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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홍
2017.3.25 11:55

결혼한 지 3달 만에 백수가 된
신혼부부의 이야기.

#다가구주택 #30평대 #신혼부부 #네츄럴
조회수49,696| 보관함435| 댓글5

결혼한 지 3달 만에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어요.”

 

안녕하세요. 백수부부 최가홍, 백수현 입니다.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새내기 부부인데요. 저희만의 특별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집’이라는 공간과 함께 들려드릴까 합니다. 크로아티아로 신혼 여행을 갔을 당시의 일이에요. 그때의 바람, 햇살, 바다 색깔이 너무 좋아 낮술을 한잔 했는데 그때 둘이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먼 훗날 자그마한 요트를 사서 요트를 타고 다시 오겠다고 말이죠.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제법 진지하게 세계정복’을 약속했습니다. 더불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살자’는 삶의 방향도 정하게 되었죠.

 

 

가진 것이 많아 그만 둔 게 아니에요. 

 

신혼여행 후 회사로 돌아오니.. 세계 여행은 물론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기에는 시간적 여력이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만 두었습니다. 다소 즉흥적인 선택이었지만 아직까지 후회한 적은 없어요. 퇴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은 다들 제정신이냐며 이제부터 바짝 모아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돈보다는 좋아하는 일이 더 우선이었습니다. 덕분에 주위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GO! 할 수 있었습니다.

 

 

단 하나 뿐인 공간을 만들다.

 

저희 백수 부부가 가장 먼저 하고자 했던 일은 저희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최서방은 광고 카피라이터, 백부인은 패션디자인 쪽이었는데 인테리어라니..!!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그렇게 과감히, 저희 부부의 작업실이자 스튜디오를 만들어내기 위한 인테리어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철거부터 조명, 배선, 방수까지의 모든 공사를 공부하고 부딪히며 헤쳐나간 저희 부부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준비되셨죠~? 고고고!!!

 

 

덴마크 어느 작가의 집, 인테리어에 눈을 뜨다.

 

연애시절 덴마크로 여행을 갔을 당시, 어느 작가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북유럽 스타일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북유럽 스타일이라는 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세월을 이겨내는 ‘아름다움, 간결함, 실용성’을 갖췄더라고요. 여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집이 너무 좋아 하루 16시간 이상을 실내에서 머물렀습니다. 때문에 집 말고는 별다른 기억이 없지만 저희의 앞날을 360도 바꿔준 터닝 포인트입니다.

 

 

식물이면 다 애정 하는 백부인, 모던과 깔끔함을 추구하는 최서방

 

인테리어 공사에 앞서 좋아하는 인테리어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출퇴근 버스 안에서, 화장실에서 심지어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그렇게 모아보고 나니 어떤 인테리어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늘 LA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지향한다 말하지만 사실은 식물만 있으면 다 애정 하는 백부인과 깔끔하면서 모던함을 좋아하는 최서방..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그래서 공평하게 1층은 아내의 취향으로 2층은 제 취향으로 그리고 마지막 3층은 각자의 취향을 반씩 담기로 했습니다.

 

 

곰팡아 오래된 벽지야, 다신 보지 말자. 제발~~

 

저희는 집의 내부 가구들을 모두 철거한 후 벽지 제거를 시작하려 했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시작하고 보니 작업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6-7겹으로 쌓인 벽지 사이 사이에 곰팡이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락스를 희석시켜 12시간 간격으로 2-3회 정도 분무기로 뿌려주었어요.

 

백수 부부의 Tip : 곰팡이가 완전히 없어지고 ‘완전 건조’된 후에 벽지나 페인트를 발라줘야 곰팡이가 재발하지 않습니다.

 

곰팡이 제거 후 벽지 제거 시작! 그러나.. 워낙 많은 벽지들이 도배되어 있던 터라 한번에 뜯기지가 않더라고요. 하루면 될 줄 알았는데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사흘, 사흘이 나흘로 지속되었네요. 하지만 덕분에 저희 부부의 관절과 맞바꾼... 꿀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백수 부부의 Tip : 벽지 제거 시, 물을 쏟아 붓는다는 느낌으로 벽지에 호스로 물을 뿌려줍니다. 벽지가 많이 적셔질 수록 쉽게 떼어지거든요. 그렇게 15분을 기다린 후 스크래퍼를 최대한 깊이 넣어서 밀어 주고 손으로 잡아 쫘아-악 당겨 주시면 정말 다 떼어집니다. 이 손맛은 해본 사람만 안다는 것..!

 

벽지 제거 후 마스킹테이프와 커버링 테이프로 보양 작업을 해준 다음 페인트 칠을 시작했습니다. 유도부 동생1과 미식 축구부 동생2는 물론 아버님과 어머님까지..(죄송합니다..ㅠㅠ) 온 식구가 함께 했네요. 덕분에.. 6말(132kg)의 페인트를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3일만에 끝내버리는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페인트가 끝난 모습입니다. 노출 천장으로 만들고 싶어서 천장은 크게 꼼꼼함을 기여하지 않았습니다. 노출 천장만의 투박함이 묻어나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고된 셀프 페인팅을 끝낸 후 과감히 바닥 작업도 도전했습니다. 전셋집임에도 불구하고 내 돈 들여 바닥을 하는게 맞나 싶었지만 백부인의 5일간의 긴 고민 끝에 해보자고 결정해 데코 타일을 구매하여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부부가 고른 베이지 컬러는 깨끗하고 따뜻한 느낌을 내더라고요. 그래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바닥 작업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퀄리티도 좋고 작업 속도도 빠른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1층만 저희가 하고 나머지 2,3층은 맡겼습니다!

 

 

초록이들과 라탄 소재의 만남, 백부인의 1층

 

이제 완성된 공간을 보여 드릴게요. 앞서 말했듯 백부인은 초록 식물이라면 눈을 떼지 못하는 데요. 그를 100% 아니, 200% 반영해 하나씩 꾸며 나갔습니다. 식물이 주는 편안함과 라탄 소재의 따뜻함이 잘 어우러져 만족스러워요.

 

햇살 좋은 날엔, 웬만한 카페 부럽지 않아요. 정남향의 축복이라고도 할 수 있죠 하하.

 

선반 자체에도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있어요. 사실 최서방(저)은 백부인을 만나기 전까지 식물 인테리어에는 관심이 1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연애를 하면서 차차 초록 초록한 식물들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죠.

 

선반에 달려있는 ‘에어 플랜트’는 저희 백수 부부가 강력 추천하는 식물인데요. 키우기도 쉽고 인테리어 효과는 물론 공기 정화에도 매우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선반 앞 쪽으로는 라탄 소재의 러그와 의자들이 놓여 있어요. 라탄은 야자과 덩굴 식물인데요. 아무래도 태생 자체가 나무의 줄기이다 보니 식물 인테리어와 굉장히 잘 어울리더라고요. 특히나 이 러그는 내구성도 강하고 뭐가 묻어도 잘 안 보인다는 사실..!(씨익) 백부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구들 중 하나입니다.

 

밤에는 이렇게 따뜻한 공간으로 변신한답니다.

 

 

북유럽 스타일에 나무를 더하다. 최서방의 2층

 

2층은 온전히 최서방의 인테리어 취향과 음악 취향이 한데 모인 공간입니다.  

평소 음식에는 돈을 아껴도 LP구매에는 절대 네버! 돈을 아끼지 않는 최서방의 콜렉션 LP들을 배치했습니다.

 

사실 이 선반은 최서방이 뽑은 BEST2 에 해당하는 제품인데요. 평소 인테리어 자료를 즐겨보던 저희 부부는 선반을 이용한 인테리어도 충분히 감각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벽선반 구멍을 연필로 표시한 후 드릴로 뚫어 선반을 달아주었습니다.

 

허전했던 벽이 예쁨 예쁨 묻어나는 벽으로 탈바꿈하였답니다.

 

선반 아래쪽 공간에는 앤틱 가구와 턴테이블을 두었어요. 이 곳 외에도 다양한 공간에 앤틱, 즉 빈티지 가구들이 자리하고 있어요. 빈티지 가구들은 새 것에서 찾을 수 없는 매력과 무게감이 있는 듯 해요.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구죠. 빈티지는 ‘어떤’ 가구를 사냐 보다는 ‘어떻게’ 사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발품은 많이 팔수록 좋고요.

 

백부인과 최서방의 합작, 3층

 

3층은 백부인과 최서방의 취향이 반반씩! 가미된 공간입니다. 블랙&화이트로 심플함을 잡고, 거기에 식물들과 철제 소재를 섞어 세련된 느낌을 함께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얀 가구 때문에 여기가 침실인가~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시겠지만 하얀 가구는 다름아닌 소파랍니다.

 

이건 비포 모습이에요. 위 사진과 확연히 다르죠? 

 

저희는 가구나 소품을 들일 때에도 전체적인 분위기와의 조화를 가장 중요시했어요. 그래서 정말 많은 인테리어 사진들을 보고 또 보았죠. 그러던 중 정말 마음에 드는 소파를 발견했는데..외관은 예쁜데 가격은 참 안 예쁘더라고요 ㅎㅎ.. 그래서 그와 가장 비슷한 소파를 이케*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인테리어의 꽃은 바로 조명!

 

이전에 파리로 여행 갔을 당시, 에어비앤비 집주인에게 왜 형광등을 쓰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돌아온 대답은 바로 “아, 그 수술실 같은 조명? 너무 밝고 차가운 느낌이라 싫어” 였죠.

이전까지 살았던 수술실들이 스쳐 지나가고.. 원룸 수술실, 유독 추웠던 북향 수술실, 유난히 빛이 잘 들던 수술실..... 쥬륵... 그후 조명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희 장바구니에 항상 일 순위로 들어 있던 게 바로 이 조명입니다. 비트라(vitra)의 포텐스라는 조명인데 이 브랜드의 가구는 예상했던 가격에 항상 ‘0’이 하나 더 붙더라고요...^^ 그래서 미련없이 뒤돌아 을지로 조명거리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발품을 팔다 보니 늘 마음속 1번이었던 포텐스(카피..)를 얻게 되었죠.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 조명을 자세히 보면 아래 손잡이가 달려있어요. 그 손잡이를 밀거나 당기면, 방향에 따라 조명이 움직여 원하는 위치를 밝힐 수 있어요. 그만큼 실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파 벽 쪽에 있는 사진은 최서방이 직접 찍은 사진이에요. 레터링액자나 북유럽 포스터는 아니지만 추억이 떠오르는, 저희의 공간을 더욱 백수부부 공간 답게! 만들어주었답니다.

 

저희 부부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 시간 날 때마다 보곤 해요. 그리고 그 영화가 저희를 만나게 해준 매개체이기도 하고요. 

이전에 제가(백부인) 인스타그램에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최서방이 그걸 보더니 덥썩! 데이트 신청을 했어요. 나중에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그동안 제가 어느정도 마음에 있었는데 그 영화가 결정적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최서방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도 비포선라이즈 였던 거죠^^

 

 

편히 쉴 수 있어요. 

 

드디어 침실 공간이네요. 침실은 오롯이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잠을 잘 자야.. 삶의 질이 높아지니까요. 그래서 일반 커튼 대신 빛을 차단시켜주는 암막 커튼을 사용했답니다.

 

침대 발 밑으로는 행거를 두었어요. 일종의 작업실이자 스튜디오이기에 큰 옷장보다는 행거를 두었죠.

 

 

주방도 깔끔하고 모던하게.

 

화이트 베이스의 주방입니다. 사실 이 주택은 저희가 오롯이 생활하는 공간은 아니에요. 앞서 말했듯이 작업실이자 스튜디오, 때론 다른 사람에게 대여도 하는! 그런 공간이죠. 사용하는 빈도가 적은 만큼 주방의 크기도 간소화 시켰습니다.

 

이케*를 돌아다녀 보니 저렴하면서 실용적인 싱크대가 있더라고요. 주방 용품도 최소한으로 둘 예정이어서 고민없이 구매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를 최대한 활용해 주방을 꾸며 보려 했어요.

 

주방 용품들 중에서도 특히나 컵이나 식기 등이 많은 편이에요. 종종 지인들을 초대하곤 하는데 식기가 부족하면 안되겠더라고요:)

 

싱크대 오른쪽에는 작은 다이닝 테이블이 있어요. 작지만 오히려 음식을 많이 차릴 수 없다는 게 큰 이점(?) 같아요. 이렇게 음식을 정갈하게 만들어 먹기도 하고, 때로는 이 공간에서 각자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ㅎㅎ:) 백부인의 열중하는 모습입니다.

 

 

화이트 인테리어의 소규모 화장실

 

저희 화장실입니다. 꽤 작은 공간이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공간이랍니다!

 

거울 아래 선반에 필요한 세면 용품만 두었습니다. 오른쪽은 미니 세탁기입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희 부부에게 집은 크게 2가지 의미인 것 같아요.

아무리 예쁜 카페도, 아무리 멋진 외국의 집이라도 대신할 수 없는 저희 둘만의 과거들이 배어 있는 편안한 공간! 그리고 인테리어라는 새로운 분야에 계속해서 도전하게 해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문’이 되어준 것 같아요. 앞으로도 편안한 공간들을 만들어내면서 행복하게 살 거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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