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희는 이제 결혼한 지 4년차를 맞이한 부부입니다.
저는 글을 쓰고 남편은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으로, 같은 회사에서 만나 연애 끝에 결혼했답니다. 오늘은 독특한 구조를 가진 사랑스러운 저희집을 소개하려고 해요.
저는 취미활동을 굉장히 좋아해서 여가 시간에는 거의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건 뜨개질이나 바느질처럼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건데, 종류를 막론하고 즐기는 편이에요. 손재주가 좋아서 뭐든 잘 하기도 하지만 만드는 행위 자체도 좋아하거든요. 그 밖에는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고, 퍼즐 맞추기라던지 차를 마신다던지 하는 것도 좋아한답니다. 이쯤 되면 눈치채셨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 혼자서 조용하게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좋아해요.
지금은 인싸력을 닥닥 긁어모아 처음 보는 사람과도 수다를 떨 수 있는 어른이 되었지만, 학창시절에는 '그렇게 책만 읽어대지 말고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항상 듣는 아주 조용한 아이였거든요. 내향적인 면은 지금도 여전해서,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있으면 그만큼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지만 에너지가 충전되어요. 그런 성향이 저로 하여금 집이라는 공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한 게 아닌가 싶네요. 집은 혼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잖아요. 제겐 더없이 중요한 곳이죠.
저희집은 효창공원 부근에 위치한 실평수 30평대 후반의 복층집이에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의 구조를 좋아하지 않아서 '독특한 집구조'를 최우선으로 신혼집을 물색한 끝에 이 집을 찾아냈답니다.
1층 도면
2층 도면
이 집은 2017년 말에 완공된 집으로, 저희가 첫 입주자로 입주해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지하 상업공간이 따로 있고, 지상으로는 주차장으로 쓰이는 필로티 포함 지상 8층 건물입니다. 그 중 7~8층을 저희가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죠. 7층(저희집 1층)에는 거실, 주방, 화장실, 방 2개, 테라스가 있고 8층(저희집 2층)에는 방 2개, 화장실, 1층 테라스보다 더 넓은 테라스가 있어요. 테라스와 방 사이에 작은 연결공간이 있어 거기서 다시 각 공간이 나눠지도록 되어 있죠.
저는 독특한 구조의 집을,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에 흔하지 않은 구조의 집들을 동경해왔어요. 어렸을 때부터 동화책과 세계 문학들의 열렬한 팬이었거든요. 글을 읽으며 활자로 쓰여진 것들의 실제 모습을 상상하기를 즐겼는데, 책 속에는 엄마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숨겨져 있는 다락이라던지 비밀의 공간으로 통하는 나선형 계단, 굴뚝이 있는 뾰족지붕 같은 것들이 자주 등장하잖아요? 현실에서는 그런 구조의 집들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늘 불만이었죠. 저희 집에만 없는 게 아니라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도 그런 공간을 본 적이 없었어요. 다들 아파트에 살았으니까.
왜 책 속의 그 낭만적인 집들은 우리집이 될 수 없을까? 하는 아쉬움과 열망을 워낙 오래 간직해 온 탓에 신혼집을 구할 때... 그러니까 제가 살 집을 제 스스로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독특한 구조'를 최우선 조건으로 삼아 고른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집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로 신기하다는 반응, 독특하다는 반응 등을 생각보다 많이 접하고 도리어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하하하. 사실 독특한 구조에 대한 로망이 있더라도 아파트의 편리함을 부정할 수는 없긴 하죠. 저는 편리함 대신 로망을 택한 거고요.
특별히 어떤 컨셉을 정해두고 한번에 뚝딱 집을 꾸미지는 않았어요. 큰 가구들을 제외하면 신혼집을 꾸미기 위해 새로 장만한 것들도 많지 않은 편이고요. 저희집은 그보다는, 오랜 세월에 걸쳐 누적된 취향들의 결과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앞선 질문 답변에서도 얘기했듯 어렸을 때부터 주거공간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에 자취할 때부터 제가 사는 공간을 살뜰히 꾸미기를 좋아했거든요. 소품이나 가구, 식기류를 허투루 구입하지 않고 항상 주의 깊게 살핀 끝에 마음에 드는 것들로만 구입하곤 했어요. 그리고 한번 손에 들어온 물건에는 싫증을 낸 적이 거의 없어 대부분 지금까지도 아끼며 사용하고 있죠. 취향이 한결같아서인지 특별히 '이건 우리집 컨셉에 맞아! 이건 아니야!'라고 엄격히 구분하며 고르지 않았음에도 긴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모든 선택들이 모여지는 어떤 지점이 있더군요. 쉐비 시크풍의 빈티지와 장난스러운 키치함, 알록달록한 레트로풍이 섞인 저희집의 분위기는 그렇게 저와 함께 자라난, 일종의 역사랍니다.
이렇게 된 데는 제 유년기를 동화와 사랑으로 물들여 준 엄마의 덕이 컸죠. 정작 엄마는 우스갯소리로 ‘내가 쓸데없는 걸 너무 많이 보여줘서 네가 이렇게 사소한 것들에 집착하며 끌어 모으는 사람이 됐다’ 라고 타박하시곤 하지만. 근데 제가 생각해도 엄마가 사 주시던 그런 예쁜 동화책들, 지금 봐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아릿한.... 그런 것들을 잔뜩 보며 자란 사람이 알록달록하고 키치한 것들을 좋아하는 어른이 되지 않는 게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요? 세상에 예쁜 게 이렇게나 많은걸 어쩌겠어요. 계기를 물으신다면 이건 그저 불가항력이었을 따름이었노라고 대답할 밖에요. 하하하.
여기가 거실이에요. 기울어진 벽 덕분에 제가 원했던 다락방 느낌이 나는 공간이죠.
거실테이블은 elevator table이라고, 상판을 두배정도 크기로 확장할 수 있고 높이도 조절할 수 있는 빈티지 테이블이에요. 상판을 확장하고 높이를 높이면 입식 식탁 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답니다. 저는 필요에 따라 변형이 가능한 이런 가구들을 좋아해요. 자취생으로 산 세월이 제법 되어서인지 부피가 큰 가구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거든요. 위압감을 주는 가구를 그닥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요. 살아가면서 주거 공간이나 삶의 형태가 계속 달라질 텐데 집안 가구도 그에 적응할 수 있는 융통성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나치게 큰 가구거나 자아가 너무 강한 가구는 아무래도 그런 유연함을 가지기가 어렵잖아요. 물론 변화하는 삶에 맞춰 기존 가구를 팔거나 버리고 새 가구를 들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제 소유의 물건에 대한 애착이 깊은 편이어서 그런 방식은 염두해본 적이 없고, 때문에 생활의 형태가 달라지더라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가구들로 집을 채우기 원했어요. 그런 가구라면 피치 못하게 내 손을 떠나보낼 일은 없을 테니까요.
쇼파는 샤무드 재질의 3인용 쇼파로, 제가 좋아하는 청록색을 골라 주문제작 했어요. 색은 튀게, 그러나 모양은 유행을 타지 않도록 무난한 스타일로 골랐죠. 샤무드 재질은 약간 가죽 느낌과 패브릭 느낌의 중간 느낌이면서도 관리도 쉬워서 아주 만족하며 쓰고 있어요. 쇼파 위의 토끼모양 인형은 홍콩 여행을 갔을 때 한 소품샵에서 사온 것인데, 꽁지의 줄을 잡아당기면 오르골 멜로디가 흘러나와요. 아주 아끼는 물건 중 하나랍니다.
사진 속 왼쪽 문은 안방, 그리고 오른쪽의 닫힌 문은 옷방이에요.
사진 속 스탠드에 걸려있는 깃발 같은 건 저희 결혼식에 장식했던 천 배너예요. 둘 곳이 마땅찮아서 일단 저기 저렇게 걸어뒀었는데, 지금은 부엌 쪽 팬트리로 쓰이는 빈티지 장에 걸어뒀어요.
작은 회색 책장 아래칸에 들어있는 건 함들이 때 받았던 자개함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동양적인 소품이라도 유럽풍의 인테리어에 충분히 녹아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차, 노란 빈티지 의자 위에 자리잡고 앉은 댕댕이의 정체가 궁금하신 분이 계실까봐... 저 아이는 도어 스토퍼예요. 보기보다 엉덩이가 묵직해서 문이 꽝 닫히지 않게 해준답니다.
이 집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꼭대기층에 단독으로 위치한 집이라 동서남북 사방에 창이 있다는 거예요. 덕분에 햇살도 엄청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한답니다.
거실 벽이 기울어져 있어서 쇼파에 누워서 위를 바라보면 이렇게 창 밖으로 하늘과 유유히 떠가는 구름이 보여요. 이 집에 온 이후로 쇼파에 누워서 하늘보며 멍때리기도 잔뜩 했지요. 참고로 저희집은 창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커튼을 설치하기는 어려워서 기울어진 모양대로 열고 닫을 수 있는 허니콤 블라인드를 설치했어요.
거실 벽에 설치된 선반은 저희 결혼식 때 썼던 물건들과 청첩장들을 넣어둔 추억보관소예요. 저희는 초여름에 야외에서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렸거든요. 많은 부분을 셀프로 준비했던 터라 결혼식이 끝나고서도 남은 추억의 소품들이 많았답니다.
맞은편엔 TV와 화장실 문이 있어요. 저흰 따로 대형 TV를 구입하지 않았어요. 대신 제가 아끼던 레트로 스타일 TV를 빈티지 TV장 위에 두었지요. 사실 이 집에 거대한 최신형 TV가 있는 게 더 이상할 것 같지 않나요? 하하하.
빈티지 TV 장은 국내에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영국에서 직구를 해서 들여온 것인데, 다시는 가구 직구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할 만큼 강행군이었어요. 가구 배송업체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거니와 거의 가구비용만큼 배송비가 들었거든요.
에어컨 왼쪽의 중문은 원래 평범한 3단 중문이라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떼어서 새로 공사를 하기엔 아까워서 창문 장식용 프레임을 구입해 유리부분에 장식 패턴을 붙여줬어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지만 해놓고 보니 예뻐서 만족스러워요.
최근에는 내내 아쉽게 느끼고 있던 거실 조명을 바꿔 달았어요. 전에는 LED 조명이 달려있어 불을 켜면 다소 살풍경하게 느껴졌던 거실이 조명을 바꿔 단 것만으로도 보다 따듯하게 느껴져서 좋아요. 사실 조명을 바꿔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인데 이것만으로도 집안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지거든요. 예전에 자취방에 살 때 마음에 들지 않던 낡은 조명을 레일등으로 바꿔 달았다가 방이 굉장히 업그레이드 되었던 걸 경험한 뒤로는 조명은 꼭 신경 쓰고 있어요.
에어컨 앞을 가리고 있는 표지판은 저희 결혼식 때 식장에 두었던 방향 표시판이에요. DIY로 손수 제작한 물건이라 애착이 많이 가는 것이랍니다. 이렇게 결혼식 때 쓰인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있어 지금도 행복했던 결혼식 날을 추억할 수 있는 따뜻한 신혼집이 되었어요.
요즘은 에어컨 앞쪽에 빈티지 나무상자를 두고 그 안에 가드닝 용품들과 저의 인테리어 단짝 페인트용 붓을 수납하고 있어요. 사실은 다 실제로 사용하는 것들이지만 다른 장식품들과 함께 마치 장식품인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놓여있는 것이 포인트죠. 하하하.
팬트리 장으로 사용하는 민트색 장 앞에는 빈티지 핑크 에비앙 박스를 두고 소화기와 우산꽂이로 사용하고 있어요.
제가 집을 꾸밀 때 가장 좋아하는 인테리어 아이템을 고르라면 시트지와 페인트를 꼽을 거예요. 저는 구입한 물건 중 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원하는 색으로 칠하거나 시트지로 리폼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현관문에도 시트지를 붙여서 꾸몄어요. 원래는 평범하고 칙칙한 갈색 문인데 깔끔하긴 해도 딱히 저희 집에 어울리는 것 같진 않아서 밝은 노랑 컬러로 바꾼 후 토끼모양 걸이를 달아줬지요. 현관의 LED 센서등도 예쁜 것으로 바꾸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중이에요.
거실 쇼파 오른쪽으로는 바로 식탁과 주방이 있어요.
의자에 매달려 있는 날다람쥐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휴지케이스입니다!
집에 놀러온 친구들에게 정말 인기만점인 녀석이죠. 식탁은 양쪽을 쭉 뽑아서 확장할 수 있는 신통방통한 녀석인데, 지금은 왼쪽 날개만 확장해서 쓰고 있어요. 원래 4인용 식탁인데 전체를 확장할 경우 8인용 식탁이 된답니다.
식탁의자 4개는 다 다른 디자인이에요. 갖고 싶은 의자는 많은데 한가지 의자만 고르는 일이 너무 어려워서 믹스매치 스타일로 살고 있답니다.
주방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핑크색으로! 사실 예전 자취방도 핑크색이 주를 이루는 공간이었어요. 신혼집을 꾸미면서는 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니 거실이나 다이닝 코너에는 핑크색 보다는 좀 더 남편과 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색을 사용했고, 주방은 공용공간이긴 하지만 제가 좀 더 차지하고 싶은 곳이라 핑크색을 잔뜩 쓰겠다고 처음부터 남편에게 선포를 했었답니다. 사진 오른쪽의 민트색 장은 팬트리로 사용하고 있어요.
신축집이라 흰색 하이그로시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하부장에는 연핑크색 시트지를 붙였어요. 상부장까지 핑크면 좀 답답할 것 같아 상부장은 화이트 상태 그대로 두었고요. 욕심대로 하자면 상판도 원목으로 하고 싶고, 하나하나 저의 취향을 반영하고 싶지만 전셋집이기도 하고... 신축이니 되도록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게 현실적인 인테리어를 했어요. 번쩍이는 하이그로시도, 삭막하기까지 한 흰색도 다 제 취향은 아니지만 시트지 리폼 덕분에 한결 원하는 분위기가 되었답니다.
천장에는 기존에 달려있던 LED 등을 떼고 레일등을 달아줬어요.
옆쪽엔 저렴한 나무 선반을 사다가 전자레인지를 올려줬어요. 원래는 나무색인데 민트색으로 칠해주니 좀 더 화사한 느낌이 들어요. 제일 아랫단에는 잡다한 물건들을 다 넣고 노란 체크 천으로 커튼을 달아서 가려줬답니다.
파란 사다리는 키가 작은은 저의 필수품인 발받침이에요. 맨날 저걸 밟고 서서 그릇정리를 하곤 하지요. 사진 오른쪽 앞에 생뚱맞게 있는 핑크색 바구니는 세탁함이에요. 그리고 저희집의 시그니처, 연핑크색 냉장고와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계단이 보이네요.
냉장고는 자취생 때부터 쓰던 것에 애착이 많아서 새것을 사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어요. 자세히 보면 핑크색이예요. 도색한 거죠.
그리고 주방 벽면 타일은 그냥 무난한 흰색 타일이 붙어 있었는데 어쩐지 심심하다고 느껴져서 격자무늬 타일 시트지를 붙여서 조금 더 취향에 맞게 바꿔줬어요. 레트로한 느낌이라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이건 저의 사랑 핑크 주방도구들이에요.
전자레인지(겸 그릴 겸 컨벡션 오븐)는 국내에는 핑크색이 없어서 영국에서 직구를 했어요. 사진은 아직 입주 초반에 막 짐이 들어오고 있을 무렵이라 휑하네요. 그 외에도 핑크색 일리 커피머신, 핑크색 토스터와 핑크색 세탁기가 있어요.
문 닫힌 것만 봐서는 스메그 냉장고인줄 아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은 세탁기인 저의 혼수 애장품 1호예요.
스메그 냉장고는 많이들 쓰셔도 세탁기는 거의 없으실 듯 해서 간략 후기를 쓰자면 솔직히 용량이 그렇게 크진 않아요.(8kg) 하지만 저희는 소량씩 자주 세탁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용량이 크게 불편한 부분으로 느껴지진 않아요. 2인 가정이라 큰 세탁기가 필요하지 않더라고요.
모퉁이 창문의 왼쪽 면에는 이렇게 발란스 커튼을 만들어 달았어요. 백만불짜리 뷰를 가리고 싶지 않아서 오른쪽 면엔 일부러 커튼을 달지 않았고요. 저는 인테리어에 패브릭을 활용하는 걸 좋아하는지라 어디든 창이 있으면 커튼을 꼭 달아주는 편이예요. 비가 오는 날에도 운치있어요:) 창틀이 넓은 편이라 아끼는 빈티지 컵들을 조로록 늘어놓았답니다.
팬트리 장 뒷편에는 칠판을 달아 장을 봐야 하는 식재료나 빨리 소진해야 하는 재료, 그날의 식단 등을 써두고 있어요.
주방 옆에는 작은 1층 테라스가 있어요.
이곳에선 주로 먹거리(?) 를 재배하고 있어요. 바질이랑 애플민트 등의 허브랑... 요즘은 상추, 루꼴라도 키우고 있어요. 작은 화분들이 놓인 철제로 된 저것은 사실은 빈티지 아기 요람인데 저희 집에 와서 화분 요람으로 대활약 중이랍니다.
최근에는 테라스로 가는 입구 쪽에 작은 나무 선반을 새로 놓았어요. 이것도 저렴한 조립식 나무선반을 사다가 제가 페인트로 칠해서 완성한 것인데, 커피용품들을 정리해 두었답니다. 처음 이사왔을 무렵엔 하얗고 밋밋했던 주방이지만 이제 충분히 다채로운 색을 품은 주방이 되었죠?
여긴 부부침실이에요. 주방과 마찬가지로 핑크톤으로 꾸며져 있죠. 사실 핑크색으로 꾸미려고 꾸민 건 아닌데 자취하면서 커튼 등을 그대로 활용하려니 자연스레 방의 전체 톤이 핑크색이 되어버렸네요. 물건을 오래도록 아끼고 애정하며 쓰는 성격이다 보니 신혼집에 입주해서도 계속 사용하는 자취시절 물건들이 꽤 많아요. 특히 창문 커튼은 자취하던 시절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신 것이어서 새 커튼을 사서 달기보단 재활용을 하고 싶었거든요. 아마 커튼이 다른 색이었다면 다른 색조의 방이 되었을 거예요.
여긴 제가 아끼는 물건들을 올려두었어요. 새침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저 아이는 사실은 빈티지 모자걸이랍니다. 빨간색 갓의 전등은 남프랑스 여행을 하다가 벼룩시장에서 10유로에 건져온 것이에요.
뭘 또 여행하면서 부득부득 저런 부피 큰 도자기 제품까지 일일히 사들고 오냐는 반응들도 주변에 종종 있곤 해요. 하지만 저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반드시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편이에요. 남들이 다 선택하는 똑같은 물건으로는 만족을 잘 못하기도 하고요. 해외여행을 갔을 때 더 꼼꼼하게 쇼핑을 하고, 예쁜 것이 있으면 들고 오기에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꼭 구입을 해오려는 건 그래서이기도 해요. 빈티지에는 요즘 유행과 트렌드를 반영한 물건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으니까요.
여긴 저희 침대예요. 벽에 걸린 장미 그림은 저희 엄마가 그려주신 그림이랍니다.
침대 발치에는 자취할 때부터 쓰던 핑크색 LP 플레이어를 두었어요. 최근에는 LP 시장이 활성화 되어서 LP 플레이어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은데 당시에는 마음에 드는 적당한 LP플레이어가 없어 직구를 했었어요. 음악에 대해 아주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종종 지나간 음악들이 담긴 LP를 걸어두고 LP판이 전하는 특유의 감성을 즐기곤 한답니다.
이쪽은 화장대예요.
사실 화장대를 마음에 드는 걸 찾으려고 엄청 뒤졌는데,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걸 찾지 못해서 반맞춤 했어요. 말하자면 기존에 있는 제품에서 디자인은 그대로고 사이즈만 바꾸는 식으로 맞춤을 한건데, 일단은 만족하며 쓰고 있는 중이에요. 거울이 그냥 너무 네모 거울인 것과 가구 모양이 너무 평범한 건 마음에 썩 안들지만 거울에 불이 들어온다는 점과 서랍 안에 콘센트가 있다는 점은 편하더군요. 손잡이는 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주물 손잡이로 바꿨답니다. 쓰다가 좀 더 예쁜 색으로 페인트칠을 하고 거울도 빈티지 거울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서랍 위에는 이런 것들이 있어요. 저희 청첩장을 넣은 액자와 촛대, 인테리어 서적과 제가 아끼는 핑크톤 오브제들을 올려 장식했지요. 토끼 왼쪽의 동화책 같은 건 동화책 모양의 시계예요.
겨울엔 요렇게 침대에 그래니 스퀘어 뜨개 이불을 얹어서 장식하기도 해요. 알록달록해서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여기서부턴 2층이에요. 아까 부엌 쪽에 있는 나선형 계단을 타고 빙글빙글 올라오면 나타나는 공간이죠. 앞쪽에 보이는 빈티지 세면대에는 보통 작은 화분들을 넣어두곤 해요. 2층도 1층과 면적이 비슷하고, 여기는 손님방과 서재 겸 작업실이 있어요.
2층은 나선형 계단 때문에 이것저것 큰 가구를 올리거나 하기도 번거로워서 1층에 비하면 힘을 빼고 자취방에서 들고 온 가구와 작은 가구 위주로 간단하게 꾸몄어요. 다음에 살게 될 집이 어떤 형태인지도 모르는데 이 집만을 위해 물건을 사들이기가 좀 그렇기도 하고 저는 워낙 짐을 잘 늘리는 편이라 굳이 벌써부터 채워 넣지 않아도 살면서 짐이 늘 것 같더라구요. 살아보니 나선형 계단이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의외로 편한 점도 있고, 보기에는 예뻐서 아직까지는 만족해요.
2층의 작은 복도는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자주 인테리어를 바꿔주며 재미를 느끼는 곳이랍니다. 요즘은 이렇게 꾸며져 있어요. 오른쪽의 커튼이 달린 문은 2층 테라스로 향해 있어요.
사진 오른쪽의 토끼 녀석은 아래층 댕댕이와 마찬가지로 엉덩이가 무거운 도어스토퍼랍니다. 높고 무거운 가구를 두는 대신 다 먹은 와인 상자를 수납장으로 활용해 꾸며주었어요. 집 안에 이렇게 자잘한 소품이 놓인 공간을 여러군데 두는 이유는 물론 집안 곳곳을 꾸미려는 목적도 있지만 맥시멀리스트인 제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물건들을 보다 아름다운 방식으로 수납하려는 목적도 커요.
장식장을 자세히 보시면 도자기 인형이나 작은 액자 외에도 제가 좋아하는 동화책 ‘바게트 호텔’이나 선물 포장용 끈 등이 함께 놓여있고 빨간 단추도 병에 넣어 올려두었죠. 장식 같지만 사실 모두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이랍니다. 동화책 옆에 꽂힌 포장이 된 물건은 예전 어느 독립서점에서 블라인드 방식-책 내용물을 알지 못한 채 포장지에 적힌 설명만 보고 사는 것-으로 구입한 것인데, 안에 들어있던 책이 그닥 마음에 드는 게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도로 원래대로 포장해서 장식품으로 쓰고 있어요. 하하하.
2층 서재 겸 작업실로 들어가면 이렇게 책장을 마주하게 됩니다. 저도 남편도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결혼하면서 제가 챙겨온 책이 꽤 많았거든요. 대부분은 책장에 수납하고, 일부는 집안 곳곳에 분산하여 인테리어 요소로도 활용하고 있어요. 실제로 옷방을 제외하고는 거실, 침실, 주방, 서재, 손님방 등 책이 없는 공간이 없답니다.
예전 자취방에 살 땐 책을 장르별로, 크기별로 정리했는데 그렇게 하니 책장이 좀 지저분해 보이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색깔별로 정리해봤어요. 도서관처럼 책이 엄청나게 많다면 이런 정리방식이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겠지만 다행히 책장 서너개 정도의 장서이고 어느 책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대강 외우고 있어서 크게 불편하진 않더라고요.
책장 위에 놓인 마그넷 보드는 기존 마그넷 보드 위에 제가 좋아하는 체크무늬의 천을 씌운 거예요. 마그넷 보드 중에 마음에 드는 색이 없을 땐 이렇게 활용도 가능하답니다. 사실 특별히 여행지에서 자석을 수집하는 버릇이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여행을 워낙 많이 다니는 편이라 그냥 마음에 드는 것을 한두개 사오곤 했을 뿐인데도 다 모으니 냉장고에 붙이기엔 너무 많은 양이 되어버려서 마그넷 보드를 장만했어요.. 지금까지 세어보니 31개국 130여개 도시를 여행했더라고요.
이쪽은 저의 사부작 타임을 위한 공작재료들을 정리해놓은 수납함이에요. 펠트, 천 쪼가리, 종이, 리본, 털실 등등등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곳이죠:) 빨간색 집 모양 함은 반짇고리랍니다!
서재는 구조가 좀 독특한데, ㄱ자로 생겨서 코너에 창이 있고, 사진상의 의자 등받이 쪽엔 또 내부와 통하는 뚫린 창이 있어요. ㄱ자 부분은 안락의자를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로 만들었어요. 자리에 앉아서 창으로 내다보면 남산타워가 보인답니다.
이곳은 저의 작업대예요. 여기서 바느질도 하고, 이것저것 손으로 만드는 걸 즐겨 해요.
저는 가구 배치를 자주 바꿔주는 편이라 지금은 또 이런 구조로 지내고 있어요. 벽면쪽에 붙여두었던 책상을 ㄱ자 창 쪽을 볼 수 있도록 배치하고 그 앞에 작업 테이블을 두었지요.
위 사진에서 하얀색이었던 테이블은 작업 테이블은 지금은 진한 핑크색으로 칠했어요. 자취생 시절 기본 나무색 테이블을 사서 흰색으로 칠해서 쓰다가 지금 집의 분위기에 맞춰 색을 입혀준건데 좀 더 사랑스러운 느낌이죠? 벽의 선반은 부모님 댁의 제 방에 오래 전부터 있었던 선반을 하늘색으로 리폼한 거예요. 찻잔과 커피인형, 여기저기서 모아두었던 예쁜 엽서들을 올려 장식했지요.
여긴 2층의 또 다른 방이에요. 손님방 겸 수다방 겸 영화방이랄까요? 왼쪽의 벽에 빔을 쏴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화장실이 딸려 있어서 우리집에 손님이 오시면 이 방으로 모시고 있어요.
사실 방이 4개인 신혼집을 구하게 될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채 혼수를 준비했기 때문에 1층에 비해서는 휑한 편이에요.
한쪽 벽은 특별한 장식을 하지 않고 벽면 그대로 두었어요. 가끔 빔을 쏴서 영화를 보거나 할 때 활용하고 있답니다.
창가에는 손님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잡지류를 꽂아뒀어요.
사실 이 방이 저희 집에서는 제일 넓은 방인데, 2층 제일 안쪽 방이기도 해서... 방 한쪽에 저렇게 레일을 설치하고 커튼을 달아서 창고 대용으로 쓰고 있어요. 붙박이 장을 짜 넣기엔 벽도 천장도 다 기울어져 있는 다락방이라 아예 방 한쪽 부분을 창고로 할애했죠. 안에는 옷걸이를 두어서 제가 결혼식 때 입었던 웨딩드레스랑 빈티지 드레스 등을 보관하고 있어요.
연핑크색 커튼은 원래 자취방에서 행거를 가리려고 달았던 것을 재활용했고, 오른쪽 진핑크색 커튼은 모자란 부분만큼 길이를 재어 제가 다시 만들었어요. 원래 같은 색으로 하고 싶었지만 같은 색의 천이 단종되어서 저렇게 색이 다른 두 커튼이 되었어요.
구석에는 라디오와 램프, 그리고 제가 아끼는 풍선오리가 놓여있어요. 수납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기존 가구를 좋아하는 색의 페인트로 리폼한 것이에요.
그리고 여긴 2층 테라스예요. 여기에도 식물들이 있답니다. 아직 정원사의 경지에는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봐가며 조금씩 식물을 늘리는 중이죠. 여긴 층꽃과 바늘꽃 등 꽃을 볼 수 있는 식물들 위주로 놓아두었어요.
이 집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전망이었어요. 날씨가 좋은 날 테라스에 나가보면 전망이 너무 좋거든요. 멀리 남산타워와 롯데타워까지 보이니..... 참고로 롯데타워가 안보이는 날은 미세먼지 심한 날, 롯데타워가 잘 보이는 날은 공기 좋은 날이에요.
쨍한 날 식물들 물 주면서 찍은 사진이에요. 2층의 꾸밈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테라스는 안타깝게도 봄과 가을엔 미세먼지로, 여름과 겨울엔 날씨 때문에 오래 나와있을 수 있는 공간은 아닌지라 너무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예쁘게 인테리어 해보려고 해요.
이건 야경이에요. 가끔 날씨 선선할 땐 떡볶이 같은 걸 뚝딱뚝딱 해서 2층 테라스에 올라와서 먹기도 해요. 그런 날은 풍경을 반찬삼아 밥은 다 먹는거죠.
올 여름 무더위 끝에는 여름 내내 더위에 허덕이느라 시들시들하던 바늘꽃이 한가득 피어서 저를 기쁘게 해줬고,
요 가을엔 내내 녹색이기만 하던 유주나무의 열매들도 고운 주황빛으로 익어주었고,
꽃이 피지 않을 것 같던 꽃모밀도 이렇게 작은 핑크색 꽃을 피워냈어요....!
저는 원래도 소소한 것에 집착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이 집에 살면서부터 더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사계절의 흐름이 조금 더 와 닿는다고나 할까요?
저는 에너지를 채워주고 삶의 기반이 되어주는 집이라는 공간에 큰 의미부여를 하고, 열심히 가꾸는 것이 즐거워요. 어쩌면 살면서 만나게 될 수많은 집들 중 저희 부부에게는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첫 신혼집을 사랑스럽고 따뜻한 공간에서 꾸리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남편은 취향이 강한 사람이 아니어서 제가 제 취향의 남다른 결혼식을 밀어붙여 진행할 때도 아무런 불평 없이 묵묵히 저의 행보를 지지해주었고, 신혼집을 꾸미는 동안에도 제가 어떤 취향을 끌어들이든 별 말을 하지 않았어요. 신혼집 인테리어가 어느 정도 완성된 후에는 웃으며 '예쁜 집에 살아보는 건 처음인데 덕분에 집에 오는 게 더 즐거워서 좋아' 라고 말해주었죠. 꼭 소꿉놀이같은 저희집의 살림 전반에는 그런 남편의 관대함이 스며들어 있어요.
그가 제 남편인 덕분에 저는 집을 꾸미며 제가 사랑하는 것들 중 무엇 하나도 포기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그러나 반대로 남편은 제 취향을 위해 그의 취향을 포기했을 거예요.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취향은 있을 텐데 평소 언뜻언뜻 드러나는 그의 취향은 저와는 조금 다르거든요. 단지 집이 자기 취향으로 꾸며져 있지 않아도 크게 개의치 않는 스타일의 사람일 뿐인거죠. 사실 제가 그러한 점들을 생각해보고 고민하는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 자신이 별로 없어 늘 고민이었는데, 한 날 남편이 그러더군요.
"내겐 너만 있으면 돼. 네가 내 취향의 전부니까.
네가 있는 이 집은 완벽한 내 취향이야."
남편은 제가 취향껏 집을 꾸미고 그 집에서의 하루하루를 가꿔나가며 삶의 의미와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라는 걸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사람이에요. 그를 포함해 제 세상의 모든 다정함과, 따스함과, 저를 꿈에 부풀게 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이 집에 모여있어요. 이런 집에 살 수 있다는 건 제게는 축복같은 일이랍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런 축복같은 일들이 스민 이 집에서, 소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고 즐거워하며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으려고 해요. 오늘 저희 집에 집들이를 와주신 여러분께도 좋은 힘이 전달되었길 바라며 그럼 저는 이만 글을 마쳐보려 합니다.
저와 취향이 같으신 분들은, 또 놀러오셔도 좋을 것 같네요 : ) 그럼 안녕히 가세요!
좋은 하루 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