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영 님이 직접 그린 옥탑 일러스트)
자기 집을 갖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는 서울 하늘 아래 7평 남짓 옥탑방
그의 집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로망으로 그의 옥탑방은 조금은 특별해졌다.
월세방을 전전하는 청춘 중 한 명
저는 20살에 서울로 상경해, 처음에는 언니와 함께 생활하다가 23살 때부터 고시원, 원룸, 지금의 옥탑방에서 자취 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직업이 공간 디자이너이기도 하고, 무언가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해 거주하는 공간의 가능한 범주 안에서 인테리어를 계속 해왔습니다.
로망을 이루기 위해 찾은 옥탑방
다세대 주택의 맨 위층 옥탑방. 현재 제가 4년째 생활하고 있는 거처입니다.
처음부터 옥탑을 생각했기에 맘에 드는 집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직접 발품을 팔고 온라인으로도 알아보고 3개월간 집을 찾아다니다가 포기할 즈음에 찾게 된 집이에요.
방,주방,창고,화장실 등을 포함해 7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이 공간보다 더 큰 옥상이 있는 아주 좋은 조건의 옥탑방이죠.
영상으로 먼저보는 집꾸미기
내부 공간
높고 좁은 계단을 지나 4층으로 올라서면 있는 저의 보금자리입니다.
현관은 집을 나서기 바로 전까지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외출 전 마지막 점검을 할 수 있도록 이곳에 거울과 제 액세서리 등을 수납해두었어요.
액세서리 걸이를 벽에 걸어 팔찌와 시계 등을 수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관문에는 화이트보드 시트지를 붙여 이것저것 메모할 수 있도록 했어요.
현관문 바로 맞은편은 수면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저는 나무의 따뜻한 톤을 좋아해서 인테리어 할 때 나무 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침대는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두는 대신 한쪽 벽에 우드 월을 세워두었어요.
그리고 매트리스를 놓을 공간에는 공간 박스들을 먼저 매트리스 사이즈에 맞춰서 펼쳐 놓고 그 위에 매트리스를 올려 두었어요. 안쪽 공간 박스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수납하고, 가장자리 쪽 공간 박스는 열린 면이 바깥으로 향하게 두어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수납해 두었습니다.
우드 월에는 작은 선반 하나, 큰 나무 선반 하나를 달아 침대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올려두었어요.
한쪽에 세워져 있는 ’생각 하기 나름' 액자는 제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셀프 작업 하기에는 옥탑 공간이 제격이에요. 락카 스프레이로 컬러를 입히기 위해 옥탑 바닥 한쪽에 비닐로 보양 작업을 하고, 좋아하는 색상의 락카 스프레이를 마음껏 뿌렸어요.
그리고 액자에 담고자 하는 글자를 출력해 올려두고, 그 위에 흰색 락카를 다시 뿌렸어요. 마지막으로 락카가 반쯤 말랐을 때 글자를 떼어내면 끝!
침대 옆에는 큰 창이 하나 있는데요, 여기에 있는 노란 커튼도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4년 간의 변화
저는 집안 대부분을 셀프로 꾸민 만큼, 공간을 직접 만들어가고 변화 주는 것을 좋아해요. 처음 이 집에 들어와 벽지 뜯어내고, 페인팅하고, 가구 만드는 것부터 가구 배치까지 4년간 꾸준히 해왔어요.
사실은 지금의 상태가 13번째 가구 배치에요.
저는 가구 배치 전 컴퓨터 작업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편이에요.
이렇게 실사이즈로 비교해 요리조리 배치해 보기도 하고요.
이렇게 하게 되면 오차 없이 실제로 가구를 배치했을 때 오차 없이 생각대로 되더라구요.
나만의 오픈 수납법
침대 바로 맞은편이에요. 고시원, 원룸, 이번 옥탑방에 이어서 작은 집을 꾸미는 데에 ’부피가 큰 가구는 들어오면 안 된다’ 는 저만의 철칙이 있어요. 공간이 좁은 편이라 가리는 것보단 예쁘게 진열하는 편이에요.
자주 입는 옷들은 행거에 가지런히 걸어두고, 계절이 지난 옷이나 정말 가려야 할 물건들은 종이 박스에 넣어 보관하고 있어요.
가방 같은 경우. 천장에 봉을 달아 고리를 이용해 걸어 두었어요.
현관문 바로 왼편. 제 집에서 대표적인 오픈 수납공간인 저의 작업 공간이자 화장대 입니다. 현관 옆의 넓은 벽면에 찬넬 선반을 달아 수납 공간을 마련했어요.
월세방인데 어떻게 벽에 구멍을 냈냐고..많이들 궁금해하세요.
저는 집을 구할 때부터 인테리어를 염두해두고 다녀요. 그래서 애초에 집주인 분들께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했어요. 다른 집으로 이사 가게 되면 보수를 해주거나 하는 편으로 허락을 받았죠.
왼편은 화장대, 오른편은 제 작업 공간입니다. 화장대에 있는 거울도 주문 제작한 것이에요.
맨 위 선반에는 바구니와 박스를 두어 잘 사용하지 않는 작은 물건들을 수납하고 있어요. 그리고 거울 근처에는 안경이나 선글라스 등을 수납할 수 있도록 철제 바구니를 걸었습니다. 물건도 최대한 제 동선에 맞춰 배치했어요.
작업 공간 옆에 문이 하나 있어요. 문을 지나면 왼편에는 화장실, 오른편엔 주방이 있습니다.
셀프 작업으로 환골탈태한 화장실
먼저 싸늘해 보였던.. 셀프 작업 전의 화장실 모습입니다.
화장실은 세입자가 셀프로 공사를 하기엔 어려운 공간입니다. 혹시라도 ’수전을 잘못 건드리거나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이런 부담감에 3년간 이 상태에서 생활하다가 바닥에 벗겨지는 방수 페인트와 스멀스멀 생겨나는 곰팡이를 보며 슬슬 화장실이 눈에 걸리기 시작했어요.
대망의 에프터. 기존에는 벽이 철 프레임으로 되어 있었는데요, 벽 보강을 위해 프레임에 맞춰 합판을 잘라와 벽면에 끼운 후 페인트로 마감했어요. 그리고 선반과 네트 망을 달아 수납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빨간 벽돌이 있던 벽면은 민트색 페인트로 칠했습니다. 변기가 하얀색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분홍색 변기라 변기 색과 최대한 어울릴만한 색을 찾다가 민트색을 활용해 밝은 분위기로 꾸미게 되었어요.
오픈 키친
화장실 맞은편 주방입니다. 주방도 마찬가지로 벽면에 선반을 달아 오픈 수납을 했습니다. 오픈 수납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어지러지면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에 그릇들을 크기별로 가지런히 정리해 두었어요.
싱크대 뒤쪽 방으로 들어가는 문의 여유 공간에는 네트 망을 요리할 때 자주 사용하는 냄비와 조미료 등을 수납했습니다.
싱크대 아래쪽입니다. 천을 달아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을 가리고, 부족한 수납 공간은 직접 만든 가구로 채웠습니다.
수납장을 옆으로 쭉 당기면 이렇게 작은 식탁도 생깁니다.
옥탑 라이프
이전에 살던 곳은 1층 원룸이어서 창문을 열지 못했어요. 빨래도 널 공간이 따로 없어 집안에 널었는데 그게 은근 스트레스 더라구요. 그래서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이사가고자 하다가.. 비용 문제로 저렴한 집을 찾아 옥탑을 생각하게 되었죠.
그리고 여자 혼자 옥탑에 산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이곳은 계단과 바로 이어져 있는 보통 옥탑과 달리, 따로 계단이 나 있지 않아요. 제 방 안에서 문을 열면 바로 이 공간이 나오기 때문에 어찌 보면 저만의 공간이기도 하죠.
이 옥탑에 4년간 살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로망을 계속 실현해왔어요. 그중 하나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파티 즐기기. 그래서 혼자 사는 집 치곤 가지고 있는 물건이 많은 편입니다. 친구들이 집에서 자고 갈 때 내어줄 이불이 필요하고, 두 번째로는 홈 파티 때 사용할 식기들이 필요해요.
어느 봄날 옥탑 봄맞이 파티를 생각하다가 음식을 덜어 먹을 예쁜 그릇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온라인으로 바로 알아봤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구요. 그래서 1,000원짜리 접시를 구입하고, 화방에서 도자기용 물감을 사와 접시 위에 원하는 옷을 입혔습니다.
밤이 되면 더 낭만적인 옥탑 모습입니다.
옥탑에 살면서 누리는 최고의 로망 중 하나. 친구들과 가끔 옥탑에 누워 영화를 보기도 해요.
옥탑에 스크린을 설치할 곳이 없어 방 안의 하얀 이불을 가져와 빨랫줄에 걸쳐 널었어요.
이럴 때면 이 누추한 옥탑방이 남들에겐 부러워질 수도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내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집을 꾸린 것부터, 로망 실현까지. 저는 이 옥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이제 다 해본 것 같아요.
처음 방을 꾸미고 자랑하기 위해 방을 자랑하는 인테리어 사이트에 사진을 올렸다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셔서 셀프 인테리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고, 또 인연이 닿아 ‘옥탑방 인테리어’ 라는 제 도서도 출간하게 되었어요. 집을 꾸미는 게 좋아서 계속 해왔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값진 경험이 생겨났네요.
저는 공간은 그 사람을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어느 공간에서 생활하던 저만의 방식대로 열심히 제 공간을 꾸며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