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덴마크 왕립 예술학교에서 디자인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어요. 덴마크에선 공부와 동시에 일을 할 수 있어 직장생활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시간을 졸업 작품, 논문 준비와 재택근무를 하느라 집에서 주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으로 보내는 것 같아요. 틈틈이 남편과 함께 드라마나 영화도 즐기고 보드게임도 하며 보내요. 가끔 시간이 되면 초보지만 베이킹도 즐기고 있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디자인과에 진학하려고 꿈을 키우고 있었고, 특히나 인테리어 쪽으로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본의 아니게 그러지 못했어요. 그러던 참에 4년 전 덴마크에 오게 되었고 그 이후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은 더욱더 커졌어요.
아무래도 북유럽 인테리어가 인기가 오르던 때였고, 덴마크가 워낙 가구, 조명, 인테리어 등으로 유명하고 참고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러던 참에, 인테리어에 대한 저의 꿈을 실현해줄 집을 만났답니다.
저와 남편이 살고 있는 집은 120년이 넘은 실평수 15-20평정도 아파트입니다. 침실 1개, 거실 1개, 부엌 1개, 화장실 1개로 구성되어 있어요.
남편이 자라온 평화롭고 예쁜 하우스들이 많고, 바다와 공원, 숲, 시내가 다 가까운 곳에 위치하여 있는 공간이에요. 평수는 크지 않지만 어느 정도 기본 레노베이션이 되어있어 깔끔하면서도 아늑한 집이에요.
전부터 내 집이 생긴다면 북유럽 인테리어 느낌을 살리고 싶었고 밝은 집을 원했어요. 북유럽 인테리어를 대표하는 우드 제품과 식물을 많이 두려고 노력했습니다. 인테리어나 가구로 유명한 덴마크에 살다 보니 여기저기 보러 다니면서 참고했습니다.
거실은 전체적으로 "덴마크 감성"이 담긴 곳이죠.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소나무 목재 바닥이 깔려 있어요. 여러 번 갈고 닦아 밝은 색의 나무 바닥이 큰 매력을 주더라고요. 바닥 청소를 할 때나 집에 들어오면서 소나무 향이 진하게 나는데 그 냄새에 매번 반해요.
많은 분들이 자주 물어봐 주시는 저희 거실에 있는 오래된 화로예요. 없앨까도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나름대로 유럽식 오랜 집 분위기도 살려주고 화로에 불을 켤 수도 있어 저희 집만의 특별한 느낌을 만들어주어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집에 어울리도록 거실은 밝은 색감과 우드를 사용한 가구들과 식물들로 꾸몄어요. 우선 벽 색감은 밝은 느낌을 이사 왔던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화이트로 다시 한번 칠해주었고 빌트인 책장이 있는 한 벽에는 포인트를 주고 싶어 베이지와 비슷한 톤으로 칠해줬어요. 한 공간이지만 묘하게 색이 다른 벽 덕분에 다른 분위기를 줘서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빌트인 책장에는 최대한 튀지 않는 색의 책이나 소품들을 두었어요. 너무 심심하지 않게 중간에 작은 식물을 배치해주었고요. 책장이 있어 책도 두고 소품들로 색다르게 꾸미기도 좋았어요.
요즘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도 우드 느낌을 좋아해 다이닝 테이블, 커피 테이블, 데스크 겸 선반까지 거실에 있는 가구는 다 우드예요. 다이닝 테이블과 커피테이블은 고를 때 쉐입을 정말 고민했는데요. 크지 않은 평수의 집이다 보니 최대한 부드럽고 각지지 않은 쉐입이 좋을 것 같아 오벌과 페어 쉐입으로 골랐어요. 또 다이닝테이블은 확장형이라 편리하기도 해요.
거실의 오피스 공간은 저와 남편이 가장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공간이에요. 아무래도 크지 않은 집이다 보니 나만의 오피스 공간을 만들기 쉽지 않았어요.
데스크를 두자니 너무 공간을 차지할 것 같아 알아보다가, 데스크 겸 선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견했어요. 일도 하고 동시에 데코레이션 기능까지 가질 수 있어서 유용하더라고요. 흔하지 않은 분위기 있는 나만의 오피스 느낌이에요.
거실 창가에는 식물들과 잡지 등을 두어 꾸몄는데 정말 운이 좋게 앞 건물이 노란색으로 정말 예뻐요. 엄청난 고층의 뷰와는 또 다른 그림같은 느낌의 매력을 주더라고요. 저층에 살면 앞 건물의 색감이나 디자인도 중요하다는 점을 많이 느껴요. 현재로서도 만족하지만 아직 더 많은 식물들과 포스터들로 꾸미고 싶은 현재 진행형 거실입니다.
저희 주방은 뒷마당이 보이는 큰 창문이 있어 나름 힐링 공간이에요. 허브 종류를 좋아해서, 허브나 식물 전용 나무 선반을 창문 쪽에 하나 더 설치했는데요. 요리 책과 함께 꾸미니 조화롭더라고요.
작은 공간이지만 나름 요리할 공간, 수납장, 냉장고, 오븐 등 작은 공간을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되어 있어요. 가끔 냉장고가 어디 있는지 많이 물어보시는데, 냉장고는 빌트인 형식으로 오븐 위쪽에 숨겨져 있어요. 냉장고가 보이지 않아 주방이 더 깔끔해 보이는 효과가 있답니다.
안방은 깔끔하고 아늑한 화이트톤이에요. 이사를 왔을 때부터 이미 붙박이장과 큰 거울이 벽에 있었는데, 거울은 방을 넓어 보이게 해주고 따로 거울이 필요 없어서 편하고 좋더라구요.
또 붙박이장은 수납하기도 넓어 좋고, 깨끗해 보여 만족하고 있어요. TV는 자리를 차지하지 않게끔 침대와 마주 보게 스피커와 함께 벽에 설치했어요.
저희가 정말 잘 샀다고 생각하는 모션 베드와 벽걸이 TV 조합은 남편과 주말을 즐길 때 정말 최고예요.
저희 집에는 책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지하 창고에 보관하는데, 아끼는 책들은 TV 옆쪽으로 큐브 수납장을 벽에 걸어 책꽂이 겸 선반으로 쓰고 있어요. 두 큐브 수납장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간을 두고 걸어 놓으니 덜 좁아 보이고 선반으로도 쓸 수 있어 좋아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인테리어에서 창문의 역할도 꽤 크더라고요. 저층이라 엄청난 뷰를 볼 순 없지만, 침실에서 바로 보이는 뒷마당 뷰가 사계절 내내 다 다르게 매력 있어요.
봄과 여름엔 푸릇하고 꽃이 피어 창문을 열어 놓으면, 꽃 냄새가 집에 가득 들어올 때도 있어요. 가을에는 단풍나무가 있어 그 매력에 또 한참 빠졌다가, 겨울엔 눈이 오면 하얗게 눈이 쌓여 예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저희 침실에서 가장 예쁜 포인트입니다.
안방에서 보이는 이 뷰는 부엌과 침실 바로 뒤쪽으로 이어지는 공용 뒷마당이에요. 가끔 나무나 식물들이 너무 많이 자라면 날 좋은 날 나가서 다듬어주며 힐링해요. 한쪽에 작은 테이블이 있어 여름에는 샌드위치나 간식들을 가지고 나가서 먹기도 하면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이렇듯 저희 집은 부부만의 가장 편안한 공간이에요. 그리고 저희의 첫 신혼집이라 그런지 더 애정이 가고 특별한 느낌이에요. 앞으로도 특유의 덴마크 감성을 잘 녹여내서 더 예쁘게 가꿔 나가고 싶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