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긴 했지만
제 여행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어요.”
그 어떤 계절보다도 봄과 여름에 핫한 여행자가 있다. 이름하여 ‘숭례문의 프로 옥탑러’
매일 밤 숭례문의 멋진 야경을 내다볼 수 있다 하여 찾아가 보았다. 예상과는 달리 허름한 외관의 오래된 건물, 그 흔한 엘리베이터는 커녕 좁고 높이가 불규칙한 계단이 6층까지 쭉 이어져 있었다. 한때는 아무도 찾지 않을 정도로 낡은 상태였다는 이 옥탑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제부터 소개해볼까 한다.
숭례문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살아요.
안녕하세요. 여행자이자 프로 옥탑러, 김이삭이라고 합니다. 23살에 군대를 전역해, 약 2년간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와 처음으로 집을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아 이곳에선 진짜 못 살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옥상으로 들어선 순간! ‘아 이곳이다’ 싶어 바로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보 1호가 가장 잘 보이는 제 옥탑방을 보여 드릴게요.
아늑한 공간으로 탄생하기 까지..
처음에 인테리어를 구상할 때 굉장히 막막했어요. 지금은 예쁘고 아늑하지만 처음엔 심각하게 낡은 상태였거든요. 운 좋게도 분리형 투룸이라 하나는 제 방, 다른 하나는 게스트룸으로 사용해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도면의 'ㄷ'도 알지 못했어요.
도면의 ‘ㄷ'자도 모르던 제가 대략적으로 도면을 그리고 수치를 기록한 흔적입니다. 집 자체가 비대칭이고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데요. 덕분에 큰 방은 제 방, 작은 방은 게스트룸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을 재워주다 보니, 생활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게 사생활도 보장되고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실과 주방의 비포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왼쪽에 보이는 저 문이 바로 현관입니다. 뭔가 낭떠러지가 있을 것만 같은… 어두컴컴한 모습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예쁜 공간으로 바뀌었어요. 현관 앞쪽으로는 매트를 깔고, 거실 중앙엔 트윈 테이블을 두어 식사도 하고 작업도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오른쪽 선반에 닥종이 인형들을 두었어요. 한지 공예가이신 저희 어머니의 작품들입니다.
제가 2년간 세계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도 저와 똑같이 생긴 인형을 만들어주셨어요.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덕분인지, 장기 여행을 하면서 큰 사고 없이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집의 좋은 점들 중 하나는 바로 이 턱이에요. 처음엔 이 공간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많이 고민했었는데 벽에는 세계지도 시계를 설치하고, 이 턱에는 제가 여행지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올려두었습니다. 덕분에 ‘여행자를 위한 공간'이라는 컨셉이 잘 실현된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품들 중 한 가지는 바로 이 행잉 플랜트에요. 뭉친 흙에 이끼와 다육이가 자라는 건데, 뭔가 어린 왕자 행성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이라 보자마자 데려온 녀석입니다.
환골탈태의 주방
혼자 작업하기 가장 벅찼던 공간이 바로 주방이에요. 끔찍했던 벽지들은 전부 뜯어내고 새롭게 폼보드를 붙였습니다. 예산을 100만원으로 잡고 시작한 집꾸미기라 사람을 부를 수도 없어서 혼자서 고군분투 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선명하네요ㅎㅎ
그 무시무시했던 모습이 이렇게 깔끔하게 바뀌었습니다. 상부장과 하부장 역시 너무 오래된 터라 붉은 색 시트지로 새롭게 리폼했어요. 렌지대도 시트지와 색을 맞춰 구매하였고요:))
큰 방의 BEFORE
제가 쓰고 있는 방의 BEFORE 입니다. 누런 벽지, 전혀 관리되지 않은 장판과 조명.. 심지어 한쪽은 아예 안 켜지더라고요. 인테리어를 하고 싶어서 하기 보단 정말 살기 위해 시작했다는 표현이 더욱 어울리는 공간이었습니다.
이제껏 벽에 못 한번 박아본 적 없는 저인데.. 직접 페인트 칠하고 장판을 깔기 시작했어요. 페인트 칠이 얼마나 힘든 건지 이때 처음 알게 되었네요. 하지만 이런 과정들도 즐겁더라고요.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지만 하나씩 배워가니 재미있었습니다.
어둡고 칙칙하던 제 방이 이렇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노동이 빛을 발한 순간이라 정말 행복했어요.
낮보다는 은은한 분위기의 밤을 더 좋아해요. 레일 조명을 비롯한 꼬마전구들이 분위기를 달리 만들어 주거든요.
처음엔 좌식형 소파 베드를 방에 두었는데, 그건 옥상으로 올리고 지금은 침대형 소파베드를 쓰고 있어요. 앞서 말했던 직사각형의 움푹 패인 공간이 제 방에도 있는데요. 저희 집을 놀러오는 친구들에게 집들이 선물로 꽃을 달라고 이야기해 이 벽을 채웠습니다. 저 공간에 빔 프로젝터도 올려 두었는데, 정말 안성맞춤이에요!
덕분에 이렇게 영화관으로 변신하기도 하죠. 벽면 전체를 스크린으로 사용할 수 있거든요. 영화와 함께 꼬마전구들을 켜놓고 있으면 정말 아늑해져요. 덕분에 혼자 마시는 술도 달달한 맛이 되죠. 그러다 보니 거실장 위에 술병이 하나씩 하나씩 늘어가고 있답니다..!
이 가구는 확장형 거실장이라 사이즈 걱정을 안 해도 되서 너무 좋더라구요. 덕분에 이불 수납도 가능하고요. 그 위로는 꼬마전구와 액자, 빈 병으로 꾸며주었습니다:))
창고와 다를 바 없었던 작은 방의 BEFORE
게스트룸으로 쓰고 있는 방의 이전 모습이에요.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정말 작은 방이랍니다.
짜잔~ 못생긴 비포는 사라지고 깔끔한 방이 되었습니다. 이 공간도 직접 페인트 칠했는데요. 왼쪽은 하얀색, 오른쪽은 칠판 페인트로 꾸몄습니다. 사실 샷시도 바꾸고 싶었는데ㅠㅠ 손대기가 어려워 그를 가려줄 수 있는 남색 암막 커튼을 설치했습니다.
한쪽 벽을 칠판 페인트로 칠한 이유는 저희 집을 방문한 사람들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였어요.
저희 집은 한국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많은 여행자 분들이 들리곤 해요. 덕분에 한국어 뿐만 아니라 일본어 영어 등등 다양한 국가의 언어가 적혀 있죠. 처음엔 텅 비어있던 벽이 지금은 이렇게 가득 채워졌답니다:)
이 집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숭례문이 보이는 옥상 그리고 홈파티.
저희 집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옥상입니다. 홀로 60개국을 여행하는 동안, 늘 낭만적인 게스트 하우스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늘 파티가 있고 여행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용 공간이 있는 게스트 하우스 말이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그 꿈은 현실로 바뀌어 있었어요. 심지어는 잡지와 영화에도 출연하는 나름 유명한 옥탑방이 되었죠.
곰팡이와 페인트 냄새가 진동하던 방에서 이불도 없이 잠을 청했던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공간이 되었어요.
작년 5월부터 시작해 전 세계 24개국에서 약 600여명이 옥탑방을 방문했어요. 편히 쉬러 오는 분들도 있었고, 홈 파티를 즐기러 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여행을 사랑한다는 공통분모 덕분에 함께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한때는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옥탑방있던 이 곳이 모두가 좋아하는 장소로 바뀔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누군가의 꿈이 되고 싶어요.
제게 있어 집은 ‘낭만 집합체’ 에요. 집에 있음에도 일상이 여행이 되고, 상상 속에서 꿈꿔왔던 것이 어느새 현실이 되었으니까요. 내가 꿈을 이루면 나는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된다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는 누군가의 꿈이 되고 싶어요. ‘현실과 이상은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기 위해 매 순간 순간을 충실히 보내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처음엔 무섭고 겁이 나는게 당연해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의 종착역은 ‘행복' 아닐까요?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보다는 내가 행복한 지 아닌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옥탑방 살면서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요, 우리!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여행 영상 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국인 게스트들과 함께하는 ‘옥탑방 라이프'를 영상으로 기록해 나갈 생각이에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여행자들이 한국 여행을 꿈꾸고 삭삭하우스에서 지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죠. 제 최종 목표는 전세계 모든 나라에 게스트 하우스를 만드는 거에요. 숭례문 앞에 삭삭하우스 1호점이 생긴 것처럼 이 꿈도 언젠가는 실현 될 거라 생각해요. 그럼 전 평생 여행하며 살아갈 수 있겠죠? 제 집을 방문하면서!ㅎㅎ
이상 옥탑방 라이프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