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평대에서도
50평 못지 않은 주방을 가질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전직 가구 디자이너이자 지금은 개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송주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디자인을 전공하고, 지금도 디자인 쪽에 관심이 많은 남편과 어느덧 결혼 9년 차의 생활을 하고 있어요. 슬하에는 쌍둥이를 두었어요. 말썽꾸러기 6살 남녀 아이들이랍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집은 저희 네 식구의 소중한 보금자리에요. 음식을 나누어 먹고, 한글을 배우고, 밤이면 하루 일과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다독이는 곳이죠.
저희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구조에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녹이기 위해 노력했어요. 직접 공간을 디자인하며 과감한 시공을 진행하기도 하면서요.
아마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는 저희처럼 '한국엔 내가 원하는 구조의 집이 없어'하고 실망하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럼 저희 쌍둥이 가족의 보금자리를 본격적으로 소개해 볼게요.
이 집은 일반적인 아파트 구조의 구축 아파트였어요.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거실은 넓고, 주방은 좁은 그런 구조였죠.
| 리모델링 구상
이런 구조는 저희 가족에겐 별 수없이 입을 수밖에 없는 '맞지 않는 옷'처럼 다가왔어요. 가족이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는 주방은 좁고, 거실은 휑하기 짝이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저희 부부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어요. 거실과 주방의 위치를 바꾸기로요!
| 배수관 위치 계획 도면
어떤 일상 속에서도 아이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집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대공사.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바로 '배관 옮기기'였어요. 싱크대에서 시작하는 배관을 안방 화장실까지 이어지도록 만들어야 했기에, 안방의 레이아웃에도 영향이 갈 정도로 복잡한 시공이었거든요.
#아파트 #35평 #전체 리모델링 #6,500만원 소요
그렇게 완성된 집은 어떤 모습일까요? 시공 팁을 많이 담아두기도 했으니 모두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라요. 그럼 주방부터 소개해 볼게요.
| BEFORE
| AFTER
거실 자리에 만든 주방에는 대면형 아일랜드 조리대를 두었어요. 그리고 그 앞으로 식탁을 배치했답니다.
이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설거지, 요리 등 어떤 주방 일을 하더라도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거예요. 주방과 테이블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단절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이렇게 싱크대와 식탁의 거리가 마주 보고 있는 덕분에 어린아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에요.
주방에서 가장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곳은 아일랜드 뒤쪽 수납장이에요. 이곳엔 원래 베란다가 있었는데 확장하고 그 자리에 수납공간을 만들었어요. 대면형 주방인데다가 상부장도 없는 구조라 수납이 부족했는데 덕분에 주방을 깔끔히 유지할 수 있게 되었죠. 수납장의 상판은 아일랜드 싱크대와 같은 대리석으로 마감해서 보조 조리대로 활용할 수도 있어요.
주방의 한쪽 벽은 모두 수납장으로 구성했어요. 저희 부부에게는 든든한 창고 같은 곳이랍니다.
수납장은 가운데를 뚫어 커피 머신과 와인을 디스플레이해두었어요. 미니 홈바와도 같은 곳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덕분에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으면서 디테일한 멋이 살아요.
홈바 옆쪽의 수납장은 팬트리로 구성했어요. 저희 부부는 식료품을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열어보게 되네요.
팬트리 옆쪽엔 냉장고를 숨겨두었어요. 냉장고 위치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는데요. 신혼 때 샀던 제품인데 잘 쓰고 있어서 바꿀 순 없고, 그렇다고 주방 인테리어에 드러나는 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수납장 가장 안쪽에 냉장고를 넣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했어요. 식탁 쪽에서는 냉장고가 보이지 않는데, 조리대와는 접근성이 좋아서 마음에 들어요.
| BEFORE
| AFTER
다음으로는 거실을 보여드릴게요.
거실과 주방의 위치를 바꾸는 건 생각보다 고려할 게 많았어요. 배선과 더불어 '보온'과 같은 부분이 그랬죠.
그래서 저희는 거실을 리모델링하며 단열 공사를 추가로 진행했어요. 아주 복잡했던 현장의 모습이에요.
시공을 마친 후 거실은 아주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로 완성됐어요. 특히 베이지 톤의 소파가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데, 쉐입도 색감도 마음에 드는 제품이랍니다. 소파 위쪽에 뚫린 창문은 다용도실로 이어지는 거예요. 시공을 하며 원래 있던 문을 없앴는데, 또 완전히 없애자니 아쉬워서 작은 창문으로 포인트를 두었어요.
거실의 사이즈가 작아진 만큼 '넓어 보일 수 있는 가구 구성'에 특히 신경 썼어요. 그러다 거실장을 빼로, 선반을 달아 TV를 올리기로 했죠. 덕분에 거실에 불필요한 공간 차지가 생기지 않아 좋아요.
저의 힐링 타임은 아이들이 잠든 밤, 남편과 맥주나 와인을 기울이는 시간이에요.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그간 받았던 스트레스가 사르르 풀린답니다. 매일 밤 거실에는 다정한 이야기가 가득해요.
| BEFORE
| AFTER
여긴 침실이에요. 이곳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곳'이라고 소개 드리고 싶은데요. 어쩔 수없이 결정되었던 시공 내용을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활용했거든요.
거실과 주방에 큰 공사를 하며 '배관 연결'의 타격을 받은 안방의 인테리어. 창문 아래에 배선을 연결해 창틀을 높이게 되자 저희에게는 오히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바로 창틀에 선반을 깊게 내서 책상처럼 활용하자는 거였죠.
그렇게 완성된 홈 오피스 공간이에요. 아주 아늑하고 분위기 있지 않나요? 집에서 집으로 출근하는 저이기에, 온전하게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는데 아주 만족스러워요. 한정적인 공간에서 자리 차지를 많이 하지도 않고 실용적이기까지 하니까요.
침대는 평상 같은 느낌의 제품으로 골랐어요. 덕분에 협탁을 따로 두지 않아도, 자기 전에 보는 책이나 향수 등을 올려 둘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이 생겼답니다.
저희는 방 3개 중 작은방 2개는 아이 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두 아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침실방, 놀이방으로 방을 나누었는데 언젠가는 방을 분리해 주어야 할 것 같아 최대한 가구로 레이아웃을 잡고자 했어요. 먼저 쌍둥이의 침실부터 소개해 볼게요.
아이 침실방은 슈퍼 싱글 사이즈 침대 두 개가 딱 들어가면 끝나는 크기에요. 그래서 똑같은 원목 침대를 나란히 두어 각자의 침대를 마련해 주었답니다.
어린아이들은 수면 분리를 어려워하는데, 저희 부부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냈어요. 바로 좋아하는 공룡 포스터와 알록달록한 모빌을 활용하는 거였죠. 특히 모빌은 그 자체로도 예쁜데, 노을빛 햇살이 지나면 이렇게 동심 가득한 그림자가 벽에 비춰서 더욱 애정 하는 아이템이에요.
다음으로는 쌍둥이의 놀이방을 볼게요. 이 방은 원래 베란다가 있어 공간이 아주 협소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시공을 진행하며 공간을 더욱 확장감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답니다.
이곳 베란다 쪽에 있던 도시 배관과 도시가스 계량기, 분배기 등은 모두 보일러실로 옮겨두었어요. 덕분에 놀이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넓어졌어요.
둥이들은 요즘 한글을 배우고 있어요. 그래서 첫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이 열심히 세상을 넓혀갈 수 있도록 큰 테이블을 두어 공부 환경을 만들어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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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곳은 욕실이에요. 리모델링 이후 지내며, 직접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요소가 있는 곳이죠. '화장실'의 경우에는 세면대와 서랍장이었어요. 인테리어 업체에서 제안해 주시는 세면대는 마음에 안 들고 디자인이 너무 투박했어요. 게다가 간접 조명이 있는 거울을 달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세면대 아래에 서랍장을 두어야 했죠. 그러다 발견한 게 이케아의 제품이에요.
극적으로 발견한 서랍장은 안쪽이 꽤 깊어서 수납이 정말 넉넉해요. 칫솔, 치약, 양치 컵도 안에 넣어 둘 수 있을 정도로요! 그래서 거실의 세면대 위는 언제나 깔끔하답니다.
세면대 옆엔 샤워 부스를 만들고 모루 유리로 파티션을 만들었어요. 보통은 평유리로 많이들 하시는데, 물 얼룩이 생기는 게 불편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패턴도 예쁘고 관리도 수월한 모루 유리를 선택했어요. 덕분에 분위기가 독특하면서, 사용하기도 편리한 샤워공간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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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
이곳은 안방 욕실이에요. 거실과 비슷하게 우드 톤으로 완성했죠. 욕실 리모델링에서 가장 추천드리고 싶은 건, '욕실 난방 공사'에요. 물이 금방 말라 곰팡이나 물때도 잘 안 생기고 청소가 매우 쉬워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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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곳은 발코니에요. 원래는 뒷베란다에 있던 세탁기를 옮겨다 놓은 곳이랍니다. 사계절 내내 해가 따뜻한 덕분에 날이 추운 요즘에도 동파 걱정이 없어요.
세탁기 주변으로는 맞춤 장을 짜넣어 물건을 수납할 수 있게 했어요. 덕분에 실용적이면서 깔끔한 발코니가 되었죠. 분리수거 통은 이케아에서 나온 신발장 제품이에요. 원래는 아이들 옷장으로 사용했었는데, 슬림 해서 발코니와 같이 좁고 긴 공간에서 활용도가 높아 추천드리고 싶어요.
인테리어를 진행하며 힘들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참 행복한 시간들이었어요. 내 집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곳을 만들어가는 건 상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그만큼 설레는 일이더라고요. 지금은 집안 곳곳에 담긴 고민의 흔적을 하나씩 체감하고 있어요. 아쉬운 부분도 많고, 이건 참 잘했다 싶은 것도 있네요.
하지만 집이란 정답이 정해진 곳이 아니잖아요. 취향에 따라 완성해나가는 게 바로 '집'이라는 공간이기에 매력 있는 거고요. 이번 기회 덕분에 가족의 삶을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 좋았어요. 집엔 살고 있는 사람이 녹아들듯, 이 집에도 저희 가족의 모습이 참 많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이 집에서 보내는 일상이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길 바라요. 저희 부부에게는 피곤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고요.
30평대에서도 50평 못지않은 주방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 적어본 이야기들인데 잘 전달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그럼 저는 이번 집들이에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쳐볼게요.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해갈 저희 집을 오래도록 지켜봐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