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인이라고 합니다.
저는 부동산 전문가로 일하다가, 작년에 몸이 아파 일을 쉬며 수필작가로 등단해 활동하고 있어요.
제 취미는 피아노 치기와 그림 그리기예요. 모두 바쁜 업무와 치열한 일상에서 쉼과 위로를 얻고자 시작한 취미죠. 특히 피아노는 어릴 때부터 이어온, 제게 힘을 주는 일과 중 하나예요.
오늘은 저희 신혼집으로 여러분을 초대할게요. 신혼으로 만 2년을 꽉 채운 남편, 그리고 12살 포메 두 마리와 함께 지내는 집으로요.
이 집을 보러 왔던 날이 기억이 나요. 비가 많이 내렸죠. 원래 '비 오는 날에는 집을 보여주지도 보지도 말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너무 운치가 있었어요. 비 오는 날에도 이 정도 감성이라면, 이 집은 모든 날이 좋겠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요!
안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 그 분위기에 저희 부부는 서서히 스며들었어요. 산으로 둘러싸여 청명함이 맴도는 이 집은 그렇게 저희와 인연을 맺었죠.
저는 어릴 적부터 프렌치 스타일을 유난히 좋아했어요. 그래서 집에도 그 무드를 꼭 담고 싶었고요.
그런데 남편은 무채색과 솔리드 컬러를 좋아하는 모던 취향인 거예요. 그래서 저희의 인테리어에는 과제가 생겼어요. 두 취향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는! 그렇게 집의 컨셉은 모던 프렌치가 되었어요.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그런 스타일이요.
저희는 셀프로 집을 리모델링했어요. 비용도 절감하고, 취미를 마음껏 녹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셀프 리모델링의 과정은 3단계로 나뉘어요. 준비하고, 작업하고, 마감하는 거죠. 이렇게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요. 각 단계에도 세부적인 과정이 많거든요. 각 단계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적어둘게요.
📝 준비 단계
인테리어 컨셉 잡기
컨셉 사진 및 필요한 자재 리스트 확보하기
공정별 체크리스트 작성하기
자재 및 시공비 시세 파악하기
예산 잡기
공사 허가에 대한 이웃 동의받기
관리 사무실에서 규제 확인하기
⚒️ 작업하기
공정별 시공자 섭외 및 예약하기
3D 렌더링 작업자와 인테리어 이미지 확정하기
자재 구매 및 배송일 지정하기
작업 일정 확정하기
작업 확인하기
🏠 마감하기
공정별 AS 진행하기
자재 반품 및 여분 보관하기
철거 - 타일 시공 - 전기 - 목공 - 설비 - 페인팅 -
바닥재 - 도배 - 석재 - 조명 - 도기 및 가전 가구 설치 -
입주 청소 - 새집증후군 시공 - 마감
저희가 진행한 리모델링 작업 순서예요.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이 내용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활용한 건 '엑셀'이었어요. 위의 사진처럼 각 과정별 준비사항과 체크리스트를 꼼꼼하게 정리했죠.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결국엔 겪어야 알게 되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다른 말로 하면 '꿀팁'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알게 된 여러 꿀팁을 소개할게요. 자세한 내용을 담았으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 준비 TIP
인테리어 시안은, '재능 기부 플랫폼'을 이용해 보세요.
: 저희는 숨고 등 재능 기부 플랫폼을 활용해 3D 렌더링 시안을 만들었어요. 공간 크기별 3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했네요.
'타 공정'으로 변경될 공간을 계산해서 실측해주세요.
: 나중에 예측하지 못했던 시공 내용 변화를 막을 수 있어요.
인건비로 계약할 시에는 산재보험에 가입하세요.
: 업체 계약이 아닌 경우, 보험이 없으면 안전사고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모두 부담하셔야 해요. 아깝다고 생각지 마시고 반드시 '근로복지공단'에 인테리어 직영 공사를 신청하시고 보험에 가입하세요.
# 작업 TIP
연관이 있는 공정별 시공자분들은 함께 짝지어주세요.
: 셀프 리모델링은 공정별 작업자분들을 개별로 섭외하다 보니, 합을 맞추어야 하는 공정에서 불협화음이 나면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 있어요. 꼭 관련 작업자분들의 합을 맞추어 주세요.
재활용할 부속은 철거 당일 현장에서 직접 챙겨주세요.
: 특수하게 사용된 부속은 다시 구하기 어려워 재활용을 해야 할 수 있어요. 그럴 땐 분실을 막기 위해 직접 현장에서 일일이 챙겨주시는 게 좋아요.
작업자분들께 화장실 수칙에 대해 미리 안내해 주세요.
: 미리 안내하지 않으면, 모든 배수구가 작업자분들의 화장실이 될 수 있어요. 어쩌면 이로 인해 재시공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꼭 기억해 주세요.
# 마감 TIP
공사 폐기물을 버려주실 분을 별도로 섭외하세요!
: 공사에서 나온 폐기물은 작업자분들이 치워주시지 않아요. 따로 폐기물을 처리하실 작업자분을 섭외해두면 편하답니다.
보양지는 넉넉히 구매해 주세요.
: 시공을 마친 바닥을 보호할 보양지는 생각했던 양보다도 많이 쓰일 수 있어요. 부족하면 번거로움이 생기니, 꼭 넉넉하게 준비해 주세요.
그럼 지금부터 시공으로 완성한 저희 집을 소개할게요.
저는 하얀색의 힘을 믿어요. 그 어떤 색을 더해도 훌륭히 어울리는 바탕색이 되고, 공간을 밝고 화사하게 만들어 주는 그 힘을요. 그리고 새하얀 건 어떤 설렘을 주잖아요. 그래서 집의 첫인상인 현관에는 꼭 '화이트'를 사용하고 싶었어요.
화이트와 어우러질 벽지는 빈티지 웜 블루톤으로 선택했어요. 프렌치 무드를 경쾌하게 느끼기 좋은, 볼드한 패턴을 가진 제품이죠. 덕분에 스치듯 지나는 현관이지만, 잠깐이라도 즐겁고 설레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현관은 짧은 복도로 이어져요. 아늑함을 주는 긴 복도와 달리, 짧은 복도는 탁 트인 공간감을 준답니다.
거실은 그 집의 인테리어 컨셉이 명확해지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거실엔 '모던 프렌치' 요소를 확실히 담으려고 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활용한 요소들은 웨인스 코팅 월과 커다란 크라운 몰딩, 20cm의 걸레받이와 우물천장이었어요. 그리고 전체적인 톤은 화이트로 잡았죠.
바닥엔 웜톤의 포쉐린 타일을 깔았는데, 일부러 노견 강아지들이 다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매트한 소재로 선택했어요. 덕분에 모든 식구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어요.
주방의 구조와 가구는 기존 원형을 그대로 살렸어요. 대신 바닥과 벽면, 그리고 가구 페인팅만 해서 무드를 냈죠.
주방에서 가장 신경 쓴 포인트는 '큰 창'이에요. 이전에는 인덕션 위에 후드가 있어서 조금 가려 보였는데, 후드를 떼고 뷰를 확보했거든요. 그러면서 동시에 시야에 거슬릴 가전은 모두 매립 일체형으로 설치했어요.
인테리어의 방점은 조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 번 전시장에 들러 조명에 가구 사진을 대보고, 렌더링 작업으로 조명을 달아 사이즈를 미리 확인하며 신중하게 결정했고요.
최종적으로 고른 주방의 조명은 촛대형 크리스탈 샹들리에예요. 테이블 위에서 유려한 포인트가 되어주어 마음에 들어요.
거실 화장실은 다양한 손님이 오갈 곳이기에 임팩트를 주려고 했어요. 유일하게 창이 없는 곳이라 패턴을 과감히 쓰고, 조명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면서요.
거실에 사용된 벽지는 다마스크 패턴이에요. 반짝이는 광택이 있어서,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줘요. 또 방수 기능이 있어서 물에 닿아도 일어나거나 들뜨지 않아요. 하부엔 베이지 쪽 타일을 덮고 그사이에 크라운 몰딩과 허리 몰딩을 넣어, 프렌치 무드를 강조했어요.
크기가 크지 않은 거실 화장실에는 샤워부스를 설치해두었어요. 그리고 샤워 수전을 제외한 화장실의 하드웨어들은 모두 골드 컬러로 통일했고요. 샤워 수전도 골드 프레임으로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수입이 6개월은 걸릴 거라는 말에 포기했어요. 하지만 나름 잘 어우러져,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안방 화장실은 은은하고 눈이 편안하게 베이지로 컨셉을 정했어요.
그다음엔 방수가 되는 베이지 톤 자수 벽지를 상부에, 타일을 하부에 시공했어요. 화장실 전체가 타일로 되어 있으면, 어쩐지 시간이 지날수록 차가운 느낌이 나니까요.
세면대는 기다란 젠다이에 넉넉한 탑볼 세면대를 더블로 설치했어요. 덕분에 급할 때도 각자 세면대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답니다.
안방 화장실의 가장 큰 장점은 욕조의 옆으로 나 있는 큰 창이에요. 평소 이곳에서 목욕하며 창밖을 바라보면,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사진 속의 풍경은 운치 있는 겨울이네요.
지금까지 저희 집의 리모델링기와 전체적인 인테리어 컨셉을 소개했어요. 하지만 부부의 침실, 그리고 피아노가 울려 퍼지는 저의 취미방, 그리고 남편의 벙커 공간인 남편 서재와 테라스까지.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공간과 디테일한 이야기가 많이 남아서요.
저희 부부의 모던 프렌치 공간 이야기는 다음 편을 통해 소개해 볼게요. 그때까지 많이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