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만나 오~랜 장거리 연애 끝에
지금은 타이페이에 정착했어요”
안녕하세요, 대만 타이페이에 살고 있는 10개월차 신혼부부입니다. 타국이긴 해도 한국에서 두시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나라인데다가 문화적으로도 큰 이질감이 없어서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4년동안 즐겁게 회사생활을 했었는데 ‘결혼=퇴사’일 수 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에 아쉽지만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다시 학생신분으로 돌아가 중국어 어학당을 다니고 있구요, 가장 관심있는 일 중 하나가 ‘집꾸미기’에요.
타이페이를 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타이페이101 주변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요. 비도 자주 오고 습하기 때문에 건물 부식도 한국보다 빨라서 오래된 아파트들은 살기에 그리 쾌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우선적으로 새 아파트를 염두 해두고 집을 알아봤어요. 지금 저희 집이 있는 네이후(Neihu)라는 지역은 타이페이101까지 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고, 새 아파트들이 많고 쾌적해 한국 분들도 많이 살고 계시다고 알고 있어요.
결혼 전에는 크게 집을 꾸미는 것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는데,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항상 반짝반짝할 정도로 깨끗하게, 음식 하나를 차려도 꼭 예쁜 접시에 담아 주셨어요. 몸이 기억하는지..^^; 제 집이 생기고 나니 저도 모르게 열심히 그러고 있더라구요! 이번 신혼집 인테리어의 많은 부분이 센스만점 어머니에게서 나왔답니다:-)
‘호텔같은 집’
저는 시간 날 때 마다 여러 나라의 호텔 사진을 검색해보는 것이 취미일 정도로 호텔이 주는 분위기를 선호해요. 그래서 제가 추구하는 집은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집보다는.. 인테리어 소품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살림 용품이 보이지 않는 깔끔한 ‘호텔같은 집’ 이었어요.
타이페이, 저희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대만은 한국과는 다르게 새 집을 사면 정말 뼈대만! 갖춰놓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하다못해 천장도 뻥 뚫려있어서 배관이 다 보인답니다. 하지만, 방은 어떻게 나눌지.. 수납공간은 어디에 얼만큼 만들지.. 하나부터 열까지 원하는 대로 공간을 디자인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대신 그만큼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든다는 큰 단점도 있죠.
모던한 호텔st로 집꾸미기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전반적인 컬러톤이었어요. 딱 6개의 기본 컬러 및 재질을 선정했답니다. 벽은 화이트와 딥그레이, 식탁과 책상 등 모든 테이블 상판과 다리 컬러를 통일했고, 포인트로 둔 골드 프레임과 화이트 대리석 모두 동일한 소재로 제작하였어요.
이렇게 총 6개의 제한된 컬러톤을 사용한 것이 전반적으로 모던한 분위기를 완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어떤 소품을 배치해도 이질감없이 조화롭게 예쁘더라구요.
기존에는 모두 한 공간이었는데 폴딩도어를 설치해서 거실과 서재로 분리했어요. 폴딩도어는 공간활용에도 뛰어나고 보기에도 예뻐서 강력 추천합니다! 프레임 굵기, 컬러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폴딩도어로 분리된 거실과 서재
거실과 서재를 분리하는 폴딩도어에 자동 블라인드를 설치해서 필요할 때는 거실과 서재를 완전히 분리된 공간으로 만들 수 있어요. 음악을 듣거나 제가 중국어 공부를 할 때, 또는 남편이 한국어 공부를 할 때 사용해요.
평소에도 책같은 것은 모두 서재 수납장 안으로 넣어 깔끔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집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어요.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외식 비율이 훨씬 높아 삼시세끼 집밥은 커녕 아예 한끼도 안 해먹는 집들이 많아요. 그래서 집에서 주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비교적 작아요.
주방이 아예 없는 집도 있구요ㅎㅎ 여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죠?? 대신 집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을 좋아해서 거실은 비교적 크답니다!
남편의 아이디어로 측면에 와인냉장고를 집어 넣을 수 있게 아일랜드를 제작했구요.
음식은 아직 잘 못하지만 용감하게!! 손님들을 초대하는 것은 좋아해요!
결혼 후 내 공간이 생기니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함께하는 시간이 특히 더 즐겁더라구요.
거실과 다이닝 공간을 지나 쭉 들어가면 우측에는 안방, 좌측에는 게스트룸이 자리잡고 있어요.
먼저, 안방부터 보실까요?
우리 집에서 가장 편안한 공간
벽을 비롯하여 저희 집에서 가장 그레이컬러가 많이 들어가 차분한 느낌을 주는 휴식공간이죠.
남편과 홍콩으로 웨딩스냅을 찍으러 갔을 때 호텔룸에 디피 되어있던 아날로그적인 체중계에 반해서 이렇게 집에도 데려다 놓게 되었구요:-)
화장대 위에는 골드 프레임의 거울 두개를 나란히 제작해서 걸어 놓았어요.
안락함이 가장 중요한 침실인 만큼 밤에 조명과 함께 보면 더 예뻐 보이는 것 같아요:-)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안쪽으로는 드레스룸이 있어요.
안방에 있는 저희 부부의 화장실이에요.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면 세면대가 2개라는 점이에요. 각자 본인의 세면대가 있다보니 스스로 더 열심히 관리하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편안히 쉬다 가세요, 게스트룸
타지에 살다 보니 한달에 한번 꼴로 가족이나 친구들이 놀러 와서 생각보다 자주 쓰여 뿌듯한 게스트룸이에요. 화장실도 딸려 있어 정말 호텔 룸처럼 사용할 수 있답니다!
이 방이 온통 하얘서 병원 같다는 이용후기(!)가 있어서 어느 날은 보라색 베딩으로 분위기를 바꿔주기도 하구요~~
침대 앞과 옆으로는 수납공간을 짱짱하게 만들어 놓았어요. 아직은 2인가구라 손님이 오실 때를 제외하고는 텅텅 비어있지만, 아기가 생긴다면 금방 아기용품들로 가득 채워질 것 같아요. 나중에 아기자기하고 예쁜 아기방으로 어떻게 꾸밀까-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레요!!
손님용 화장실
거실에 있는 화장실은 온전히 손님용으로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방문할 때면 나름대로 호텔스럽게~ 데코를 해 두어요.
어매니티도 그때 그때 바꿔주고요. 수건까지 각 잡아서 접어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ㅎㅎ
시간이 흐를수록 아낄 수 있는 것들로 채워진 집
북유럽에서는 의자 하나를 사더라도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그렇게 구입한 의자를 아껴서 사용하다가 대대로 물려주고.. 다음 세대가 오래된 가구를 스타일링해서 멋지게 사용하더라구요. 유행에 쫓기지 않는 가구 문화에 크게 감명받았어요.
소품 하나를 고르더라도 더 신중하게, 남편이랑 여행하면서 구입한 의미가 있는 소품을 하나씩 모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몇 년 뒤 우리가족의 추억이 담긴 물건으로 채워진 집을 상상하면 너무 근사해요. 곧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떠나는데, 그곳에서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을 구입해서 소파 뒤쪽에 걸어보려고 해요:-)
저에게 ‘집꾸미기’란..
쉽지않았던 타지생활에 무사히 적응할 수 있게 해준 일등공신이에요. 집에 애정을 듬뿍 쏟은 덕분에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대만생활에 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테리어를 하면서 만난 대만사람들의 친절함과 꼼꼼함에도 매번 감사했습니다:-)
이상, Ju&David의 타이페이 신혼집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많은 사진과 이야기는 인스타그램 "#Ju_타이페이신혼집" 해시태그로 업로드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