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홈스타일링 일을 하고 있는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위지연입니다. 원래는 이 일과 전혀 무관한 삶을 살다가 결혼 후 집을 꾸미면서 많은 위로를 얻고 집이라는 공간이 그냥 네모난 공간이 아닌 사람을 안아주고 치유해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했던 일인데 9년만에 아기를 갖게 되면서 2년 정도 쉬고 이제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스타일링했던 여러 집 중에 오늘은 제가 복직하면서 처음 만난 집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릴게요.
이 집은 3년차 신혼부부와 강아지 두 마리가 함께하는 집이에요. 24평 전셋집이구요. 두분 다 평범한 회사원이고 퇴근 후 남편분은 누워서 티비를 보시거나 게임을 하시거나 하시고 아내분은 자수를 종종 두신다 하셨어요. 강아지 산책도 하시구요.
전체적인 인테리어 컨셉은 원목이 주를 이루되 깔끔하고 환한 느낌을 원하셨어요. 색이 많은 느낌은 그닥 좋아하지 않으셨고요. 최근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셔서 불필요한 살림을 정리하시는데 아주 적극적이셨어요.
전셋집이기에 집에 대한 시공부분은 최소화하였습니다. 천장의 몰딩과 방문페인팅, 현관 바닥 리폼 등은 부부가 직접 하셨어요. 그외 가구비까지해서 대략 500만원 정도에 스타일링 하셨어요. 제가 진행해본 최저 예산이었지만 두 분이 많이 협력하셨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
아주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한번도 제대로 손 본적이 없어보였어요. 다행히 주인분이 도배를 해주신대서 합지도배가 진행중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일반적으로 많이 하시는 TV와 3인용 진한 브라운색 푹신한 소파를 사용하셨어요. 작은 집에 큰 소파라 집이 더 좁아 보이셨겠지요. 이사를 하셨지만 평수가 커진 것은 아니기에 이전 집에서 불편하셨던 점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두었어요.
손님이 4~6명정도 자주 오시는 편인데 큰 식탁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오질 않아서 거실에서 휴식도 하고 식사도 하실 수 있는 공간으로 스타일링해드렸어요.
기존에 쓰셨던 티비장은 치울까도 생각했지만 나중에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싶어지실 때를 생각해서 그대로 두고 액자를 올렸답니다.
작은 집은 밤에 불을 환하게 켜는 것보다 간접조명으로 약간 어둡게 해두시면 더 포근한 느낌이 사는 것 같아요. 이 집도 장 스탠드 1개와 천장에서 내려오는 내림등 1개로 거실의 밝기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주방쪽에도 같은 내림등이 있고 싱크대 쪽은 밝은 등이 있어서 어둡지 않다 하셨어요.
낡은 아파트의 인터폰 색상도 저는 함께 어우러져 보이는 것 같아요. 살짝 보이는 침실로 가볼까요
침실은 상태가 정말 안좋았어요. 바닥과 거실의 장판색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이 부분 때문에 전체 장판을 시공하게 되었답니다. 몰딩색도 중간에 끊겨있고요.
기존에 쓰시던 침대는 프레임이 아주 무겁고 큰 침대였어요. 사이즈가 매트리스 보다 작게 제작이 되어 매트리스 커버를 씌우는게 아주 힘들었다 하셨죠.
침대 프레임을 중고나라에 보내고 저렴한 매트리스 하부 받침을 사용해서 높이를 올린 후 베드스커트를 제작해 가려주었어요.
그리고 이 방에서 티비를 보시기에 등부분이 아프시지 않도록 침대 헤드도 제작해드렸답니다.
침구는 모두 린넨으로 제작되었어요. 들어간 돈은 얼마 없지만 침구를 바꿀 때마다 느낌을 달리 할 수 있고 세상의 하나뿐인 침대라 부부가 아주 좋아하셨답니다.
침대 옆의 스툴은 기존 화장대에서 쓰시던 것인데 화장대는 다른 곳으로 처분하고 스툴만 이곳에 자리하였어요. 스타일링을 할 때도 가능하면 있는 것을 잘 살려보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
커튼은 기존에 쓰시던 것이 있어서 거기에 맞춰 색감을 잡아드렸어요.
침대 맞은 편에는 티비장이 놓여있어요. 작은 집이기에 수납을 위해 서랍이 있는 것으로 선택하였답니다.
마지막으로 드레스룸이에요. 정말 재미나게 생긴 붙박이장이 있었어요. 거울이 달린 문의 형태인데 상태가 좋지 않아 문을 떼고 안에 이케아 알고트 형식의 행거를 넣어 자주입는 옷을 수납한 뒤 커튼을 달아 깔끔하게 정리했답니다.
그리고 속옷 수납정도의 서랍장과 연계된 책상을 두어 남편분이 컴퓨터를 쓰실 수 있게 해드렸어요. 저예산 스타일링을 할 때는 이런 점이 참 어렵답니다. 제작을 하면 크기에 맞는 제품이 딱 맞게 들어갈 수 있는데 대신 가격부담이 생기지요. 10만원 정도의 예산에서 크기와 색감이 딱 맞는 제품을 찾기까지 참 많은 제품을 들여 다 본답니다.
샤시가 있는 곳에 옷장을 둘 수 밖에 없는 구조라 베란다 출입을 위해 벽을 다 채우진 않고 장롱을 두었어요.
그리고 남은 공간에 전신거울과 의자, 그리고 이동식 카트에 화장품을 수납하시고 화장을 하실 수 있게 했답니다. 이동식 카트가 배송전이라 사진에 담질 못해 아쉽네요.
앞으로도..
제가 집을 통해 느낀 바가 있어서인지 스타일링을 할 때도 그저 멋있고 부티나는 집 보다는 고객님에게 의미 있고 따뜻한 느낌이 있는 것에 가장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있어 스타일링이란 ‘꼭 그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집, 그리고 따뜻함이 있는 집으로 만드는 일’이에요.
저에게 집이란 참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나와 함께 나이를 먹는 공간이기도 하고, 힘들 때, 기쁠 때, 내 기억의 한 페이지에 늘 배경이 되어 주기에 참 소중한 공간이에요.
좋은 집이든, 작고 낡은 전셋집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있는 동안 조금 더 소중히 다뤄진다면 분명 그 집에 사는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돌려 줄거라 믿습니다. 그게 제가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랍니다. 휴식이 되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많은 분들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