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뉴질랜드에 살고있는 결혼 6년차 헌내기(?) 새댁입니다. 저는 건축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고, 신랑은 치기공사로 일하고 있어요. 친구로 만나 결혼하게 된 커플이라 편하게 친구처럼 살고 있어요. 다행히 저희부부가 함께 겹치는 취미가 많아요. 또 그 외에도 따로 시간을 잘 보내는 편이라, 적당히 함께, 그리고 또 적당히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답니다.
남편과 같이 즐기는 취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여행과 사진이 있는데, 지금은 그 취미를 다른 분들과 함께 나누고 있기도 해요. 뉴질랜드 여행 오신 커플의 여행스냅이나, 이곳에 거주중인 예비 신혼부부의 프리웨딩 사진을 찍어주고 있어요.
저는 인테리어나 꾸미는걸 좋아해서 최근 돌상 대여와 촬영도 따로 준비중에 있고요, 종종 직접 찍은 사진으로 엽서나 달력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고, 꽃 만지는 것도 좋아해서 촬영 때 필요한 부케를 직접 만들기도 해요. 종종 미싱을 돌리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최근 미니멀라이프에 빠져서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고 있지만, 워낙 욕심이 많아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물건도, 마음도, 생각도 많이 비우면서 편안하게 사는 방법을 터득 중에 있네요.
저희 신랑은 저보다 더 다양한 취미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림, 음악, 영화, 스포츠, 주식 그리고 유투브 채널 운영까지! 사람 자체가 워낙 유연하고 둥글한 사람이라, 웬만한 사람을 만나도 대화가 가능한 친구랍니다 :)
퇴근 후에는 신랑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드라마나 영화, 쇼프로를 보는 게 일상이에요. 그 외의 쉬는 시간엔, 인테리어 사진을 찍거나 베이킹 또는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인스타그램이나 사진집을 보면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하고요. 쉬는 날에는 꼭 요가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집구경 하는걸 참 좋아했고, 항상 예쁜 집에 살고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관련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것 같아요. 회사에선 집 인테리어를 할일은 자주 없지만, 그래도 제 핀터레스트 계정엔 예쁜 인테리어 사진들이 잔뜩 담겨있답니다.
저의 로망을 가득 반영한 이 집은 지어진지 10개월째 되는 3층짜리 신축 아파트예요.
방 두개와 화장실 하나, 오픈플랜으로 거실과 부엌이 있어요. 집 내부는 23평, 베란다 두군데를 포함하면 총 26평이에요.
완공 되자마자 들어와 신랑과 둘이 살고있어요. 저희 부부가 처음으로 구매한 첫 집인데, 뉴질랜드에는 첫 집 구매자들을 위한 kiwibuild 라는 제도가 있어요. 집을 이미 소유한 분들은 살수 없고, 정부가 제한하는 조건에 맞아야만 이 집을 구매할수 있는데, 마침 저희가 사는 동네에 kiwibuild 집이 매물로 나왔고, 자격조건이 맞을경우 첫집 구매자들에게 첫집마련 지원 혜택도 있어요. 저희 부부는 운좋게 시가보다 좋은집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첫집마련 지원금도 받으며 입주했어요.
운명 같은 집을 만난 순간-.
뉴질랜드의 겨울은 비가 많이 오는 편이라 한국과는 반대로 제습기가 꼭 필요해요. 습한 기운때문에 더 춥기도 하고요. 오픈 홈 때 1층과 (현재 저희 집인) 3층을 둘러 보았는데, 마침 그날 비가 왔어요. 1층을 먼저 본 뒤 지금의 저희집으로 올라왔는데요. 1층은 살짝 눅눅한 느낌도 있고 살짝 어둡다는 기분이 있었지만, 3층은 바닥이 뽀송했고, 조금 더 밝은 느낌이 들어서 '이 집이다!' 하며 고민 없이 바로 결정했어요.
아파트의 맨 꼭대기 층이고 거실 양쪽으로 통창이 있어 통풍도 잘 되고, 아침 저녁으로 햇살이 잘 들어와요. 거실과 주방이 오픈플랜이라 탁 트여있어 개방감 있어 좋았고, 아파트치고는 수납도 많고, 무엇보다 위치가 너무 좋아요. 수퍼마켓도 가깝고 바로 아래층에 카페도 있고, 저는 회사까지 걸어서 10분 이내, 신랑도 차 타고 10분 이내면 회사에 도착할 수 있답니다.
저희 집은 신축 아파트라 그런지, 요즘 인기많은 모던하고 깔끔한 스타일로 지어졌어요. 이 처음 시작하는 집이라는 생각으로 들어오게 된거라, '최대한 돈들이지 않고 살자' 싶어서 아무것도 손보지 않고 가지고 있던 가구 그대로 들어오기로 했어요.
이 집에 투자한 것들은 물 필터기, 커튼, 데크 오일링, 베란다 유리 필름지 붙인게 전부예요. 다행히 원래 저희가 가지고있던 화이트톤 / 원목 가구들과 집이 너무 잘 어울려서 자연스럽게 따듯한 네추럴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되었고, 구조와 소품만 바꿔가며 분위기 내고 있어요. 직접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구매한거라 완벽히 제가 생각하던 느낌이 아닌 것들도 있는데, 그래도 전체적인 조화는 잘 맞는것 같아요.
아파트 계단을 올라 (저희 아파트엔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집 문을 열면, 저희가 키우는 스파티필름이 제일 먼저 집을 반겨주어요. 원래는 저희가 찍은 사진을 프린트해서 걸어두려고 했는데, 아직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어요. 종종 식탁을 옮겨와 사진을 찍는 공간이기도 해서, 아마 흰 벽 그대로 둘것같은 느낌이에요.
뉴질랜드는 아무래도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입구에는 신발장이 없어요. 회사 자재창고에 남아있던 카펫샘플 하나를 가져와 입구를 분리해준뒤, 자주 신는 신발은 자연스럽게 베란다 쪽으로 벗어두고, 수납장 안에 모든 신발을 넣어두고 생활하고 있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식탁이 위치해 있는데요, 식탁은 저희가 식사를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신랑이 유튜브 촬영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많은 것들을 하는 공간이에요. 식탁을 커튼 옆으로 가까이 옮기고 테이블클로스를 올려주면 색다른 느낌이 들어 기분에 따라 위치를 바꿔주기도 해요.
식탁 옆으로는 주방이 있어요. 주방 아일랜드와 저희 식탁 사이즈가 적당하게 잘 맞아서, 아일랜드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느낌이에요. 주방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큰 아일랜드와 조명인데요, 정말 신기하게 저희가 가지고 있던 가구들과 조명이 일부러 맞춘 것처럼 너무 잘 어우러져요. 오픈플랜인 거실에 주방이 가장 중심에 있어서 조명과 아일랜드가 포인트 역할을 해준답니다. 크기가 큰 아일랜드는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지만, 덕분에 요리가 너무 편해졌어요.
아일랜드 코너에는 향초와 과일을 두고, 집기를 놓아두는 작은 쟁반도 놓아두었답니다. 주방 조리대에는 최대한 많은것을 두지 않으려고 해요. 조금 불편하긴 해도 에어프라이어나 토스트기 같은 주방기기들은 사용후 바로바로 캐비넷에 넣어 깔끔하게 해두려고 노력해요. 큰 집은 아니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올려두면 왠지 정신이 없는 느낌이더라구요.
조리대와 아일랜드쪽 수납장 안에는 자연스럽게 그릇과 조리도구, 요리할때 필요한 모든 것들이 들어가 있답니다.
주방 반대쪽으로는 빌트인 수납장이 세개 있어요. 맨 오른쪽엔 세탁기와 작은 세탁싱크가 있고요, 중간에는 수납선반이 있어서 손님 오실때 사용하는 매트리스 토퍼, 각종약들과 저희의 신발들, 운동관련 물건과 물감 등 다양한 것들이 담겨있어요.
귀여운 레트로형 티비와 원목가구들이 자리하고 있는 거실이에요. 책장은 나무로 된 와인박스를 쌓아 만들었고요, 그 위엔 저희 부부의 결혼식에서 하객분들의 지장과 사인으로 만들어진 웨딩트리가 올려져 있어요.
그리고 그 옆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빈티지느낌의 벽선반이 한쪽 벽을 자리하고 있답니다. 바다에서 주워온 나뭇가지나 직접 말린 드라이플라워나 선물받은 초, 저희부부가 애정하는 빈티지 필름 카메라와 책 등등, 거실 곳곳에 작은 소품을 기분에 따라 바꿔주면서 집 분위기를 바꿔주고 있어요. 저희가 키우고 있는 반려식물 등의 위치를 종종 바꿔주기도 해요. 최근엔 안방 침대 재배치를 하면서, 거실에 있던 자전거를 안방으로 들여놓았어요. 왠지 조금 더 깔끔해진 느낌도 들어서 좋은것 같아요.
거실이 넓은 편이라, 방들은 크지 않아요. 퀸사이즈 침대를 놓으면 거의 꽉 찰 정도의 방인데, 햇살이 잘 들어오는 이 방을 침실로 사용하기로 했어요.
원래는 도면과는 달리, 침실로 들어가면 바로 왼쪽에 침대가 놓여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인테리어 사진을 찍을때 담을수 있는 구도가 한정적인것 같아 구조를 바꾸기로 했어요. 침대 옆쪽으로 놓아진 벽조명이 예쁜 포인트가 되는 방이랍니다.
뉴질랜드의 화장실은 대부분 건식 화장실이에요. 주방의 비닐장판과 같은걸 사용해서 집 전체적인 느낌을 통일시켜 주었더라구요. 샤워실은 샤워부스로 되어있고, 플로팅 캐비넷으로 된 세면대 아래에는 체중계와 풋스파기계를 숨겨두었어요.
샤워실에는 벽선반이 없어서 저희 부부가 사랑하는 탈부착 선반을 붙여두어 사용중이랍니다.
이 방은 저희의 작업실 겸 드레스룸 공간이에요. 흰 책장과 원목 화장대가 언발란스한 듯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어요. 침실보다 큰 빌트인 옷장 때문에 이 방이 자연스레 드레스룸이 되었어요. 옷장 속에는 저희 부부의 모든 옷이 들어있는데, 흰 선반과 수납통을 사용해 옷들을 좀 더 깔끔하게 수납하고, 자주 쓰는 가방이나 목도리는 걸어두었어요.
화장대 위에는 자주 쓰는 화장품과 향수만 올려두었고, 색조화장품은 모두 크래프트 박스 안에 숨겨두었어요. 이전에 살던 집에는 거실에 작업 책상을 두었더니 왠지 거실에서의 공간 구분이 잘 되지 않아서 방 안에 작업책상을 두기로 했는데요. 침실은 잠만 자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싶어 이 곳을 작업실로 사용하게 되었네요. 사진 작업을 하기도 하고, 친정엄마가 쓰시던 미싱을 가져와 길이수선같은 간단한 바느질도 하고 이런저런 작업이 가능한 공간이에요.
저희 집에는 입구 쪽으로 작은 베란다가 하나, 그리고 거실 쪽으로 큰 베란다가 하나 더 있어요. 입구쪽 작은 베란다에는 쓰레기 분리수거 통을 놓아두었고, 큰 베란다에는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하는 식물들을 놓아두었어요.
아직 야외에 둘만한 예쁜 가구를 찾지 못해서 날씨가 좋은날에는 블랭킷을 깔아두고 거실에서 사용 중인 쿠션과 접이식 소반을 두어 차도 마시고, 누워서 책을 읽기도 하고, 의자를 밖에 두고 햇살 마사지를 받는걸 좋아해요. 최근 베란다 유리에 필름지를 붙여두니 누워있어도, 반대쪽 집에서 저희 집이 잘 보이지 않아 프라이버시가 놓아져서 아주 마음에 들어요.
집은 무조건 편하고 아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직 완벽히 제가 추구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조금씩 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로서는 변화하는 저의 모습을, 그리고 그 과정들을 그대로 담은 공간인것 같아요.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저의 취향은 어떠한지, 저 스스로를 돌보고 알아가면서, 집을 통해 저의 존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집의 모든 공간은 저의 취향으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구매 전에는 언제나 신랑의 컨펌을 받고있지만, 결국은 저의 선택이랍니다. 결혼 후 집을 가꿔가며 제 취향이 조금 더 확실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언젠가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저희 부부의 취향을 온전히 담은 주택을 짓고 싶어요. 그 때까지 제 취향을 더욱 다듬어 나가고 온전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깔끔하면서도 따뜻하고 아늑한 감성이 가득한 그런 집, 다음 집에는 왠지 조금 더 제 이상에 가까운 집이 그려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