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FORE
오랜 시간 공실로 방치된 단층 구옥이 있던 자리였다. 철거 후 건축을 해야 했기에 처음부터 계획된 금액과 맞는 지역에서 빈터 또는 저층 구조의 건물을 찾았고, 현재의 대지를 구할 수 있었다.
동네의 랜드마크가 된 협소주택
재개발이 멈춰버린 구도심 주거 밀집 지역 중 하나인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주변으로는 단층집, 다세대/다가구주택이 즐비했지만, 아직 협소주택은 생소한 동네였다. 대지는 좁고 긴 형태의 20평 정도의 땅으로, 다른 곳보다 저렴했던 만큼 토지의 형상도, 도로 상황에도 문제가 있어 어려운 여건을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지어진 집은 동네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 SECTION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커플과 반려묘 한 마리가 함께 사는 집이다. 이전에 살았던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답답함과 층간 소음으로 이사를 고민하던 중, 아파트 구입 비용 대비 효과적인 방안으로 작은 땅 위 협소주택을 계획하게 되었다. 위층을 주거 공간으로 두고, 본업인 인테리어 사무실을 건물에 함께 배치함으로써 어차피 지출했을 사무실 임대료도 절약할 수 있었다.
EXTERIOR / INTERIOR 1F~3F :
주차장, 임대 공간, 작업실+주방
버려지는 공간이 없도록 최대한 대지에 맞춘 디자인을 고려했다. 외장재 역시 주변 건물과의 조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 주택의 모습을 떠올리며 ‘벽돌’을 선택했다.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와 타일, 원목을 기준으로 ‘최소의 마감과 색상’을 인테리어 콘셉트로 삼았다. 면적이 작으므로 허용되는 한 층고를 높이고, 실을 나누기보다 가급적 오픈형으로 설계해 공간이 넓어 보일 수 있게 했다.
협소주택의 핵심 ‘공간 활용’
공간 활용이 핵심인 협소주택의 특성상 실내 분위기를 좌우할 가구 선택도 신중을 기했다. 소파가 공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해 2층에는 과하지 않은 톤 다운된 그린 색의 소파를 두어 활력을 주기로 하고, 프리미엄 컨템포러리 소파 브랜드 알로소의 ‘오르덴’을 배치했다. 심플하고 균형 잡힌 쉐입과 더불어 편안한 착좌감을 가진 ‘오르덴’은 모던한 집 분 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특히, 부드러운 곡선형의 팔걸이와 견고하지만 슬림한 원목 다리는 소파와 조화를 이루며 깔끔한 디자인을 극대화한다.
미아동 협소주택은 지난여름 61일간의 공사를 마치고 완성된 작은 집이다. 대출 이자 때문에 은행에 매달 월세를 내는 형국이긴 하나 우리 집을, 우리 손으로 지었다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에겐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좁고 긴 대지 위 협소주택은 총 5개의 층으로 이뤄졌다. 내부는 투박한 노출 콘크리트 마감 속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커플의 손길이 닿은 만큼, 콘크리트의 긍정적인 포인트를 잘 집어낸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천장에 설치하는 직접 조명 방식이 아닌 간접 조명을 택해 공간에 은은한 불빛을 더하고, 동선에 맞춘 센서 조명으로 발길 닿는 곳마다 환한 빛을 밝혀주었다.
측면에서 보면 대지 형상을 따라 앉힌 협소주택의 모습이 더욱 잘 드러난다. 좁은 골목 주 변 건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해 창호 계획에도 신경 썼다.
건물 정면의 주 출입구.
문을 열면 좌측에 2층으로 향하는 계단실이 있다. 타일로 만든 바닥의 ‘HI’라는 글자 패턴이 마치 작은 갤러리에 온 듯한 인상을 준다.
공간이 작고 제한적인 만큼 주방은 실용성에 주안점을 두고, 동선과 수납 등을 생각해 짜임새 있게 주방 가구를 제작하였다.
인테리어 사무실을 겸하는 3층. 아기자기한 바닥 타일과 합판으로 만든 가구가 노출 콘크리트 마감과 조화롭게 매치되었다.
3층에서 4층으로 오르는 계단실에는 그린 컬러로 포인트를 주어 활기를 불어넣었다. 또한, 발길 닿는 곳에 센서등을 설치해 거주자의 편의를 고려했다.
INTERIOR 4F~5F : 드레스룸 + 욕실, 침실 + 옥상
계단 아래 공간을 활용해 반려묘 나나의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가장 꼭대기 층에 마련된 침실. 침대에 누워 보이는 코너창 너머로 북한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4층은 사적인 공간으로 욕실과 드레스룸, 다용도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가구를 짜 넣어 공간의 효율성을 높인 드레스룸과 같은 동선상에 배치한 욕실 및 세탁 실. 세면대를 중심으로 샤워실과 세탁실이 분리된다.
5층 침실
침대 옆에는 프리미엄 소파 브랜드 알로소의 아이코닉 모델 ‘사티’ 컬렉션 1인 소파를 배치해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넉넉한 팔걸이와 등받이가 몸을 감싸주는 쉐입으로, 정제된 디자인에 풍성한 쿠션이 더해져 스타일은 물론 편안함까지 선사한다.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었던 것도 잠시. 이제는 협소주택의 이점을 최대한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최초 계획 때부터 화장실과 샤워실의 분리 구성, 드레스룸과 세탁실의 연결성 등 소소한 부분까지 설계에 반영해준 덕분에 생활의 불편함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공사를 하며 겪은 예기치 못한 상황, 이해할 수 없는 악성 민원과 부딪힐 때만 해도 지금의 행복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30년 이상 이곳에 거주하셨던 분들이 ‘예쁜 집이 생겨 동네 분 위기가 좋아졌다’ 해주시니 그간의 고생도 눈 녹듯 사라져간다.
건축주가 전하는 작지만 작지 않은 집,
협소주택 설계 시 유의할 사항
협소주택은 말 그대로 작은 대지에 최대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대지의 위치 및 법적 규제에 관한 것들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설계사무소와 많은 상담을 통해 착공하기 전 충분히 협의해 공사 기간을 최소화하고 문제없이 시공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악성 민원에 대한 내용은 사전에 구청 담당자와 충분한 이야기를 해두고 공사를 진행할 때 문제가 생겼을 시 우호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한다.
작은 공간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려면 수납공간 확보 외, 사용자의 패턴에 맞는 동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의 동선에 따라 실을 구성하면 불필요한 공간이 사라져 좁은 면적을 상 대적으로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사진 : 변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