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아, 아인아~
마음껏 뛰어~”
남편의 출퇴근 거리를 고려해, 한 달 전에 이사 온 새로운 보금자리. 정남향도 아닌 저층이라 당시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와 보러 간 지금 집엔 베란다 밖으로 널찍한 테라스가 있었다.
게다가 1, 2층이 없는 3층이라 층간 소음의 스트레스에서도 해방될 수 있겠다 싶어 이사를 결정했다. 요즘 아이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마음껏 뛰어”가 되었다는 민영씨.
소박하지만 정갈한 느낌의 집이 좋아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모습이에요.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공간에 액자를 달까 선반을 달까 고민하다가 거울과 선반 그리고 훅을 함께 걸어 두었어요.
좋아하는 물푸레나무로 만든 것들이라 집의 첫인상을 따뜻하게 보이게 하는데 더없이 좋은 것 같아 만족해요.
신발을 벗고 정면으로 보면 이렇게 복도 끝이 보이죠. 원래 그 공간엔 긴 붙박이장이 세워져 있었어요.
수납공간도 중요하지만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곳에 부피가 큰 가구들이 되려 공간을 좁아 보이게 할 것 같아 과감히 없앴어요. 대신 작은 팬던트조명, 액자, 식물로 채웠어요.
가장 고민이 많았던 주방
여름에 집을 계약하고 한달 정도 인테리어 공사를 했어요. 업체에 맡겨보려했는데 예산에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였어요. 전문적인 인테리어는 포기하고 셀프인테리어를 감행했어요.
전체적인 공사진행은 제가 전부 관리하고 감독하자는 생각에 각 공정마다 시공해주실 분들을 찾아다녔어요.
유독 더웠던 올 여름, 여기저기 쫓아다니느라 힘은 들었지만 제 손으로 마무리했다는 뿌듯함이 커서 더 좋아지네요.
뿌듯함이 가장 큰 주방이에요. 싱크대 구조를 제 입맛에 맞게 새로 짜 넣었어요. 상부장도 없앨까 고민하다 결국 반, 반으로 절충했지요.
그릇을 좋아하지만 사실 무지주 선반에 나와 있는 저게 거의 다예요. 먼지가 많이 내려앉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매일 사용해서 자주 씻어 쓰고 꺼내 쓰기에도 더 편리한 것 같아요.
냄비 받침 같아 보이는 건 사실 바닥 타일로 쓰고 남은 것들이에요. 어느 커피숍에서 타일을 컵 받침으로 사용하는 걸 보고 저도 응용해봤어요. 뜨거운 것을 올리거나 할 때 참 좋아요.
물건이 많이 나와 있는걸 좋아하지 않아 주로 서랍 안에 넣어서 사용해요. 꺼내 써야 편한 물건들은 따뜻한 느낌의 우드 보관함을 사용해요.
저희 딸도 주방을 좋아해 자주 와요. 젤리를 하나만 더 달라고 시위 중인 딸^^ 언제 이렇게 커서 엄마 옆에서 가장 수다스러운 친구가 되었는지! ^^
엄마, 아빠 내가 저녁해줄께~ 가있어~
엄마가 주방에서 무엇을 하면 자기도 함께 돕겠다고 해요. 사실, 일이 몇 배는 더 늘어나는 기분이지만^^^^ 아이에겐 얼마나 신기하고 즐거운 일일까 싶어 함께하죠.
아이와 주로 있는 거실
가구가 많지 않아 빈 공간에는 식물로 채워 가기로 했어요.
거실 창가 쪽으로 다이닝 테이블을 놓았어요. 구입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아이와 창가에 앉아 있는 시간이 좋더라고요.
아이와 간식을 먹거나 책을 읽는 시간이 테이블 덕분에 더 즐거워졌어요.
다이닝 테이블에서 바라봤을때 모습이에요. 자취를 할 때부터 집 안 곳곳을 꾸며보고 정리하고 하는 순간들이 참 좋았어요.
요즘 트랜드인 북유럽 스타일도 좋아하지만 따뜻하고 정갈한 느낌의 일본 인테리어도 참 좋아요. 서툴지만 그런 분위기를 내보려고 노력했어요.
소파도 집에 비해 조금은 작은 편이에요. 그렇지만 세 식구가 쓰기에는 딱 좋은 것 같아요.
모든 공간을 아이에게 맞추진 않아요.
모든 물건의 제자리를 정해두면 아이와 온종일 놀다 엉망이 되더라도 저녁엔 금방 물건들을 제자리로 가져다 놓고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어요.
집안일을 하며 느낀 거지만 사소한 물건이라도 자기 자리를 정해주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 같아요.
거실에서 자주 사용하는 정리의 꼼수는 바로 ‘바구니 수납’이에요.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에 바구니에 장난감들을 우선 다 넣어두고 저녁에 방으로 가 제자리에 넣어 두면 정리 끝.
라탄 바구니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좋고 여러모로 쓰임새가 좋아요.
세 식구의 침실
아이와 저희 부부가 함께 잠드는 침실이에요. 여기는 자는 것 외에는 특별한 활동이 없는 곳이라 펜던트 조명과 보조 조명 하나만 달았어요.
침실 공사전 모습이네요. 여기는 슬라이딩 도어가 없죠?
시공 후, 슬라이딩 도어를 만들었어요. 열면 파우더룸과 욕실로 들어가는 공간이 나와요. 침실과 욕실의 공간을 분리하고 싶어 만들었는데 통풍이 잘되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한쪽 벽면에는 원목 느낌의 붙박이장으로 만들었어요.
들어 오는 문옆에는 숯과 식물을 함께 두니 공기가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침구류 역시 화려함보다는 담백한 화이트 톤이에요. 바스락거리는 이불 안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정말 행복해요.
늘 수납이 고민인 아이 방
엄마로서 수납이 부족하고 늘 고민인 공간이 아이 방이 아닐까 싶어요. ‘짐을 쌓아놓고 살지말자’는 주의라 안 쓰는 장난감들과 물건들은 필요한 지인들에게 그때그때 주려고 해요.
(before 모습)
아기 때부터 즐겨 가지고 놀던 주방 놀이는 지금도 여전히 애정하구요. 이케아 스투바 수납장은 수납과 책상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 무척 만족해요.
위에서 보여드린 수납장 아래쪽의 수납함을 빼면 이런 모습이에요. 여기에 종이를 대고 그림을 그리거나 물감 놀이를 해요.
책은 책장과 전면 책꽂이를 나란히 세워 배치했어요. 아무래도 아직 글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에겐 그림 표지를 보여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전면 책꽂이에 있는 책은 필요에 따라 바꾸고 채워요.
창의 맞은편 공간이에요. 생각보다 옷장 안에 꽤 많은 여유 공간이 있어 아이 옷과 모자, 가방을 수납해요. 아이 방에서도 보이시죠? 저의 바구니 사랑^^
서재이자 창고 역할인 공간
주로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는 공간이면서 자주 쓰지 않는 물건들이나 옷을 블랙 손잡이가 달린 붙박이장에 보관해둬요.
붙박이장 맞은편에 날개 벽 뒤로 숨은 공간이 있어요. 목공소에 의뢰해 튼튼한 책장을 짜 넣었어요.
오래 사용하고 싶어 유행을 타지 않는 무난한 스타일로 제작했어요. 커튼 역시 오래 써도 지겹지 않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 동대문에서 직접 제작했어요.
컴퓨터 책상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책상이에요. 혼자서 차분하게 책을 읽거나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곳이에요. 아이와 함께하느라 자주 누리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네요.
가구의 브랜드나 구입한 시기는 달라도 가구에 대한 취향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질 않아 모아놓아도 비슷한 느낌을 연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사 오고 싶었던 이유인 테라스
3층인데 거실 창문 앞쪽으로 앞에 널따란 테라스가 있어요. 거실 창문을 열면 계단으로 바로 이어져 있어 이불을 말리기도, 잠깐 콧바람을 쐬기에도 너무 좋아요.
아이가 테라스에 나와 좋아하는 일은 심은 상추에 물 주는 건데 너무 부지런히 물을 준 덕에 한 곳의 싹이 자라질 않았던 여름의 추억이^^; 추운 겨울이 오기 전까지 더 부지런히 이용하고 싶은 공간이에요.
저에게 집이란 ‘일터’와 같아요.
늘 남편에게 이야기해요. 당신은 회사로 출근하지만 나는 집이 곧 직장이니 여기로 출근하는 거라고. 그래서 내가 일하는 공간이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을지 늘 고민해요.
단지 아쉬운 건 퇴근 시간이 불분명한 직장이라는 거^^
그래도 아이가 나중에 커서 어린 시절을 추억할 때 아늑하고 따뜻했던 그때 우리집도 함께 기억해준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