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시각각 변하는 취향과 그 변덕스러운 취향마저도 제 공간에 온전히 담아내고 싶어 하는 자취 10년 차 프로자취러, daininghome이라고 합니다.
저는 외국계 회사의 SCM(Supply chain management) 팀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SCM이라는 단어를 낯설어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수입하는 제품의 전반적인 공급, 유통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운영하고, 효율적인 물류 관리를 하는 담당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주말이면 집에서 뒹굴뒹굴하기보다는 항상 바쁘게 움직이려 하고 이어요. 눈뜨자마자 브런치를 준비해 먹고, 밀린 집안일을 시작해요. 저녁에는 빔프로젝터에 넷플릭스를 연결해서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고단했던 한 주의 스트레스를 푼답니다.
이미 느끼신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사실 좋아하는 것도 많고 취미도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집 밖 활동을 하기 어렵게 되면서, 이 모든 걸 집 안에서 해내고 있죠. 그래서 집도 저의 취향과 삶에 맞도록 고쳐나가고 있어요. 그럼 지금부터 저의 집을 소개해드릴게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전형적인 구조의 1.5룸 오래된 소형 아파트입니다. 크기는 14평(전용면적 10평) 정도 된다고 해요. 지은 지 28년이 되어 낡은 느낌을 감출 수는 없지만, 주변에 생활근린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동네의 따스함에 마음이 끌렸어요. 또 도보 3분 거리에 백화점과 지하철역이 위치해 있고 조금만 걸어가면 산책하기 좋은 탄천과 공원이 있다는 점도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사실 이전에 살던 오피스텔은 회사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 있었는데요. 이곳에서 몇 년을 살면서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사는 집의 단점을 감수하고,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또 집 주인분이 제가 입주하기 전에 주방과 화장실 리모델링과 붙박이장 설치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곳이야말로 '나의 운명의 집이구나' 싶어, 바로 계약하게 되었어요!
이 집에 처음 이사를 왔을 땐 장판 일부만 교체하고 도배는 새로 하지 않았던 터라, 벽지며 바닥은 물론 문틀까지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어요. 그러나 이미 가구들을 집 안에 들여놓았기 때문에 셀프 페인팅은 자제하고, 패브릭이나 소품들로 최대한 가리면서 살아보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균일하지 않은 벽지 톤과 접착제, 기름때 등의 얼룩들을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결국 셀프 페인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페인팅의 첫 시작은 문틀이었고 생각한 것보다 수월하다 싶어, 주방 벽지부터 겁 없이 시작했는데요. 이미 물건과 가구가 들어와 있는 상태라, 페인팅 전에 가구를 옮기고 보양 작업을 하는 페인팅 준비 시간만으로도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전체 작업 시간의 삼분의 일 이상이 소요되었습니다) 그 이후 두 번의 페인트칠을 하고 다시 가구를 원위치로 돌리는 데, 각 공간마다 하루가 꼬박 걸렸어요. 나 혼자 산다의 극한 체험이었던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저는 매우 만족스러워요. 처음엔 페인트 색상 종류가 너무 많아서, 색을 고르는데도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완성된 모습이 맘에 들어서 셀프 페인팅 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페인팅을 고려하고 계신다면 꼭 자연광에서 색상을 비추어 보시고, 색을 고를 때에는 넓은 공간에 적용했을 때는 색상표에서 보이는 색상보다 좀 더 연하고 밝게 느껴지는 점을 감안하고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집 현관에서 들어오자마자 처음 마주하게 되는 공간이 바로 주방이에요. 그렇다 보니 최대한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요리를 잘하진 않지만 집에 있을 때는 뭐든 만들어보려고 하는 편이라 간단한 브런치나 파스타 등을 주로 해먹고, 가끔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검색해 따라 만들어보기도 하고 있습니다.
홈 브런치를 자주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기에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보기 좋은 게먹기도 좋잖아요. 요리 실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최대한 예쁘게 플레이팅해서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빈티지를 너무 좋아해 접시를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 벌써 20-30개는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집에 들어와서 살기 전 약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복층에서 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때는 아래층을 주 활동 공간으로, 위층을 침실 공간으로 활용해 생활 공간이 확실하게 분리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라이프스타일이 제 성향과도 잘 맞았죠.
하지만 이사 온 집은 방의 사이즈가 워낙 작아, 기존에 사용하던 퀸 사이즈 매트리스를 놓을 수가 없었고 볕이 잘 들어오는 방도 아니다 보니 원형 테이블을 놓기도 애매해서 고민이 많았는데요. 결국 거실 겸 침실에 침대와 미니 소파, 원형 테이블까지 두어, 이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최적의 가구 배치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모양새가 나오기까지는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현재는 가구가 더 늘어나 침실이 많이 좁아지긴 했지만, 덕분에 서랍장과 가리개 커튼을 이용한 저만의 공간 분리 방법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이 나름의 매력도 있는 것 같아 만족하며 지내고 있어요.
다른 분들처럼 확고한 컨셉을 정해놓고 공간을 꾸미지는 않지만, 제가 머무는 공간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지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양한 종류와 컬러의 패브릭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주로 시도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빈티지 그릇이나 소품에 관심이 많아 기회가 될 때마다 모으다 보니 이러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빈티지한 무드가 풍기는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침실 공간 너머, 창문 바로 앞에는 저만의 작은 홈 카페 공간이 있습니다. 빈티지한 느낌의 서랍장과 원형 테이블, 그리고 의자로 이루어진 공간이죠.
주말 아침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커피와 브런치를 준비해요. 제가 좋아하는 그릇에 음식들을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먹는 이 시간이 저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자 한 주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밤이 되면 침실 빈 벽면에 저만의 작은 영화관을 만듭니다. 코로나 이후에 영화관 가는 일이 줄어들면서 TV도 잘 안 보던 제가 넷플릭스에 빠져들었어요. 빔프로젝터로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맛있는 걸 먹을 때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예전에는 몰랐던 또 다른 행복을 알게 된 것 같고 한주의 피로가 다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처음 책상을 들였을 때는 지금의 홈 카페 공간에 책상을 놓아둔 적도 있는데요. 코로나가 한참 심할 때 재택근무를 자주 하게 되면서 업무 공간만큼은 확실히 분리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몇 달 전 작은방으로 책상을 옮겼습니다. 요즘은 주말에 개인적으로 일도 하고 공부도 하느라 책상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침대와 멀어지니 확실히 집중도 더 잘 되는 것 같아 만족하고 있어요.
낮에는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과 은은한 빛, 색감이 정말 예뻐서 가끔은 음악 들으며 책상에서 브런치를 먹기도 한답니다. 앞으로 제가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이 공간을 더 초록 초록하게 꾸며보고 싶어요.
코로나 이후 더 완벽한 집순이가 된 것 같아요. 외출을 하기보다는 주중에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만들거나, 집 안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생각지도 못한 내 집의 예쁨을 발견해 가는 중입니다. 또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의 공간을 꾸려가면서 어떠한 단어로도 정의 내릴 수 없었던 나의 취향(趣向)을 알아가게 되고, 잊고 지냈던 '나'의 진짜 모습들을 발견해가고 있어요. 그렇기에 저에게 집은 나만의 온전한 안식처이자 가장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