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꼭대기에 이쁜집! 왔구만
어서 올라가요”
서울대학교 옆에 있는 큰 대로변에서 골목골목으로 들어가 마주하게 되는 연식이 있는 작은 단지의 아파트, 입구에서 친숙한 할아버지 경비원이 말씀해주신 한마디. 언던 위에 있어 콧끝을 스치는 청하한 공기를 느껴며 우리는 미지님의 집으로 들어갔다.
가구 쇼룸 부터 패브릭을 다루는 일까지.
안녕하세요. 프리렌서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는 마미지입니다.
저는 건축을 전공을 하고 졸업 후 홍대Aa뮤지엄, 패브릭 브랜드인 모노 컬렉션,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을 했어요. 길지는 않지만 다양한 곳에서 여러 가구들과 패브릭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고 있는 저에게 많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저의 성향은요,
어렸을 적 아버지는 원단 수입하시는 일을 하셨어요. 아버지는 멋을 잘 내셨고 가족들과 놀러가는걸 좋아했어요. 아버지 덕에 레스포삭의 가방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저는 그 가방을 매고 다녔죠.
이렇게 다양한 프린트를 보고 자랐고 제가 좋아하는 성향의 프린트 디자인을 고르기 시작했는데… 좋아하는 것들을 보니 대부분 잔잔하고 화려함과 멀리 있는 디자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화려함 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저는 화려함과 복잡함을 꺼려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저의 신혼집을 최대한 자연스럽고 비어있는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거실이예요. 보통의 아파트 같지 않게 천장이 특이하죠?
저희 집은 오래된 아파트의 꼭대기 층이에요. 아파트의 꼭대기의 모양이 집의 천장모양이 되었네요. 사실 단열재가 있어야 할 부분이였는데 여기는 뻥뚫려 있다는걸 공사 중에 알았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천장을 높게 해보자 했어요.
(속닥속닥)
저희 부부가 처음 생각했던 예산보다 벽과 천장 공사 비용이 많이 들어갔지만 지금 너무 만족해요.
창밖에는 관악산이 한 눈에 들어와요. 이 집을 선택할때 크게 한 몫 했던 부분이죠.
옛날집이라 32평이 너무 좁아 보였었는데. 넓게 보이기 위해서 벽과 천장을 화이트로 도장을 하고 바닥을 밝은 원목 마루로 선택했어요.
관악산과 더불어 사는 집으로 만들기 위해 식물을 집안 여기저기 놓기도 했어요.
특이한 가구 소재.
창밖에는 관악산이 한 눈에 들어와요. 이 집을 선택할때 크게 한 몫 했던 부분이죠.
(합판으로 직접 제작한 책장과 반려견 집)
합판을 이용해서 가구를 몇개 만들어 봤어요.
우선 거실에는 쇼파와 책장, 반려견의 집이 있어요.^^ 합판은 빈티지한 느낌도 가지고 있고 색도 오묘하게 나와요. 물론 가격적인 면에서도 원목자제 보다는 저렴해서 무척 경제적이죠.
(합판으로 직접 제작한 쇼파 프레임)
쇼파 스폰지와 패브릭도 직접 제작했어요. 스폰지는 아는 거래처 분이 하고 계셔서 좋은질의 스폰지를 제작 할 수 있었네요. 집에 어울릴 수 있는 색을 기성제품에서 찾는 것보다 직접 찾아 제작하는 일이 저와 맞는것 같아요. ㅋㅋ
남편이 고른 가구, 제가 모은 소품
이 벽에 어울리는 가구를 못찾아 3개월동안 빈 벽으로 지냈는데 어울리는 가구를 남편이 찾아줬어요. 그 위에 그릇들은 제가 결혼 하기전 부터 모았던 그릇들을 올려 놨죠.
(부모님집에 있었던 시계. 작동은 하지 않지만 느낌을 좋아 가지고 왔다)
저희 부부는 TV를 좋아하지 않아 TV를 두지 않고, 푸른색의 패브릭 의자와 빈티지 협탁, 빈티지 시계, 빈티지 액자를 두었어요.
액자 대부분은 남편이 직접 골랐어요. 그림의 반은 외국에서 가지고 왔고, 액자 프레임도 다 제각각이지만 어딘가 다 어울리는 것 같아요.
여기에도 합판 인테리어를 했어요.
(거실에서 바라본 집안의 모습)
(드레스룸의 미닫이 문도 합판으로 통일했다.)
현관의 신발장부터 드레스룸까지의 벽을 합판으로 만들었어요. 색이 고르진 않아 답답함이 없는것 같아요. 색 자체도 밝은 편이라 집안 자체도 밝아 보여요.
벽지와 페인팅도 좋지만 포인트 벽으로 나무 느낌을 살리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드레스룸의 걸레 받이예요. 러프하긴 해도 그러한 맛이 또 재미있어서 사용했어요. 문 틀, 몰딩에서도 볼 수 있어요.
저희집 오시는 분들이 자세히 보기전에는 몰랐다고 하세요. 그만큼 자연스럽게 자제들이 어울려 있는 것 같아요.
새것이지만 새것 같지 않은 인테리어
드레스 룸 문을 열면 이렇게 오른쪽에 ‘첫 번째 화장실’이 있어요.
(드레스룸의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오른쪽에 있는 화장실)
기본적인 공사만 했어요. 소재들은 새것이지만 화려하지 않고 심플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죠.
두번째 화장실은요. 사실 안방 화장실이 였어요. 안방쪽으로 있던 문을 막고 거실쪽 방향으로 문을 뚫었어요.
합판의 문과 화이트 손잡이.
첫번째 화장실에 비해 조금더 넓은 거울을 배치하고 철재 선반이 아닌 나무로 선반을 만들었어요. 공간이 비좁아 세면대 모양을 지우개 처럼 좁은 것으로 골랐어요.
화장지 걸이, 선반, 화이트 타일도 새것이지만 새것같지 않는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저의 의도가 잘 살아 있나요? ^^
부엌,
부엌쪽에 저희는 식탁에 제일 힘을 주었어요.
이 식탁은 직구를 통해서 샀는데 오래기다린 만큼 만족도는 무척 높아요.
의자의 엉덩이 받침 쪽이 조금 특이해요. 동그란 탁자에 넣었을때 딱 맞도록 제작이 된듯해요. 불편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손님들이 올때는 이렇게 변형을 해서 6인용으로 쓰기도 합니다.
물론 6개의 의자가 배송 되요. 지금 2개의 의자는 다른 곳에서 사용하고 있어요.
중앙에 조리 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주변의 벽을 모두 수납공간으로 했어요. 조리할때는 창을 보고, 설거지를 할때는 거실쪽을 바라 볼 수 있어요.
두개의 공간으로 분리하니 좁았던 부엌의 단점을 커버 할 수 있었어요.
포인트로 타일을 붙여 주었는데 남는 타일은 저희 강아지 밥그릇 받침으로 쓰기도 했답니다.
(강아지 밥그릇 밑에 있는 부엌 타일)
홈 오피스의 공간을 만들었어요.
이 방은 저의 작업방이예요. 컴퓨터 책상을 벽에 붙이지 않고 뒷 베란다를 등지고 앉아 작업을 해요. 앞, 뒤로 벽과 책상이 있어서 안정감도 들고 집중이 더 잘되요.
폭이 깊지 않은 선반을 제작했어요. 평소 패브릭 작업도 하기 때문에 실과 천들을 보관하고 꺼내기 편해요. 벽은 짜투리 천과 말린 잎들로 장식을 해봤어요.
거실 천장과 마찬가지로 천장을 더 높게 했어요. 높은 곳에 벽걸이 서랍장을 설치해 수납 공간을 더 만들었죠. 작업방이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라 으로 인테리어 현장에 있는 느낌도 받을 수 있어요… 더.. 열.. 심히.. 일하죠 ^^
(책상에서 바라 보는 벽은 액자하나와 식물로 차분하게 했다.)
집안에 또 하나의 집이
저희 침실의 문을 열면 바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방 넘어 보이는 공간은 원래는 베란다였어요. 복고풍의 타일을 깔고 건식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속닥속닥… 세탁기는 안보이는 곳에 잘 숨어있죠.
옛 스러워보이는 의자는 집앞에서 주어왔어요. 어렸을 적에는 친구들 집에서도 많이 보던 의자 였는데 요즘에 보니 그때 몰랐던 아름다움이 있는것 같아요.
눈치 채셧겠지만 저희집에는 식물들이 많은 편이예요. 하나 둘씩 모으다 보니 거실부터 침실까지 식물들이 없는 곳이 없네요. 식물도 화려하지 않은 애들로 데리고 왔어요.
저렇게 벽을 뚫어 놓았는데 겨울에 살짝 걱정은 되지만 추우면 저길 어떤 모습으로 또 꾸밀지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네요.
침대 양옆으로 조명이 있지만 세트로 하지는 않았어요. 두개 조명다 둥근 느낌으로 골랐지만요. 책상과 이어진 조명 가구는 가구를 만드는 선배가 직접 제작해주었어요.
여기 있는 액자도 남편의 셀렉입니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집을 만들어요.
한국, 특히 서울에는 아파트가 많아요. 그리고 아파트들은 같은 평수로 같은 구조가 대부분이죠. 보통사람들이 그런 아파트에서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인테리어를 하기가 쉽지 않아 하세요.
저는 사람들의 집을 고쳐주면서 집 주인의 성격이 많이 묻어 나게 도와 주고 싶어요.
하지만 여러가지 제안을 해도 결국 무난한 스타일을 찾으세요. 저희집이나 요즘에 작업했던 공간들을 보여 드렸을때 많이들 특이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아직은 일반 가정들 보다는 상업적인 공간을 작업 할때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 마미지님이 직접 인테리어를 식당. 신림동에서 남편이 직접 운영하는 덕봉식당입니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집을 들어가거나 꾸민다고 생각하실 때, 한번에 딱! 완성 된 모습을 많이 생각하세요.
그보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자신만의 개성을 채워 나가시면 부담도 덜 되시고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집안 곳곳 하나하나 스토리도 만들어져 나가 신다면 애정도 더 많이 질 거예요…
저 또한 지금의 집이 이런 모습을 갖추기 까지 반년이 걸렸는 걸요…^^
“ 저희집 또 놀러와 주세요!
멍멍!(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