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은 아버지의 오랜 꿈이었다. 더 늦기 전, 그 바람을 이루고 싶다며 부모님은 은퇴가 다가올 무렵부터 집 지을 땅을 찾아 전국을 다니셨다. 그렇게 꼬박 2년. 연고도 없던 충청북도 괴산에서 지금의 땅과 마주하기까지. 자연을 가까이 둔 공기 좋은 마을, 그야말로 사람 사는 곳 같았다고 하셨다.
집 짓기 시작
몇 번의 계절이 바뀌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던 무렵, 첫 삽을 떴다.
공사 전, 대지는 좋은 경치를 가졌지만 좁고 긴 대지의 모양이 고민이었다. ‘땅의 모양에 맞춰 집을 어떻게 앉혀야 할까'가 설계상 풀어야 할 이 집의 가장 큰 숙제였다.
바닥은 터파기 후 버림 콘크리트, 줄기초 작업 등으로 바닥기초공사가 진행되었다.
구조는 비용의 한계로 경량철공조로 선택해 경량 철골 기둥을 설치한 다음 내벽 패널을 시공하였다.
벽체는 벽과 천장 등 패널이 만나는 모든 부위에 우레탄 폼을 충진했다.
그 다음 창호 설치 후, 구조재와 창호 프레임 사이 실란트 시공을 했다.
외벽 벽돌 조적과 줄눈 공사 후 발수코팅 작업이 진행됐었다.
안으로 들어와서 내벽은 석고보드 2P를 기본으로 하고 보강이 필요한 곳은 합판 마감 후 석고보드로 시공했다.
타일을 공사할 때 욕실은 방수 석고 위 액체 방수, 우레탄 실란트 방수 후 타일 마감을 했다.
마지막으로 올 퍼티 후 도장 공사를 하였다. 이후 조명 및 강마루 공사가 이뤄졌다.
보금 자리 완성
그렇게 완성된 집. 딸은 부모님이 원하는 바를 집 곳곳에 담았고 두 분의 새 보금자리를 차곡차곡 완성해갔다.
주변 산과 어우러진 주택 외관. 대진 특성상 집은 남서향으로 앉혔다. 샌드위치 패널 사이엔 경량철골기둥을 세워 공기층을 형성하고, 각 접합 부위를 밀실하게 처리해 단열 효과를 높였다. 그리고 집 한 편엔 장독대를 놓을 수 있는 장소로 마련했다.
대지 경사로 출입구에 계단이 있다. 보통 계단 높이보다 낮게 해 오르내리기 편리하도록 했다.
1층은 36평으로 부모님에게 딱 맞는 내실 있는 공간 구성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작은 치수 하나까지 고민해 각 실을 나누고 배치한 덕분에 불필요한 면적으로 혹여 생길 관리의 어려움은 미리 방지할 수 있었다.
시골에 맞는 현관
붙박이장을 제작해 공간을 넓게 구성한 현관. 그 현관문 맞은편에는 시골 생활로 인해 생긴 여러 가지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를 두어 편의를 도모했다.
어머니를 배려한 주방
깔끔한 다이닝룸과 주방. 어머니의 모든 로망이 이루어지는 주방은 이 집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한다.
그동안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온 획일화된 아파트 평면에서 벗어나 요리를 즐기는 어머니를 위해 주방과 다이닝 공간을 가능한 넓게 구성했다.
주택 내부에 있는 창문이나 천장 몰딩, 걸레받이 등이 도드라지지 않게 정리만 되어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인테리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주방과 이어진 다용도실
주방과 이어진 다용도실은 어머니의 동선을 배려한 공간이다. 다용도실 뒷문으로 나가면 수독가, 가마솥, 텃밭과 연결된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공간. 거실
주방이 어머니의 공간이라면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거실. 널찍한 창으로 둘러싸인 거실은 변하는 계절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인지 볕이며 빗줄기이며, 땅거미 지는 하늘의 색감도 늘 집 안으로 살며시 녹아든다. 외부와 연계된 큰 창때문에 개방감이 든다. 거실 실링팬은 높은 천장고로 인해 열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안방
드레스룸과 욕실을 갖춘 안방. 남향이라 언제나 따뜻하 볕이 든다. 창마다 방범방충망으로 설치해 보안에도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안방 욕실
안방과 같은 동선상에 놓인 욕실. 욕조 옆에는 안전바를 설치하여 연로한 부모님이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위험에 대비했다.
부모님을 배려한 설계
안방에서 나와 복도를 보면, 모든 창문과 방문의 높이를 통일하고 문이 없는 개구부는 안방 높이를 동일하게 하여 수평을 맞추었다.
욕실 2
밖에서 들어와 바로 손을 닦을 수 있도록 세면대는 욕실 밖으로 내었다.
고마운 시골집
뒷마당에는 매일 들여다보게 되는 밭이 생겼다. 허리 굽혀 땀 흘려야 하는 노동이 뒤따라도 내 손으로 가족이 먹을 것을 기른다는 건, 큰 기쁨과 자부심을 품게 했다.
피곤할 법도 한데, 시골에서의 일들은 이상하리만치 부모님께 행복한 노동으로 다가올 뿐이다.
갑갑한 아파트 안에선 표정이 굳어있던 아버지가 “집이 너무 좋아서 오래 살아야겠다"며 호탕하게 웃으신다. 툭 뱉으신 한마디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렇게 시골집은 부모님과 딸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어주었다.
*사진작가 : 변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