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집과 회사를 오가는 삶을 살고있는 직장인 'littlegoodtaste'라고 합니다. 저는 정리 정돈에 집착이 심하며 작고 소중한 예쁜 것들에 진심인 편이에요. 취미 생활도 예쁜 샵 구경 다니기입니다.
최근엔 SNS에 littlegoodtaste라는 계정을 만들어, 집을 소개하는 부캐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데요. 본캐의 직업이 공간 기획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캐의 역할이 정해지더라고요.
저희 집은 1999년에 지어진 옛날 아파트의 전형적인 구조인 루 베이 구조의 아파트랍니다. 방은 총 3개, 거실, 부엌, 화장실 2개로 이루어진 공간이에요.
거실은 이사 오기 전에 이미 확장 공사가 되어있었고,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다른 공간도 확장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현재 저희 집의 모습은 아래 사진에 더 가깝습니다.
이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 저는 쭉 전세로 살아왔었는데요. 6년 동안 8번의 이사를 하면서 심신이 좀 지쳐있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전셋집에서는 오래 살 수 있기를 바랐는데... 결국 2년 후 집 주인분께 나가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듣게 되었죠. 그 이후 무조건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집이 나오면 사자!'라는 생각에 부동산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물건이 나왔다는 소식에 집을 보지도 않고 당일에 계약을 진행해버렸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집이 대로변에 있어서 약간의 소음을 감수해야 하고, 뷰라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그때는 왜 뷰가 중요하다는 걸 몰랐는지... (그래서 그냥 커튼치고 생활해요.) 하지만 입지적으로 너무 좋은 환경을 갖고 있어서, 이곳에서 아주 오래오래 거주할 예정입니다.
인테리어 초반에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다 보니 공간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고, 수납공간도 거의 없는 상태여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해서 집을 변화시켜볼까?' '수납공간은 어떻게 많이 하지만 예쁘게 넣을까?'였어요.
제팬디 스타일(japandi style)의 예시
그 후에는 우드&크림 베이지 톤에 동서양의 조화랄까, 너무 모던하지도 너무 동양적이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딘가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머릿속에 그리며 집을 꾸미기 시작했어요. 찾아보니 이런 컨셉을 요즘 재팬디 스타일이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의 미니멀리즘과 스칸디나비아의 따뜻한 무드가 혼합되어 있는 느낌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미국 뉴욕에 위치한 라가르송(La Garconne) 매장 내부
사실 저의 경력 중 샵을 오픈해본 경험이 있거든요. 그중 하나가 샵이 미국의 라 가르송이라는 편집매장을 벤치마킹한 곳이었는데, 그때 라 가르송 매장이 보여주는 따뜻함과 코지함 그리고 간결함에서 느껴지는 동양적인 미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 컬러와 자재들을 저희 집에도 꼭 사용해보고 싶었습니다.
저희 집 거실의 가장 큰 포인트는 바닥을 원목마루로 깔고, 벽 전체 도색한 것인데요. 흔한 화이트 컬러가 아닌 크림 베이지 컬러로 칠했다는 점이 포인트예요.
화이트의 깔끔함은 좋아하지만, 차가운 느낌이 싫어서 여러 제품을 둘러보다가 벤저민 무어의 Albany white라는 컬러를 보고 도색을 결정하게 되었는데요. 실제로 보면 이즈니 버터 같은 따뜻한 컬러인데, 사진이 그 고급스러움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네요.
마루도 강마루와 원목에서 고민하다 원목을 선택했는데 그 포슬포슬한 마루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마루폭도 넓어서 집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고요.
그리고 또 하나 포인트는 중문은 과감하게 포기했다는 점입니다. 전실도 없고 거실도 좁은 편인 구형 아파트에 중문까지 하면 정말 답답할 것 같더라고요. 그 대신 현관과 거실을 구분할 수 있도록 수납 선반을 배치해서 인테리어 효과에 수납효과까지 노려보았어요!
수납 선반은 모듈형 가구인 USM 제품을 주문했고 해당 사이즈에 맞도록 현관을 설계했어요. USM 위에 다양한 소품들을 이리저리 연출하면서 작은 변화를 주는 일이 참 재미있더라고요.
소파는 그레이 컬러의 모듈형 제품을 선택했고요, 포인트로 1인 소파를 하나 더 두었습니다. 쨍한 블루 컬러가 저희 집에 포인트 컬러가 되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공간에 생기를 넣어주는 것 같아요.
베란다 확장 공간에는 시스템 선반을 활용한 미니 서재 도 만들어보았어요. 선반 제일 아랫부분은 노트북을 올려서 작업할 수 있답니다. 저 공간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노트북을 하고 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주방도 구조 변경을 했어요. 원래 구형 아파트는 벽을 보고 설거지와 요리를 하는 그런 구조인데, 저는 요리할 때 가족 혹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그런 장면을 많이 꿈꿨었답니다.
그래서 기존에 가스레인지가 있던 자리에는 냉장고를 놓고, 앞쪽에 아일랜드 주방을 만들어서 조리대를 설치했어요. 조리대 위에는 인덕션을 설치해서, 깔끔하게 보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조리대 하부에는 수납을 위해 하부장을 그득그득 만들어놓았어요.
주방 아일랜드 앞쪽에는 저희 가족의 다이닝룸이 있어요. (다이닝룸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공간이지만 저는 다이닝룸이라고 불러요.) 우선 '식탁은 넓어야 한다'가 저의 지론이라 넉넉하게 6인용 제품을 사용 중이에요. 의자는 찰스퍼니처 비엔토 벤치와 비아인키노 마론 체어 오크 아이비로 믹스 매치했죠.
그리고 제가 너무너무 꿈꾸던 루이스 폴센 조명을 예쁘게 달아주었어요. 이건 직구로 구매했죠. 루이스 폴센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ph5와 고민하다, 글라스로 만들어져서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의 VL45으로 결정했어요.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가로로 긴 테이블 위에는 두 개는 달아줘야 하기에 사이즈는 미니로 결정했습니다.
침실은 지인들이 저희 집에 놀러 오면, 예쁘다는 칭찬을 가장 많이 해주는 공간인데요. 또 저희 집에서 가장 구조가 특이한 공간이기도 해요. 하나의 공간을 유리 파티션을 활용해, 침실과 드레스룸으로 구분해 두었거든요.
침실 쪽은 붙박이 형태로 평상을 만들어서 매트리스를 올려놓았고요. 양옆에는 작은 서랍장을 두어 남편과 저의 개인 사물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제 자리 위쪽에는 숙면을 기원하는 뜻에서 구름 모양의 우메이 깃털 조명을 하나 달아 놓았습니다.
드레스룸 쪽은 붙박이장을 달아 옷을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했고, 양쪽 끝에는 에어 드레서 자리와 화장대 자리를 만들어 놓았어요. 파티션 쪽에는 서랍장을 놓아 수납공간을 최대화 시켰습니다.
욕실 인테리어는 안방과 거실의 컨셉을 다르게 하여 꾸며보았는데요. 그중 거실 욕실은 베이지 톤의 무광 타일을 넣어 따뜻한 공간을 연출했어요. 인테리어 하기 전 정말 작은 욕실이었는데 저렇게 큰 타일을 벽면과 바닥에 통일되게 깔아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또 욕조와 세면대 사이에 유리 파티션을 넣어, 공간을 구분해 두었고요. 매립형 수전과 젠다이를 활용해, 고급스럽고 깔끔한 느낌의 욕실로 꾸며보고자 했습니다.
반면 안방 욕실에는 좀 더 재미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세면대 공간인데요. 반대편 방의 작고 활용도가 낮은 붙박이장 부분을 터서 세면대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옆에 샤워부스와 변기를 놓았습니다.
기존 면적에서는 사실 욕조와 세면대 그리고 변기까지 놓을 수 없었는데, 저렇게 공간을 발굴해낸 덕분에 멋진 욕실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세면대는 타일을 접어서 그 위에 얹는 방식으로 제작하였는데요. 고급스러운 부티크 호텔의 화장실 같은 느낌이에요. 거울 쪽에 간접 조명을 넣은 것도 신의 한 수였던 것 같고요.
지금까지 저희 집의 A to Z를 모두 공개해드렸는데요. 이 공간들에는 모두 제 취향이 오롯이 반영되어 있답니다. 이렇게 매거진을 쓰면서 제 공간을 둘러보니, 감회가 참 새롭네요.
위에 한번 언급했듯이 뷰가 아쉬운 집이기는 하나, 제 취향이 담아 꾸미고 나니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