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잘 드는 따뜻한 집에 살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남편과 함께 원목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퍼플킴입니다. 어릴 때부터 뭔가를 뚝딱뚝딱 손으로 꼼지락대는 걸 좋아했어요.
친정엄마께서는 침구를 만드는 일을 하셨고, 아빠는 원단 패턴 디자인을 하셨어요. 어릴때부터 늘 부모님이 그리고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일까요? 제게 뭔가를 만드는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점은 목수 아버지를 보고 자란 남편도 마찬가지구요.
우리가족의 안성맞춤 동네.
자연친화적인 동네를 선호하지만, 전원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그런데 이곳은 녹지가 많아 제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는 동네라서 마음에 들었어요.
전에 살던 집은 지어진 지 30년도 넘은 낡은 주공 아파트였어요. 1층으로 집을 구했었는데, 오히려 윗집 어른들이 더 시끄럽게 하시고 채광이 너무 좋지 못했어요. 그래서 무조건 다음집은 채광이 좋은 곳으로 가겠다고 다짐했었죠.
지금 이 집은 제가 바라던 햇볕 따사로운 집이라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높은 곳에 가로로 길게 난 창문들이 특이해서 마음에 쏙- 들었어요. 이런걸 갤러리창이라고 한다죠? 창틀이 액자이고, 풍경이 그림인듯해요.
저희 집은 28평의 신축빌라에요. 그래서 큰 공사없이 가구만 들여놨어요.
따뜻한 온기 거실
거실은 주방과 합쳐진 형태의 공간이에요. 그래서 집 전체 크기에 비해 거실과 주방이 좁아요. 넓은 거실을 꿈꿔온 저에게 유일하게 아쉬운 구조였죠.
그래서 거실은 다이닝룸처럼 사용하고 있어요. 식탁 겸용의 동그란 테이블을 거실에 두었습니다.
식사는 물론, 이곳에서 이웃들과 차도 마시고, 아이들과 그림도 그리고, 놀이도 합니다.
거실에 햇살이 듬뿍 들어올 때면 따뜻한 느낌으로 가득해요.
테이블 반대편에는 장식용 콘솔과 피아노가 있어요. 작은 공간이라서 거실이 꽉 찼어요.
최근 피아노 옆에는 트리도 차지하고 있어요.
남편이 작년에 디자인하고 만든 트리를 SNS에 공유했더니 구매하고 싶은 분들이 많아서 지금은 제품으로 출시했어요.
개성있는 트리라서 그런지 더 마음에 들어요.
주방
주방은 거실과 거리에 매우 가까워요. 그래서 공간 분리가 필요했어요.
공간분리 전
집에 이미 설치되어 있던 다크그레이톤의 싱크대와 아일랜드식탁이, 저희 가구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원목으로된 가벽을 아일랜드식탁에 설치했어요.
공간분리 후
세입자다 보니, 함부로 구멍을 뚫을 수 없어서 ㄱ자 형태의 독립적으로 세울 수 있는 가벽을 만들었어요.
싱크대는 새것이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상부장 하부장을 원목가구로 늘 써왔기 때문에, 색깔은 조금 아쉬웠어요.
저희집의 가장 메인위치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커다란 그릇장을 제작해서 넣었어요. 그릇 뿐 아니라, 잡다한 주방살림물품과 냄비도 보관합니다.
일을 하면서 생긴 노하우에, 살림을 하며 느끼던 불편함 등을 떠올리며 남편과 상의 후, 제가 디자인하고, 남편이 만들었어요. 그래서 가장 쓰임새 있고 좋은 디자인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그릇장 안에는 주방가전뿐만 아니라 스피커도 함께 올려서 사용하고 있어요.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손수 만들어서 꾸몄어요.
그릇장 옆 빈 공간에는 복합적인 기능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림, 식물로 싱그러운 느낌을 더했어요.
잘자요-. 침실
가장 작은 방 침실입니다. 이곳에서는 오로지 "잠"을 위한 공간이에요.
그래서 직접 만든 침대가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해요.
침대 위 작은 창에 블라인드를 달까, 커튼을 달까, 고민하다가 따스한 베이지톤의 가리개를 달게 되었는데, 한층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이 연출됐어요.
침대 옆 공간에 딱맞게 책장을 직접 제작했어요.
다양한 소품들을 올려두고 정리정돈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어요.
침대 끝에는 이불장을 배치했어요.
이불장 옆엔 선반을 달았어요. 그래서 협탁이 따로 필요없어요.
꽁냥꽁냥 아이방
욕실이 있는 아이방입니다. 같은 구조의 다른 세대에서는 이 방을 부부침실로 쓰더라구요.
아이들을 씻기고 바로 옷을 입히고 재우려면 이 방을 아이방으로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다른 집과 달리 아이들 아빠와 할아버지 모두 목수인지라, 필요한 물건들을 그때그때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기능적으로 떨어지고 불편한 물건들도 있지만, 아빠와 할아버지의 정성과 온기가 담긴 물건들이라 소중하게 여기며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방의 가구들은 모두 낮은 높이로 디자인했어요.
바닥 곳곳에는 매트를 깔아두었어요. 둘째아이가 계속 꽈당 넘어지는 시기에 구매해서 아주 잘 썼습니다. 형형색색의 유치한 색상이 아니라, 저희집 원목가구톤과도 잘 어울렸어요. 양쪽면의 디자인이 각기 달라, 기분에 따라 뒤집어 깔 수도 있어서 참 좋았어요!
스스로 정리정돈을 할 수 있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야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가구들이 모두 작고 가벼워서 수시로 위치를 바꿔줘요. 일주일에 한 번씩은 아이들방을 뒤집는 것 같아요.
종종 아이들이 집에서 놀기 지루해할 때 가구 위치를 바꿔주면 새로운 공간에 온 것처럼 즐겁게 놀곤 하더라구요.
장난감도 가구도, 되도록이면 자연물로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손뜨개로 만든 채소와 과일들, 아빠가 만들어 준 의자,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인형집 등등 모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아이에게 줄 수 있으니까요.
저는 플라스틱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라탄 바구니에 장난감을 정리했어요. 같은 모양을 바구니를 나열하는 모습이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크기와 모양, 색깔까지 각각 다른 스타일로 배치했습니다.
아이들 방은 집에서 유일하게 화이트벽이 아니에요. 단열이 너-무 잘되는 집이라, 창가 쪽에 곰팡이가 생겼더라구요.
그래서 집주인의 동의를 구한 후, 셀프페인팅을 시도했어요. 천장과 벽 윗쪽으로는 마감도 어렵고, 칠하기 어려울 것 같아 투톤으로 페인팅을 했습니다.
처음 칠하고 나서는 ‘여자아이 방인데 너무 어둡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가구들을 넣고 나니, 나쁘지 않아서 안도했습니다.
서재 겸 옷방
저희집에서 가장 큰 방이에요. 작은 거실에 이것저것 두기 보다는 이 방에 우리 부부를 위한 것들을 두고 사용하고 싶어서, PC와 책장, 2인소파 등등을 뒀어요.
의류와 침구에서 나오는 먼지들이 아이들 잠자고 놀이하는 공간에 노출되는 게 싫어서 이 방에 옷장과 행거, 서랍장들을 두고, 옷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특히 남편과 둘이서 이 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요.
책이 얼마 없어, 서재라고 부르기는 조금 민망하지만 책 부분에서만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고 있어요.
함께 일 이야기를 하거나, PC로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요.
책장 사이 빈공간에는 마크로스코 전시회에서 구매한 포스터를 걸어 두었어요.
이곳에서 남편은 취미로 건담을 만들고, 저는 뜨개질이나 위빙을 해요. 아이들 인형옷도 만들구요. 부부의 시간을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현관 복도
현관보다 현관 복도가 저희집 얼굴 같아요. 중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에 수시로 그림을 바꿔 걸거나 남편 취미생활의 결과물들을 전시해두고 있어요.
중문 바로 옆에는 남편의 화장대(?)가 있어요. 큰 거울에 심플한 선반이 있어서 화장품이 얼마 없는 학생이나 남자분들한테 좋은 가구인 것 같아요.
중문을 열면 바로보이는 정면에 아이들이 만질까봐 쉽게 열리지도 않는 장식장을 남편이 만들어 뒀더라구요.
집순이의 안식의 공간.
집은 제게 늘 계속 머무르고 싶은 곳이에요. 타고난 집순이라서요-. 잘 모르는 공간에서 사람들과 뒤섞여 시간을 보내기 보다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내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저에게는 조금 더 행복해요. 그래서 주로 지인분들을 만날땐 집으로 초대하고 있어요
볕 잘드는 시간에 집에 앉아있으면 마음까지 따뜻해져서 왠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희 아이들도 이 집에서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신나게 놀 수 있었음 좋겠어요.
저희 소유의 집이 아닌지라, 원하는대로 마음껏 고치지는 못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꾸며, 더 따뜻하고 더 예쁘게 살고 싶은 바람입니다. 화이팅 넘치는 저희 부부와 귀여운 두 딸, 4명의 온기로 가득 채울 일만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