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는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안녕하세요. 공간디자이너 안영준이라고 합니다. 공간 탐험을 좋아해서 ‘실내디자인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프리랜서로 상업, 주거공간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와이프는 플로리스트로 현재 11년째 ‘씨엘마린’이라는 리빙&플라워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스토리의 우리집
서울과 멀지 않은 동네에 마음에 드는 신축 빌라를 찾았어요. 상담 중에 저희가 제안한 디자인을 건설사측에서 흔쾌히 받아주셔서 구조부터 마감까지 원하는 대로 디자인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에게는 더욱 특별한 집이에요.
공사가 이미 진행중이여서 저희는 설계만 제안했어요. 다행히 제 직업이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이라서 계획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공사 진행
하지만 현장상황에 맞게 조율하는 건 항상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점점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많은 이야기가 담길 장소라 생각하니 정말 두근거리더라구요.
평소에 마음에 들었던 마감재나 조명도 이것저것 실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서오세요. 월컴존
지금부터 저희집을 소개할게요. 실내가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이라서 중문은 블랙으로 반전 요소를 넣었어요.
중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공간입니다.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미니멀하게 꾸몄어요. 복도를 중심으로 오른쪽은 거실이고 왼쪽은 주방이에요.
빛의 농담과 여백의 미, 거실
남향의 거실이라 빛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 화이트 커튼을 설치했어요.
좁은 거실이지만 소파는 크고 아늑한 ‘카우치형’을 선택했어요. 핸드폰이나 리모콘도 올려놓을 수 있어서 실용적이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커다란 흰벽은 반사판 역할을 해서 조명을 키면 벽을 따라서 빛이 사방으로 퍼져 농담(濃淡)이 생겨서 재미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요.
TV를 놓기로 결정하고부터는 마음에 드는 TV장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수직으로 쌓으면 책장, 가로로 길게 놓으면 AV장이 될 수 있게 기둥을 볼트로 디자인해서 쉽게 조립하고 해체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해체 조립이 간편해서 만약에 이사를 하게 되면 재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에요.
날이 어둑해질 무렵에는 스탠드 같은 작은 조명부터 서서히 밝혀보세요. 조명으로 한번에 빈틈없이 공간을 채우기보다는 마치 초를 밝히듯 하나씩 밝혔더니 밤을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지게 되더라구요.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공간, 주방
거실 반대편은 주방입니다. 이곳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게 목표였어요.
주방 개수대를 아일랜드형으로 디자인했어요. 냉장고와 개수대, 조리대를 삼각동선으로 만들어 실용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적당한 가격에 주방과 어울리는 식탁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식탁도 볼트체방식으로 직접 만들었습니다.
주방인테리어의 완성은 식탁 펜던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심을 거듭해 고른 제품입니다. 질리지 않는 형태와 깔끔한 디테일이 마음에 들었어요.
주방 색상은 화이트가 가장 이상적이라서 생각해 줄눈까지 화이트로 선택했어요.
대신 오염방지를 위해서 내수성이 좋은 독일의 ‘아덱스'라는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조리대 반대편에는 개수대와 ‘미니홈바'가 있어요. 가운데 아일랜드형 구조는 모두가 공간에 함께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구조가 허락한다면 꼭 시도해보시길 추천드려요.
다용도스탠드는 직접 만들었어요. 이케아에서 구매한 S자 고리를 활용해서 조리도구나 바나나등을 걸어놓고 있는데 은근히 실용적입니다. 이렇게 필요한 걸 하나하나 만들다보니 지금은 취미가 되었어요.
우리집의 귀여운(?)공간 ‘미니홈바'입니다. 상하부에는 수납장을 만들어서 주방에 필요한 수납을 해결하고 있어요.
아일랜드형의 단점은 부족한 수납이에요. 주방벽은 상부장을 설치하면 되지만 아일랜드에 장을 설치하면 투박해보이거든요. 그래서 공사 초반부터 천정슬라브에 앙카로 고정했어요. 덕분에 튼튼하면서도 시선이 거슬리지 않은 멋진 선반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거실과 주방사이에 침실로 가는 길에는 포스터를 두었어요. 집의 분위기를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식물'과 ‘액자'라고 생각해요. 기분에 따라 언제든지 옮길 수도 있잖아요.
단순하고 아늑한 공간. 침실
침실은 저희에게 잠만 자는 공간이라서 간소하게 꾸몄어요.
침대 옆에는 비밀공간으로 안내할 것 같은 슬라이딩 도어가 있어요. 문을 열면..
호텔 같은 공간, 안방 욕실
안방 욕실이 나와요. 일명 ‘투도어욕실'이라고 합니다. 저희 집의 자랑거리에요.
흔한 구조는 아니지만 골조부터 계획한다면 가능해요. 세면대-샤워부스-변기 총 3개의 실이 나오는 구조입니다.
세면대가 있는 공간은 방처럼 보일러를 깔아서 건식으로 사용 중이에요. 덕분에 습기도 없고 겨울에는 맨발로 사용할 수 있어요.
통로 공간이 협소해서 좁고 긴 LAR 세면대를 설치했어요. 제약이 많았기때문에 이런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강화유로 부스로 만든 샤워공간은 용변 보는 공간과 분리를 하고 프라이빗을 위해서 강화유리에 에칭처리해서 시공했습니다.
집 안에서 동선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방식의 구조를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어요.
나만의 공간, 서재(작업실)
침실에서 연결된 욕실을 지나면 서재로 나올 수 있어요. (서재의 문도 따로 있답니다) 서재에 출입할 수 있는 문이 2개인 셈이죠.
직업이 프리랜서라서 작업실로도 사용합니다. 되도록 집에서는 간단한 업무만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업무를 보지 않을 땐,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잡지나 디자인 책을 보는 걸 가장 좋아해요.
작은 놀이터, 드레스룸
작은방은 드레스룸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와이프랑 같이 빨래를 널거나 옷을 갈아입는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상하부 오픈이 가능한 허니콤 블라인드를 사용중인데 어느정도 시야를 가려주면서 채광을 확보할 수 있기에 추천드려요.
벽선반은 한번 설치해 놓으면 활용도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선반 옆은 작은 붙박이장이 있어요.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기도 하고 지금은 가족이 둘 뿐이라 아직 충분한 것 같아요.
한쪽면에는 이렇게 시선이 즐거운 공간으로 꾸몄어요. 가끔 손님방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손님을 위한 공간, 공동욕실
공동욕실입니다. 인테리어를 계획하다보면 힘을 주는 곳과 빼는 곳이 있어야하는데, 이 곳은 힘을 뺀 공간입니다.
손님용으로만 간소하게
실용적이고 위트있는 공간, 다용도실
마지막으로 다용도실입니다. 왼쪽 벽에 달린 선반은 정말 유용하게 사용중입니다. 보일러를 전시회에서 구매한 '르꼬르뷔지에 아트포스터'로 가렸더니 얼마전 점검하러 오신 분이 재미있어 하시더라구요. 단조로운 공간을 채우는 것이 항상 ‘위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풍성한 경험으로 가득해질 공간.
저의 디자인 철학이 ‘형태는 단순하게, 경험은 풍성하게' 입니다. 화려한 형태가 좋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 곁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단순한 것들이에요.
자연과 어울리는 ‘건축’, 군더더기 없는 ‘공간', 질리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지속적으로 만드는게 꿈입니다. 앞으로 저희 공간도, 여러분의 공간도 풍성한 경험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