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의 개와 두 마리의 고양이, 여섯 식구가 모여 사는 대가족의 주택. 평범한 외관 속 특별함이 숨어 있는 벽돌집을 만났다.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민원이 몇 번 들어왔었어요. 이웃에게도 죄송하고 반려동물에게도 미안하고. 그 때 결심했죠. 일단 여러모로 주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주택으로 가서 한번 살아보자고.”
“2년을 주택에서 전세로 살아보았는데 잘 맞구나 싶었죠. 고민할 것도 없이 이제 집을 지을 차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택에서 생활했던 경험은 집을 지을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떤 점이 불편한지 몸소 느껴보았으니 그것만 잘 보완한다면 두 사람에게 딱 맞는 맞춤형 집을 만드는 건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집짓기는 현실. 가격과 위치, 동네 분위기 등을 꼼꼼히 따지다 원하는 조건의 땅을 찾는 데만 일년이 넘게 걸렸다. 힘들게 마련한 땅을 가지고 미리 점찍어줬던 업체인 ‘817디자인스페이스'를 찾았다. 부부가 오랫동안 꿈꿔온 집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다양한 시안 속에서 집을 구체화해 나가기 시작했다.
선시공된 지하주차장 위로 올린 직사각형의 박공지붕집. 대지의 레벨에 따라 설치한 외부 계단을 오르면 집의 입구와 마주한다. 현관문 너머 반지층엔 찾아온 지인들을 위한 작은 게스트룸을 두고 그 위로 거실과 주방, 부부의 생활공간을 차곡차곡 쌓았다.
어서오세요.
거실로 오르는 계단실
그 옆으론 손님을 배려한 지하 1층 게스트룸 세면 공간이다.
평면도로 미리보기
1F Living room
마당과 연결된 1층은 네 마리의 반려견, 반려묘와 어울릴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으로, 부부가 집에서도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고려해 깔끔하게 꾸몄다.
거실과 주방의 단차는 자연스레 두 공간을 분리함과 동시에 또 하나의 벤치가 되어 기능적인 편리함까지 더했다.
1F Kitchen
1층과 2층 사이에는 투명한 유리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덕분에 2층은 동물들과 분리되어 부부가 취침, 작업, 휴식 등의 기능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계획할 수 있었다.
외부의 박공지붕형태를 그대로 옮겨온 탁 트인 공간 속에 남측에는 앞으로 지어질 뒷집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방해받을 수 있어 창을 내지 않고 벽면 전체를 수납장으로 가득 채웠다. 대신 부족한 채광은 천창으로 대체했다.
주방은 필요한 가구만으로 깨끗하게 채웠다.
계단 아래는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을 내었다.
2F Bedroom
박공지붕이 그대로 드러난 높은 층고의 2층 부부 공간. 벽 없이 온전히 열려 있지만, 창고와 파우더룸을 겸한 무게감 있는 매스를 기준으로 침실과 욕실 영역이 나뉜다. 공간마다 각각의 쓰임과 용도에 충실하되, 하나의 동선으로도 무리 없이 연결되도록 했다.
“더 넓은 원룸형 공간을 계획했지만, 생각보다 법이 주는 제한이 많았어요. 건폐율 20%로 인해 건축면적이 20평 정도였는데, 충분하겠지 했던 공간도 막상 눈 앞에 펼쳐지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여러가지 제약에 포기해야 할 것을 포기하는 것조차도 어려웠어요.”
침대 선반 뒤로 작업 공간을 배치했다.
욕실과 침실 영역 사이에는 수납과 파우더룸의 역할을 겸한 매스를 놓았다.
2F Bathroom in Bedroom
욕실은 유리문으로 개방감을 살렸다.
하루하루 소중한 나날들
제약으로 인한 아쉬움은 분명히 있지만, 단열 등 이전 주택에서의 단점을 해결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당을 곁에 두고 해 잘 드는 자리에 앉아 동물들과 눈을 마주치며 보내는 지금 이 시간이 부부에겐 더없이 소중하다. 집을 짓지 않았더라면 미쳐 깨닫지 못하고 지나쳤을 감정들. 앞으로도 네 마리 반려동물과 부부의 행복이 이곳에서 쭉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사진 : 변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