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도 예쁘게 꾸미고 싶어졌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인테리어 쪽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시각디자이너입니다. 직업이 인테리어 관련된 일이라 해외 출장도 많이 다니고 인테리어 관련된 전시회는 거의 다 관람하는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집꾸미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자취는 20살때부터 시작했어요. 지금 집은 10개월정도 살고 있구요. 저는 원래 집에만 있는걸 좋아해요. 집에서 딱히 하는 건 없지만 그냥 집 자체가 좋아요.
보통 주변사람들은 제가 외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내향적이예요. 전형적인 집순이에 사람 많은 곳보다는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야외활동 보다는 그냥 가만히 있는걸 좋아해요. 그래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요.
집은 8평 정도인데 보통 원룸에 비해 굉장히 큰 편이에요. 4인용 식탁과 퀸사이즈 침대를 놓아도 공간에 여유가 있어요. 이 여유공간은 아직도 꾸미고 있는데 진도가 안나가네요 :)
지금 사는 집을 구할 때 시간이 너무 촉박했어요. 출장가는 날 전까지 집을 알아보다 마지막에 발견한 집이에요. 집도 넓고 창도 크고 부엌이 현관쪽으로 있어서 안쪽과 분리된 느낌도 좋았어요.
처음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 가장 난감한 부분이 벽지였어요. 10년 정도 지난 낡은 합지벽지인데 벽지 때문에 집이 온통 누런 느낌이였죠. 집주인분이 페인트는 안된다고 하시고, 월세로 사는 집인데 내돈 내고 벽지를 바꿔야 하나 고민하다 벽지에 인테리어를 맞추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제가 좋아하는 내츄럴 인테리어 느낌에 벽지가 한몫하는거 같아 뿌듯해요.
창가쪽에는 서랍장이 있어요. 아버지가 씽크대공장을 하셔서 자취 초반에 만들어주신건데 제 자취생활 내내 함께하고 있죠.
원래 수납장 윗면이 펄 들어간 블랙이였어요. 그 블랙을 가리고 싶어서 버리려고 했던 책상을 분리해 그 상판을 올렸는데 길이가 딱 맞더라고요.
지금은 그 위에 인테리어 소품들을 이용해서 조금씩 바꾸며 꾸미고 있어요. 제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포토스팟이에요.
최근에는 집을 꾸미기 시작하면서 식물을 들여왔는데,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키우는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식물 키우기 입니다.
원래는 양쪽 커튼 모두 암막커튼으로 했었어요. 창이 너무 커서 겨울에는 너무 추웠거든요. 날씨가 풀리면서 커튼을 가볍게 바꾸고 싶은데, 건너편에 상가건물이 있어서 얇은 커튼을 하면 밖에서 다 보일 것 같고,,, 고민하다 지금처럼 양쪽 커튼을 다르게 했어요!
침대 쪽 커튼은 그대로 둬서 가리고, 보여도 되는 부분만 가벼운 커튼으로 바꾸니 집 분위기가 확 밝아졌어요.
그리고 바뀐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정말 예뻐요. 도트 패턴으로 펀칭 된 커튼이라 그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예쁜 그림자를 만들어줘요.
거의 눈 뜨자마자 볼 수 있는 빛인데, 이 순간을 찍기 위해서 아침에 일어날 정도예요.
해가 질 때는 침대 쪽으로 노을지는 그림자가 생겨요. 이런 사진들 덕분인지 SNS로 커튼에 대한 문의가 엄청 와요.
침대에서 누우면 바로 옷장이 보이고 그 사이에 빨래바구니랑 좌식화장대를 놨어요.
친구가 선물해준 화장대인데 유용하게 잘 쓰고 있어요. 수납공간도 생각보다 넉넉하고, 깔끔해서 집 인테리어와도 어울려서 좋아요.
식탁 위에는 선물받은 물건이나 이쁜 그릇, 촛대로 기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꾸며요.
괜히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요 :)
가끔은 지인들도 초대해서 작게 파티도 해요. 내가 만든 공간을 사람들과 공유하며 시간을 보내는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밤에는 스탠드 하나만 켜고 있어요. 저는 집에 TV랑 인터넷 연결을 안해놨어요. 흔한 노트북도 없고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식물들을 살피고 다음날 도시락을 싸고 집을 정리하면 시간이 금방 가있어서 딱히 무얼 하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아요.
대신 가끔 LP는 들어요. 핸드폰으로 듣는 음악보다 더 듣기 좋은거 같아요.
언제나 편안하고 행복한 나의 집
아무것도 안 해도 편하고 좋은 곳이 집인 것 같아요. 집에 있단 그 자체로 행복하거든요. 앞으로도 그냥 가만히 있어도 편안하고 행복한 집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