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과 분명한 취향을 바탕으로
행복하고 풍요롭게 사는 삶.”
친구에게 선물 받은 <오래 쓰는 첫 살림>이라는 책에서 인상 깊게 본 구절이에요. ‘미니멈 리치 라이프’라는 컨셉이 참 와 닿더라고요. 예전에는 집을 미니멀하게 꾸미려고만 했다면, 지금은 좋아하는 것들을 원하는 대로 배치하고,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둘러 쌓인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죠.
곁에 두고 싶은 물건으로 공간을 채우는
진짜 미니멀라이프, 미니멈 리치 라이프
오래된 복도식 27평 아파트를 종합시공했어요. 제가 15년 넘게 살아온 동네이고, 친정 집도 가까워서 워킹맘인 제게는 최고의 위치죠. 또한, 전세가 아닌 매매를 원했던 저희 부부에게 좋은 조건의 집이었고요. 아이가 있어서 학군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는데 가까운 거리에 초,중,고교가 모두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집
거실 벽은 크리미한 화이트 컬러로 도장을 하고, 바닥은 어두운 톤의 헤링본 마루를 시공했어요. 오크보다는 월넛이 제 취향에 가까워요.
전체적으로 크림 화이트와 네이비, 그레이 등의 베이직하고 클래식한 컬러가 주를 이루고, 골드 컬러의 소품이나 식물로 컬러 포인트를 주었어요.
저는 패션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디지털에디터로 근무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에디터로 일하다 보니 최신 유행이나 정보에 민감한 편이죠.
패션뿐만 아니라 뷰티, 라이프 스타일 등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아요.
해외 매거진, 아트북이나 사진집을 모으는 것도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소품이나 패션, 뷰티 아이템은 꼭 구입하는 성격이에요. 인테리어를 하면서 요즘에는 의자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피에르 잔느레 의자가 제 위시리스트입니다.
엄마의 취향
엄마가 된 이후로는 옷, 인테리어 소품 외에도 아기용품에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남편과 핫플레이스라고 소문난 카페를 찾아다녔다면, 요즘은 창경궁과 덕수궁 등 서울 궁궐, ‘마이알레’나 ‘뮤지엄 산’처럼 아이와 함께 하기 좋은 곳에서 주말을 보내요.
아이방에는 기존의 따뜻한 느낌에 파스텔 톤의 가구를 더했어요.
거기에 간혹 통통 튀는 컬러의 가구나 장난감들이 보이기도 해요. 아이들이 사용하는 가구나 장난감에는 비비드컬러가 빠질 수가 없나봐요(웃음)
예쁘게 꾸민 공간에서 좋은 것만 보고, 예쁜 꿈만 꾸게 해주고 싶은 게 엄마 마음 아니겠어요?(웃음)
그리너리 벽지가 포인트, 침실
다음으로 소개할 공간은 침실이에요. 최근 구입한 린넨 베딩 덕분에 린넨의 매력에 더욱 빠졌어요. 가구와 소품, 식물은 어느 날은 거실에, 어느 날은 침실에 배치한답니다. 떡갈고무나무부터 크루시아, 아레카 야자 같은 공기 정화 식물도 들여놨어요.
침실은 한 쪽 벽면에는 영국 브랜드 ‘콜앤손’의 벽지를 시공했어요. 잎사귀와 열쇠가 프린트 된 포르나세티의 시그니처 패턴이에요. 최종적으로 그린 톤의 세가지 패턴 중에서 고민하던 차에, 지인들이 만장일치로 이 벽지를 추천해줘서 바로 주문할 수 있었죠(웃음) 한 쪽 벽지만 달리했을 뿐인데,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듯 해요!
참 따뜻한 느낌의 주방
좋아하는 스타일이 확고한 편이라 인테리어를 할 때에도 고민은 많았지만 빠르게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비둘기 깃털처럼 부드러운 그레이 톤이면서 반짝임 없는 무광’, ‘서브웨이타일인데 무광이고, 크기는 여자 어른의 한 뼘 정도의 길이’ 이런식으로요.
갖가지 용품들을 수납할 수 있도록 벽장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싱크대 상, 하부장과 연결한 것도 신의 한수 였죠. 장 안에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청소기, 커피 그라인더 등 자잘한 가전 제품을 모두 수납한 덕분에 주방이 한결 깔끔해 보여요. 거실 인테리어와 마찬가지로 화이트와 그레이 컬러가 메인이고, 육각 골드 손잡이로 포인트를 줬어요.
마음에 드는 선반을 달고, 냉장고 옆면에는 이것저것 꽂아 둘 수 있도록 미니 사이즈의 유텐실로를 달았어요. 덕분에 정리정돈도 하고 좋아하는 소품들을 바로 볼 수 있어서 참 마음에 들어요.
집에 식물이 언제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종종 꽃 시장을 찾아요. 여기 테이블에서 마음에 드는 꽃을 화병에 옮겨 담죠. 방마다 어울리는 화병을 가져다 두는데, 꽃 한 송이만으로도 분위기가 확 살아난답니다.
아이방과 현관에서 들어오는 복도 사이에는 팔각형 거울과 3단 콘솔을 배치했어요. 좋아하는 향수와 향초, 디퓨저,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구입한 모네의 수련 포스터를 올려뒀어요. 콘솔 안에는 여행과 출장을 다니며 모아온 소품을 수납해두고, 기분에 따라 변화를 주고 있어요.
또 발향효과가 탁월한 디퓨저 덕분에 은방울 꽃과 화이트우드의 은은한 향이 감돌아 코 끝을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답니다.
또 다른 분위기의 화장실
거실과 화장실을 비교하면, 두 공간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죠. 블랙&화이트를 베이스로 좀 더 모던하게 꾸며봤어요. 화이트 서브웨이 타일을 바탕으로, 거울부터 조명과 휴지걸이, 수전, 디스펜서 홀더 등 액세서리는 모두 블랙으로 통일했어요. 전부 다 다른 곳에서 구입했는데 ‘블랙’이란 공통점 때문에 조화를 잘 이루는 듯 해요!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기를..
앞으로 이리 저리 가구와 소품들을 옮겨가며 원하는 대로 배치하고 예쁘게 꾸미고 싶어요. 언젠가 파리나 베를린같은 유럽 빈티지 마켓에서 근사한 가구나 조명, 소품을 구입하는 것이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예요.
제 뜻대로 ‘무언가’를 한다는 게 참 어려운 바깥 세상과 달리 ‘집꾸미기’는 제게 오롯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일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