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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2017.7.07 11:55

30년 된 아파트,
직구로 완성한 호텔식 인테리어

#아파트 #30평대 #종합시공
조회수59,126| 보관함362| 댓글16

 

“늘 제 색깔을 100% 낼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안녕하세요. 작년 12월 결혼한 늦깎이 신혼부부입니다. 저는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네이밍, 공간, 디자인 등을 창작하는 브랜드 컨설팅 일을 하고 있는데요. 예전부터 고객의 공간 말고 저만의 공간을 100% 제 마음대로 멋지게 꾸며보는 것이 소원이었어요. 그래서 새 집 꾸밀 생각에 결혼식은 알뜰하게 최소화했던 건 안 비밀! 집은 오래 살고 결혼식은 하루뿐이잖아요.

 

신혼집을 어디로 할까 엄청 고민했는데요. 1순위가 제 마음대로 다 뜯어 고칠 수 있는 환경인가였어요. 그래서 다 뜯어고쳐도 미련 없고 금액대로 저렴한! 오래된 30평 아파트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어요. 베란다도 앞뒤로 확장하고 다 털어내고 나니 휄한 것이 아주 시원한 모습이죠?

 

남편이 호텔같이 고급스러우면서 유행 안 타는 밝은 분위기를 선호해요. 집안 곳곳에 골드 디테일을 많이 사용했는데, 주변 지인들이 두바이 스타일 인테리어냐며 웃기도 해요.(신혼여행을 두바이로 다녀왔거든요) 특정 스타일을 염두에 두진 않았고요. 오랫동안 봐도 질리지 않을 공간을 상상하며 꾸미고 가구를 선택했어요.

 

일단 벽과 문 페인트 색상부터 골랐는데요. 원래는 벽지 도배를 생각했는데, 맘에 드는 제품이 없어서 페인트로 결정했어요. 흔한 회색보다는 약간 푸른 기운이 도는 회색(sweet innocence)으로 골랐는데요. 문에 칠할 색은 조금 더 진한 회색(dior gray)으로 골랐어요. 색상 고른다고 논현동 벤자민 무어 매장에서 1시간 동안 서있었던 기억이..ㅋ

 

거실 모습입니다. 메인 컬러는 그레이로 하되 소파의 붉은 톤과 테이블의 깊은 블루가 어우러지게 하려고 했어요. 여기에 골드 디테일들로 포인트를 줬죠.

 

저는 디테일에 목숨 거는 인간인지라.. TV나 스피커의 선이나 콘센트같은 것들을 최대한 안보이게 신경썼어요. 다행히 시공해주신 사장님이 저보다 더한 꼼꼼쟁이셔서 완벽하게 처리해주셨죠. 특히 TV선 감춘다고 벽 뚫고 완전 고생하셨어요.(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그리고 이번에 가구랑 조명 소품들 80%는 다 직구로 구매했어요. 한국에서는 때마다 유행하는 것들 외에 좀 특이하고 예쁜 것을 사려면 너무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접시, 꽃병처럼 작은 것들부터 직구에 발을 들였는데,, 이제는 침대까지 직구로 샀을 정도로 직구매니아가 되었죠ㅋㅋ

 

그리고 거실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면, 저는 그림 모으는 것을 좋아해요. 인테리어의 완성엔 꼭 그림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죠. 주변을 보면 가방이나 인테리어 공사에는 몇 천만원을 쓰기도 하면서, 그림 사는 것을 낯설어하시는 분들이 많으신것 같아요. 젊은 작가들 그림은 몇 십만 원부터 몇 백만 원 사이의 작품들도 많이 있답니다.

 

가능성 있는 그림을 잘 고르면 나중에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요. 이사 갈 때 인테리어는 다 놓고 가야 하지만, 그림은 가볍게 들고 갈 수 있잖아요. 평생 즐거움을 주는 동반자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거실의 또 다른 포인트! 원목마루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헤링본은 요새 좀 흔하기도해서 다른 느낌을 찾아 폭풍검색한 결과, 땡처리하는 마루를 찾아냈죠. 저희 집 거실에 붙이기엔 충분한 양이라서 바로 구매했어요!

 

땡처리라는 말그대로 아주 소량 남은 재고를 파는거라 먼저보는 사람이 임자랍니다. 사고나면 그게 마지막.. 빠른 정보와 발품만이 살길입니다!

 

이제 거실 옆으로 이어진 다이닝공간을 소개할게요. 자주빛 의자와 우드슬랩 테이블이 잘 어울리죠? 조명은 일부러 심플하고 특이한 모양으로 골랐고요. 거실의 포인트가 골드라면 주방은 실버가 포인트랍니다.

 

이 곳은 저희 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기도해요. 조리 공간 앞으로 우드슬랩 테이블을 두어서 손님들과 얘기하면서 조리할 수 있거든요.

 

사실 공사할 때 주방때문에 좀 고생했어요. 천연 석재로 상판을 올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니 대리석은 김치 국물이나 충격에 약하다고해서 화강암 중에 골랐어요. 싱크대 상하부장은 상판 제외하고 견적 받아보고 다른 업체로 결정했고요. 싱크대 업체와 석재 업체가 다르다보니 스케줄 맞추는데 조금 힘들긴했지만,, 완성작을 보니 후회없어요^^

 

자연 돌무늬는 그냥 그 자체로 그림처럼 예뻐서 정말 마음에 들어요. 사진에 보이는 앞판 바로 뒤로 인덕션을 넣어서 그 위로 탄소필터 후드를 설치했어요. 조명효과는 덤!

 

다이닝 공간 바로 옆에 욕실이 있어요. 그래서 내부 구조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죠. 문 바로 앞에 변기를 놓으면 밖으로 새어나갈 수 있는 소리가 좀 민망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물 내릴 때 칫솔이랑 같은 공간 안에 있으면 위생적으로도 안좋다고 하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욕조가 있던 자리에 샤워부스를 설치하고 변기 위치를 그 안쪽으로 옮겼어요. 덕분에 여러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죠. 호텔처럼 넓은 세면대를 갖고 싶었던 것도 해결! 생소하지만 의외로 오시는 손님들도 칭찬하시는 부분이에요. 은근 편하거든요! 그리고 안정감ㅋㅋ

 

덩달아 생긴 큰 장 안에 욕실 잡동사니들을 다 수납하니 깔끔해서 좋아요. 요거 욕실장 짜는 것도 폭풍 검색한 결과죠. 샤워부스가 분리되어있지만 완전 건식은 아니라서 방수도 가능해야되거든요. 기성제품은 바라지도 않았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주시는데도 찾기 힘들더라고요ㅠㅠ

 

젠다이는 초록색 대리석으로 하고, 수전과 세면볼도 다 따로 사서 보내주고, 맞춰오고 하는 복잡한 과정 끝에 완성한 욕실이에요.

 

그리고 우리 부부의 안방! 디자인할 때 꽤나 신경썼던 공간이죠. 보통은 거실 베란다 확장 시에 안방 쪽 베란다가 남으니까 거실 쪽에 문을 만들어 드나들게 하시잖아요. 저희는 거실과 이어지는 곳을 벽으로 막고 안방에서만 연결되는 전용 테라스 공간을 만들었어요.

 

공간이 협소하다보니 미닫이 양문으로 시공했는데요. 활짝 열어두면 공간이 이어진 느낌이라 개방감이 좋아요.

 

넓지 않지만 아늑한 티테이블 공간으로 꾸며봤어요. 여기서 가끔 차도 마시고 브런치도 먹고하면서 기분을 내곤 하죠. 낮에 둘이 앉아 일광욕하기도 좋구요.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침대 뒤로 가벽을 세웠다는 거에요. 그래서 안방에 들어오면 침대와 협탁 외 잡동사니가 전혀 안보여요. 벽 뒤쪽으로 옷과 잡동사니들을 수납하는 공간이 따로 있죠. 옷이 많은 편인데 덕분에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었어요.

 

침대 양 옆으로 협탁을 두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펜던트 조명을 설치했는데요. 이 공간에 야심작이 숨어있답니다ㅎㅎ 협탁 위쪽에 호텔처럼 콘센트와 방 조명 스위치를 설치해서 누워서도 조명을 끌 수 있다는 점!

 

계절별로 침구를 달리하며 분위기를 바꿔줘요. 패브릭만큼 효과적인 아이템이 없죠!

 

다음으로 거실 반대편에 위치한 남편 서재 겸 손님방인데요. 부부가 되었지만 개인의 시간과 프라이버시는 소중하니까요. 아직 식구가 적어서 가능한 것이기도 하죠.

 

조용히 앉아서 책을 볼 수도 있고, 제가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기도 해요. 서재의 기능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 침대를 빼고 책상을 들일까 고민해봤는데요. 결혼 전 남편이 쓰던 좋은 침대라 아까워서 그대로 활용했어요.

 

들어오는 입구 쪽 벽면에 기다란 원목 선반 2개를 연달아 설치했어요. 그 위에 이현진 작가의 작은 작품들을 올려 포인트를 줬고요.

 

그리고 작은 방이 하나 더 있는데, 드레스룸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드레스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화장대와 전신 거울, 옷장 외에 별다른 가구는 없어요.

 

드레스룸 구상할 때 오픈형으로 할까도 고려해봤는데요. 둘 다 정리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 문 닫으면 깔끔해보이는 장으로 제작했어요.

 

 

또 다른 공간을 꿈꾸며

 

처음으로 제 공간을 100% 제 마음대로 꾸며보니 만족도도 높고 그 동안 일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들이 많이 풀렸어요. 그래서 요즘 집 말고도 어떤 상업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공간은 사람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큰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좋은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드는 요즘이네요.

 

나중에 또 집을 디자인하고 꾸미게 된다면, 그 땐 높은 천장에 지금보다 조금 더 넓은 집이었으면 좋겠어요. 멋있는 예술 작품들과 가구들을 마음껏 배치할 수 있는 넓은 공간!

 

 

집주인_프로필_사진
김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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