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주는 쉼표, 라탄에 빠진
그녀의 두번째 신혼집

"오랜 시간 머물렀던 해방촌을 떠나

경기도 광주로 이사왔어요."

안녕하세요, 여전히 귀여운 토이푸들 ‘누누'와 살고 있는 결혼 2년차 아내 곽은아입니다. 작년 봄, 집꾸미기를 통해 해방촌의 저희 집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저희 부부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소개하려고 해요. 

👉🏻은아님의 해방촌 집 보러가기

이사할 때가 되어 여기저기 집을 알아보고 있던 중 알고 지내던 동생 커플이 경기도의 아파트로 이사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희도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도 쪽으로 집을 알아보았어요. 애초에 남편과 저는 답답한 아파트에 관심이 없었을 뿐더러 꼭 테라스나 작은 마당이 있는 집을 원했기에 빌라 위주로 집을 보고 있었어요.

"마음에 들어할 집이 나왔어요! 빨리 보러 오세요~"

정말 마지막인 심정으로 찾아 보게 됐는데 보자마자 '아! 이 집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천장이 높은 복층과 테라스도 작게 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해버렸어요. 

그녀가 라탄에 빠지게 된 이유

저는 라탄 가구와 소품들을 정- 말(많이) 좋아해요. 큰고모께서 라탄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셔서 고모 집에는 늘 큰 욕조에 등나무들이 물에 담겨져 있었어요. 인테리어나 소품 등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나이였지만 라탄으로 가득 찬 고모 집에 놀러가던 일이 어찌나 설레고 좋던지.

이번 집도 역시 제가 좋아하는 라탄 가구와 소품으로 인테리어를 했어요. 전보다 집이 훨씬 더 넓어져서 그동안 모아놨던 라탄제품들을 마음껏 펼쳐놓고 지내고 있어요. (웃음)

라탄의 무한매력 속으로

(2층 도면)

그럼, 제 취향으로 꾸민 저의 애정이 가득 담긴 저희 집의 복층 공간부터 소개드릴게요.

181cm 남편의 키도 감당하는 높은 복층

제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공간이 바로 이 복층이에요. 빌라의 꼭대기층에 있는 복층집이었는데 다른 집과는 달리 층고가 높아서 허리를 숙일 필요가 전혀 없었어요.

복층 전체가 뻥 뚫려 있어서 제 마음대로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텅 빈 공간을 보며 이 곳은 침실로 꾸며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침대를 벽쪽 중앙에 배치하고 주변에는 갖고 있던 라탄 소품들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구매한 지 10년이 지난 라탄 트렁크)

라탄은 습기에 약한 소재라 오히려 실내에서 쓰기 좋은 가구예요. 관리만 잘 해준다면 10년이든 20년이든 오래 쓸 수 있어요. 물을 쏟았을 때 바로 닦아주는 것 빼고는 특별한 관리법은 없어요.

침대는 이전 집에서 쓰던 걸 그대로 가져왔는데 하부에 서랍장이 있어 수납활용에 좋아요. 침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히 늘어질 수 있는 느낌으로 연출하고 싶었어요. 동남아의 한적한 리조트처럼요.

라탄 소재와 잘 어울리는 건 역시 식물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한껏 더해주는 관엽식물을 좋아하는데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능력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식물 관리는 남편이 담당해주고 있는데, 꾸준히 물을 줬던 저와는 달리 흙을 만져보고 말랐을 때 물을 주더라구요. 덕분에 저희 집 식물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답니다.

침대 양쪽 천장에 달려 있는 뱀부등과 마크라메는 침실의 아늑한 밸런스를 잘 잡아주는 소품 중 하나예요. 마크라메는 지인이 선물해준 건데, 벽에 붙여 달지 않고 중앙에 고리를 이용해 달아 매어 주었어요.

바람이 불면 빙글 돌아가는 동적인 느낌뿐만 아니라 앞, 뒤로 마크라메를 즐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침실의 한 켠에는 그동안 제가 모았던 라탄 가구와 소품들로 꾸며보았어요. 그동안 집이 좁아 모두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가구들인데 이제는 마음껏 꺼내 놓을 수 있어요. 

라탄 데이베드 뒤로는 길게 수납장을 짜서 넣었어요. 정리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도 갖고 있는 소품들이 워낙 많아서 수납공간이 필요했어요. 저희 집에서 유일하게 전문가의 시공이 들어간 부분이에요 (웃음)

침대의 반대편 공간이에요. 우드 칸막이 뒤에는 작은 화장실이 숨어 있고, 그 옆에는 슬림한 콘솔을 두었어요.

사실 화장대로 쓸 생각으로 거울도 달아 주었는데 화장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자주 사용하진 않아요. (화장은 주로 옆에 있는 화장실에서 ^^;)

콘솔 바로 옆에 있는 복층 화장실이에요. 작은 공간이지만 저희 집의 전체적인 톤과 비슷하게 연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원래 붙어 있던 거울로 된 수납장은 떼어 버리고, 원목 거울을 따로 설치해주었습니다. 필요한 욕실용품들은 그 옆 우드선반장에 보관중이에요.

따사로운 여름을 책임져 줄 테라스

복층에는 테라스가 작게 붙어 있어요. 침대의 왼편 커튼으로 가려진 곳이 테라스의 출입문이에요.

테라스의 바닥에는 이전 집의 옥상에서 쓰던 조립마루를 가져와 깔아주었어요. 해방촌의 집처럼 야외공간이 넓지 않아서 그 때 쓰던 테라스 가구들은 나눠주거나 정리하고 필요한 것만 가져왔어요.

따스한 봄 여름이 오면 빈백과 야외테이블을 꺼내어 태닝도 즐기고 밤에는 맥주 한 잔 하는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에요. 

2층 구경은 끝났고, 이제 1층으로 내려가 보실까요?

(1층 도면)

1층에는 방 3개와 거실, 주방이 있어요.

남편과 셀프 인테리어로 완성한 화이트&우드 주방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바로 앞에 주방이 있어요. 주방에는 저와 남편이 지난 여름 고생한 흔적이 듬뿍 묻어 있습니다.

(주방 셀프인테리어 전)

입주 당시 주방에는 까만 타일이 전체적으로 붙여져 있었어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문 페인팅이나 다른 공간을 꾸미느라 바빠서 한동안 이 상태로 지냈었어요. 

다른 공간의 인테리어가 마무리 되었을 즈음 '이제 주방을 내 스타일로 고쳐야겠다' 마음을 먹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어요. 

정말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남편과 둘이 엄청 고생을 했어요. 새 집이라 타일이 어찌나 꼼꼼히 붙어 있던지. 주말마다 틈틈히 시간을 내어서 상부장과 타일을 모두 떼어냈어요.

짠! 자연소재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화이트 주방이 완성되었어요. 까만 타일이 붙어있던 벽에는 핸디코트 2번, 욕실용 페인트를 1번 발라서 마감해주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상부장을 모두 없애버리고 심플한 주방 인테리어를 원했어요. 하지만 갖고 있던 살림들을 감당하기엔 수납공간이 넉넉히 필요했어요. 그래서 한 쪽 벽의 상부장만 없애고 꺾인 부분의 상부장은 그대로 살려두었죠.

떼어낸 상부장 중 하나는 계단 밑 수납장으로 이용중이고 또 하나는 보조주방에서 활용중이에요.

포근한 느낌에 스르르 잠들지도 몰라요

주방 앞에 있는 거실에는 소파와 라탄 체어들로 따뜻한 느낌을 연출해 봤어요.  

많은 분들이 라탄 가구들은 한 여름에만 잘 어울리는 소재라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따뜻한 퍼와 패브릭 쿠션으로 함께 연출하면 오히려 겨울에 더 예쁜 매력이 느껴지는 소재랍니다.

소파의 맞은편 벽도 역시나 주방처럼 까만 색 벽장식이 있었는데 셀프로 떼어 주었어요. 언제 한 번 아래층 이웃분이 저희 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는데 거실의 벽을 보시곤 바로 본인 집에 가서 떼어버렸다고 하네요.

저희 집에서 가장 빛이 잘 들어오는 거실이에요. 벽 수납장 위에는 부부가 셀프로 찍은 웨딩사진과 작은 소품들을 올려 주었어요.

반려견 누누의 집도 거실 한 켠에 자리잡아 주었어요. 구입한지 꽤 오래된 제품인데도 라탄이 관리만 잘 해주면 오래 쓸 수 있는 소재라서 아직까지도 잘 쓰고 있네요.

저는 주로 해외에서 라탄 제품들을 직접 구입해와요. 인생의 목표가 여행이라고 할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는데 특히 동남아로 많이 가요. 한 번 가면 10~15일 정도로 길게 머무르기 때문에 현지 제품을 둘러 볼 기회가 많아요. 

(해외 현지구입한 라탄 선반장)

국내의 제품들은 바니쉬작업이 되어 있어 라탄이 갖고 있는 특유의 자연스러움을 찾기 어렵더라구요. 견고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저에겐 살짝 인위적인 느낌이 있어 현지 구입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자유 자재로 바뀌는 방 배치법

1층에 있는 안방은 다이닝룸으로 사용중이에요. 원래는 침실로 사용하는 공간이었겠지만 저희 부부는 2층에 침실을 마련했기에 이 방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었어요. 

저나 남편이나 정해진 틀 없이 공간을 자유롭게 구획하는 걸 좋아해요. 안방은 거실이 될 수도 있고, 거실은 침실이 될 수도 있는거죠. 우리의 라이프스타일대로 인테리어하는 게 즐겁고 좋아요.

도란도란 수다꽃이 피는 다이닝룸

이 방도 몇 달 전까지는 소파를 두고 거실로 사용했었어요. 처음엔 식사 공간이 주방과 가까워야 편할 거라고 생각해서 다이닝룸을 거실에 마련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잘 질려하는 성격이라 남편 출근한 새에 싹 바꿔버렸어요.

원형 테이블을 중앙에 놓고 식사도 하며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에요. 집에 자주 놀러오시는 분들은 지금의 이 배치가 더 좋다고 하시네요 :)

TV가 올려져 있는 이 벽 수납장은 제가 추천하는 가구 중 하나예요. 심플한 디자인에 화이트 컬러라 공간을 더 넓어 보이게 해요. 역시나 보는 눈은 다 같은 지, 제 SNS에서도 많은 분들의 문의를 받았던 가구입니다. 

(다만 벽을 뚫어야 하는 가구라는 점 주의해주세요!)

그리고 두 번째 추천 가구는 라탄 소품을 보관하는 긴 수납장인데요. 원하는 용도대로 수납칸과 서랍칸을 조절해서 조립할 수 있어요. 많은 물건들을 올려 놓아도 전혀 흔들림 없이 튼튼하답니다.

변화가 필요한 욕실

저희 집에는 욕실이 총 3개가 있어요. 거실에 있는 공용 욕실, 안방에 있는 욕실, 그리고 2층에 있는 작은 욕실. 사실 욕실은 아직 손도 못 댄 공간이지만 그래서 더 바꿔주고 싶은 제 욕심이 가득한 공간이에요.

어떠한 시공도 없이 소품으로만 꾸며준 거실 욕실이에요. 샤워커튼을 좋아해서 수시로 바꿔주고 있고, 욕조가 없는 대신 이동식 욕조를 구입했어요. 아직 정확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지만 올해 안으로는 꼭! 산토리니 스타일의 욕실로 셀프인테리어해 줄 생각입니다.

화이트 옷장으로 더 깔끔해 보이게

거실 욕실 옆 작은 방은 드레스룸으로 사용중이에요. 이케아에서 화이트 옷 수납장을 구입해 설치해 주었어요. 알록달록 드레스룸에는 역시 깔끔하고 심플한 화이트 컬러 가구가 딱인 것 같아요.

나의 취향이 어떤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해요

저는 새 집, 빈 집을 볼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려요. 아무것도 없는 바탕에 내 취향의 것들을 하나씩 들여 놓고 이번엔 어떻게 꾸며볼까 생각하느라 잠도 잘 못자요. 집 꾸미는 일을 어렵고 막막하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소소한 팁을 드리자면, 먼저 자신의 취향을 파악해보라는 거예요.

요즘엔 인테리어를 볼 수 있는 매체들이 정말 많잖아요. 저 역시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 등에서 많은 인테리어들을 참고하곤 해요. 그런 것들을 자주 접하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 지, 뭘 해보고 싶은 지를 먼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내일도 부부의 편안한 쉼터가 되어 줄 집

아마 저희 집은 쭉- 이렇게 라탄과 함께 할 것 같아요. 제 취향이 너무 확고해서요, :) 살면서 조금씩 고쳐 나가고 바뀌어 가는 부분은 있겠지만 언제나 저희 부부의 아늑한 집이라는 건 변하지 않을 거예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