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집은 항상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에요”
안녕하세요, 방송국에서 드라마 기획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Shine입니다. 작가들과 함께 드라마 아이템을 개발하고, 시놉시스와 대본을 만들어내는 일인데요. 쉽게 설명하자면 출판사의 편집자와 비슷한 일이에요.
오랫동안 경기도권에서 살아왔고 직장도 일산에 있어 이곳은 마치 제 고향 같은 곳이에요. 서울보다 덜 복잡하지만 모든 게 갖춰진 곳이라 저는 일산을 진짜 사랑합니다.^^
이 집에 거주한 지 딱 3년 되었어요. 모든 편의 시설이 주변에 잘 갖춰져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안락한 곳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관리가 잘되는 건물이라 안전하기도 했고, 주변 오피스텔엔 잘 없는 투룸 26평대라는 게 결정적인 이유였어요.
예쁜 집과의 만남을 준비하며
부분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의 집 분위기를 완성했어요. 인터넷을 통해 열심히 자료를 수집하고 내가 원하는 느낌의 공간 컨셉을 정하고 업체 선정, 공사 일정까지 직접 짰어요.
바닥의 낡은 마루를 걷어내고 타일 시공을 했어요. 거실보다 상대적으로 층고가 낮은 주방 쪽의 답답한 느낌이 싫어 상부장을 과감하게 없앴어요. 부분 부분(신발장과 복층 계단 난간) 페인트를 사다 직접 페인팅을 했고 문은 흰색과 그레이 컬러 시트지를 주문해 직접 붙였습니다.
셀프인테리어가 막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라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겁없이 시작했는데 두 번 다시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멘붕과 좌절의 연속이었어요.)
리모델링이랑 가구 및 소품들 전체 다해서 집꾸미기 비용은 약 1050만원 정도 들었어요.
깨끗한 바탕에 컬러로 포인트 주기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 공간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북유럽 스타일의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좋아해요. 기본적인 바닥, 벽, 가구 등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요소들의 컬러는 주로 화이트로 통일하고, 여기에 컬러풀한 소품들로 포인트를 주는 방식의 인테리어를 선호해요.
다양한 디자인과 패턴을 가진 책, 패브릭, 포스터 등을 요소요소에 배치하면 심심하다 싶은 공간이 활기를 띄게 되더라구요.
정말 백만 번 고민한 끝에 설치한 이 선반은 볼수록 참 설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청소 해놓고 혼자 뿌듯해하며 감상 타임을 갖곤 해요:)
소파 옆 커다란 테이블에서는 일도 하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고 밥도 먹어요. 직업이 직업인 만큼 수많은 콘텐츠를 읽고 보고, 작가들과 만나 회의하는 게 일상이에요. 일하면서 말을 많이 해야하다보니 주말에는 조용히 집에 틀어박혀 음악을 듣고 책을 보거나 공원 산책하는 걸 좋아해요.
맥주 마시면서 소파에 푹 파묻혀 프로젝터로 영화 보는 것도 가장 좋아하는 일상 중 하나입니다. (영화보다 잠들기 쉽다는 게 함정..;;)
큰길 하나만 건너면 호수공원이라 산책하기에 최적의 위치입니다. 철마다 피는 꽃이 달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4월이면 벚꽃이 만발하고 5월이면 장미 정원이 색색의 장미로 수놓이고 7-8월엔 연꽃이 장관을 연출합니다.
아침 호수와 저녁 호수의 정취와 공기가 정말 달라요.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의 색, 빛의 질감이 주는 놀라움과 감동이 있어요. 이곳이야말로 제 ‘소확행’의 원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셀프로 완성해 더 예쁜 주방
과연 이삿날 전에 다 완성할 수 있을까 가장 걱정이 컸었는데, 짬짬히 시간 내어 자재 하나하나 골라 완성한 주방이에요. 스위치도 주방과 어울리는 제품을 찾아 셀프로 교체하고, 주방 싱크대 있던 자리에 오픈형 선반을 달아 식기를 보관하고 있어요.
벽면에 길게 늘어진 초록이는 엄청난 성장력을 자랑하는 스킨답서스라는 식물이에요. 최근에는 얘네가 너무 길게 자라나서 벽 라인따라 걸어주었는데 그게 나름 이쁘드라구요.^^
혼자 살다보니 요리를 해먹는 일이 거의 없지만 주말에 가끔 필받으면(!) 인터넷 레시피를 참고해 이런 저런 요리들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커피나 차를 내려마시는 게 대부분이에요:)
복층형 투룸의 특권, 숨겨진 보너스 공간
주방 옆으로는 화장실과 침실, 복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어요.
올라가는 계단 공간에 컬러풀한 액자로 포인트를 줬어요. 화장실 문과 딱 맞는 높이라서 공간이 더 균형감 있어 보여요.
복층 공간을 서재 겸 놀이방처럼 꾸미고 싶었어요. 구조적으로 크게 변화를 주진 않고, 낡은 벽면만 새롭게 도배했어요.
생각만큼 자주 올라오게 되지는 않지만 제 조카가 놀러오면 이곳에 올라와서 노는 걸 제일 좋아해요.
마지막으로 침실공간입니다. 투룸형 복층 오피스텔이다보니 침실을 따로 꾸밀 수 있었죠. ‘잠’에만 충실한 공간이에요. ‘일과 놀이’의 공간인 거실과 철저하게 분리하려고 했어요.
집을 꾸미기 시작한 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가 머무는 공간을 더 편안하고 쉬어가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선명해졌기 때문이었어요. 커피를 내려 마시고, 볕이 잘 드는 공간에 식물을 키우고, 가끔 집 근처 화훼단지에서 꽃을 사다 거실에 놓아두는 것, 이런 작은 즐거움들을 일상에서 계속 즐기고 싶어요.
휴식과 충전의 공간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집은 저에게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지일 것 같아요.
혹시라도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게 될 일이 생긴다면, 그 때는 창 밖 나무와 풍경이 잘 보이는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숲 속의 작은집처럼 작고 미니멀한 공간이라도 자연으로부터 가까운 곳이었으면 하는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