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을 때, 비로소
Minimal ”
안녕하세요. 저희는 8월에 예식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입니다. 저는 지난달까지 호텔 플라워부티크에서 꽃으로 공간을 장식하는 일을 하다가 지금은 프리랜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고요. 예비신랑은 생활용품 브랜드에서 패키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꽃을 만지는 플로리스트지만 상품을 만드는 것 보다 꽃으로 공간을 장식하는 일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테이블데코에도 관심이 많고요. 특히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적어도 한끼는 집 밥을 고집한답니다.
‘동네의 분위기’
스무 살 때부터 올해 초 까지 8년의 자취생활을 하면서 여러 동네에 살았었는데 ‘동네의 분위기’라는 게 제 삶의 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더라구요. 대략적인 예산을 생각하고, 주거 형태보다 가장 먼저 동네를 정하게 되었어요. 지금 정착하게 된 이곳은 교통과 치안, 편의성 세 박자를 고루 갖춘 동네이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딱 저희 부부의 취향과 맞았어요.
13년 된 오피스텔에서 시작
거실이 없는 방이 3개, 화장실2개인 30평형인데 실 평수는 21평 정도 돼요. 온통 10여년 전에 유행하던 나무색의 향연인 집이었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큰 하자는 없었다는 점.. 그러나 연식이 오래된 지라 총체적난국이었어요. 뼈대만 남기고 전체 공사를 진행하기로 결심하고 거실이 없는 방3개에서 거실+방2개로 바꾸었어요.
‘내가 가진 취향 파악’이 곧, 인테리어의 시작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정말 많은 인테리어사진들을 스크랩하고 비교했어요. 8년의 자취생활을 겪었기때문에 어느 정도 제 취향을 파악한 상태라 조금은 수월 했어요. 최종적으로 제가 꾸미고 싶은 컨셉은 ‘일본의 미니멀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집’이었어요.
편안한 느낌의 인테리어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도 필요한 것만 담아낸 집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의 집이더라고요. 컨셉이 정해지고 바닥재와 벽지를 고르고 공사가 끝난 뒤에야 가구를 고르기 시작했어요. 가구를 고를 때 가장 많이 생각 한 것이 첫째로는 ‘꼭 필요한가?’, 둘째로는 ‘우리 집에 잘 어울리는가?’ 였어요. 처음엔 가장 필요한 침대와 식탁을 고르고, 며칠 뒤 식탁의자를 고르고 천천히 가구를 채웠어요. 그 결과 입주한지 2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가구를 다 채웠네요ㅎㅎ
현관은 안방 화장실과 더불어 저희 집에서 대공사를 하지 않은 공간이에요. 워낙 상태가 좋았거든요. 대신 전체적인 톤을 맞추기 위해 신발장에 화이트 시트지를 붙이고, 바닥타일은 인테리어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교체해주셨어요.
현관문을 열자마자 좁은 공간이지만 밋밋하지 않도록 큰 액자를 걸어 두었어요. ‘비르예르 달’의 예쁜 조명 그림이 현관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집이 세로로 긴 구조라서 짧은 복도가 있어요. 복도를 따라서 세탁실과 화장실, 주방과 거실이 차례대로 있어요. 왼쪽으로 등이 보이는 곳은 원래 방이였는데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문이 보이는 것이 답답해 보여서 문을 떼어내고 오픈형으로 만들었어요.
이 곳이 문을 없애버린 방이에요. 붙박이장을 짜서 가을,겨울 옷을 보관하고 있어요. 세탁실과 가깝기 때문에 빨래바구니를 두고 바로바로 빨랫감을 넣을 수 있도록 했어요.
세탁실은 원래 칸칸이 짜여진 붙박이장이었어요.
칸을 모두 해체하고 세탁기와 건조기를 위아래로 두고 사용하고 있어요. 건조기는 정말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이에요. 빨래를 널고 말리는 하나의 집안일로부터 해방시켜 주거든요. 요즘같이 비 오고 습한 날 빨래가 덜 말라서 나는 냄새로부터도 해방이에요. 슬림 수납장에는 세탁용 세제나 청소용품등을 보관해요.
#일민밥상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공간을 꼽으라면 단연, 주방이에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여기기에 집에서 중심이 되는 곳이라 생각했거든요.
과감하게 다 뜯어냈어요.
주방이 집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기도 하고 오픈형이기 때문에 답답해 보이는 상부장 대신 선반을 달았어요.
벽면과 가전은 화이트로, 바닥과 가구는 진한 나무색으로 맞췄어요. 이렇게 하니까 밸런스가 잘 맞는 느낌이더라구요. 후드랑 냉장고가 스테인레스 재질이어서 식탁 다리도 스테인레스로 맞추어 통일감을 주었어요.
가장 아래쪽 선반은 물이 빠지는 스테인리스 선반을 달아서 설거지 후에 그릇을 올려둘 수 있게 했고요. 그 아래로는 레일을 달아서 주방에서 자주 사용하는 도구들을 걸어 두었어요.
180도 변신한 주방에서 만든 음식들을 ‘#일민 밥상’ 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업로드하고 있어요. 다른 요리 블로거님들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매일 부부의 저녁을 기록하는 마음으로 업로드를 해요:-)
식탁 뒤에 있는 수납장은 커피머신과 찻잔, 여분의 그릇들을 수납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어요.
눈치 채셨을 지 모르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꽃이나 식물을 다르게 장식해서 분위기를 바꾸기도 해요. 거창하게는 아니고 한 두송이 씩 화병에 툭 꽂아 두는 것이 다 이지만 식물이 가진 에너지는 그 어떤 사물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꽃과 식물 이야말로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좋은 소품이라고 생각해요.
미니멀하고 자연스러운 감성의 거실
원래 미닫이 문이 있는 방을 터서 거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소파와 TV, 책장이 다 에요. 아주 심플한 공간이지요. 여기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함께 TV도 보고..
가습 효과에 좋다는 큰 알로카시아 나무와 관리가 어렵지 않은 선인장을 기르고 있어요. 테이블은 없지만 결혼 전 사용하던 원목 벤치를 다용도로 쓰고 있는데 요즘은 소파 테이블로 사용하고 있네요. 심플한 공간이지만 단조롭지 않게 화병에 꽃을 꽂아 올려 두었어요.
거실 오른쪽에는 작은 책장이 있어요. 아직 각자의 책을 가져오지 않아서 빈 공간이 많아 임시로 여러가지 소품들을 올려 두었어요.
향수와 향과 버너, 목재 소품, 캔들홀더, 프로포즈 때 받은 선물 등등 제가 좋아하는 물건 들로만 채워 두었어요. 전체적으로 여백이 많은 집이지만 거실은 정말 심플한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거든요. 쾌적하고 편안한 ‘쉼터’가 되었으면 합니다:-)
작은 욕실에도 욕조를..!
화장실이 두개이지만 각각의 화장실이 좁은 편이에요. 거실 화장실에는 욕조를 설치해서 주로 제가 사용하고, 안방 화장실은 남편이 사용하고 있어요.
처음엔 좁은 화장실에 욕조를 설치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을까 많이 고민했는데 지금은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피곤할 때 언제든 반신욕도 할 수 있고, 여행을 다니면서 입욕제를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거든요ㅎㅎ 혹시 작은 욕실이 두 개라서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면, 저는 욕조 시공을 꼭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안방이 남았네요. 안방으로 가는 길에도 짧은 복도가 있어요. 공사를 시작하면서 아트월로 되어있던 벽면을 허물었더니 벽돌 벽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허물지 않고 페인트 칠을 해서 그대로 살리기로 했어요. 레일을 설치해서 행잉플랜트로 하얀 벽을 장식했어요.
안방은 오로지 잠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어요. 수면의 질이 하루 컨디션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서 매트리스를 정말 신중하게 골랐거든요.
대부분의 가구와 가전은 화이트로 꾸미고 포인트로 한눈에 반해서 구입한 그림을 걸어 두었어요.
처음 집 공사를 시작할 때 주변에서 아이가 생길 것을 대비해서 이래저래 하는 것이 좋다고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하지만 과감히 저희 부부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추어서 설계하자고 결심했어요. 덕분에 저희 둘에게 최적화 된 공간이 탄생했고, 앞으로도 저희가 필요한 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어요.
새 집에 사는 것도 좋지만 오래된 집을 자신에게 최적화 된 환경으로 꾸미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일상생활에 있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