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말괄량이 4살 딸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주부이자 현재 패브릭 브랜드 '르쁘띠'를 운영하고 있는 HJ입니다. 2015년도에 마이너스옵션아파트를 분양받아 인테리어업체의 도움 없이 혼자 고군분투하며 지금의 집을 완성했어요. 풀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모델하우스의 인테리어가 제 취향에 맞지 않았어요. 또,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제가 원하는 집을 직접 인테리어해보고 싶기도 했구요.
저는 최대한 친환경적인 자재로 집을 채우고 싶었어요. 공사를 직접 관리 감독해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말만 친환경인 제품들이 많아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우고 그에 부합하는 자재들로 채우려고 노력했어요. 그에 대한 보상인지 아직까지 저희 가족은 새집 증후군 없이 잘 지내고 있답니다. ^^
아파트는 34평이고 각 공정별로 작업자를 직접 섭외하여 셀프로 관리 감독했습니다. 반장님 섭외부터 집 전체 스타일링까지 약 2개월의 시간이 걸렸고, 순수 공사비는 총 3천만원 정도 들었어요.
날 것의 아파트와 마주하다
저희가 분양받은 마이너스옵션 아파트의 민낯이에요. 이 상태를 보고 한동안은 멍했어요. 어느정도 각오는 했지만 마감이 전혀 안 된 아파트를 보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더라구요.
인테리어 서적과 블로그, 셀프 인테리어 카페를 오가며 공부했던 전의도 상실되는 순간이었어요.
그래도 인테리어에 대한 미련과 한을 이 집에 다 풀고 싶었어요. PPT에 각 공정별로 계획도를 만들어 공간 곳곳에 붙여두고 매일 현장에 상주해 작업자 분들과 작업내용을 조율했어요. 다행히 좋은 분들을 만나 순탄하게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정말 인테리어 공사의 8할은 인복이 아닐까 싶어요.
모던함과 아늑함이 느껴지는 현관
먼저 현관의 비포 사진이에요. 바닥에 타일조차 깔려있지 않았어요. 벽은 석고보드와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었구요.
바닥엔 타일을 붙이고, 신발장을 짜 넣었어요. 신발장은 화이트 무광에 터치형으로 제작했는데, 손잡이가 없어서 그런지 더욱 깔끔하고 모던해 보여요. 집안의 각종 붙박이장들은 모두 eo등급으로 선택했어요.
신발장 아래에는 띄움 시공을 하여 간접등을 설치했어요. 덕분에 분위기도 더하고, 안 신는 신발들을 숨겨 놓으니 훨씬 보기 좋은 현관이 되었어요.
화이트와 무몰딩의 만남
현관으로 들어오면 거실로 향하는 긴 복도가 있어요. 일반적인 주거시설에서 보인 걸레받이와 몰딩을 과감하게 없앴어요. 많은 반장님들께서 마감이 깔끔하지 않다고 만류하셨지만 더 모던하고 깔끔한 집을 위해 결정했죠. 화이트와 무몰딩이 만나 집이 더 넓어 보이고 깨끗해보여요.
거실로 가는 길 왼편에는 작은 공간이 숨어있어요. 도어를 만들지 않고 오픈형으로 얇은 커튼을 달았어요. 심심해 보이지 않도록 행잉 식물로 포인트를 줬습니다. 안에는 제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 꾸미는 중이라 안쪽은 공개하지 않을게요!
뻔하지 않은 주방을 만들기 위해 -- 주방 BEFORE
페인트 마감이 된 주방 모습이에요. 주방엔 타일을 붙이지 않았어요. 저희 집엔 굉장히 실험적인 인테리어가 많아요. 한국 주방에서 흔히 보이는 타일이 보이지 않죠. 페인트칠을 총 3번 도장해서 걸레나 물티슈로 닦아도 내구성에 문제가 없어요.
같은 타입 옵션 세대의 경우 'ㄷ'자형 주방이 설치되어 있어요. 하지만 저는 냉장고와 가스레인지 위치를 옮겨 'ㄱ'자형 주방으로 좀 더 개방적인 주방을 원했어요. 그리고 상부장은 과감히 생략했죠.
개방형의 'ㄱ'자 주방 완성 -- 주방 AFTER
짜잔! 제 생각이 가득 담긴 주방의 완성 모습이에요. 냉장고는 맨 왼편에 두고 'ㄱ'자형으로 하부장을 제작했어요. 벽타일 없이 화이트 페인트칠로 마무리해 더 깔끔한 주방이 완성됐어요.
주방의 개방감을 더욱 살리기 위해 식탁과 의자는 최대한 간결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골랐어요. 서로 같은 브랜드 제품이 아닌데도 참 잘 어울려요.
식탁 뒤편으로 있는 싱크대는 상부장이 없으니 정말 탁 트여 보여요.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고 시원해 보이죠. 허전한 벽에는 선반을 달아 주었어요.
주방에는 인덕션을 설치했어요. 인덕션을 창가쪽에 배치해서 타일이 없어도 요리하는 데 더러워지지 않아요. 아직 조작이 익숙하지 않지만 청소도 편하고 무엇보다 물 끓는데 30초밖에 안 걸려요. 라면 좋아하는 남편에게 희소식이죠!
많은 분들이 상부장이 없으면 수납공간이 부족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하부장을 알차게 구성하면 상부장이 없어도 수납이 부족하지 않아요.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거실
주방 맞은편으로는 거실이 있어요. 거실에는 최소한의 필요한 가구들만 배치했어요. 마루접착제는 친환경소재인 바커 t3000으로 했습니다.
거실벽도 하얀색으로 페인트칠해서 어떠한 색의 가구와 소품과도 잘 어울려요. 페인트 역시 친환경적인 벤자민 무어 페인트를 선택했어요.
거실장은 화이트로 싱크대 업체에서 맞췄어요.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낮게, 그리고 부족한 수납을 위해 가로로 길게 짜 넣었습니다.
때에 따라 가구 배치를 바꿔 변화를 주기도 해요. 주방의 식탁을 거실로 옮겨 작업 테이블로 쓰기도 하고, 손님들이 집에 놀러오면 창가 쪽으로 옮겨 같이 차를 마시기도 해요. 거실에 가구가 많지 않다 보니 청소도 훨씬 수월하고 집의 분위기도 계속 바꿀 수 있는 것 같아요.
화이트톤의 미니멀한 안방
거실 옆 안방은 저희 부부의 침실로 이용하고 있어요. 침실은 잠만 자는 용도이기 때문에 침대와 협탁 외에 아무것도 두지 않았어요.
침대는 가로 180cm의 킹베드에요. 조립 가구였는데 남편이 연차내고 장장 7시간에 걸쳐 완성해줬어요. 하단 양쪽에는 모두 6개의 서랍이 있는데 아이의 옷 대부분이 여기에 수납되어 있어요.
최근엔 도련님이 어린이날 선물로 딸아이의 침대를 선물해줬어요. 그래서 남편과 둘이 편히 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적응이 안되는지 자다가도 저희 침대로 올라오네요.
침실 옆 공간이에요. 욕실로 이어지는 작은 공간에는 화장대를 두었어요.
화장대 역시 거실장과 함께 싱크대 업체에서 맞췄어요. 매일 쓰는 화장품은 화장대 위에 꺼내 놓고 쓰고 있어요.
밤에는 가끔 초를 켜고 은은한 분위기를 내는 공간이기도 해요.
공주님을 위한 엄마의 선물, 핑크색 아이방
이사오기 전 남편과 살던 신혼집에는 아이방이 없었어요. 그래서 인테리어를 준비할 때 아이에게 정말 예쁜 방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누가 봐도 여긴 딸아이 방이야"라고 할 정도로 핑크핑크하게 도배하고 싶었죠.
예쁜 핑크색이 입혀진 아이 방이에요. 핑크 컬러가 얼마나 많던지, 컬러 고르는 데에도 반나절은 걸린 것 같아요. 시공 후에 페인트 팀장님이 색상 참 잘 골랐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오는 사람마다 아이방이 너무 예쁘다고 해서 뿌듯했어요.
아이방 가구는 모두 이케아 STUVA제품에 손잡이만 교체했어요. 남편이 직접 조립해줬는데 3-4시간이면 충분하다며 호언장담하고는 하루종일 조립했던 기억이 나네요. ^^ 가구는 대부분 낮은 걸로 선택해서 공간이 여유있어 보이고 더 넓어 보여요.
벤치 쿠션은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직접 제작했어요. 아이가 여기서 얌전히 책 읽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들어줬는데 아직 어려서 그런지 제 상상과 현실은 참 다르네요 ㅎㅎ
책상은 필요에 따라 여기 저기 옮기고 있는데 인테리어를 계획할 때 모든 공간에 여유를 두어서 가구 옮기는 게 어렵지 않아요.
여자 아이라 주방놀이를 가장 좋아하는데, 제 주방과 마찬가지로 상부장 없는 주방을 만들어 줬어요 ㅎㅎ
골드색 포인트로 고급스러운 반건식 욕실
저희 집에는 욕실이 거실과 안방 두 군데 있어요. 그 중 거실 욕실을 소개드릴게요. 저희는 반건식으로 욕실을 사용하고 있어요.
세면대 하부장은 이케아 햄네스제품을 손잡이만 교체해 리폼했어요. 반건식이지만 습기에 약해 별도로 무광 방수 처리도 했구요. 서랍에는 수건과 각종 욕실용품을 보관중이에요.
욕실 벽타일은 따로 발품 팔아 구한 제품이에요. 화이트 컬러라 깔끔해보이고 무광이라 더 고급스러운 욕실이 완성되었어요.
거울 옆에는 스트링 선반을 달았어요. 원래 서재에 달려고 했던 선반인데 화이트 욕실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만족해요.
마지막 방은 서재 겸 드레스룸으로
집에 드레스룸 공간이 있지만 너무 협소해서 남은 방에 서재 겸 드레스룸을 하나 더 만들었어요.
붙박이장은 싱크대와 동일한 재질로 만들었고 손잡이 없는 터치형에 무광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화이트 색상으로 맞췄어요. 더러워지면 마른걸레로 쓱 닦아주면 돼서 관리는 어렵지 않아요.
붙박이장 맞은편에는 책상이 있어요. 아이가 자면 남편과 제가 번갈아 가며 쓰는 서재에요. 물론 아이와 같이 잠드는 날이 태반이지만요. ^^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여 최선의 선택으로
집을 꾸미는 것
저는 인테리어분야에서 일해본 적도 없고 디자인과 전혀 무관한 학과를 졸업했어요. 시공업체의 도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셀프인테리어는 무수한 선택과 큰 책임감이 뒤따랐어요. 더군다나 예산은 한정되어 있었기에 하고 싶은 인테리어와 할 수 없는 인테리어 사이에서 타협해야 했죠. 그래도 뼈대만 보이던 공간이 차츰 제대로 된 집의 모습으로 갖춰가는 걸 보니 거기서 느껴지는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더라구요.
"편안함과 안락함이 느껴지는 집에서 살고 있어요."
이번 인테리어를 진행하며 집의 본질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집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집이라는 공간에서 내가 가장 느끼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에 대한 대답은 '편안함'이었어요. 집에 무언가를 채우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저는 집을 채울수록 불편함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최소한의 가구와 소품으로 집을 채우게 되었어요. 매일 입어도 편안한 옷처럼 지금의 집에서 저희 식구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