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자동차 회사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danvely'라고 합니다. 제가 소개해드릴 공간은 저와 남편의 신혼집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이 미뤄지면서, 저희 부부는 집을 먼저 구하게 됐는데요. 예전보다는 밖에 나가는 게 쉽지 않고, 재택근무 일수도 길어지다 보니, 집을 꾸미는 일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죠.
또 얼마 전부터 고양이(다비)를 키우게 되면서 하루 종일 고양이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도 너무 신기하고, 항상 저희 옆에 꼭 붙어있으려 하는 사랑스러운 존재예요. 다비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창고처럼 쓰던 앞 베란다도 싹 다 청소했고, 어제는 캣타워도 주문하고 했어요. 즐겁게 뛰어놀 고양이의 모습이 너무 기대되네요.
저희 부부의 신혼집은 23년 된 구축 아파트입니다. 전형적인 20평대 2BAY 판상형 구조이고요. 방 3개, 화장실 1개, 거실과 주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년 동안 거의 수리가 안 되었던 집이고, 베란다 확장이나 샤시 교체조차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새롭게 그림을 그리는 마음으로 디자인해보았습니다.
물론 신축에 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집을 고를 때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바로 '위치'였기 때문에 적절한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인테리어를 끝낸 지금은 역세권 및 몰세권의 장점을 누리면서도, 제가 늘 바라던 공간에서 살고 있어서 좋아요.
저는 평소 예쁜 카페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제 집이 생기면 꼭 카페처럼 예쁘게 꾸며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는데, 이번에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서 어느 정도 그 뜻을 이룰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평소에 카페에서 찍어두었던 예쁜 소품과 구조 사진들을 보며, 몇 달 동안 머리 싸매고 고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전반적으로 인테리어는 화이트&우드 컨셉으로 진행하게 되였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시도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워낙 작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다양함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게 낫겠더라고요.
리모델링 하기 전 거실 모습과 이후 거실 모습입니다. 연두색 벽지가 눈에 띄는 거실이었는데, 이제는 갤러리처럼 하얀 공간으로 변신했어요.
거실의 경우 바닥과 벽면 시공을 제외하고 크게 2가지 시공을 진행했는데요. 하나가 중문 설치이고, 또 하나가 베란다 확장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중문을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중문 덕에 편리한 점이 아주 많습니다. 우선 중문 덕에 가벽이 하나 더 생기면서 단열 효과가 생겼고요. 외부인이 집에 방문했을 때 사생활 보호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중문 너머의 현관은 아이보리 색이고, 한쪽에는 화이트 붙박이장으로 만든 신발장이 있어요. 바닥 타일은 따뜻한 아이보리 컬러에 바느질한 것 같은 귀여운 디테일이 들어간 제품으로 골랐는데, 현관문 그리고 중문 색감과 아주 잘 어우러져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중문의 유리창을 투명으로 할지, 불투명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그래도 방문자가 누군 지는 확인할 수 있는 게 좋겠다 싶어, 투명으로 선택하게 되였습니다.
문고리 같은 경우는 제가 직접 자재점에서 고른 것인데요. 빈티지한 느낌에 반해,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또 중문 가벽에는 아치형 선반을 제작해 공간이 심심해 보이지 않게 했는데요. 달력, 디퓨저, 꽃병 등 그때그때 다양한 물건으로 꾸미는 재미가 있답니다.
저희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가 굉장히 넓었기 때문에 더 넓은 거실을 위하여 확장 공사를 진행하게 되였습니다. 하지만 베란다 부분에는 홈 카페처럼 테이블을 둘 계획이었기 때문에 공간 분리를 주고 싶어 아치형 가벽을 시공하였고, 덕분에 따로 또 같이의 느낌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확장한 부분에는 홈 카페처럼 사용하기 테이블을 의자를 두었습니다. 이곳은 요즘 가장 제가 생활을 많이 하는 곳이기도 해요. 코로나로 인하여 일주일에 반을 이 테이블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바깥 풍경을 보며 잠깐 휴식을 취하면 생각 정리가 잘 되더라고요. 업무뿐만 아니라 취미생활도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진답니다.
또 저희 집 주방은 매우 협소하기 때문에 애초에 식탁을 둘 수가 없어서 식사도 이 테이블에서 하고 있어요. 주말에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기기에도, 남편과 홈 파티를 하기에도 딱 좋은 사이즈입니다. 처음에 테이블을 살 때는 사이즈 가늠이 잘 안돼서, 공장에 방문해 직접 체크했는데 아주 충분한 크기더라고요.
아치형 가벽 쪽에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하고 나니 뒤쪽으로 공간이 많이 남길래, 코너장을 하나 두기로 결심했는데요. 검색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정말 딱 맞는 사이즈가 있어서 바로 들여오게 되었습니다. 수납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도 아주 효과적이었어요.
베란다와 중문 사이 공간에는 더 프레임 TV와 소파를 두었어요. 거실 가구들은 고를 때, 공간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많이 고민하며 골랐는데, 마침 더 프레임 TV에 베이지 색 베젤이 있어서 저희 집 인테리어랑 정말 잘 맞더라고요! 소파도 중문 쪽의 가벽과 베란다 쪽의 가벽 사이에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에 한정해서 고르려 했는데, 다행히 저희 집과 어울리는 빈티지한 색감의 갈색 소파를 만났습니다.
스툴까지 함께 놓아도, 중문 가벽을 튀어나가지 않아서 정말 딱 맞춘 듯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집 거실의 가장 큰 장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건 바로 채광이랍니다. 남서향이라 낮부터 해가 잘 들어오거든요. 그 덕에 저희 집 올리브나무는 폭풍 성장해서 지금은 제 키만큼 컸답니다.
예전에 제가 처음 독립했을 때 한강이 보이는 집을 선택해서, 북향 집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 햇살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그 집은 1년 만에 나오게 됐고, 그 이후로는 남향이나 남서향만 고집하고 있어요. 지금은 빨래도 널어두면 반나절 만에 마르고, 햇살을 받으니까 기분도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이 외에도 거실 창을 통해, 저녁마다 조금씩 다른 색의 석양을 볼 수 있는 것도 정말 큰 장점인데요.
아직 개발이 많이 되지 않은 곳이라 멋진 마천루 같은 풍경은 없지만, 그 덕에 저 멀리 산까지 뚜렷하게 볼 수가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기분이 든답니다.
저희 집 주방은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중문과 주방의 상하부장을 같은 톤으로 맞춰서 통일감을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싱크대 상판을 나무로 하부장을 화이트로 하고 싶었는데, 나무 상판이 워낙 물에 취약해서 관리를 잘 못하면 썩고 곰팡이가 생긴다는 말에 깔끔하게 포기하고 반대로 진행했습니다. 실제로 생활해보니 물이 튈 수밖에 없는 구조라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상부장도 처음에는 아예 선반 형태로 제작하려고 했지만, 수납이 부족할 것 같아 빈티지한 수납장 형태로 제작해 보았는데, 불투명한 유리 너머로 그릇이 살짝살짝 보이는 게 너무 마음에 들어요.
주방 벽면은 흰색 상판의 싱크대와 어울리도록 흰색 모자이크 타일로 시공하여, 더 넓어 보이도록 해줬어요. 더불어 후드도 화이트 컬러로 설치하였고, 싱크볼과 수전까지 화이트로 맞췄습니다. 싱크볼에 때가 탈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설거지할 때마다 간단하게 닦아주니 큰 문제는 없었어요!
인덕션도 삼성 비스포크에서 올화이트 색상으로 출시되어 있길래, 한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주문했어요. 요리하며 튀는 것들은 물티슈로 닦아주고, 혹시나 흠집가 날 것 같을 때에는 인덕션 보호 매트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흠집 하나 없이 처음처럼 반짝반짝 깨끗합니다.
주방에 있는 저 문은 저희 집 뒤베란다와 통하는데요. 저희 집 뒤베란다의 경우 철거가 불가능한 벽이 있어 냉장고를 둘 공간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어차피 냉장고는 자주 사용할 것 같다고 생각하여, 주방에 가벽을 설치하여 냉장고를 두기로 했어요.
냉장고는 삼성 비스포크 키친핏을 구매했고, 패널도 코타 화이트로 기존 인테리어 컬러와 잘 어울리도록 해줬어요. 냉장고가 들어가고 남는 윗부분에는 수납공간도 만들었습니다.
뒤 베란다의 남는 공간에도 밥솥, 전자레인지, 와인 냉장고가 들어가게끔 사이즈에 맞춰 장을 제작해두니, 주방이 더 깔끔해진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TV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 생활은 거실에서 하고 안방은 잠자는 용도로만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가구가 많지가 않아요.
대신 자기 전 은은한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조명에는 조금 신경을 썼습니다. 침대 뒤쪽으로 가벽을 만들어 간접 조명을 설치했고, 침대 바로 옆에도 귀여운 벽 조명을 두어 필요에 맞는 조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어요.
침대 앞에는 전신거울을 놓았는데, 뜻하지 않게 일어나자마자 팅팅 부은 얼굴을 마주하게 돼서 가끔 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래도 실제보다 길어 보이는 거울 덕에 OOTD를 기록하는 포토존이 되였어요. 서랍장 위는 기분에 따라 좋아하는 그림들을 바꿔 올려주고 있습니다.
현관 바로 앞에 위치한 작은방은 베란다를 확장하여 플레이룸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확장부는 단상과 아치형 가벽을 만들었는데요. 단상 위에서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두고, 아랫부분은 전부 수납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평소 예쁘다고 생각하는 소품들은 전부 한쪽 벽면에 있는 월 캐비닛에 장식해두고, 자칫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단상 아래 수납공간에 숨겨놓았어요.
저는 플레이룸 단상에 앉아 주로 책을 읽거나, 빔 프로젝트로 좋아하는 영화와 와인을 즐기곤 합니다. 플레이룸에는 암막 커튼을 설치해두었기 때문에 불을 끄고 빔을 켜기만 하면 영화관처럼 변신하거든요. 또 어두운 방 안에 단상 위 조명만 켜 놓으면 아주 아늑한 공간이 생겨난답니다.
화장대를 어디에 둘 지 많이 고민을 했는데요, 모든 준비를 다 하고 화장을 하기 때문에 화장대도 현관 바로 앞 방에 두었더니 동선이 아주 편리하고 예쁜 화장대 덕에 허전하던 벽이 따뜻하게 채워졌습니다.
따로 드레스룸이 없는 구축인지라, 가장 작은방을 옷방으로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뒤 베란다와 붙어있는 방이다 보니 확장이 불가능했는데요. 보일러, 세탁기, 건조기 등은 뒤 베란다에 두고 최소한의 공간에 가장 수납이 많이 되게끔 창문을 가리고 방의 모든 면을 시스템 행거로 채웠어요.
간단하게 그림판으로 방의 사이즈를 체크해서 도면을 그렸고, 여러 업체에 견적문의를 드렸는데 기본 100만 원은 넘더라고요. 인터넷으로 한참을 찾아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곳을 찾아서 드레스룸을 시공하였습니다.
코너장, 서랍장, 수납장 등 다양하게 원하는 사이즈와 구성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정말 작은 공간에 꽉꽉 채워 넣었습니다. 그래도 공간이 부족해서 꽤 많은 옷을 버렸어요.
옷방 공간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에어드레서는 꼭 설치해야겠더라고요. 요즘처럼 미세먼지 많은 날에는 외출하고 돌아와서 한 번 돌리면 옷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저는 옷을 보면서 고르는 걸 좋아해서 오픈된 시스템 행거로 구성했지만 원하면, 장롱처럼 문을 달 수도 있더라고요. 대신 햇빛에 옷이 상할 수 있어서 방에 블라인드를 설치하기로 했는데, 옷으로 방이 꽉 막혀있다 보니 설치를 하더라도 블라인드를 올리고 내리기 힘들겠더라고요. 그래서 뒤베란다 쪽으로 설치를 해놓았답니다.
화장실은 시공 전에 정말 정말 좁았습니다. 때문에 덧방 시공도 불가능했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화장실 천장도 조금 더 올려주셨어요.
화장실 타일은 밝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화이트와 베이지 색상의 3가지 제품을 골랐는데, 굉장히 조화롭지 않나요?
수납장도 답답해 보이지 않게 적당한 사이즈로 제작했고, 거울의 프레임 색과 맞춰 밝은 우드로 선택했어요. 천장에서 떨어지는 펜던트 조명과도 아주 잘 어우러집니다.
이 외에 샤워기, 수건 및 휴지걸이, 세면대 수전 등 모두 화이트로 선택했어요. 결국 화장실도 화이트&우드 컨셉을 지킨 셈이죠.
젠다이는 욕실 안쪽 끝까지 설치하여 따로 선반을 설치하지 않아도 깔끔하게 샴푸와 린스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어요.
화장실이 1개인 구조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문에 작게 불투명한 창을 만들었습니다.
독립 후 3번의 이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짐만 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이번 신혼집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려고 하는데요. 하지만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다른 집들처럼 아기자기한 예쁜 소품들은 없어서 많이 허전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정리가 빠르고 쉬워서 항상 집을 쾌적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정말 큰 장점이랍니다.
집꾸미기 매거진을 쓰면서 집을 다시금 둘러보니 제가 신혼집을 리모델링 하기 전 몇 달 동안이나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나네요.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은 여러가지 신경쓸 게 많아 조금 힘들긴 했지만, 예쁜 결과물로 보상을 받은 것 같아요. 저희 집 이야기가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