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실현시켜 준 나의 인테리어 로망"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지 1년 반 된 동갑내기 부부입니다. 남편은 가구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저는 긴 유학 끝에 한국에 들어와 바로 백일상 사업을 작게 하고 있답니다. 처음 집을 구입해 남편이 인테리어 권한을 저에게 줬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셀프 인테리어는 남편이 없었으면 절대 불가능했더라구요.
그래도 남편이 제가 원하는 걸 많이 실현하게 해줘서 마음 편히, 재미있게 집을 꾸민 기억이 있네요. 그 기억들을 되짚어 보며, 여전히 꾸미기 진행 중인 저희 집을 소개하려 합니다.
남편과 나의 공간을 직접 꾸미는 일
남편과 저는 따로 인테리어 업체를 끼지 않고 직접 설비까지 해서 디자인한 후 전문가를 섭외해 반셀프 리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 총 비용은 4000만원 정도 들인 것 같아요. 남편이 타일시공 전문가라 타일에서 많은 비용을 아낄 수 있었어요.
집의 전체적인 컨셉을 잡고 공사일정, 그리고 각 공사에 필요한 기술자분들까지 모두 섭외한 뒤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거실 BEFORE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의 밝은 집을 원해서 아트월과 벽지들은 모두 철거했어요. 그리고 벽면 아래에는 웨인스코팅을 낮게 제작해서 붙여 주었습니다.
거실의 샷시는 건드리지 않고, 필름 시공으로 하얗게 색깔만 바꿔주었어요. 바깥 풍경을 전부 담은 큰 창이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요.
거실 AFTER
완성된 거실의 모습입니다. 화이트&우드로 전체적인 색감을 맞췄어요.
특히 집에서 촬영을 많이 하기 때문에 화이트색으로 페인트 시공을 했어요. 시공 중에 가장 큰 돈이 들어간 부분이지만 가장 만족도가 높은 인테리어입니다.
바닥 쉐브론 공사도 기술자를 찾기 어려워서 애를 먹은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아는 분의 아는 분을 소개받아 겨우 작업했어요. 거실의 분위기는 쉐브론이 다 살렸다고 봐야죠.
웨인스코팅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어서 저희가 직접 디자인해서 시공했는데, 목공 아저씨의 많은 도움 덕분에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어요. 촬영존으로 쓰기 딱이랍니다. 촬영을 할 땐 가구를 싹 치워야 해서 일부러 가벼운 가구 위주로 골랐어요.
천장에는 중앙등과 함께 간접조명이 있는데요. 시공 전 많은 인테리어 자료들을 참고했을 때, 노출천장에는 간접조명이 잘 어울리더라구요. 다만, 노출천장이라 펜던트 조명 설치가 조금 어려웠어요. 아직도 시행착오중이랍니다.
거실에 있는 긴 수납장은 남편이 직접 캐드로 디자인해서 맞춤 제작한 가구예요. 수납공간까지 모조리 다 철거한 상태라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고 한참 후에 디자인을 해서 의뢰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아기들의 백일상을 꾸며주는 '바망 파티'를 운영하고 있어요. 결혼을 하면서 개인 판교 작업실을 신혼집으로 옮겨 왔고, 바망파티 소품들을 수납할 공간이 많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기존의 수납장을 사기 보단 저희 집에 맞춘 수납장을 만들게 되었어요. 집에 있는 가구들은 대부분 맞춤 제작한 것들이에요.
평소에 독특하거나 디자인적인 인테리어 소품들을 사는 걸 좋아해요. 백일상 작업 외에도 집안 곳곳에 소품들을 활용해서 인테리어하고 있어요.
거실 벽면의 크기대로 맞춰 짜 넣었기 때문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을 줘요. 라인에 집착하는 제 성격이 반영되는 곳입니다.
로망 실현, 주방
집 공사에 들어가기 전 참고한 해외 주방 인테리어자료예요. 이 사진들을 저장해 뒀다가 남편에게 보여주며 꼭 주방은 이렇게 해달라고 부탁했었죠.
제 로망대로 주방 도면을 그려 전문업체에 의뢰했어요. 디자이너분들과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남편이 직접 캐드로 작성한 도면입니다.
거실과 주방에는 벽으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어요.
저는 오픈형 주방을 원했기 때문에 주방과 거실 사이에 있는 가벽을 시원하게 철거했습니다.
수도 배관까지 한 바퀴 돌려 거실을 볼 수 있는 ㄷ자 형태로 완성한 주방입니다.
한쪽 벽면에는 붙박이장을 설치하고 그 옆으로 조리할 공간들을 넓게 두었어요. 남편과 동시에 요리할 때 서로 겹치지 않아 참 좋아요.
상부장은 따로 달지 않고 선반을 두고 사용 중이에요. 임시로 이케아 철제 선반을 달고 사용하다 나무 선반으로 바꾸자 하였는데 아직 요리 초보라 처음 상태로 사용하고 있네요. 조만간 나무 선반으로 교체하고 예쁜 그릇과 컵으로 장식하고 싶어요.
주방의 타일은 전부 남편이 셀프로 붙여 주었어요. 조명을 켜는 순간 반짝 반짝 빛이 나는 주방입니다.
같은 구조의 아파트에서는 보통 냉장고를 벽면 옆으로 많이 두는데 저는 정말 깔끔한 대면형 구조이길 원했어요. 그래서 냉장고를 붙박이장 옆으로 두었죠.
냉장고가 있는 자리는 사실 뒷 베란다로 가는 통로였어요. 통로에 냉장고를 둔다고 시공하시는 분들이 한마디씩 했던 부분이었어요.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아주 힘들었던 작업과정을 거쳤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진행했습니다. 뒷 베란다는 세탁실로만 사용해서 과감하게 진행했어요.
주방 뒤 시크릿 세탁실
냉장고 옆 작은 통로로 들어가면 나오는 세탁실이에요. 수도 배관을 재배치하여 만든 공간이에요.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나오는 베란다는 다용도실로 이용하고 있어요. 공구나 잡동사니들은 이 곳에 다 모여져 있답니다.
냉장고 뒤편에는 옷걸이를 부착해 앞치마나 캔버스 백 등을 걸어두었습니다.
부부의 아늑한 침실
저희는 집에서 가장 작은 방을 침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숙면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오로지 잠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최대한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침대 밑쪽에는 기존에 쓰던 수납장을 두었어요. 공간을 좀 더 넓게 쓰기 위해 모서리 쪽으로 가구를 배치했어요.
선반만 있던 수납장에 옷을 걸 수 있는 봉을 달아 개조한 오픈형 옷장이예요. 여기에는 주로 입는 데일리옷들을 수납하고 있습니다.
침실에 지은 남편의 취미 공간
침실에는 기존에 붙박이장이 있었는데, 전부 없앴어요. 재미있는 공간이 나올 것 같아 붙박이장을 새로 하지 않고 또 하나의 시크릿 장소로 사용중입니다.
붙박이장이 있던 곳은 남편만의 공간으로 재탄생했어요.
미니 붙박이장을 떼어 버리고 선반들을 달아 수납공간을 만들어 주었어요. 이 곳에는 남편의 레트로 게임기와 피규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답니다.
바망 파티가 시작되는 공간, 바망의 작업실
가장 큰 방은 제 작업실로 쓰고 있습니다.
컴퓨터 책상, 작업대, 그리고 소품 수납까지 모두 들어가는 공간은 이 곳 밖에 없더라구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가장 깨끗한 공간을 유지하려고 애씁니다.
중앙의 원목 테이블 뒤에는 붙박이장을 철거하고 벽고정 수납장을 설치했어요. 오픈형 수납장이기 때문에 커튼을 따로 달아 주었습니다.
커튼을 열면 바망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답니다. 컬러별로 분류해서 정리했어요.
가끔 집에 손님이 많이 올 경우엔 이 곳에서 식사를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커튼으로 가릴 수 있어서 좋아요.
중앙의 테이블 맞은편에도 따로 책상을 두었어요. 책상에 올려지는 소품은 수시로 바꿔주면서 새로운 디자인 영감을 얻고 있어요.
작업실로 쓰고 있는 이 방은 원래 베란다가 따로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수납 공간을 좀 더 활용하기 위해 중간 샷시를 없애고 목공으로 문 2개를 할 수 있도록 시공했죠.
창문이나 샷시를 넣을까 했는데 오히려 이게 더 넓어 보이고 작업하기도 훨씬 편하더라구요. 그래서 아무것도 달지 않고 이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베란다가 있던 공간에는 맞춤 제작한 수납장을 두었어요. PET 신소재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오랜시간 동안 변색이 없다고 해요. 한동안 가구계를 주름잡던 데코시트를 대체할 차세대 신소재라고 하네요. 여기에는 캐리어나 이불 등 큰 짐들이 수납되어 있어요.
작업실 옆 화장실
베란다에서 다시 방으로 들어오면 정면에 화장실이 보여요.
붙박이장을 제거하고 세면대를 밖으로 빼내 호텔 스타일로 변경했어요. 화장실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세면대, 오른쪽에는 옷장을 만들었습니다.
세면대를 밖으로 빼니 작업할 때도 편하고 호텔식이라 느낌이 새로워요.
다만, 아직 마음에 드는 거울을 찾지 못해 미완성인 세면대입니다.
작업실의 화장실도 모두 셀프로 진행했어요. 타일 시공 전문가인 남편의 손길이 닿은 공간입니다.
벽돌 타일로 완성한 화장실은 클래식한 느낌이 들어요.
기본에 충실하게, 현관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곳은 저희 집의 현관이에요. 칙칙한 우드 스타일의 신발장과 중문이 있었어요.
중문은 유리로 제작했고, 기존의 어둡고 좁은 현관이 좀 더 넓어 보일 수 있도록 슬라이딩 도어로 바꿔 주었어요.
신발장도 직접 맞춤 제작했습니다. 베이지톤의 심플한 수납장이에요. 집안의 수납장을 모두 같은 톤으로 통일하니 집이 확실히 정리된 느낌이에요.
집의 첫 모습이니만큼 깔끔함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신발 수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조금 더 아늑한 집으로
반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조명이에요. 스탠드 조명이나 펜던트 조명으로 조명 설비를 조금씩 수정하면서 조금 더 아늑한 공간으로 꾸미고 싶어요. 아울러, 그림 보는 안목을 얼른 키워서 그림 한 점 거는 게 앞으로의 집꾸미기 목표입니다.
"미니멀한 바망의 공간"
집은 저희 부부에게 휴식의 공간이에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고 있지만 아직도 정리해야 할 짐이 많아요. 짐을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깨끗한 집을 유지하며 편안한 집을 만들어 갈 거에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