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남녀가 상해에서 만나,
친구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부부가 되어
네덜란드 레이든에 살고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중국 상해에서 각자 일을 하던 중에 만났어요. 저는 대만회사의 마케팅VMD로, 남편은 IT세일즈맨이었어요. 처음 만난 장소가 상해의 유명한 S******라는 사람 얼굴이 잘 안보이는 클럽이었어요. 재미있게도 서로 친구들과 함께 스피커 앞자리를 차지 하려다 만났어요(웃음)
네덜란드에 정착하게 된 이유
네덜란드에 정착하기로 결심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슬로우리빙, 심플라이프를 희망했기 때문이에요. 지금 살고있는 도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남쪽으로 20분정도 떨어진 Leiden이라는 도시에요.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고, 램브란트가 태어난 도시이자 교육의 도시로 알려져 있어요.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은 복층구조의 아파트에요. 28평이지만 복층이라 훨씬 넓은 느낌이에요. 더치 남편과 진저캣 ‘jimmy’와 함께 살고 있어요. 집에서 일하며 놀고, 그 밖에는 이곳 레이든의 역사적인 건축물이나 작은 골목길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센스있는 하모니’ 이클레틱(Eclectic)스타일
인테리어 컨셉을 명확하게 표현하라면 믹스매치 절충의 이클레틱(Eclectic) 스타일이에요. 미드센츄리, 모던, 빈티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 모두 섞여 있어요. 이것저것 섞다 보면 통일감은 없고 어수선해 보일 수 있는데, 그래서 이클레틱 스타일의 핵심은 ‘센스있는 하모니’가 아닐까 싶어요.
가구와의 인연
먼저 어떤 스타일의 디자인 및 소재와 컬러가 내 취향인지 또는 집에 어울릴지 충분한 자료를 찾아요. 그런 다음에는 열심히 발품을 파는거에요. 유럽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네덜란드에는 리사이클링 스토어와 빈티지 가구점, 그리고 플리마켓이나 빈티지 박람회도 있어서 열심히 찾아다니다 보면, 인연을 만나 듯 마음에 꼭 드는 가구나 조명을 만나게 돼요.
거실은 기존 시멘트 바닥에 창고 바닥용 페인트를 칠했어요. 인테리어를 DIY할 수 있는 샵들이 마트만큼 일반적이어서 다양한 용도의 페인트를 원하는 컬러로 쉽게 조색 할 수 있어요.
그레이 컬러의 바닥에 화이트 벽을 베이스로 하고, 진한 톤의 러그를 깔아서 중심을 잡아줬어요. 그리고 원목가구로 온기를 더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외면 받았지만 제 눈에는 새 가구보다 더 멋있는 오래된 가구들을 정성스럽게 복원해서 사용하는 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합니다.
빈티지 식기가 가득한 주방
주방도 이미 있었던 상태에서 싱크대 하부만 블랙 시트지로 커버해서 분위기를 다르게 해주었어요. 바닥에는 키친 러그를 깔아 자칫 어둡고 차가워 보일 수 있는 부분을 보완했습니다. 제가 애정하는 식물도 곳곳에 있구요.
인덕션 위 쪽에는 클라임드 우드를 활용한 오픈 선반을 설치해서 좀 더 네츄럴한 분위기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반대편인 냉장고 옆쪽에는 아직 마음에 드는 그릇장을 만나지 못해서 창고에서 흔히 쓰는 찬넬형 알루미늄 선반장을 두고 사용중이에요. 블랙 컬러로 칠해서 싱크대 하부와 컬러를 통일했어요.
여름에만 즐겨 찾는 테라스
테라스에는 팔레트를 활용해서 테이블과 소파를 만들었어요. 재활용 소재로 채워진 아웃도어용 쿠션을 소파 쿠션으로 놓아주었어요.
비록 여름에만 좋아하는 공간이지만, 아파트임에도 제법 넓은 테라스 덕분에 이곳에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주말엔 브런치를 즐기거나 바베큐 파티도 하고는 해요. 또, 간단한 채소나 허브는 여기서 직접 길러 먹어요.
독특한 형태의 계단
다시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 볼게요. 완벽한 나선형은 아니지만 나선형 계단의 형태를 한 계단이 있어요.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나오는 2층의 첫 모습이에요. 남편과 저, 둘 다 그릇과 조명을 좋아해서 집안 곳곳에 빈티지 디자인의 조명이 있어요. 종종 바뀌기도 하구요. 2층 계단을 밝히고 있는 조명은 네덜란드 브랜드 Dijkstra의 실링 글라스 램프에요.
팔레트를 활용한 침실인테리어
이사를 하자마자 제일 먼저 침대 프레임을 만들었어요. 팔레트를 주문해서 거친 부분은 샌딩을 했어요.
사이드테이블은 절반으로 자른 뒤에 메꾸고.. 엄청난 시간과 노동력을 바쳐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넓은 작업공간과 샌딩기계가 없는 분에게는 비추하는 작업입니다.
식물이 집합해 있는 서재이자 게스트룸
아주 작은 드레스룸과 두개의 침실 중 다른 한개의 방은 다용도실로 사용할 수 밖에 없어서 이 방은 평소에 책도 보고, 제품 촬영도 하는 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지미(고양이)에게 독이 되는 식물들은 모두 여기에 집합시켜 돌봐주고 있답니다. 책상은 50년대 책장은 70년대 빈티지 가구에요. 햇살이 잘 드는 방과 너무 잘 어울리는 따뜻한 느낌의 가구죠.
한 켠으로는 공간활용에 편리한 소파베드를 놓았어요.
손님이 오면 언제든지 펼쳐서 편안한 침대로 변신함과 동시에 게스트룸으로! 소파 위에 걸려있는 것은 ‘스쿨 차트’라는 아이템이에요. 최근 유럽에서 플랜테리어와 더불어 빈티지 보테니컬 아트, 동식물 등의 학습 차트가 홈 스타일링 아이템으로 굉장히 유행하고 있어요.
저에게 ‘집꾸미기’란 라이프 자체에요.
오래 전 한국에 이케아가 들어오지 않았던 당시에도 잠만 자는 자취방 원룸에 이케아 가구들로 채우고 셀프 시공이나 리폼을 해서 살았어요. 중국에서도 이사를 다닌 집마다 페인팅과 패브릭으로 홈 스타일링을 해서 집주인들이 좋아했었어요. 잠시라도 제가 머무는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는 편이에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그냥 제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며 인생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사실.. 최근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장만하게 되었어요. 아파트가 아닌 넓은 정원이 있고, 벽난로가 있는 독특한 구조의 70년대 주택이에요. 벌써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어요. 저에게 꼭 필요한 작은 스튜디오를 만들고, 남편과 함께 모은 컬렉션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예정이에요.
주말이면 친구들을 초대해서 정원에서 바베큐 파티도 하고,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수많은 친구들이 매년 놀러 오면 함께 또 일상을 공유하며 재미있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엄청난 고생과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아주 설레고 재미있는 모험인 것 같아요.
조만간 새로운 집도 소개하러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