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 닿는 곳에 기쁨이, 시선이 머문 곳에 행복이 자리하는 '마리네 집'입니다. 그리고 저는 마리의 집사인 '자르뎅드마리'라고합니다.
저는 전직 유치원 교사로 현재까지 유아교육 관련해 다양한 일을 해왔습니다.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좋아해서, 피아노 연주를 비롯해, 그림, 자수 놓기, 뜨개질, 요리를 취미로 하고 있어요. '타샤 튜더' 같은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제 인생의 목표거든요.
본격적으로 집을 소개하기 전에 저와 함께 살고 있는 '마리'를 소개해드릴게요. 2015년생이고 '새침한 여자'에요. 종은 '스코티시 스트레이트'이고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랍니다. 운동신경 꽝에다가 화낼 줄 모르는 녀석. 아침에 츄르 하나씩 먹는 게 유일한 낙입니다. 그리곤 종일 잠만 자요.
저희 가족이 사는 집은 지어진 지 26년 된 오래된 아파트입니다. 저희 집은 거실, 주방, 안방, 아이 방, 음악방, 화장실 2개로 구성되어 있어요.
집을 구할 당시에 리모델링을 할 여유자금이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화장실과 새시가 깔끔한 집을 계약하고 바로 입주했어요. 그리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꼭 필요한 공간만 리모델링만 진행했습니다. 주방은 전체적으로 타일과 싱크대를 교체했고, 단열을 위해 현관 중문만 다는 정도였죠.
제가 인테리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계절에 어울리는 톤이에요. 어릴 적에 저희 엄마는 계절마다 쿠션과 커튼을 바꾸어 달아 집 안 분위기를 바꾸셨어요. 작은 소품에서 계절감을 느낄 수 있어 늘 새로웠던 것 같아요.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깔끔한 화이트 배경에 따뜻한 우드톤의 가구를 좋아해요. 하얀 여백에 차분한 우드톤에는 어떤 가구나 소품을 놓아도 잘 어울릴 테고, 계절에 따라 소품만 달리하면 언제든 분위기를 바꿀 수 있으니까요.
딱 한 가지 제가 가진 유별난 점은 유행에 민감한 편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늘 새로운 게 예뻐 보이고 유행이 지난 것은 눈길도 가지 않는 이상한 심리를 가졌어요. 그래서 유행에 민감하지 않을, 오래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을 그런 디자인과 톤을 찾아 헤매었답니다.
결국엔 취향에 맞는 가구들을 찾아냈지만, '화이트 앤 원목' 컨셉과 현재 유행하는 '미드 센추리'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이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네요. 경제적인 부분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분명 무엇이 예쁘고 고급스러운지 알고는 있지만 엄두를 낼 수 없는 거죠. 그래서 내가 가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멋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결론을 말하자면 인테리어 컨셉은 현재 진행 중이고, 아직은 정착 중인 단계입니다.
화이트 앤 우드 컨셉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 거실이에요. 처음 이사 와서 여름, 가을, 겨울, 봄을 지낸 시간이 고스란히 사진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거실은 저만의 작은 작업실이에요. TV에 오늘의 날씨와 기분에 어울리는 영상을 띄우고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어요. 휴일이면 가족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노닥이는 공간이고요. 가족이 모두 게으른 곰처럼 오랜 시간 진득하게 앉아 있는 곳이죠.
TV는 원목 스탠드로 벽의 중앙에 세우고 양재 꽃 시장에서 데려온 잘생긴 드라세나자바를 배치했어요. 거실의 분위기는 이 나무가 살려주는 것 같아요.
기존 주방은 동선이 매우 복잡했어서 리모델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동선을 가장 간결하게 잡고 주방 타일도 무광 화이트로 배색을 맞추어 시공을 했어요.
그다음 붙박이장을 만들어, 빌트인 냉장고를 넣고, 주방 등이 있는 위치에 식탁을 배치했습니다.
집에 비해 주방이 좁은 편인데, 구성에 신경 쓴 덕분에 주방을 알차게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저희 집 주방에는 샹 부장이 없어요. 대신 주방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마한 베란다 공간에 팬트리를 만들었답니다. 어쩌면 활용되지 못할 좁은 공간을 쓰임새 있게 활용하니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최소한의 비용으로 유동성 있는 이케아 선반을 놓고, 바구니를 사이즈에 맞게 넣어서 식료품을 정리했어요. 같은 것끼리 분류해 정리를 좋아하는 저에게도 안성맞춤이고, 다양한 식료품들이 저장되어 있어서 ‘오늘은 뭘 먹어야 하나.’ 주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집 밥 메뉴 고민도 사라졌어요. 뭐든 꺼내 요리하면 되니까요!
이곳이 바로 저희 부부의 침실입니다. 원목에 깔끔한 디자인의 침대 프레임 그리고 먼지가 날리지 않는 촉감 좋은 화이트 침구를 사용 중이에요. 공간이 너무 심심하지 않게 천장에 모빌도 달아, 은은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해 보았어요.
저희 집에는 따로 드레스룸이 없어서, 침실에 붙박이장을 짜넣었는데요. 가장 유행을 타지 않을 것 같은 민무늬의 크림화이트 색상으로 설치했습니다.
저희 집에서 가장 작은방은 우리 가족의 음악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신랑은 기타와 드럼을, 딸은 바이올린을 저는 피아노를 연주해요. 악기를 프로처럼 잘 다루지는 못하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 음악으로 소통하며 3가족이 하모니를 이루기도 하고 서로의 악기에 기대어 마음을 위로하기도 해요. 가족의 공통분모인 ‘음악실’은 집 안의 구성 중 더더욱 소중한 공간이죠.
악기방이 묵직한 톤의 월넛 색상의 원목 가구로 배치된 이유는 다름 아닌 25년 된 피아노의 색상 때문이에요. 어릴 적부터 저를 따라다닌 피아노는 여기저기 깨지고, 흠집이 나 어느새 못난이가 다 되었지만, 길이 잘 든 오래된 피아노는 어디에서도 못 구하는 보물이에요. 그래서 피아노 색상이 중심이 되어 이 방의 컨셉이 묵직한 색상으로 구성되었어요.
음악방은 협탁을 배치해 카페 같은 분위기로 연출해 봤어요. 딸아이가 바이올린 연습에 지칠 때면 작은 협탁 위에 달달한 코코아를 한 잔 올려놓아요. 마음에 쉼을 갖고 공간과 호흡하며 즐거운 연주를 하라는 엄마의 마음을 담아서요.
이곳은 저의 딸 방입니다. 모두 이케아에서 구입한 가구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공간에 따라 사이즈 선택을 할 수 있어서 딸아이 방을 구성할 때 안성맞춤이더라고요. 책장은 높이 조절과 칸 조절이 돼서 책 높이에 맞게 조정하고 칸이 더 필요해 선반도 추가로 구입했어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나서는 한쪽 벽면에 책장을 세우고 창가 쪽에 책상을 배치했어요. 온라인 수업으로 피로한 눈을 잠시나마 쉴 수 있도록 창을 바라보는 자리에 책상을 놓았어요.
딸아이의 공간은 성장하면서 시시각각 변해왔어요. 커가면서 관심도 달라지고 꿈도 달라지니까요. 늘 아이의 관심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공간과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 그것이 엄마의 역할인 것 같아요. 어느덧 중학생이 된 딸을 위해, 이번에는 러블리한 언니방(?) 같은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분위기를 변화시켜 보았어요.
완전히 다른 방 같지 않나요? 이 집에 사는 동안 가장 변화가 많을 방이 딸아이 방이 될 것 같습니다.
계절의 변화, 시와 꽃을 사랑하고 음악과 미술을 즐기는 저는 일상의 감각적인 것들을 기록하는 일 또한 좋아해요. 그런 저의 모든 것이 집안 곳곳에 고스란히 담겨 사랑스러운 가족에게 아늑함을 선물하는 집이 되길 늘 소원해요.
지금까지 손 닿는 곳에 기쁨이, 시선이 머문 곳에 행복이 자리하는 '마리네 집'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