잡고 유니크한 타일로 포인트를 준 화장실이에요.
원목 거울과 휴지걸이는 시공하면서 남은 목재(오크 집성목)으로 제작했는데 화장실의 분위기와 딱 맞는 결과물이 나와주어서 아주 만족해요.
손만 씻을 수 있는 작은 수전 밑에는 린넨 천을 달아 지저분한 부분을 가렸어요.
다음은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볼게요.
가벽으로 완성한 부부의 공간
2층의 큰 창가에는 저희 부부의 안방이 있어요. 침대는 신혼 때 일산 가구단지에서 제작했던 가구인데 튼튼한 원목이라 아직까지도 잘 사용중이에요.
침실의 창문에는 오랜 시간 소장하고 있던 네츄럴한 크로쉐와 잔꽃원단이 믹스된 발란스를 커튼처럼 사용해줬어요. 식물과 함께 편안한 휴식의 공간을 만들어 줘요.
침대 발 밑으로는 가벽을 만들어 드레스룸과 침실을 분리시켜주었어요.
세운 가벽이 너무 답답하지 않도록 윗 부분에 틈을 내어 창문을 달았습니다.
가벽 뒤 드레스룸에는 옷을 수납할 붙박이장과 서랍장이 있어요. 작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방 크기와 동선을 고려해 맞춤제작한 가구예요.
저희 부부의 침실 반대편에는 아이들 방이 있어요.
함께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자매의 방
남편과 함께 아이들 방을 설계할 당시 가로로 길게 있던 방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어요.
그러다 연년생 자매에 아직 어리다 보니 굳이 각방을 주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론이 나왔고, 긴 방에 가벽을 세워 두 공간으로 나누기로 했죠.
대신 아이들의 성향을 고려해 방을 다르게 꾸며주었어요. 큰 아이 방에는 철제 침대를 놓아 주고
그 옆에는 작은 독서등을 놔 주었어요.
작은 아이의 방은 바닥 전체를 한 단 올려 마루 시공을 했어요.
덕분에 매트리스만 깔아 두어도 충분히 아늑한 공간이 되었고, 아이가 좋아하는 핑크톤으로 침구를 깔았어요.
아이들 방을 나누는 가벽에는 일부러 작은 창을 내어 개방감을 주었어요. 함께, 또 같이 있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이요.
나중에 아이들이 좀 더 커서 혼자만의 공간을 원할 때에는 가벽에 커튼을 달아 주려구요. ^^
모노톤에 민트색을 입힌 2층 화장실
2층에 있는 화장실은 세면대를 밖으로 꺼내고 욕실을 따로 크게 만들었어요.
세면대 부분에는 민트색 타일을 낮게 붙여 포인트를 주었어요.
이 곳 거울도 1층 화장실처럼 남은 목재로 제작했구요. 거울 옆에는 매립 선반으로 수납공간을 만들었어요. 좁은 공간에 아주 안성맞춤이에요.
욕실은 화이트, 그레이, 블랙을 섞어 깔끔한 모노톤 분위기로 연출했어요.
블랙 수전 악세사리가 욕실의 모던한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려요.
바닥에는 각기 다른 패턴의 타일을 붙여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욕실에 저만의 개성을 더했어요.
엄마 아빠의 추억이
아이들의 마음에도 새겨지기를
마당이 넓은 시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이 온통 마당의 추억이다보니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면서 그때의 소중했던 기억들이 다시금 간절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 그 안에서 저희 부부도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들을 누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1층, 2층, 3층 앞으로 꾸밀 공간이
더 많은 우리집이에요."
사람과 식물이 함께 어우러져 편안하고 '쉼'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집을 짓는다는 건 아주 커다란 용기와 심호흡이 필요한 일이지만 정말 간절하다면 언젠가는 그 꿈 꼭 이루게 될 거라고, 이루게 되길 기도할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