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년차 맞벌이 부부입니다. 저는 여행사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소규모의 온라인 리빙샵을 운영하고 있고, 남편은 IT 스타트업에서 해외사업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달리 살아본다는 것은..?
결혼 후 남편 일때문에 일본과 유럽에 살면서 많은 해외 도시들을 여행하였고, 다른 주거환경과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갖게 되었어요. 해외에 여행으로 가는 것과 달리 살아본다는 것은 좀 더 적극적으로 그들의 사회에 들어가는 것이다 보니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집의 구조나 가구 배치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호기심 많은 눈으로 관찰할 수 있었어요. 이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우연히 찾은 집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일본에서 돌아오면서 구한 집이에요.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이사를 준비 해야했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서 많은 집들을 미리 알아봤어요. 한국에 잠깐 와서 20곳 넘게 집을 봤는데 마음에 드는 집이 하나도 없었어요.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지금 집을 봤는데 마치 그림처럼 집의 모습이 그려졌어요.
저희 부부는 거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집에 있었으면 했거든요. 그러한 저희의 생활 방식에 맞는 집 구조가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이 집의 구조가 적절하다고 판단했어요.
꾸미기 전 모습
신축빌라라서 시공할 곳은 거의 없었어요.
수납공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공간마다 깨끗하게 갖춰져 있어, 조명과 블라인드를 제외하고 별도의 시공은 없었어요. 필요한 가구와 소품만 추가하는 방향으로 집을 꾸몄습니다. 조명은 직접 을지로 조명상가에서 구입하거나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하고 직접 설치를 했어요.
신혼집을 마련하면서 가구에 약 1000만원 정도 투자했어요. 오래 사용할 물건들로, 꼭 원하는 제품들로 사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애정하는 공간, 거실
저희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거실입니다. 식사를 하는 것 외에도 같이 술을 마시기도 하고 함께 컴퓨터를 하며 뭔가를 찾아보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하죠.
저희는 집은 휴식의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과시하는 곳도 아니고 재산증식을 위한 것도 아니죠. 하루의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집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집에서 필요한 일을 하거나 자기 계발을 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집은 휴식의 공간이기 때문에 사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저희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조도와 색 온도의 조명을 배치하고 원목 가구들을 통해 아늑한 느낌을 갖고 싶었어요.
집의 중심이 TV와 소파가 되는 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 아니라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지나치게 큰 TV보다는 집의 규모에 적당하거나 혹은 더 작은 TV를 통해 현실적인 방향으로 최대한 지양하려고 했고요.
집안에 풍성한 여인초가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이 들어요. 코코로 박스의 모던한 화분은 여인초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고요. 집안에 초록의 식물을 두면서 인테리어 효과가 많이 높아졌어요. 심리적 안정도 주는 것 같고요.
최근엔 조명을 다 바꿨어요. 지난 해 코펜하겐 여행을 다녀오면서 인상 깊었던 것이 가구와 조명이였는데, 어떤 조명들을 어떻게 배치하는가를 유심히 살펴본 이후에 쭉 - 고민해 왔어요. 그렇게 고민 끝에 결정한 조명들입니다. 전보다 좀 더 미니멀하고 간접등을 통해 아늑하게 만들어줬어요.
밤의 모습이에요. 은은한 간접조명들이 공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줘요. 북유럽의 집들은 거의 간접등으로 조명을 쓰는데 그 아늑함이 너무 좋더라고요.
척척척, 정리정돈된 주방
거실 반대편에 위치한 주방입니다. 창 바깥으로 서울역과 남산이 보이는데, 주방을 이용하면서 지루하지 않아 더욱 좋은 공간이에요.
일주일에 하루는 집에서 근무하는 남편에게 식탁은 업무 공간이 되기도 해요. 주말에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요.
저희 부부는 둘 다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이에요. 남편이 예전에 한 말 중에, 집이 어지러워지는 것은 그 물건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소품이 꽤 많은 편인데도 모든 물건들에 자리를 정해주었어요.
모든 물건들이 각자 있어야 하는 장소가 부여되다보니, 쉽게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어 정리정돈이 쉬워지더라고요.
식탁에는 톤 체어를 함께 배치했는데 톤 체어 특유의 곡면이 집안을 더욱 아늑하게 해 주었어요.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하기에는 적합한 의자는 아닌데, 거실에서 식사를 하거나 식사 또는 술자리 모임을 가지는데 있어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아서, 이 의자의 역할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 수 있었어요. 휴식의 공간을 지향하는 저희의 방향과도 부합하기도 하고요.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가 무인양품이라서, 집안 곳곳에 무인양품의 전자제품이나 소품들이 많이 보일 거예요. 얼마 전 무인양품 선반을 구매했는데 설치하러 오셨던 기사님이 한 눈에 “저희 제품이 정말 많으시네요”라고 하시더라고요 :)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침실
침실은 절대적으로 휴식의 공간이라 휴식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요소들은 최대한 배제했어요. 다만 꼭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좋은 제품을 쓰려고 했고요. 세레스홈 침대 프레임과 템퍼 매트리스는 너무 만족스러워서 다시 고르더라도 이 제품을 고를 것 같아요. 다만 단점은 집을 떠나서는 편하게 못 잔다는 거죠. (웃음)
각자 취침시간이 조금씩 달라서 조도가 낮은 스탠드를 양쪽에 똑같이 배치했어요.
액자는 걸지 않고 바닥에 놓았어요. 벽에 무언갈 많이 걸어두는 것보다 아래에 두는게 좀 더 안정감 있어보였거든요.
침대 반대편 공간입니다. 저희가 여행하면서 구입한 마그넷들을 보관하고 있어요.
여행하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함께 새로운 곳들을 더 많이 가 보려고 해요. 여행하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맛있는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그 도시를 즐기는 것이 저희가 좋아하는 활동들이랍니다.
빈 벽면에는 아늑한 느낌을 주기 위해 마크라메를 벽에 걸었어요.
담백하고 간결하게, 옷방
전셋집이기 때문에 옷장을 설치하는 것보다 조금 더 간결한 형태로 만들었어요. 이케아에서 구입한 벽걸이 행거를 활용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잘 활용하면 좋은 인테리어 효과를 내더라고요. 핀터레스트에 올라온 사진들을 참고하여 저비용으로 어떻게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반대편에는 화장대와 거울을 설치했어요. 우드 행거에는 자주 입는 옷들이나 아직 다림질하기 전의 옷들을 걸어둬요. 함께 사는 데 있어서, 나름대로의 규칙들을 정해두고 사니 편해요.
남산이 보이는 집
남산이랑 위치가 가까워서 옥상에서는 남산이 잘 보여요. 집이 언덕에 위치해 매일 걸어 다니기 힘들어도 날씨 좋은 날에 옥상에 올라가면 탁 - 트인 광경에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옥상에서 바베큐를 하는 것도 저희 부부가 즐기는 여가 활동 중 하나예요. 봄부터 가을까지는 바베큐를 한 달에 1-2번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바베큐 장비를 두고 도심 옥상 캠핑을 즐기고는 합니다.
부부의 삶이 담긴 공간
앞으로는 집을 큰 틀에서 변경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하거나, 아예 새로 건축해 보고 싶어요. 한국의 일반적인 주거 형태인 아파트가 저희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과는 부합하지 않더라고요. 사는 사람의 니즈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공급자의 측면에서 평균적인 가정에 맞춰서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 구조가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결국 저희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려면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건축가들이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그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건축이나 공간을 만들고 싶고, 그래서 언젠가는 저희가 고민하고 결정한 방식으로 저희의 삶이 더 행복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는 공간을 직접 구현해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