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 코로나로 인해, 강제 집순이에 식물 집사가 된 '마치와어거스트'라고 합니다.
저는 남편과 함께 지어진 지 30년 된 아주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평수는 16평 정도 되고요. 침실 1개, 거실, 화장실 1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처음으로 매매한 집이라 그런지 정말 원하는 대로 예쁘게 꾸미고 살고 싶은 욕망이 있었는데요. 다행히 저희가 입주하기 2년 정도 전에 한번 리모델링이 진행됐던 집이라, 들어오기 전 도배와 장판 정도만 하면 크게 손댈 것이 없었습니다.
평수가 조금 작기는 했지만, 남편과 둘이서 알콩달콩 지내기에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식물을 키우는 식물 집사 입장에서 정남향인 집이라 종일 해가 잘 든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반전인 인테리어 컨셉은 화이트와 우드, 그런데 이제 식물을 곁들인 컨셉입니다. 신혼부부의 집인 만큼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내추럴한 톤으로 인테리어 했어요. 화이트와 우드 컬러만 사용해서 조금 심심해 보일 수는 있지만, 제가 키우는 많은 식물들로 포인트를 주어 집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거실은 우리 집에서 가장 다채로운 공간이에요. 거실은 총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제일 왼쪽 공간이 티브이와 소파가 있는 말 그대로 리빙룸이고요. 중간 공간은 밥솥 선반과 화이트 식탁이 있는 다이닝룸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끝에는 옷장을 두어 드레스룸처럼 이용 중이에요.
첫 번째 구역 리빙룸에는 작은 집에 어울리는 3인용 소파를 두고 베란다 벽 쪽에는 티브이 장을 두었어요. 주말에는 내내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거나 유튜브로 음악을 틀어놓고 핸드폰을 하곤 해요. 저녁에는 주로 플로어 스탠드만 켜놓고 우리 집만의 아늑한 분위기를 느껴요.
콘센트의 지저분한 느낌을 가리고 싶어 액자 테이블을 벽에 기대어 두었는데, 저게 테이블이라는 걸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오는 손님마다 깜짝 놀라곤 합니다.
다이닝룸은 흰 테이블과 라탄 의자를 두어 카페 같은 분위기를 내려고 했어요. 흰 테이블과 라탄 의자만 있다면 찍는 순간마다 핫한 카페처럼 느껴지곤 하더라고요.
밥솥을 둘 공간이 딱히 없어 평소에는 밥솥을 바닥에 두고 사용했었는데요. 밥솥장까지 구매하면 공간이 너무 좁아 보일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모듈 가구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유리제품이라 시각적으로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고, 원하는 소품들을 올려 꾸밀 수도 있어서 좋더라고요. 올해의 소비 1위로 꼽고 싶어요!
보통 저희 집 구조에서는 거실을 침대로 쓰고, 작은방을 드레스룸으로 사용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희 부부는 침실은 분리된 공간에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거실 한쪽 벽면에는 붙박이장을 짰어요. 붙박이장은 화이트 컬러의 무광 PET 문을 달고 튀지 않는 디자인의 손잡이로 골랐더니 벽처럼 보여서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남편과 저 둘 다 옷이 없는 편이라 세 칸의 붙박이장에 모든 옷과 잡동사니를 넣고 있어요.
안방은 침실과 홈 오피스가 같이 있는 공간이에요. 침대 프레임은 제가 결혼하는 당시 유행했던 시몬스의 한혜진 프레임이에요.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에서 한혜진 편에 등장해, 굉장히 유명해진 프레임입니다.
또 저희 부부는 저녁에 잘 때 쾌적한 자는 것을 좋아해서 거실의 에어컨을 강하게 틀고, 침실에서는 아직도 두꺼운 구스 이불을 덮고 있어요. 구스 이불은 따뜻하면서도 가벼워 거의 4계절 내내 사용 중이에요. 지금은 버터색 침구를 사용하고 있는데, 침구만 바꿔줘도 침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답니다. 침구 하나로 집꾸미기에서 봤던 멋진 집이 우리 집이 된 것만 같아 볼 때마다 흐뭇해지곤 해요.
퀸사이즈 침대 옆은 작은 공간은 홈 오피스로 꾸몄습니다. 침대 옆 공간이 80cm 정도 되기 때문에 그와 딱 들어맞는 알맞은 크기의 책상을 찾기 위해 나름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남편이 게임을 하려고 컴퓨터를 산다고 했을 때는 굉장히 구박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한다고 하면서, 요즘엔 오히려 제가 더 잘 사용하고 있어요.
주방은 저희 집 현관을 열자마자 보이는 첫 번째 공간이에요. 화이트 컬러의 싱크대와 어두운 컬러의 조리대와 타일이 특징인 공간이죠. 주방이 일자형 집의 복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서 항상 깔끔하게 사용하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래 서랍장을 없애고 큰 사이즈의 식기세척기를 넣으려고 했는데, 싱크대가 너무 낮아 사전 실측에서 식기세척기 설치 불가 판정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전에 사시던 분이 할머니라 싱크대를 낮게 설치한 듯했어요. 그래서 6인용 식기세척기를 구매해 싱크대 위로 올렸습니다.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 그릇이 대부분 건조되어 나오기 때문에 바로바로 서랍장에 넣어두는 편이에요.
자취하는 내내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다가 이 집에 와서 처음으로 인덕션을 사용해봤는데 청소가 너무 간편하여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인덕션 전용 세제로 닦으면 유리가 반짝반짝 해지는데 살림 고수가 된 기분이 들어서 뿌듯하답니다.
싱크대 맞은편에는 정수기형 냉장고와 스타일러를 두었어요. 작은 집이라 최대한 실용적인 가전제품을 많이 이용하려고 하는데 정수기형 냉장고는 신의 한 수였어요. 싱크대에서 뒤로 돌면 냉장고가 있어 요리할 때나 물이 필요할 때 바로바로 정수기를 사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옆에는 조금 뜬금없지만 스타일러를 두었어요. 집에 들어오자마자 외투를 벗어 바로 의류 케어를 한 후에 옷장에 옷을 넣어두어요. 아, 그리고 스타일러를 들이면서 미러형 문을 거울로 사용하게 된 탓에, 원래 있던 거울은 전신 거울은 당근 마켓에 팔아버렸습니다. 짐을 최소화하는 것. 그게 바로 작은 집 살이의 핵심이거든요.
저희 집 베란다의 한쪽은 서브 키친 공간이에요. 벽 쪽에 아일랜드 장을 두어 아래는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고 있고 위로는 에어프라이어를 두고 사용하고 있어요. 냄새나는 요리는 베란다에 있는 에어 프랫이기에서 하기 때문에 집 안에서는 강한 냄새가 거의 안 나게 요리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행잉 식물을 걸어두고 홈 카페 분위기를 내고 싶었는데 커피를 안 좋아하는 편이라 커피 머신 없는 홈 카페 콘셉트로 꾸며보았답니다. 대신 토스트기는 에어프라이어 옆에 두었습니다.
반대편은 세탁기가 있는 다용도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트롬 워시 타워를 설치해 사용 중인데 사이즈도 크지 않고 한 컬러라 통일감도 있어서 만족해요. 세탁기 옆에는 작은 트롤리를 구매해 세제와 세탁망 등을 넣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베란다는 제가 사랑하는 식물들이 가장 많이 있는 공간이에요. 흡사 야외 테라스 같은 분위기를 내고 싶어 수초 러그를 깔아 두었어요. 그리 덥지 않은 주말에는 러그에 앉아 식멍(식물을 보며 멍 때리는 것)을 하는데 잡념을 사라지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공간은 바로 화장실이에요. 전에 사시던 분이 화장실 인테리어를 하면서 욕조를 없애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었답니다. 피곤한 날에 욕조에 가득 물을 받아 반신욕을 하면 그날의 피로가 모두 풀리는 기분이 들어요.
화장실은 물건이 많이 나와있으면 지저분해질 것 같아 최대한 깔끔하게 사용하는 편이에요. 거의 모든 세면도구를 거울 서랍장에 넣어두고 사용할 때만 꺼내 쓰고 있어요. 화장을 즐겨 하는 편이 아니라 화장대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 스킨케어 용품을 화장실에 두고 샤워 후 바로바로 하는 편이에요.
주말에는 식물들을 욕실로 모아 단체 샤워를 시켜주곤 한답니다. 식물들에게 물을 주며 반짝반짝해지는 잎을 보면서 행복을 느껴요.
작은 곳에서 시작해 점점 늘려나가는 재미가 있다는 어른들의 말처럼, 이 집은 우리 부부의 시작을 함께하는 집이에요. 작지만 행복으로 가득 찬 집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온라인 집들이를 마치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