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주에서 태어나서 29년 만에 고향에서 탈출한 정효민이라고 합니다. 앞자리가 바뀌는 것이 두려운 29살이고, 솔로 1년차인 문화기획자입니다. 신라의 수도 경주에서 문화기획자 일을 시작한지 2년,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 부산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축제, 공연, 전시와 같은 문화 관련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문화기획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기획한 문화행사 혹은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이 직업을 선택해서 참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집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기본적인 사항이 있는데, 첫째는 현관과 방 사이에 문이 설치되어있는지. 둘째는 주방과 방이 분리되어있는지. 셋째는 화장실에 창문이 달려있는지. 넷째는 채광이 좋은지. 등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요건들이 충족되는 집이었고, 추가로 주차라인도 넉넉했고, 무엇 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구경한 다른 방들보다 조금 더 공간이 넓다는 점이었습니다.
경주에서 부산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홈 경기가 있을 때 마다 시끌벅적해지는 곳에 저의 집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의 4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운동한다는 기분으로 올라갑니다. 4세대가 함께 사는 4층에 도착해서 404호 문을 열면 넓은 현관이 나오고 혼자서 쓰기에는 제법 큰 신발장이 있습니다.
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침대가 보입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 책을 볼 때가 많아서 침대 옆에는 작은 원목 스툴과 조명이 있습니다.
원래는 장롱이 침대 위치에 있었는데,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하기 위해 가구들의 위치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침대 바로 옆으로 남쪽으로 난 창문이 있고 발치에 TV와 장롱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장롱 옆에는 작은 창문이 나있는 욕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욕실 옆,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방이 나옵니다. 주방에 세탁기도 같이 들어가 있고, 빨래를 바로 걸 수 있는 행거를 설치해 둬서 빨래하고 널어 놓는 동선을 최소화 했습니다.
소중한 꿈을 이루어갈 작업공간
사실 집의 다른 공간들은 크게 꾸미거나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업공간은 그 어느 공간보다 편안하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서 만든 저의 자아실현 공간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소파 위 벽면에는 축덕인 저에게는 보물 같은 머플러들이 함께 걸려있습니다. 더 큰 꿈을 위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서 한 달간 떠났던 스페인 여행에서 사온 것들인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팀인 발렌시아의 머플러, 해외 첫 직관경기였던 AT마드리드와 발렌시아 경기 기념 머플러 그리고 캄푸누의 기적이라 불리는 바르셀로나와 파리생제르망의 유럽챔피언스리그 2차전 경기 기념 머플러입니다
스페인 여행 당시 총 4번 축구경기를 관람했는데, 그때마다 경기장 앞 거리의 가판대에서 구매했습니다.
밤이 되면 더 아늑한 공간
저는 어릴 때부터 불빛이 있으면 잠을 잘 자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전구색 조명을 켜두면 마음도 편하고 일에 집중도 잘되어서, 다른 불은 다 꺼두고 조명만 켜놓고 생활하는 걸 좋아해요.
철망에도 미니 전구들로 장식해두었어요. 밤이 되면 더 분위기 있어지는 공간이랍니다.
머플러가 전시되어 있는 철망 오른쪽으로 LED 시계와 함께 세계지도가 걸려있습니다. 세계지도는 즉석복권처럼 긁어내면 다녀온 곳을 표시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나라를 다녀오지 못해서 벗겨낸 곳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지도 곳곳에 긁어낸 흔적이 남게 되는 것이 꿈입니다.
저희 집의 가장 핵심인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진 실제 작업 공간입니다. 기획서를 쓰거나, 책을 쓸 때 좌식으로 앉아서 작업을 하면 오랜 시간 동안 집중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소파와 소파 높이에 맞는 테이블은 꼭 갖춰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파는 오염되면 청소가 힘들기 때문에 그 위에 얇은 담요를 하나 깔아두었고 생일 선물로 받은 축구유니폼 모양의 쿠션도 놓아두었습니다.
소파 테이블은 소파에 앉았을 때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거나 글을 쓸 때 가장 편안할 수 있는 높이를 고려해서 구매 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아주 적당한 높이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작업공간 옆에 있는 3단 책장의 상단에는 언제든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캔들이 올려져 있고, 친구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사다 준 얼룩말 그림 그리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든 스페인 여행의 에세이가 올려져 있습니다.
30년째 사진 찍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계시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이리저리 사진 찍으러 다니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그 영향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지금은 작가로써의 꿈도 꾸게 되었습니다.
저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며 가장 중요시 했던 것은 ‘가장 편안한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와는 이질적인 분위기의 공간이 되어버린다면 ‘빛 좋은 개살구’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공간에서 최고의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기획자이면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문학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꿈을 찾아 떠난 스페인
스페인은 저에게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어릴 적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같은 여행 프로그램에서 ‘Las Pallas’라는 축제를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생겼고, 고등학교 때는 스페인 축구팀의 열성적인 팬이 되면서 “나의 꿈은 스페인에 있다”고 외치며 살아왔습니다.
그 꿈이 우선순위에 밀려서 조금은 뒤로 밀려난 적도 많았지만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덕분에 올해 3월 한 달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스페인에서 보낼 수 있었고, 스페인을 다녀 온 덕분에 더 많은 더 큰 꿈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스페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해보면서 ‘스페인의 가정 집에 대한 글을 써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집이라는 공간에 스며들어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새롭게 생긴 저의 꿈입니다.
묻어남이 있는 공간 그리고 꿈
집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묻어나올 것입니다. 그 이야기들에는 행복이 묻어 나올 수 도 있고, 슬픔과 아픔이 묻어 나올 수도 있고 때로는 희망이라는 것이 묻어 나올 지도 모릅니다.
비록 월세로 살고 있어서 언젠가는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지금의 집도, 앞으로 마주하게 될 새로운 집도, 저에게 있어서는 따뜻함이 묻어 나오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 공간 안에 저의 꿈이 있고, 저와 함께 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꿈이 있어서, 함께하는 우리의 꿈들이 그 공간 안에서 조금씩 조금씩 완성되어갈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