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만드는 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안녕하세요. 현재 육아휴직으로 워킹맘에서 임시 전업맘이 된 이층집여자입니다. 일산에서 40여년 가까이 가구를 디자인, 자체제작한 아버지의 막내딸이기도 하죠. 그 영향을 받았는지 가구, 공간, 스타일링 쪽에 관심이 많아요.
저희 가족이 살고있는 곳은 ‘일산’이에요. 1기 신도시다보니 20년이 훌쩍 넘은 아파트들이 많은데요. 그래서 올수리는 필수라고 생각했죠.
어설프게 수리된 집을 사서 공사를 진행하면 비용이 더 들 수 있어요. 그래서 수리가 전혀 안된 집을 사고 싶었는데, 지금 집이 딱 그랬어요. 도배와 장판 빼고는 모든게 입주 때 모습 그대로였죠.
주방 Before
저희 집 대표 공간인 주방 먼저 소개할게요. 사진은 공사 전 주방 모습인데요. 꽤 긴 주방이지만 조리공간은 정말 좁았어요. 밥솥이나 전자레인지, 커피머신 등을 올리면 30cm정도 남았으려나요?
친정집에 아버지가 보시던 해외 인테리어 잡지가 많았어요. 이번에 집을 구입하고 공사계획 단계에 들어서면서 거의 정독하다시피 했는데요. 제가 원하는 집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가닥이 잡히더라고요. 특히 유럽 주방들과 같이 시원하게 쭉 뻗은 ‘아일랜드 주방'은 꼭! 갖고 싶었어요.
보통 20평대 아파트는 주방 공간에 싱크대와 식탁을 함께 두는데, 저희는 아일랜드 주방 공간확보를 위해 식탁을 거실에 두었어요. 고민 끝에 탄생한 저희 집 대표공간을 소개할게요~!
주방의 1순위, 대형 아일랜드
상당히 긴 원목(오크) 아일랜드에요. 흔히 쓰는 색상이 아닌 ‘블랙 대리석’을 얹었구요. 원목 오크에 블랙 대리석! 집 근처 자주가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답니다.
아일랜드를 잘 살펴보면 거실에서 바라봤을 때 오른쪽은 서랍형이구요, 왼쪽은 양문형이에요. 서랍형 공간에는 그릇이나 반찬통/커트러리/작은 양념통/냄비 등을 넣어두고요. 양문형에는 세제며 아이들 용품, 자주 안쓰는 냄비 등을 보관합니다.
저희 집 주방의 특이점 하나 더, 냉장/냉동고의 분리인데요. 주방쪽 창이 왼쪽 끝에서부터 오른쪽 끝까지 있는데, 냉장고랑 냉동고를 나란히 두면 창을 모두 가려버려서요. 인덕션과 가까운 곳에 냉장고를 두고, 왼쪽에는 냉동고를 두었어요.
냉장고 사이 공간에 원목으로 장을 짜 넣었는데요. 이 공간에는 양념통이나 생수, 자주 안쓰는 조리 도구 등을 수납하고 있어요.
수납장 위쪽에는 같은 오크 소재로 된 선반을 달아두었어요. 선반 위에는 커피 관련 용품들이 가득해요. 저희 부부는 평소 취미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커피 마시는 걸 즐겨하거든요!
주방에서 거실로 가는 복도는 걸을 때 왠지 경쾌한 느낌이 드는데요.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커피한잔 하며 거실로 나아갈 때 저절로 힐링되는 느낌이 들어요. 이제 거실로 가보실까요~?
아이있는 집은 어쩔 수 없다?
아이가 있다고해서 거실이 아이들 장난감으로 한가득인 집이 되기는 싫었어요. 사실 전에 살던 전셋집들에서는(현재 집은 5번째 집이에요) 거실에 아이들 장난감이며 온갖 물건들이 모두 나와있었는데요.
그렇다고 저희가 신혼부부도 아니고 아이가 둘인만큼 현실성 있는 집을 생각해봤어요.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우리 부부의 취향을 담은집! 그래서 고민 끝에 가장 큰 방을 침실이 아닌 아이들 방으로 내주었죠.
동남아 리조트 느낌으로
빈티지하면서 우디(woody)한 느낌, 동남아 리조트 같은 느낌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거실 한쪽 벽면 전체를 우드로 마감하고, 가구디자이너인 ‘poul cadovius’의 오리지날 ‘royal system’을 설치했어요. 최초로 만들어진 벽선반 유닛 가구랍니다.
아이가 있기 때문에 아이 손이 닿는 곳에 두지 못하는 물건들을 올려두기에 딱이구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들… 그릇, 소품들과 잡지들 주로 올려두고 있어요. ‘ROYAL SYSTEM’ 의 존재만으로도 집이 완성되는 그런 기분이 들어요.
오른쪽 식물의 이름은 아레카야자에요. 공기정화에 좋은 식물이라고 해서 꼭 집에 두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중간한 길이의 화분은 아이 손에 닿아 치워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서, 75cm이상의 큰 화분을 두었어요.
저희 집에는 저희 아버지가 디자인하고 만든 가구들이 곳곳에 있는데요. 침대, 테이블, 옷장, 서랍장, 책상, 책장 등..
거실 창 바로 앞 테이블도 그 중의 하나에요.
짙은 컬러에 투박한 디자인의 큰 테이블이라 식사도 하고 업무도 보는 다목적으로 사용한답니다. 여기에 의자는 다리가 철제로 된 제품을 매치해 포인트를 줬어요.
거실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거실 소파를 벽에 붙이지 않고 창밖을 바라볼수 있게 두었어요. 저희 집 앞에 나무가 상당히 울창한데 소파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 좋답니다.
아이 있는 집들은 놀이매트 꼭 필요하잖아요. 전 두꺼운 놀이매트는 오히려 걸음마 할 때 걸려서 넘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첫째 아이때 구입한 얇은 놀이방 매트를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어요. 놀이방 매트스럽지 않고 카페트 느낌도 나구요. 놀이매트지만 집안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살려주는 거 같아요.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숨어 있는 현관
소파 뒤쪽은 바로 현관이에요. 2층이다보니 겨울에 우풍이 심할 것 같아 중문을 설치했어요.
현관 한쪽 벽면에 모자걸이대가 있는데, 아이 있는 집이라면 공감하실거에요. 외출하기 전 모자 씌우려고 찾다보면 등원이 늦어진다거나 하는거요. 그래서 외출 후 돌아오면 바로 모자를 걸어둘 수 있게 했어요.
신발장 밑에 공간에는 킥보드 2개를 수납할 수 있게끔 제작했어요. 신발장 문을 닫으면 감쪽같죠?
온가족이 함께 쓰는 침실
가장 작은 방을 침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보통은 아이들방이나 옷방으로 사용하지만 저희는 이 공간을 침실로 쓰기로 결정했지요.
작년에 아버지가 전원주택을 지으시고 남은 에쉬목이 있었는데, 침대 뒤쪽 벽면에 가로로 붙여 침대헤드처럼 연출해봤어요.
공사 후 침실 모습입니다. 침실에는 별다른 가구가 없어요. 침대 하나와 공기청정기, 작은 수납장이 전부죠.
침대 사이즈가 190*200으로 상당히 큰편인데, 온가족이 함께 누울 수 있어서 좋아요.
침대 발치에는 선반이 있어요. 침구청소용품들과 시계, 룸스프레이 정도.. 딱 필요한 용품만 두었어요.
드레스룸
다음으로 드레스룸을 소개할게요. 이 공간은 다 저희 아버지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가구들로 이루어진 방이라 더욱 애착이 가는 공간이기도 해요.
한쪽은 장롱, 맞은편은 어른용, 아이들용 서랍장 각각 한 개씩. 그리고 화장대겸 전신거울로 쓰이고 있는 장이있어요. 짙은 컬러의 장롱이라 저희집과 잘 어우러집니다.
화장대가 따로 있어도 좋겠지만 전신거울이 따로 없는 집이다 보니 옷 매무새도 가다듬고, 빠르게 화장하기에 좋은 저만의 화장대랍니다. 거울 뒷편으로 수납 공간이 있어서 물건들 담아두고 있구요.
서랍장 위에는 간단한 화장도구들을 두고 사용하고 있어요. 오른쪽 서류 보관함은 가방을 담아두는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랍장 위에는 ‘천장 행거’를 설치해서 자주 입는 옷들을 걸어두고 있어요. 자주 입는 것, 자주 쓰는 물건은 눈에 바로 보여야 편하잖아요. 그리고 약간 의류 매장 느낌도 내고 싶었구요.
유행을 타지 않는 깔끔한 욕실
개인적인로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가장 유행에 민감한 공간은 ‘욕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욕실 타일은 유행이 자주 바뀌는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가장 무난한. 그러면서도 고급스럽게 고쳤습니다.
처음에는 관리가 힘들지 않을까해서 욕실 파티션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고민끝에 설치했는데 구역을 나눠주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좁은 욕실을 조금 더 넓어보이게 해주는 것 같아요.
매일 쓰는 샴푸와 바디워시는 벽에 고정된 디스펜서 홀더에 두고 사용하고 있는데요. 용기 밑에 물때가 생기지 않아 위생적이에요!
욕실에도 주방 선반과 같은 소재인 ‘오크원목’ 선반을 달아두었어요.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을 올려두기 딱이에요. 수건은 서랍장에 넣어두지 않고 선반위에 올려두고 사용하고 있구요. 수건 걸이대는 두개를 달았어요. 위에는 어른용, 밑에는 아이들용이랍니다.
잠시 쉬어가는 중이에요
현재는 휴직 중이라 저의 취향대로 집 꾸미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데요.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복직을 과연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도 해요. 오후 햇살이 들어오는 가장 예쁜 때에 커피 한잔 마시며 소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이. 저만의 힐링 타임이거든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아버지가 하시던 가구 일을 제가 이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요. 덩치 큰 가구들은 조금 힘든 점이 있어서 작은 것들 위주로 하나씩 제작해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정형화된 대기업, 중견 가구 브랜드 외에도 순수 디자인과 생산을 같이하는 가구 공장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라는 것도 알리고 싶구요.
마지막으로 저의 바람이 있다면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컸을때, 어린시절 집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이게 할아버지가 만든 가구 였어?’, ‘우리 엄마, 아빠 센스 있었네’ 이런 대화가 오고 갈수 있게 스토리가 있는 집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