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부모님, 그리고 반려동물 세 마리와 함께 거주 중입니다.
갤러리아 백화점에 입점하는 반려동물 의류 브랜드 사업을 하고 있어요. 장모종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어떻게 하면 털이 덜 빠지게 관리해 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사업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에서 촬영할 일이 없다 보니, 집에서 고양이에게 옷을 입힌 일상 사진을 자주 남기곤 해요.
사람 셋 그리고, 동물 셋이 동거하는 저희 세미 동물원(?)은 2011년 말 준공된 50평 아파트입니다. 침실 3개, 다이닝룸 1개, 화장실 2개, 거실, 주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
부모님과 함께 할 집이라, 생활의 편의성, 교통 그리고 창밖 풍경, 단지 내 조경 등 웰빙 요소 위주로 고심했어요. 반려동물의 행복도를 고려해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기를 희망했고, 뒷동산을 끼고 있는 집이라 동산 뷰와 계절감을 느낄 수 있어 만족했습니다.
또 처음부터 전체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갈 생각으로 독특한 타워형 구조를 선택했죠. 복도가 길고 3면이 전부 창이라 인테리어를 하면 더 빛을 발할 것 같아서 마음에 쏙 들었거든요. 저희 집은 시공사 없이 공정별로 시공자를 제가 직접 직접 컨택한 (반)셀프 인테리어로 완성했습니다.
전반적인 인테리어 컨셉은 '갤러리 같지만 밋밋하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질리지 않을 레이아웃'이었습니다. 블랙과 그레이를 좋아하는 저와, 밝고 환한 집을 원한 어머니 사이에서 절충안으로 Greige (gray-beige) 톤의 집이 탄생했어요.
현관은 윤현상재의 Moonstone 타일로 시공했어요. 이 타일은 너무 예쁘고 독특한 느낌을 주는 질감이라 자연스레 모던한 현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답니다. :->
일괄소등 마스터 스위치 옆에 세라믹 보울 겸 후크를 걸어두어 차 키나 종량제 기기 열쇠 등 자잘한 것들을 보관할 수 있게 해두었어요.
집 전체는 벤자민무어의 스커프엑스 제품으로 *에어리스 시공을 했어요. 방마다 다른 컬러를 사용하였지만 채도는 비슷한 컬러를 선택했고요.
문밖 복도에서 한 번에 보면 각기 다른 컬러의 방들이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서 보면 크게 색감이 다르지 않고 비슷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각 공간의 무드의 변화가 아주 살짝 느껴지는 정도를 바랐어요.
無 몰딩 - 無 문선 - 無*걸레받이의 '3無'를 기본으로 했지만, 너무 카페나 상업공간 같은 스타일은 선호하지 않는 가족의 의견으로 완전한 *히든 도어는 도전하지 못했어요. 아쉬운 대로 *템바 보드를 두른 실외기실 가벽에만 유일하게 히든 도어와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었네요.
BEFORE
AFTER
거실은 모던하면서도 차갑지 않게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톤으로 배색을 정했습니다. 또 거실과 주방이 경계 없이 이어지는 구조기 때문에, 최대한 좁아 보이지 않게 배치를 구상했습니다.
기존 아트월이 있던 곳은 철거 후 실외기실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템바 보드로 하나의 벽처럼 보일 수 있게 둘렀어요. 템바 보드에 사용된 페인트 컬러는 전체 거실 컬러보다 한 톤 다운시켜, 좀 더 차분하게 분위기를 눌러주면서도 이질감이 들지 않게 매치했습니다.
템바 보드 벽면에는 프리츠한센의 드롭 체어를 두 개 놓아 현관에서 들어와서 복도 너머로 귀여운 데코처럼 보여요 ㅎㅎ
뒷동산이 보이는 창가에는 모던한 디자인의 캣타워를 놓고, 다른 쪽 창가에는 귀여운 체리 모양의 스크래쳐를 놓아 창밖 구경을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해 창가 자리를 내어줬습니다. :)
보통 아트월에 벽걸이 TV를 많이 설치하는데, 저희는 아트월을 철거하고 창가 쪽으로 TV를 스탠드형으로 설치했어요. TV 장이나 TV 스탠드는 취향에 맞지 않았거든요.
목공으로 *윈도우 시트 느낌의 단상을 짜넣고, 벽과 동일한 컬러로 페인트를 칠해 TV 공간을 만들었어요. 옆에는 모빌과 세라믹 오브제 화병을 놓으니 포인트도 되고 리모컨을 보관하는 용도로도 쓰기 좋아요!
거실 한쪽에는 크리스탈 느낌의 트롤리와 스툴, 배터리 램프를 두어 깨끗하고 맑은 느낌을 주었어요. 기분 전환에 따라 배치를 바꾸기 용이한 아이템들입니다.
구석에는 펜던트 조명을 설치해서, 반짝이는 달이 떠있는 듯한 코너 공간을 연출했어요! 인테리어 시작하기 전부터 단종이라는 소식에 구매해두고 고이 보관해둔 제품인데,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만족도 높은 조명이에요.
BEFORE
주방은 저희 집에서 가장 변화를 주기 어려웠던 공간이에요. 기존 주방이 답답하고 작게 배치되어 있어서, 전체 철거 후 시공하였음에도 구조 변경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동에 최적화된 아일랜드 식탁을 구상했습니다. cm 단위로 도면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우리 주방에서 최대한으로 나올 수 있는 크기만큼 넓혀보았어요. 덕분에 다소 뚱뚱한(?) 아일랜드 식탁이 탄생했지만, 양면으로 서랍을 넣을 수 있어 좋았어요.
키친바흐의 무늬목 라인으로 아일랜드를 맞춰서 집안에 우드의 아늑한 느낌을 더해주었고, 상판은 이날코의 세라믹 상판을 얹어 스톤 질감을 더했어요.
냉장고와 코너장을 일렬로 놓아 군더더기 없는 주방을 완성했고, 화이트가 아닌 모노 캐시미어 색상의 키 큰 장을 선택했습니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배치한 테이블과 의자, 화병은 프리츠한센 제품으로,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컬러 매치를 다르게 할 수 있어 컬러풀한 다이닝 공간을 만들어주는 제품들이에요.
안방은 어머니의 취향에 맞춰 약간의 프렌치 스타일을 더해보았어요. :) 우윳빛 아이보리 화이트 페인트 바탕 면에 헤드보드 가벽은 퍼플 그레이 빛의 연한 컬러를 매치하여 라이트한 느낌을 주었어요.
낮은 반가벽의 헤드보드가 아닌, 천장까지 이어지는 헤드보드 겸 가벽을 짜게 되어 기존의 침대가 동떨어지지 않고 통일감 있는 가구처럼 보이는 것에 집중했어요. 헤드보드 양쪽에는 독서 등을 세트로 달아 생각보다 훨씬 유용하게 잘 쓰고 있어요!
또 워낙 수납공간이 기본적으로 없었던 집이라, 작게 존재하던 펜트리를 아예 철거해버리고 목공으로 침대 헤드 가벽을 세워 안방 내부 파티션을 나눈 효과를 내었습니다. 그 뒤로는 붙박이장을 전체 벽면에 일렬로 짜넣어 수납공간을 확보했어요. :)
뮤트 핑크 컬러와 그레이 톤으로 꾸민 제 방이에요. 안방과 같이 헤드보드를 제작하여 설치해두고 페인팅과 대리석 상판을 얹어 완성했어요. :) 그리고 옆에는 남은 템바 보드로 스툴을 제작하여 브린 톤의 컬러로 도장을 해두었어요. 정작 제 침대는 아직 배송 중에 있어서 허전한, 2% 미완성의 방이랍니다. ㅎㅎ
제 방에도 임시로 쓸 책상과 책장이 필요해서 모션 데스크와 책장을 세트로 주문하여 배치해두었어요. 의자는 작지만 하부 다리에 강한 무게감이 있는 편이에요.
복도에서 직선으로 보이는 플로어 조명은 루이스폴센의 판텔라 오팔 화이트 색상이고, 내부에 필립스 컬러 스마트 전구를 해두어 다양한 컬러로 켜둘 수 있어요 ;)
작은방은 따스함이 감도는 크림 베이지 톤의 페인팅과 원목 오크 마루, 그리고 히노키 침대를 두어 전반적으로 고즈넉하고 아늑한 느낌이 감돌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안마의자 등 휴식을 위한 것들은 모두 이 방으로 넣어두었어요. :) 이 방에는 짐이 아직 많아 전체 사진을 찍은 것이 없어 아쉽네요.
작은 사이즈의 공용 욕실에는 웜베이지 컬러의 타일로 따뜻한 느낌을, 큰 사이즈의 안방 욕실에는 라이트 그레이 컬러의 밝으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둘 다 호텔 같은 느낌의 욕실로 시공하고 싶어서 상부장, 하부장도 전부 없애고 최대한 깔끔하게 유지했어요. 대신 바깥으로 수납 트롤리를 따로 배치했어요 :)
공용욕실은 크기 자체가 매우 협소한 편이다 보니 과감히 샤워부스를 없애버렸어요. 환풍기도 강하고 난방도 들어오다 보니 큰 어려움 없이 건식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포인트로는 윤현상재의 ground wall light tip 타일을 시공하여 입체감을 주었고, 문 바깥 파우더룸 공간에 제작 수납가구를 놓기로 했습니다. 공용욕실 바깥에는 원래 세면 공간이 따로 나와있었는데, 철거 후 화이트 오크 원목 가구를 주문 제작하였습니다 :)
안방 욕실은 매우 큰 사이즈로, 여유 공간이 꽤 있는 편이었습니다. 전체 철거 후 조적 파티션을 적절한 높이로 쌓아 샤워공간과 욕조 공간을 구분하였고, 매립 선반 및 대형 욕조를 조적을 넓게 쌓아 다양한 욕실 용품을 둘 공간을 마련하였습니다. :)
이곳에는 거울, 도기, 액세서리를 모두 블랙과 골드로 믹스 매치하였고, 각관으로 세면대와 수건 선반을 설치하고 대리석으로 마감하여 최대한 화려하면서도 밝은 느낌을 냈어요.
집은 그저 익숙한 쉼터일 뿐이었어요. 하지만 공정부터 내 손을 직접 거치게 되니 생각이 좀 바뀌었죠. 반셀프 인테리어 이후, 저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빚어내는 작품'입니다. 마치 장인이 정성스럽게 지어낸 독처럼요.
원래는 마냥 즐겁게만 살고 싶은 YOLO 족이었지만, 시공 과정을 거치며 본의 아니게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하지만 직접 만들어 낸 이 집에서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진정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집의 반셀프 인테리어 과정기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