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이 얼마나 높아질지 모르지만,
15cm만 높아져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안녕하세요. IT계열에 근무하는 이 시대 일개미 직장인 부부(3년차)입니다. 어느날 길에서 인연을 맺은 단풍이( ⚦)와 지은지 23년 된 오래된 빌라 4층 꼭대기 집에 살고 있어요. 이전 집에서 셀프인테리어로 고생이란 고생은 다해본터라, 이번에는 ‘내 돈주고 꾸미는 집’을 하겠다고 결심했어요.
BEFORE. 도면부터 업체선정, 시공까지
리모델링 업체를 선정하기 전, 인테리어 구상을 위해 남편과 먼지 먹어가며 집 전체를 실측해서 직접 도면을 그려봤어요. 좁은 주방과 초미니 사이즈 욕실, 좁고 긴 ㄱ자형 베란다까지 사이즈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도면을 만들어주는 사이트가 있더군요.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가장 원했던 부분이 높은 천장인데요. 손바닥 한 뼘만큼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돈을 들이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공사를 의뢰하기 전, 천장에 뚫린 조명 구멍 틈으로 어느정도 공간이 있는지 가늠해봤죠.
그런데 뜻밖에 2m에 달하는 공간이 숨어 있었어요. 다 뜯고나서보니 정말 충격과 공포였죠. 업체 실장님이 보내준 사진을 보고서는 혼자 속으로 아,, 그냥 다시 닫을까..라는 생각까지 들더라니까요.
업체 실장님과 저희 부부, 넷이서 이 날 밤 12시까지 집에 대해서 대 토론을 벌였던 기억이 나네요. 최대 4m정도로 높아진 층고덕분에 노출천장+복층 구조까지 계획할 수 있었어요.
(리모델링 계획 도면)
집은 총 방 3개로 구성되어있고, 서재 겸 다이닝룸과 침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언젠가 태어날 아이방으로 비워두었어요. 여기에 추가적으로 아이방에 다락방을 만들었어요.
박공 천장이 매력적인 거실
현관으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거실이 있어요. 4m에 임박하는 높은 층고 덕분에 탁 트인 개방감이 아주 좋아요. 주택에 온듯한 느낌도 들고요. 층고 높은 천장에 공기 순환 목적으로 구입한 실링팬을 달았어요.
천장을 노출시키면서 같이 노출된 전선들은 파이프로 정리하고, 스위치커버도 그에 맞는 스틸 제품으로 교체했어요. 조명은 전체적으로 레일등으로 통일하되, 장식적인 요소로 팬던트 조명을 사용했죠.
벽과 천장은 모두 페인트칠했는데, 표면 밑 작업 비용을 아끼기위해 시멘트 위에 그대로 도장 작업을 했어요. 그래서 자세히 보면 기존 천장이 있던 자국이 그대로 보이는 등 거친 입자와 질감이 느껴져요.
계절마다 거실 가구배치가 조금 달라요. 겨울에는 라운지체어를 거실에 두어 따뜻한 방바닥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두려하고,
여름에는 다이닝룸의 테이블을거실로 내와 깔끔하고 시원한 느낌을 받으려고 해요.
천장이 높아지면서 단열을 가장 걱정했는데요. 다행히 이 집을 둘러싸고 있는 좁고 긴 베란다가 어느정도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여기에 천장은 비용절감을 위해 기존 단열재에 주로 외벽단열에 쓰이는 드라이브트 마감을 하였고, 내벽 샷시는 모두 이중으로 교체했어요.
1년 살아보니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벽걸이 에어컨만으로도 시원해지는 집이란 걸 알고 크게 안심했어요.
거실 공간과 베란다는 이렇게 바로 맞닿아 있어요. 베란다는 봄, 여름, 가을 제가 가장 애정하는 공간이랍니다.
현재 이곳 화분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모두 햇볕이 잘 드는 침실로 피신한 상태에요. 다시 봄이 되면 새로운 식구가 된 고양이와 과연 잘 지낼 수 있는지 내심 걱정입니다ㅋ
좁은 주방 공간의 변신
일자 구조였던 주방은 냉장고를 넣기 위해 ㄱ자 대면형 주방으로 구조를 변경했어요.
덕분에 부족했던 조리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었죠.
조리대에 내려오는 팬던트 조명은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놋쇠 느낌의 조명을 찾아 설치했어요.
설거지하면서 바로 앞으로 다락방이 보여요. 이 자리에서 다락방은 물론 침실 거실 서재까지 사방으로 공간이 연결되어있어서, 고양이와 남편이 어디서 뭘하고 있는지 체크할수 있답니다.
조리대 뒤쪽에는 수납장을 두어 모든 주방기기들(정수기, 밥솥, 토스트기, 믹서기 등등)을 가벽 뒤로 보이지 않게 숨겨두었어요.
거실과 주방으로 이어진 공간
부엌 조리대가 ㄱ자 형태가 되면서 주방 쪽으로 열리던 현재 다이닝룸의 출입 동선이 어렵게 되었어요. 저희는 주방 옆 방을 서재 겸 다이닝룸으로 개조하길 원했고, 그에 따라 주방과 거실이 모두 확장된 느낌이 들게끔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기존 문짝은 떼어내고, 코너 쪽으로 벽을 잘라 트면서 출입 공간을 확장했어요.
추가적으로 연결성을 주기 위해 거실 쪽으로 쪽창을 하나 만들었고요.
이 창은 현재 고양이가 공간연결의 미학을 보여주며 매우 잘 활용하고 있어요.
여기서 제가 가장 공을 들인 건 문틀, 창틀, 문, 선반 등 옹이가 크게 들어간 체리목컬러 우드에요. 원하는 느낌의 체리목 컬러를 만들고자 스테인 조색만 여러 개를 만들어 비교했었고, 최종 결정하는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답니다.
이제 서재 안을 보여드릴게요. 거실과 마찬가지로 계절에 따라 가구배치가 조금 달라져요. 지금처럼 테이블을 두고 사용할 때도 있고,
테이블을 거실로 내보내고 라운지체어만 두고 사용할 때도 있죠.
반대편에는 TV가 있는데, 지상파 채널만 나온답니다. 남편이 옷걸이로 안테나를 만들어 이뤄낸 작품이죠.
TV 옆으로 찬넬 선반을 설치해서 각종 책들을 두고, 좋아하는 피규어들로 장식해두었어요.
저희 부부 둘 다 약간의 수집력이 있어 그 양이 꽤 되는 편이죠. 청소를 좋아해서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늘 쓸고 닦고 있답니다.
미래의 아이방 그리고 다락방
아이방으로 점 찍어둔 방에는 다락방이 있어요. 천장을 모두 철거했을 때 다른 벽면은 모두 지붕 끝까지 벽이 세워져 있었는데, 이 방은 기존 천장이 있던 라인까지만 벽이 있어 다락방으로 만들기 딱 좋은 구조였거든요.
이 방에는 정말 아무것도 두지 않았으니 바로 계단으로 올라가볼게요. 계단은 완만하게 하려니 공간을 너무 잡아먹고, 원형계단은 집 컨셉과 맞지 않아서 결국 일자형 계단으로 시공했어요.
낮은 천장에 좁고 아늑한 이 다락에는 좌식 소파를 두고 궁극의 꿈이었던 만화방을 만들었어요.
가지고 있던 모든 만화책을 수납하기 위해 오랜 로망이었던 슬라이딩 만화책장을 일본에서 공수했답니다.
공사할 적에는 올라가 있다가 무너지면 어떡하나 싶어 바들바들 떨면서 오르락내리락 했었는데, 이제는 만화책과 함께 뒹굴거리는게 일상이라지요 (feat. 세상 편한 자세로 누워 있는 단풍이)
다락에 컴퓨터를 놓을 수 있게 인터넷선을 연결해달라고 업체측에 요청했어요. 컴퓨터를 다락에 놓으면 불편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그거라도 있어야 자주 올라간다’라고 답을 했죠. 어느 공간 하나 죽은 공간으로 만들기 싫었고, 사실 컴퓨터 놓을 공간도 마땅치 않았기도 했었죠.
반대편 거실과 주방과 연결된 곳에는 난간이 있는데, 지난번 친구들 애기들이 올라와서 놀아본 결과 난간이 더 높아야된다는걸 깨달았어요. 그런고로 나중에 아이가 미물이 아니라 사람이 될 때까지는 이 곳에 올리지 않는 걸로..
초미니 사이즈 욕실
정말 좁은 욕실(변기에 앉을 자세로 샤워를 할 수 있을 정도)의 before&after 모습이에요. 샤워를 하려면 변기 옆 화장지를 꼭 숨겨야 화장지가 사망하는 걸 막을 수 있는 공간이죠. 따로 확장하지는 않고 타일과 도기, 수납장만 교체했어요.
세면대, 수납장, 변기, 샤워기 등 모든 용품을 직접 구상하고 직접 구매해 넣었는데요. 원목 수납장과 세면대는 리모델링 시작도 하기전에 이케아에서 구입했더라지요. 생각해보면 좁은 욕실이라 모든 공간에 물이 튀기마련인데..
목욕을 마치고 나오기 전 수납장의 물기를 정성스레 닦고 나오죠. 좁은 공간에 수납과 공간 확보, 모두 충족시키고자 했던 집주인의 고민의 결정체이자 그냥 원목 수납장 한번 써보고 싶었다는 무책임의 말로이기도 한 공간입니다ㅋ 다행히 아직 썩지 않고 잘 버티고 있어요.
가벽을 세워 똑똑한 공간 활용을!
마지막으로 침실과 드레스룸입니다.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에요. 언젠가 태어날 아이방을 비워두기위해 이 방은 침실과 드레스룸 기능을 모두 갖춰야만 했죠. 공간배치는 쉽지 않았어요. 드레스룸이 창문에 붙으면 결로 위험성이 높아지고, 방문을 열었을 때 침대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 프라이빗하지 못한 공간이 되는 등 딱 떨어지는 구조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죠.
그러던 중 가벽 2개를 세워 룸인룸 형태의 공간을 생각해냈어요! 침실에는 딱 침대가 들어갈 사이즈만 남기고 나머지 공간을 모두 드레스룸으로 할애했죠.
장농이 들어갈 수 없는 사이즈여서 행거 설치가 필수였어요. 가지고 있던 이케아 벽행거가 모두 수납이 되는지, 갖고 있는 옷들이 모두 걸리는지 그 외 여러 옷을 수납하는 서랍 등이 모두 이 곳에 들어갈 수 있는지 줄자를 가지고 수십번 시뮬레이션했답니다.
덕분에 아주 작은 드레스룸을 가지게 되어 옷을 더 이상 사지 않게 됬...사도 둘곳이 없으니…
드레스룸 바로 옆으로 침대가 있어요. 정말 침대 사이즈에 딱 맞게 시공해서 양 옆으로 빈틈조차 없답니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보면 가벽의 반듯한 직선과 천장의 구불구불한 대각선이 교차하는 높은 천장의 모습이 보이는데, 이 풍경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아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탠드 놓을 자리가 없어서 벽면에 따로 선반을 설치했어요. 인테리어란 모든 물건에 자리를 만들어주는 시간인 것 같아요.
침대 머리맡에 빔프로젝터가 있어요. 이것 또한 따로 자리를 마련해주었죠. 반대편 벽을 스크린 삼아 무도나 드라마를 즐겨보곤해요.
앞으로의 집
이 집에서 다음 집을 생각한다면, 꼭 한번 주택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리모델링 과정에서 정말 시행착오가 많았는데요. 물론 다음에도 똑같이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지금보다 더 편리함과 아날로그함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집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살고 있는 이 집에서 가족구성원이 추가 되면 또 한 번 인테리어를 바꾸게 될텐데, 그 때가 기다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