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고 단순하게 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을 하는 남편과 살고 있는 9년 차 그래픽 디자이너 김보람입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항상 트렌디하고, 현재의 흐름에 대해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일하는 동안은 바쁘고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집에서의 시간만큼은 식물에 물 주기, 식물에 난 새 잎 살펴보기 등 별거 아닌 느릿느릿한 일상을 좋아해요.
온전히 내가 만드는 나를 위한 공간
결혼 4년 차에 드디어 저희 집을 장만하여 이사한 지는 6개월 되었어요. 엄마께서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고 계셔서 과감하게 셀프 인테리어로 진행할 수 있었어요. 아마 엄마와 함께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예산과 일정이었어요.
처음 집을 보러 갔을 때 탁 트인 거실의 큰 창으로 보이는 작은 산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비록 마당이 있는 주택이 아니더라도 자연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었거든요:-) 빼꼼 남산타워가 보이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현관이에요.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이 조명이에요. 제일 적은 비용으로 제가 원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조명이라고 생각했어요. 현관과 식탁, 드레스룸 등 대부분의 조명은 한 달 넘게 빈티지 제품을 검색해서 구입했어요.
재미있는 배치의 거실
집에 놀러 온 친구마다 재미있게 생각하는 부분이 거실의 소파 배치에요. 소파와 TV가 전에 살던 집(20평대)에 맞추어 구입했기 때문에 이사한 집의 공간에 비해 작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소파와 TV를 새로 구입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게 배치하려다 보니 나오게 된 입체적인 배치랍니다. 세탁물이 많을 때에는 빨래건조대를 펴서 세탁물을 말릴 수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화분과 액자를 놓을 수도 있어요. 공간 활용도 면에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곳이에요.
소파의 앞 쪽으로는 예전에 사용하던 TV가 놓여있어요.
남편은 음악을 전공하고, 아빠께서 빈티지 오디오에 관심이 많으세요. 남편과 아빠 취향의 앰프와 스피커 세트를 가져다 두었더니 제 취향과는 다르게 거실에 음향 관련 기기들이 많아졌어요.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 | 다이닝
제가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식탁이 있는 다이닝 공간이에요.
식탁 옆으로 주방으로 이어지는 쪽 벽에는 상부장을 철거하고 티크 선반을 달았어요.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가 이사 기념 선물로 직접 만들어 준 거예요. 그 친구가 지금의 남편과 저를 소개해주기도 해서 더욱 의미가 있는 선반이랍니다:D
예산을 줄이기 위해 싱크대 바디 부분은 그대로 사용하고 도어 부분만 교체하는 걸로 작업했어요. 예산을 줄이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이었지만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애를 먹었던 부분이에요.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을 좋아해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평일에는 여유가 없어서 주로 만들어 놓은 반찬을 먹는다든지 외식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주말이나 친구들을 초대했을 때는 최대한 정성스럽게 요리하고 예쁘게 플레이팅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둘이 사는데 6인용 식탁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지만 제가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는 가구에요. 친구들을 맘껏 초대해도 걱정이 없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다용도 공간으로서 집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답니다.
식탁 위 스타일링만 바꾸어도 집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테이블 러너는 손쉽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아이템 중 하나에요. 꽃과 함께 매칭하여 바꿔주는 것이 요즘 저의 재미 중 한 가지에요.
따뜻한 분위기의 침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공간은 침실이에요. 침실은 아무래도 다른 공간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으면 했어요. 그린 컬러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테이블 러너 하나로 다이닝 공간의 분위기를 손쉽게 바꾸었다면, 침실의 분위기는 침구로 변화시킬 수 있어요. 저는 전체 베딩을 바꾸지 않고, 계절에 따라 러너와 베개커버만 교체해 주고 있어요.
침대 옆쪽으로는 화장실과 드레스룸으로 연결되는 공간이 있어요. 원래 붙박이 형태의 화장대가 있었어요. 천장까지 수납공간으로 짜여 있어 실용성은 좋았지만 답답한 느낌이 들어 과감하게 철거하고 그 부분을 포인트 공간으로 살려 저만의 파우더룸을 만들었어요:)
포인트 조명과 벽지로 완성한 저만의 공간, 파우더룸이에요. 예전에 사용하던 서랍장이 운 좋게 사이즈가 맞아서 두고, 빈티지 거울로 만든 화장대입니다.
집이란 온전히 내가 만든 나를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고, 좋아하는 사람과 지낼 수 있는 공간 말이에요. 획일화된 아파트라는 공간을 내 멋대로 꾸며 ‘나다운 공간’에서 ‘나답게 살기’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이 집에서의 시간이 쌓여가는 만큼 남편과 저의 취향과 생활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