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따스한 색감과 겨울의 포근함을 사랑하는 자취 2년 차 집순이, 백유진이라고 합니다. 사진으로 보시는 것처럼 아기자기한 귀여운 것들을 좋아하고, 내가 있는 공간을 가꾸는 것에서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은 2008년에 준공된 6평 빌라입니다. 한정적인 예산에 맞춰 한 달 정도 스무 곳이 넘는 부동산을 찾아가 조건이 맞는 집이라면 무조건 직접 보곤 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이 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투룸에 비해 작은 1.5룸이지만 전체적으로 정말 깔끔했고, 방과 거실에 큰 창과 현관에서 바로 옥상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어서 통풍은 물론 전체적인 채광까지 흡족스러웠어요. 또 평수에 비해 넓은 싱크대와 화장실도 마음에 들었고요.
또 저희 집은 별도의 시공 없이 셀프 인테리어만 진행했어요. 이 집을 계약할 때 집주인께서 화장실과 싱크대 리모델링을 해준다고 하셨는데, 비교적 깨끗했던 싱크대는 셀프 페인팅하는 것으로 협의하여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었거든요.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집에서도 제가 지내는 방만 셀프로 천장부터 장판까지 모두 뒤엎었던 이력이 있어서 자신 있게 잘 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전세집이지만 셀프 인테리어나 벽에 못 박는 것에 긍정적이신 집주인을 잘 만나서 자취를 꿈꾸며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다 해보고 있어요!
셀프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가성비 있는 가구를 찾게 되더라고요. 지금 저의 집에 있는 모든 가구는 조립식 가구이고, 그중 몇몇은 중고로 구매했어요. 중고에 대해 거부감이 없기도 하고, 좋은 제품을 싸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자주 이용하고 있어요. 금방 싫증이 나서 한 달에도 몇 번씩 인테리어를 바꾸는 편이라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은 중고로 처분하기도 하고, 가구도 분해해서 베란다에 보관했다가 다음에 다시 조립해서 쓰기도 합니다.
나중에 더 넓은 곳으로 이사 가면 굳이 가구를 분해하고 재조립하지도 않고, 오래오래 쓸 가구를 고심 끝에 고르겠지만, 지금 은 작은 1.5룸에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원 없이 하고 싶어요. 또 이게 자취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가장 먼저 보여드릴 공간은 제 침실 방입니다. 원래는 흰색 바탕에 알 수 없는 금색의 무늬가 있던 방이에요. 때문에 천장부터 모든 벽면에 흰색 페인트를 발랐어요. 빛바랜 창틀 역시 흰색으로 칠했고, 실리콘도 흰색으로 바꿔서 마무리했어요.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집 꾸미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따스한 느낌의 색들 중 전구색으로 방의 색을 정했어요. 오렌지빛 노을의 패브릭 포스터와 버터 색의 침구로 노오란 전구 빛 가득한 방을 만들었어요! 주로 흰색과 아주 밝은 색의 우드 계열로 다른 공간보다 더 코지한 느낌으로 통일감을 주려고 했어요.
저는 하얗게 빈 벽을 보면 채우고 싶은 욕망이 생겨서 가만두질 못하는 맥시멀리스트예요. 침대 머리맡에는 선반을 달아 좋아하는 소품들과 갈 곳 잃은 시계를 두었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러스트를 걸었어요. 또 맞은편에는 사다리 행거와 책 선반을 두어서 제가 아끼는 귀여운 친구들을 놓았어요.
처음에는 거실은 다용도 공간, 방은 쉬는 공간으로 완전히 분리하여 사용하려고 했지만 저의 집순이 생활 패턴과 반경을 반영하여 주방 겸 거실과 개인 공간으로 구분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가장 큰 변화는 거실에 있던 책상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는 거예요! 책상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이리저리 가구 배치를 바꾸다가 지금의 배치로 유지하게 되었고, 아주 작은방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배치랍니다.
사무용 플라스틱 서랍은 모니터 받침대로 쓰고 있어요. 평범한 플라스틱 서랍을 어떻게 예쁘게 바꿀까 고민하다가 한창 유행하던 타일 테이블 만드는 게 떠올라서 윗면에만 타일을 덧붙여 리폼했어요! 모니터 받침대로 높이도 딱이고, 자잘한 잡동사니들을 넣을 수 있어 책상 정리도 되고, 무엇보다 예쁘기까지 하니 만족도 최고였어요!
책상 옆면에는 저만의 화장대가 있어요. 정말 정말 좁은 방이라 다양한 시도 끝에 나온 구도입니다. 트롤리에는 화장품과 자주 쓰는 헤어 스타일링 기기 등을 넣어두었고, 행거 겸 전신거울에는 잠옷을 걸어두고 하단에 여분의 커튼을 수납했어요. 거울은 아주 오래전에 샀는데, 이사할 때마다 늘 데리고 다녔던 제가 아주 아끼는 효자템입니다.
다음으로 보여드릴 공간은 주방 겸 거실입니다. 거실 천장에 있던 초록색과 발간색의 반짝이로 뒤덮여 있던 등 박스에 핸디코트를 발라 리폼했어요.
BEFORE
AFTER
또 싱크대 상하부장도 리폼해 주었어요. 상부장은 흰색, 하부장은 살구빛이 도는 베이지색으로 깔끔하면서 안정적인 느낌이 들도록 페인팅했어요. 손잡이도 깔끔한 흰색 철물로 전부 교체했습니다. 타일은 간편하게 시트지를 붙였고, 틈새 보수 겸 실리콘 작업까지 셀프로 했어요.
이후에는 제가 좋아하는 따스한 느낌의 색들 중 살구색으로 거실의 색을 정했어요. 피치 베이지색으로 페인팅한 싱트대 하단, 직접 만든 체크무늬의 커튼이 거실을 대표하고 있어요.
재봉틀도, 판 다리미도 없다면, 다이소에서 산 열 테이프와 고데기만 있으면 야매로 정말 간단하게 커튼을 만들 수 있어요. 야매로 만들어도 결과물이 만족스럽다 보니, 종종 마음에 드는 천을 사서 커튼을 만드는 취미가 있거든요. 요즘은 이모께 재봉틀을 물려받아서 연습을 하고 있어요! 내년 좀에 어울릴 커튼을 만드는 게 목표랍니다!
창가에는 다이닝 공간을 마련해 두었어요. 여기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합니다. 화이트 우드 테이블에 라탄 의자, 초록빛 식물들이 아주 조화로운 공간이에요.
BEFORE
AFTER
또 거실은 가전에 가구도 다양하고 많아서 정말 스무 번은 넘게 구조를 바꿔봤던 것 같아요. 요즘은 집에서 밥 잘 챙겨 먹는 것에 중점을 둔 집순이 모드라서, 작은 싱크대의 조리공간을 확보하고 자주 쓰는 에어프라이어도 나와있는 구조로 배치했어요.
큰 창이 있는 거실 중에서도 가스레인지 위가 광합성 명당이라 햇볕이 좋은 날에는 집 안 곳곳에 흩어져 있던 식물 친구들을 모아두기도 해요. 처음에는 새로운 취미를 갖고자 식물을 들였는데, 알아서 쑥쑥 잘 커주는 녀석들에게 마음이 가더라고요. 여전히 모르는 것도 많지만, 매일 아침 저녁으로 잎사귀를 만지며 말을 걸어주는 식물 집사의 삶을 살고 있어요.
또 가스레인지 위 벽면에는 주방 레일도 달아주었어요! 얼마 전에 셀프로 화장실 벽에 거울을 달면서 타일 타공에 자신감을 얻었거든요. 일 년 동안 창고에 묵혀둔 레일을 달고, 아끼는 조리도구들까지 걸어주니 더더 귀여운 주방이 되었답니다.
싱크대 상단에는 자취하기 전부터 좋아하는 컵을 모아둔 컵으로 가득 차 있어요. 벽 선반을 달아서 컵은 쭉 진열해두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의 구조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계속 고민만 하고 있어요. 저의 최애픽 유리컵들이 정수기 옆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귀엽지 않나요?
얼마 전부터 월동준비로 난방용품을 하나 둘 준비하고 있어요! 어릴 적 로망이었던 코타츠를 중고로 정말 싸게 구했답니다! 베란다에 쌓아두었던 차렵이불을 깔았더니 창고 공간도 확보하고, 일석이조예요! 테스트할 겸 임시로 거실에 펼쳐봤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 덕분에 코타츠 밖으로 못 벗어나고 있어요. 원래는 방 안에 둘 계획이라서 시간 나는 대로 또 가구 배치를 바꿀 생각입니다! 벌써부터 너무 신난다고요.
이쪽은 국민템 이케아 빌리 책장과 선반을 설치한 이곳은 우리 집의 추억여행 공간입니다. 좋아하는 향초, 그동안 여행하며 모았던 기념품과 엽서들, 사진첩, 학창 시절 모았던 음반과 책들이 모여있어요.
BEFORE
AFTER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공간은 화장실입니다. 입주 전 화장실 리모델링으로 약간의 충격을 주었던 꽃 변기가 사라져서 정말 정말 기뻤어요! 또 화장실 창틀과 문 역시 셀프 페인팅으로 하얗게 칠하고 물이 자주 닿는 곳이라 방수 작업까지 꼼꼼히 해주었지만,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샤워커튼을 달았어요. 아주 작은 욕실이지만 가끔은 접이식 욕조를 설치해서 입욕도 즐기곤 합니다.
기본으로 설치된 거울은 샤워하는 곳에 있어서, 세면대에서 양치하거나 세수할 때 주춤주춤 걸어가서 거울을 보곤 했어요. 세면대 위쪽 벽에 설치할 수 있는 거울을 구매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타공하다가 타일이 깨질까 봐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느새 거울을 산지 1년이나 지났더라고요.
지난달에서야 타일 타공용 비트를 구매해서 드디어 거울을 달았답니다! 그동안 벽 선반을 여러 번 달아보면서 드릴 실력이 늘었는지, 생각보다 너무 수월하게 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거울이라 요리조리 각도 조절하면서 정말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어요!
첫 자취 집이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방 구조 바꾸는 것에 누구보다 진심인지라, 쉬지 않고 가구 위치를 열심히 바꿔보았어요. 또 깔끔한 화이트 컨셉이나 따라 하고 싶은 모던 스타일 등 다양한 느낌으로 집을 꾸며보기도 했지만, 역시 돌고 돌아 제가 좋아하는 대로 나만의 취향으로 가득한 지금의 모습이 되었어요.
전체적으로 화이트, 우드 계열의 가구로 아늑한 느낌을 주었고, 거실과 방에 각각 대표 색감을 정해서 통일감을 주며 꾸미고 있어요. 이런 저희 집은 저에게, 지금 있는 그대로 ‘취향으로 채워가는 나만의 행복 저금통’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