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직업인 사람입니다.”
연애지상주의자이며 취미생활이 곧 직업이라는 보라님. 그녀가 운영중인 블로그의 이름 또한 ‘유난스러운 취미생활’이다. 그만큼 취미가 그 자체로의 삶인 동시에 글감이라는 그녀의 작업실이자 집인 공간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 전보라입니다-! 저는 23살 대학생 때 처음으로 책을 내고, 작년에 <연애가 끝났다>를 펴냈으며, 지금은 연애 에세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9년동안 자취를 하면서 좋아하는 것들만 집에 남게 되었어요.
자취가 아니라 ‘독립’을 하기 위한 집을 구했어요. 친구가 살던 오피스텐인데 몇 번 놀러가보고 ‘이런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친구가 외국으로 나가게 되면서 제가 이어받아서 이사하게 되었어요.
나를 닮은 공간
제게는 집이 곧 작업실이기 때문에 조금 특별해요. 이 공간만큼은 몸도 마음도 내가 가장 편안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너저분하게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편안함을 위해 더 갖추고 있는? 그래서 작업하기 전에 집안 곳곳을 정리하는 것이 어떤 의식처럼 자리 잡혀 있어요.
집안 대부분의 가구나 패브릭제품들은 린넨과 원목가구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새로 물건을 사도 비슷한 계열로 고르다 보니 이사를 해도 집안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 집을 보면 ‘집이 꼭 너같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 말이 좋더라구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를 닮았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니까요.
오피스텔은 처음인데 모든 게 풀옵션이다보니 인테리어에 제약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 있는 곳은 옷장과 수납장 이외에 꾸밀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해서 오히려 좋더라고요. TV와 LP플레이어가 있어요. 원목수납장은 TV를 구입하면서 맞춰서 샀어요. 원래는 세워서 책장으로 사용하는 건데 눕혀서 사용해요.
LP는 요즘 새로 즐기는 취미인데, 노래 한 곡을 듣기 위해 거치는 그 수고로움이 너무 좋아요.
종이보다 모니터로 글이 읽히고, LP보다 휴대폰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지만 저는 여전히 아날로그가 좋더라구요. 저 역시 창작하는 사람이라 음악을 만든 사람들의 노력과 감성을 오롯이 느끼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제 방에 있는 가구들은 제각기 연식과 출처가 달라요.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편인데 그렇다고 비싼 가구를 사지도 않아요.
투박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원목 책상은 벌써 8년째 사용중이고.. 스크래치 가구라서 저렴하게 구입한 3단 서랍장도 4년째 사용중이에요. 어떤 때는 화장대로, 어떤 때는 미술용품 보관함으로 변모하면서 제 방 한 구석을 지키고 있어요.
사이드 테이블 대신 원목 스툴을 침대 맡에 두고 사용하고 있어요. 집이 좁다 보니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제 마음대로 가구를 배치하는데 딱 맞는 위치를 찾으면 꼭 퍼즐을 맞춘 것처럼 기분이 좋아요.
그 위에는 잘 때 켜는 가습기와 무드등, 캔들과 룸스프레이가 있어요. 평소에 생각이 많아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편인데 여기에 수면안대까지 하고 나면 그날은 꿀잠을 잔답니다.
침대매트리스 옆으로는 전신거울을 두었어요. 아주 크고 와이드한 전신거울을 매번 사야지하다가 이번에 구입했어요.
좁은 방이 넓어 보이기도 하고 작은 거울은 보기 답답하더라구요.
거울 옆에 선반에는 자주 사용하는 악세사리와 소품들이 있어요.
선반 맨 아래칸에는 책을 쌓아 두고 있는데 작가이다 보니 가득 찬 책장을 기대하겠지만 사실 책을 남들보다 많이 읽는 편은 아니라서 많지는 않아요.
글을 쓰는 작업은 주로 침대에 걸터앉아서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놓고 하거나, 침대에 누워서 쓰기도 해요.
나름 열심히 일 하고 있는 건데 글 쓰는 걸 보고 있으면 되게 한량같아 보인데요(글썽)
작업을 거의 침대위에서 하다보니 원목 테이블은 식사를 준비하거나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주로 사용해요.
긴 테이블에 한 상 차려놓으면 홈파티 느낌도 물씬 나고 좋아요.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는 생각이라 차려 먹을 땐 예쁘게 차려서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집이라는 공간은 저의 필요와 취향, 그리고 욕심으로 채워지는 공간이에요. 앞으로는 이 곳에 적당한 필요와 취향은 더해지고, 욕심은 조금씩 옅어지면 좋겠어요.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면 결국 무엇이 쓰여지느냐보다 무엇이 남느냐의 차이더라구요. 글을 쓰고 나서 필요 없는 부분을 덜어내면서 진짜가 드러나는데 집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9년동안의 집꾸미기가 채우기 였다면 지금은 비우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