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결혼 1년차인 신혼부부입니다. 저는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고 신랑은 자영업을 하고 있어요. 결혼 준비를 할 때 즈음, 저는 프리랜서로 신랑은 자영업을 준비하고 있을 때라 나름 시간 여유가 많았어요. 그래서 결혼 준비도 거의 다 셀프로 할 수 있었죠. 제일 재미있었던건 셀프웨딩을 찍으러 신랑과 저랑 제 동생 셋이서 제주도에 갔던 일이에요. 바다와 오름에서 달리고 점프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너무 웃기고 재밌었던 터라 아직까지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어요.
저희는 아이슬란드로 신혼여행을 갔는데요. 그때 묶었던 에어비엔비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 집은 사방에 창이 있고 멋진 조명과 선반, 소품들이 널려 있었어요. 오랜 시간동안 집주인이 모아온 흔적이 보이던 물건들. 그 집엔 집주인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묻어 있었어요. 저희도 그렇게 자연스러운 ‘우리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날이 입주날이었어요. 덕분에 집은 있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죠. 몇 일간은 바닥에 티비를 두고 본다거나, 거실에서 이불 하나 깔고 자곤했어요. 지금 살림살이는 지난 8개월간 하나씩 하나씩 채운 것들이에요. 지금 생각하니 그 모든게 재밌는 추억이네요:)
부부의 취향이 담긴 거실
저희 집의 거실이에요. 저는 갈색 몰딩을 정말 바꾸고 싶었지만 집주인 아주머니께서는 ‘몰딩만 빼고' 다 손대도 된다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갈색 몰딩에 어울리는 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핀터레스트를 보며 예쁘다고 생각되는 사진들을 스크랩하고 인테리어 채널을 많이 보았어요. 그렇게 모아 놓고 보니 제 취향은 러프하면서 자연스럽고, 빈티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러운걸 좋아하는 저는 가죽보단, 패브릭 소파가 눈에 들어와 망설임없이 패브릭 소파를 장만했어요. 소파 쿠션은 제가 직접 인터넷에서 찾아 따로 구하고 커텐은 부산 진시장에서 천을 골라 바느질 집에 맡겨 제작했습니다.
에어컨 커버 역시 직접 천을 떼 왔는데요. 양쪽에 리본을 만들어서 고정시켜준게 다에요. 패브릭 포스터는 핀으로 달아주었어요. 생각보다 간단해서 손 쉽게 할 수 있었어요:)
소파 위 선반은 저렴한 목재를 구매해 원하는 색으로 우드 스테인을 발라주었어요. 선반 위 소품들은 거의 매 달 바뀌고 있는데, 저희 사진이 들어간 액자는 늘 고정적으로 있어요.
소파 옆으로는 사이드 테이블을 두었어요. 간단하게 티슈랑 디퓨저 등을 올려놓고 사용 중입니다.
소파 맞은 편에는 거실장과 TV를 놓고 생활 중이에요. 거실 커텐봉에 드림캐쳐를 걸어 두었는데, 창을 통해 바람이 들어오면 하늘하늘 거려서 기분이 좋아져요.
빈티지함이 물씬 느껴지는 주방
먼저 주방의 테이블 공간입니다. 냉장고 옆쪽으로 다이닝 공간을 마련했어요. 하얀 식탁과 원목 의자, 팬던트 조명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인 마티스 그림을 액자에 넣어 걸어두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음식을 차려 둘만의 크리스마스 만찬을 즐기기도 했어요. 이 집에서 맞이하는 첫번째 크리스마스 였거든요:) 식탁은 가로로 놓기도 하고, 세로로 놓기도 해요. 마음 내키는 대로 그때 그때 방향을 다르게 하는 편이에요.
집주인분이 뒷 베란다를 터서 그 공간에 싱크대를 설치해 사용 중이셨어요. 그 덕분에 저희도 집을 좀 더 넓게 사용 중인데, 때때로 기존의 문틀이 액자 프레임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상부장 없는 주방을 꿈꿨지만 당장 할 수가 없어서 선반으로 대신했어요. 냉장고 맞은 편에 선반을 달고 그 아래엔 오픈형 수납장을 두었어요. 수납장의 라탄 바구니에는 라면이나 과자 같은 식료품을 넣어두었고, 통풍이 잘 되는 철제 바구니에는 자주 먹는 채소를 넣어서 보관하고 있어요.
수납장 위엔 사용 빈도가 높은 주방 기기를 올려두고 사용 중입니다. 선반 위는 필요에 따라 자주 바꿔주는 편이에요.
하얗게 정갈된 침실
정갈히 정돈된 침실입니다. 침실에는 침대와 옷장, 서랍장을 두었어요. 옛날식 아파트라 거실보다 침실 평수가 더 넓고, 창문도 크게 나있는 편이에요. 침구 역시 부산 진시장에서 직접 천을 골라 바느질 집에 맡겼어요. 이렇게 직접 제작하면 기성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반은 저렴하게 만들 수 있어요.
앞서 말했다시피 창이 큰 편이라 이 부분만 바뀌어도 변화가 크더라고요. 겨울엔 우드 블라인드를 달았었는데 지금은 하얀색 커튼을 달아주었습니다.
스탠드 위 천은 에어컨 배선을 가리기 위해 임시로 걸어둔건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계속 걸어두고 있어요.
밤에는 스탠드만 켜고 생활하는데 아늑한 느낌이 너무 좋아요. 밤에 티비를 보는 대신 침대에서 서로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과일을 먹곤 해요.
옷장 옆 벽면이에요.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다음날 입을 옷을 걸어 두었는데,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아서 요즘은 '좋아하는 옷'을 걸어 두는 편입니다. 에코백이나 모자를 걸어둘 때도 있고요.
서랍장은 화장대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거울 달린 화장대를 좋아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서랍장을 구매했습니다. 화장품은 스킨 로션을 제외하고, 모두 서랍 안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쓰는 편이에요.
아내의 소중한 작업실
마지막으로 프리랜서인 제가 낮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에요. 아직도 정리가 덜 되어서 틈만 나면 배치를 바꿔주고 있어요.
창문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의 모습입니다. 창문을 자세히 보시면 커튼이 커튼봉이 아닌 나뭇가지에 달려있어요. 아예 처음부터 나뭇가지를 커튼봉으로 사용하고 싶어서 아버님과 함께 산에 갔을 때 열심히 찾아보았어요. 옆에서 지켜보시던 아버님께서 구해주신 거랍니다. 작업실의 커튼 역시 제가 직접 구매한 천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창문 왼쪽에 벽시계는 저희 엄마가 결혼할 때 장만하신 건데 제게 물려주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시계인데, 제게 와서 더욱 마음이 가는 물건이에요:)
요즘은 드로잉 노트를 제작하고 있어요. 제품사진 촬영도 종종하고요. 프리랜서로 독립하면서 하고 싶었던 작업들을 다양하게 해보고 있어요. 사진 작업이라거나 디자인 문구를 만든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작업할 때는 항상 노래를 듣는 편이에요.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좋아하는 인디 음악을 듣고, 가끔 글을 쓸 때는 가사가 없는 뉴에이지 곡을 들어요.
작업 테이블 맞은 편의 모습입니다. 기타나 그 옆에 책꽂이도 제가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것들이에요. 제 손길이 묻어있고 흔적이 남아있는 소중한 물건들이라 신혼집에 가져다 두게 되었어요. 벽에 걸어둔 마크라메는 지인이 직접 만들어 선물해준거에요. 기회가 되면 저도 배워보고 싶어요:)
집이란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우리' 그 자체.
집을 보면 그 곳에 사는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잖아요. 저희는 집에서 함께 밥을 먹고,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영화를 보며 때로는 일도 하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요. 집은 저희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우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작은 카페를, 신랑은 주택에서 살고 싶은 꿈이 있어요. 그래서 단독주택을 사서 1층은 카페를 하고 2층은 우리가 살자고 이야기해요.
물론 이룰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꿈은.. 꿈 꾸는 그 자체가 희망적인 것 같아요.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생기기도 하고요. 돈을 버는 이유가 좀 더 명확해지죠(웃음) 마음 속에 꿈 하나씩 갖고 사는 건 삶에 큰 원동력인 것 같아요.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저희는 함께 꿈꾸고, 그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