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주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양상규 라고 합니다.
지금의 집은 제가 10살 때 저희 아버지께서 직접 지으신 2층 주택입니다. 그래서 가족 모두가 애착을 갖고 있는 집이죠. 2층은 원래 세를 주고 있었는데 세입자분께서 나가게 돼서 얼떨결에 제가 떠안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셀프 인테리어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주택의 2층에 거주하고 있어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2층을 얼떨결에 떠안게 되어 여기에 정을 붙이려면 구석 구석 제 손길이 닿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인테리어가 예쁘게 잘 돼있어서 자꾸만 찾게 되는 곳이 있더라고요. 집도 그런 느낌이 들면 어떨까 싶었죠. 그래서 화이트&그레이의 심플하고 깔끔한 공간으로 꾸며 보기로 했습니다. 완성형은 아니지만 90%의 만족도를 느끼고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저희 집을 소개합니다:)
현관 바로 왼쪽으로는 달력을 걸어 두었어요. 하루를 꽉꽉 채워 지내다 보면 날짜나 요일에 무감각 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습니다. 하루가 더욱 선명해지도록 하기 위해서요. 위 사진은 아침 햇살이 창으로 들어올 때 찍은 건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들 중 하나입니다. 정말 따뜻해 보이거든요^ ^
문턱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달력 옆에 위치한 신발장의 모습이에요. 그 위로 귀여운 일러스트 그림이 담긴 액자와 말린 꽃을 올려두었습니다. 그레이 색상 위에 포인트 컬러라고 할 수 있죠.
현관을 지나면 왼쪽은 거실, 오른쪽은 주방 그리고 정면의 하얀 문은 제 방이 있는 곳입니다. 먼저 왼쪽의 거실을 소개해 드릴게요.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바로 거실이에요. 처음 집의 공간을 구상할 때는 거실을 이렇게나 자주 찾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부분의 활동들을 침실에서 할 줄 알았죠. 하지만 거실에서 노트북을 하거나,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며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소파에 기대 앉아 엄청나게 큰 TV를 보는게 소원이었어요. 그래서 55인치 TV 를 고민없이 구매하게 되었는데요. 사실상 바빠서 TV보는 시간이 그리 많진 않아요. 하지만 TV를 시청할 때면 잇몸 만개 웃음이 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듯 해요. 왠지 어릴 적 꿈을 이룬 것 같아 행복하더라고요.
TV아래쪽엔 거실장을 두었어요. 그 안엔 제가 주로 즐기는 과자들을 두었답니다.
그레이 침실의 품격!
다음은 제 침실입니다.
거실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화이트였다면 제 침실은 다크 그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들어오세요~!
사실 이전까지는 늘 바닥에 이불을 깔고 생활해 왔어요.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침실에 침대를 들이게 되었어요. 꼭 사고 싶은 가구였죠. 물론 잠을 거의 안 자는... 생활습관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잠은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기에 좋은 제품들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튼튼한 프레임과 편안한 매트리스 그리고 호텔이 생각나는 구스 침구까지. 정말 아낌없이 투자했습니다. 그래서 매우 만족스러워요! 만족스러운 만큼 잠도 깊게 잘 드는 것 같고요
저는 여러 미술관 중에서도 특히나 대림 미술관의 전시를 좋아해요. 라이언 맥긴리나 린다 맥카트니의 전시는 경주 사람임에도 두 번이나 찾아가 볼 정도로 좋아하죠. 침대 머리맡에 그림은 지난 주말까지 진행했던 닉나이트의 작품이에요.
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유독 제 시선이 이 작품 앞에서 멈추더라고요.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는 아쉬워 포스터를 구매했습니다. 가로 사이즈 포스터이다 보니까 규정된 액자가 없어 맞춤 제작했어요. 그림의 느낌이나 색감이 따뜻하게 느껴져 침대 머리맡에 걸게 되었는데,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감을 가진 제 방에서 포인트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영화나 책을 보는 편인데, 침실에서는 책을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침대 옆에 사이드 테이블을 두었죠. 읽다가 졸리면 바로 올려둘 수 있으니까요^ ^ 테이블 위에 스탠드는 무니 스탠드라는 건데, 디자인도 예쁘고 가격도 착해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침대의 오른쪽에는 3단 책장 두개를 연달아 세워 두었어요. 1층부터 3층까지는 원피스, 쿠니미츠의 정치, 상남 2인조 등의 만화책 전 권들로 채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웠죠. 4층과 5층에는 에세이나 독립 출판물, 사진집이 많은 편이에요.
앞서 독립 출판물을 많이 본다고 이야기 했는데요. 독립 출판물은 다른 책들에 비해 오히려 더 가까이에 있을 법한 친구들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쉽게 공감되고 친숙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추후에 제가 책방을 하게 되면 친숙하고 가까이할 수 있는, 제가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 찰 예정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변종모님의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이라는 책입니다. 한번쯤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1번으로 추천하는 책입니다.
침대에서 바라본 정면입니다. 문 바로 옆으로는 책상과 거울을 두었어요.
제 인스타그램을 보시면 두 줄로 구성된 자작글이 많은데요. 단어들이 겹쳐서 들리거나 보이면 두 개의 단어를 가지고 뼈대를 구성해 살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보통은 일상 생활이나 대화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라 그때 그때 수첩에 적어두는 습관이 있어요.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 수첩을 펼쳐 글로 다듬곤 합니다.
책상의 앞 쪽으로는 여러 소품들을 두었습니다.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물건들도 잘 활용하면 예쁜 소품으로 변신하더라고요. 정면에 보이는 맥주병처럼 말이죠:)
화이트 톤의 주방
다음은 주방입니다. 제가 직접 발품을 팔아 디자인과 자재들을 골랐는데요. 주방 공사는 수도와 관련된 부분이라 직접 하기엔 어려워서 업체에 맡겼습니다. 전문가분들께 맡겨야 안심도 되고 진행 속도도 빠를 것 같더라고요:)
주방이 비교적 협소한 편이라 공간 효율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아일랜드 식탁과 조리대를 연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거실과 주방의 공간을 구분 짓는 역할도 하니까요. 덕분에 ‘ㄷ’자 형태의 대리석 싱크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싱크대 위로는 상부장 대신 선반을 선택했어요. 수납을 생각하면 상부장이 더 좋겠지만 왠지 답답한 느낌이 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탁 트여 있는 선반을 설치해 자주 찾는 식기들을 올려 두었습니다.
혼자 살아 그런지 짐이 많은 편이 아니에요.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하는 편도 아니고요.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는 파스타를 만들고 한식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합니다.
대부분의 식사는 빵과 커피로 대체하고 과자나 씨리얼을 자주 먹는데요. 최근에는 핸드드립을 시작해서 커피를 내려 빵과 함께 먹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주방의 생명은 다름 아닌 조명!
주방의 천장에는 레일 조명과 여러 전구를 설치했어요. 직접 식당을 운영하며 음식을 만들다 보니, 요리는 입으로 먹기 전에 눈으로 먼저 먹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빛이 잘 드는 밝은 공간으로 구성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더욱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드레스룸
드레스룸은 5단 행거를 사용해 계절 및 색깔 별로 옷을 구분해서 정리해 두었어요. 사실 처음에 정리할 때 정말 힘들었는데, 다 하고 보니 엄청 깔끔하더라고요. 그 깔끔함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그때그때 입은 옷들을 정리해 놓고 있어요.
행거 앞 쪽에 설치된 커튼이에요. 처음부터 설치해 두었던 건 아닌데, 방문을 열었을 때 행거가 바로 보이는 게 미관상 좋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설치해 주었습니다.
행거 맞은 편엔 테이블과 전신 거울을 두었어요. 책상(=화장대)에서 로션 바르고 머리를 말린 후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전체적인 옷매무새를 점검합니다. 그 후 외출을 하곤 하죠.
화장실
마지막으로 화장실입니다. 운동을 굉장히 좋아해서 시간 날 때마다 축구, 조깅 등의 운동을 하곤 해요. 그러다 보니 샤워하는 횟수도 굉장히 잦은 편이죠.
우연한 기회에 외국 가정 집에 설치된 샤워 부스를 보았는데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샤워 부스는 아니더라도 유리 파티션을 설치해주었습니다.
유리 파티션 내 샤워 공간의 바닥은, 세면대나 변기가 위치한 바닥보다 5cm정도 낮게 만들었어요. 물이 넘쳐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함 이었죠. 덕분에 공간의 반은 건식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납장과 세면대는 깔끔하게 화이트로 통일해 주었습니다. 수납장 바로 밑으로는 선반이 있어 수건 몇 장을 꺼내 놓기도 하고요.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나 다운’ 공간.
제게 있어 집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중요한 공간이에요. 집에서 가장 ‘나 다워야’ 진정한 집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고요. 어느 곳 보다 편안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저도 집을 더욱 꾸미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 취향과 성격을 집안 가득 담아내기 위해서 말이죠.
작은 책방을 열 계획이에요.
경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문화재나 한옥, 자연 등 경주만의 특색을 널리 알리는 것이 제 또 다른 꿈입니다. 그를 위한 '문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문득 '내가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하나씩 차근 차근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문화 공간은 작은 책방이 될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책이다 보니, 책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경주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