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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
2018.10.27 11:55

촌스러워서 친숙한 3.5평 작은 방

#본인방 #10평미만 #빈티지
조회수39,173| 보관함218| 댓글14

안녕하세요. 정식 데뷔를 목표로 만화를 그리고 있는 학생이에요. 언젠가 저의 그림이 담긴 소품들과 만화책을 판대할 수 있는 작은 소품샵을 차리는게 꿈입니다. 그림 그리는 것 외에도 공간을 꾸미는 걸 좋아해서 조금씩 조금씩 작은 제 방을 가꾸고 있어요. 쑥스럽지만 제 생각이 묻어나는 공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찬

 

(직접그린도면)

 

3.5평의 작은 방입니다. 채광이 잘 들고 작은 베란다가 있는 점이 참 좋았어요. 원래 이 방은 동생 방이었는데 제 방을 어머니께서 작업실로 쓰신다고 해서 동생방으로 옮기게 되었었어요. 그땐 불만이 가득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옮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첫번째 배치! 

 

방을 꾸미는데 시공비는 전혀 들지 않았어요. 컨셉 자체가 할머니집이다 보니 벽 도배를 새로 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도배를 하면 인위적 일 것 같았어요) 가구는 다 있던 것들, 고모부 창고에서 가져온 것들이거나 중고가구점에 가서 저렴하게 데려온 아이들이 전부입니다. 

 

 

촌스러운걸 좋아해요.

 

다른 사람들은 촌스럽다고 할 수 있는 오래된 것들을 좋아해요. 고품격스러운 영국 빈티지 느낌보다는 아늑한 할머니집 같은 빈티지 취향이에요.  제 방에 놀러온 친구들은 할머니 집 같다고 말하고 저희 어머니는 어쩜 할머니와 취향이 똑같냐고 하셔요. 제 의도가 완벽히 전달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더라구요.

 

 

그림 조각들이 모인 책상

 

그림을 그리다보니 방에 없어서는 안될 책상 위는 최대한 깔끔하게 했어요. 다소 심심한 듯 해서 책상 위 빈 벽에는 종이 블라인드를 매달고 그 위에 추억들을 하나하나 붙였어요. 하나씩 하나씩 그 때 그 때 붙여주어서 더 자연스럽고 예쁜 것 같아요. 멕시코행 비행기 화물스티커, 남자친구와의 셀프웨딩 사진, 좋았던 전시회 티켓, 선물받은 엽서 등등..!

 

하지만 그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누군가 저를 그려준 그림들이에요. 나를 생각하며 그린 선 하나하나가 참 예뻐요. 힘들 때마다 작은 조각의 그림들을 바라보면서 위안을 얻어요. 나는 아직 사랑받고있어, 라고.

 

 

알뜰살뜰 모은 장식장 

 

세월이 느껴지는 인테리어 소품들과 단색 소품들의 조화가 분위기를 너무 가라앉지도 않게 너무 들뜨지도 않게 해줘요. 장식장은 이전에 이 집에 살던 분이 두고가셔서 제가 쓰게 되었는데 제 방에 너무 찰떡인 것 같아요. 컵이나 소품들을 모으길 좋아해서 하나둘 씩 사던 것이 어느새 장식장을 가득 채웠네요.

 

아름다운 가게에서 산 컵들이나 카페를 다니며 산 컵, 선물받은 코스터, 멕시코 시장에서 사온 소품들, 할머니께서 저희 어머니 결혼할 때 선물했던 그릇까지! 저의 애정이 담긴 소품들이 전시되어있어요. 홈카페 할 때마다 컵을 하나씩 고르는 재미가 있어요 :)

 

아! 장식장이 쓰고 있는 귀여운 모자도 멕시코에서 사온 거랍니다. viva mexico! (멕시코 만세)

 

근처 시장의 중고가구점에서 데려온 수납장인데 막상 집에 들고와보니 너무 커서 어디에 배치해도 예쁘지않더라구요.교환을 하러 갔는데 주인 아저씨께서 교환할 가구 값을 터무니 없이 높게 부르시고, 자꾸 옆에서 눈치주시길래 너무 기분이 상해서 집에 와버렸어요. 그땐 너무 마음이 상했지만 지금은 이 가구가 너무 좋네요.

 

안의 수납공간이 정말정말 넓거든요!

 

옆면에는 플라워무늬 원단을 꽂아서 포인트를 주었어요. 멕시코에서 산 레코드판을 진열하고 아버지께서 어딘가에서 가져와서 선물로 주신 옛날 문짝을 두고, 작은 싸리빗자루를 매달았더니 이곳은 또 이곳 나름의 포토존이 되었어요.

 

홈카페로 완성된 음료사진을 찍는 스팟이랍니다.

 

 

취향을 담다

 

워낙 가진 소품이나 자잘한 물건들이 많은데 정리는 서툴러서 한번에 밀어넣어 정리할 수 있는 가구를 좋아해요. 예를 들어 문을 닫으면 안보이는 장이라든가, 문이 달려있는 책장이라던가… 하여튼 뭔가 닫을 수 있는 뚜껑이 필요해요.

 

책장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저희 집에 있던거라 아주 오래되었어요. 오래되고 세월이 스민건 다 제 취향.. 당장 방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만화책들을 담고, 좋아하는 책들을 담고, 덕분에 방이 참 단정해진 것 같아요.

 

 

창문 밖 작은 정원

 

아늑한 할머니집 같은 느낌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었고 심심하지 않은 포인트가 있길 바랬어요. 그래서 작은 베란다를 작은 화단으로 만들었죠.

 

방 문 열고 들어오거나 침대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이라서 더 애정이 가요.

 

레이스 커튼을 달았었는데 답답해보여서 다 빼버리고 대신 조개 모빌을 만들었어요.

 

문구점에서 산 조개에 물감으로 색을 칠하고 낚시줄에 매달아 걸었어요.

 

직접 만든 모빌이 바람에 한들한들 움직이는게 참 기분이 좋아요. 제 방에서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어요. (웃음)

 

 

나의 작은 쉼터

 

마지막으로 소개할 침대 2층은 꾸미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전체적인 느낌을 위해서 매트리스 커버는 일부러 하지 않고 매트만 올려두었습니다.

 

동생이 자취를 해서 비어버린 2층침대는 난간이 떨어져 나가서 아버지께서 새로 달아주셨어요. 제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영화를 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는 작은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조만간에 빔프로젝터를 사서 설치하는게 목표예요.

 

2층침대에서 책을 읽으며 밖을 바라보면 조개모빌 너머로 시야가 탁 트여서 정말 좋아요.

 

2층 침대 한 쪽 구석엔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작은 수납함이 있어요. 보고싶은 책을 책장에서 꺼내와 수납함에 담고 책을 읽고 있어요.

 

 

나를 닮은 공간

 

앞으로는 이런 컨셉을 유지하면서 좀 더 단색의 미가 돋보이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내 집을 떠나서 나의 작업실을 그렇게 꾸며 작은 소품샵을 만드는게 꿈이예요.

공간은 유행을 담아내기도 하지만 만든이의 취향을 가장 많이 담아내죠.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공간이지만 어디에서도 느낄수 없는 저의 취향이 담긴 공간을 많은 분께 소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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