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경면 ‘양가형제’ 햄버거 가게에서 매일 빵을 구워 햄버거를 만드는 형제가 있다. 그들이 마련한 공간의 멋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아갔다.
저는 피아니스트였어요. 사업을 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났고 결과는 제법 성공적이었어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어려웠어요. 고민끝에 제주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햄버거로 음식 사업을 하기로 정하고 저희 형제의 이름 딴 ‘양가형제’로 지었습니다.
여러 동네를 둘러보다가 이곳을 발견했어요. 1987년에 만들어진 마을회관은 긴 시간 방치되어 있었죠. 솔직히 처음엔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저희 가게 입구에는 현판에 관련된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요. 마을 사람들이 돈을 조금씩 모아서 이 회관을 지었죠. 저희는 마을 분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던 곳을 기억하고 의미 있게 사용해보고 싶었어요.
가장 먼저 저희는 이 곳에서 살아보는 것이였어요. 1년 동안 살면서 햄버거 연구를 했죠.
그 후에 공사를 시작했어요.
장소를 빌려주신 평화동 주민분들을 모시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옛것을 무겁게 생각하며 아름답게 지키겠다.”고 약속드렸죠.
공간 만드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고민끝에 의미 있는 작업을 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한 ‘길종상가’를 찾았어요. 시각적인 부분은 모두 전문가와 함께 의논하고 디자인했어요. (8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컨셉은 ‘컨셉이 없는 것’이었어요. 특히 유행하는 것을 경계했어요. 옛 모습을 해치지 않고 복원하는 것과 새롭게 변화한 것이 서로 조화로운 것을 추구했어요. 어떤 무드를 억지로 끌어내려고 하지 않았어요.
주민분들이 오셔서 “옛날에 있던 것을 잘 살렸다.” 하셨어요. 사실 다 고쳤기때문에 옛날 것들은 거의 없어요. (씽긋) 하지만 이렇게 느끼실 수 있는 것이 자연스러움의 첫 번째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멋 부리지 않고 잘했다.”고 말하세요. 저희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죠.
동네 할머니들도 오셔서 햄버거를 드세요. 익숙한 마을회관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거든요.
새로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혹시 제주에서 뭔가를 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제주를 훼손하지 않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유행을 쫓거나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것은 쉽게 질리고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제주에 터전을 잡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30살이된 회관을 고치는 작업은 녹록지 않았어요. 하지만 길종상가와 지역 기술자들이 도와줬기에 잘 해낼 수 있었죠. 특히, 의미 있는 공간이라서 이 지역의 분들과 함께하고 싶었어요. 기술과 장비가 세련되지 않았지만, 마을 회장님을 비롯해 여러 업무를 동네 기술자분들과 작업했어요.
마을회관으로 쓰이던 공간을 바꾸기 위해 우선 바닥을 파냈어요. 바닥을 들어내고 청소하는 작업이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죠.
그 후에는 도끼다시가 남았어요. 바닥재인데, 현재는 남아있는 곳이 얼마 없어 연마와 광택 작업을 해줄 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았죠. 수소문 끝에 제주시에서 찾았어요.
지금 바닥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직접 왁스를 먹이고 있어요. 도끼다시를 찾는 일은 없지만, 현재 있는 재료 중에서는 ‘테라조’라는 가공 석재가 비슷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입구 천장에는 거울이 붙어 있는데 자꾸 떨어져서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소품들은 제주에서 구한 것도 있고, 이태원의 빈티지 가게나 해외에서 사 온 것들도 있어요.
인터넷으로 산 것도 있고요.
조명은 우연히 발견한 가게에서 많이 구했습니다.
바닥재는 동네 형님 창고에 있던걸 주셨어요.
유용하게 쓰고 싶어, 길종씨에게 부탁을 했더니 다리를 만들어 주셔서 식탁으로 탈바꿈됐죠.
의자들도 특별하지 않아요. 뷔페나 호텔에 가면 볼 수있는 하얗게 씌워진 의자천을 벗기면 이 의자가 나와요.
사무실에서 사용하기도 하고요.
현수막은 엄마가 써주셨는데, 외국 친구들이 보면 좋아해요. 공간과 잘 어울리죠.
‘자연스러움’이라는 목적이 짜여 있으니까,
소품이나 그 외의 것들은 맞추기 쉬웠어요.
바 의자는 길종상가에서 찾아주셨는데 가격도 착해요. 좋은 파트너를 만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이 일을 하면서 동생과 약속했던 것이 “우리의 생각을 하지 말자.” 였어요. 작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문제 되는 것만 협의했어요.
길종 씨는 모두 수작업을 해요.
회의한 후, 그림으로 시안을 그리죠
그래픽이 필요한 부분은 ‘코우너스’라는 팀을 소개 받았어요. 폰트도 만들어 주고, 로고나 메뉴, 명함 같은 것도 제작해주셨죠.
그때 인연으로 다른 작가들에게도 추천을 받아 포스터, 가방 같은 것도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인테리어에 대해 추가하고 싶은 것은 없지만,
서울점을 열고 싶은 바람은 있어요.
계속해서 재미있는 장소와 방법을 궁리하고 있죠.
저희는 햄버거가 과학적인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햄버거의 빵과 들어가는 재료를 조합해서 데이터를 쌓아가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거든요. 제주에 오기 전부터 해외 유명 햄버거의 조리법을 데이터화 하고 재현하는 연습을 했어요. 홍대, 가로수길, 서래마을 등의 유명 수제버거 집들을 찾아가 시식하고 논쟁을 벌인 적도 있죠.
마지막으로 저희 원칙은 ‘매일 햄버거 빵을 만들고 100% 쇠고기 패티를 사용할 것!
최대한 제주 로컬 재료로 푸드 마일을 줄이고 신선함과 건강함 유지할 것!
정통 미국식 햄버거에 기초를 두고 우리의 입맛과 제주를 담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