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도 소파에 한 번 앉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여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무언가를 해야만 맘이 편안해진다는 워킹맘 진영진님. 다섯 살 아들을 키우고, 여고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잘은 못하지만, 손으로 하는 일들을 좋아해서 요리, 캔들, 테디베어, 액세서리를 손수 만든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힐링이 된다고,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아가고 있는 영진님의 집을 구경했다.
모던, 심플한 집이고 싶어요.
현관문을 들고 들어 왔을 때 처음 마주하는 공간 전실이에요. 입구에서부터 환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 밝은 컬러로 신발장과 타일을 선택했어요. 자주 시는 신발들은 문을 열지 않고도 꺼낼 수 있도록 오픈 신발장도 만들었답니다.
평범한 격자무늬의 중문이 싫어서 좀 더 경쾌한 느낌의 디자인으로 중문을 만들었어요. 인테리어 업체에서 제작해준 원목 전신 거울과 중문의 원목 손잡이는 이곳의 포인트에요.
바쁜 아침의 공간
현관에서 들어서면 바로 있는 복도에요.
중문 오른쪽 벽에는 원목에 자석을 붙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메모판이 있어요. 이것도 업체에서 전신거울과 같은 나무로 제작해 주었어요. 바쁜 아침 시간에 자는 아이 없고 정신없이 출근하다 보면 잊게 되는 것들을 미리 메모해서 붙여두고 챙겨 보게 돼요.
화장실과 아이 방 사이에 있는 공간에는 수납장을 두었어요. 이케아 신발장이지만 수건, 휴지, 샴푸 등 넣어두고 수납장으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스트랩 거울을 달아 위쪽 공간도 채워 줬어요. 작은 공간이지만 계절마다 제 느낌대로 간단하게 꾸밀 수 있는 공간이에요.
겨울이니, 목화로 장식을 해보았어요.
반대편 복도에는 사이즈가 같은 액자 두 개를 세트로 걸어 놨어요.
인테리어 소품이나 액자를 구입할 때 세트로 구입하는 것이 홈스타일리을 안전하게 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TV가 없는 거실
전체적으로 저희 집의 컬러는 화이트와 챠콜로 모던한 느낌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거실에는 TV가 없어요. 제가 바빠 아이들을 TV에게만 맡기는 엄마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치워버렸어요.
주말 오후에만 TV보는 시간을 정해두고, 평일에는 늘 음악을 켜두고 있죠. 아이와 함께 보드게임, 책 읽기, 캔들을 만들 때도 늘 음악을 함께해요. 요즘엔 아이가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음악을 틀어요.
겨울에 차가울 수 있는 소파에는 한가득 쿠션들을 올려놓았어요. 거실 테이블도 따로 제작했답니다.
베란다 쪽에는 아이도 같이할 수 있는 분리수거통이 있어요. 디자인이 이쁜 쓰레기통은 어른도 아이도 이쁘게 버리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아요.
TV를 두지 않은 빈 공간에는 식물과 포스터들로 생기를 더했어요. 해초 바구니에 담아둔 스파티필름이 제 손길에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져요.
소품들도 최대한 심플한 것들로 놓았어요.
(무채색의 심플한 시계)
(흰색의 깔끔한 스위치)
외식보다는 집밥을,
워킹맘이지만 외식보다는 집밥 먹는 걸 좋아해서 주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요.
어릴 적 친정엄마는 늘 세 끼 끼니를 다른 요리로 해 주셨어요. 다른 집에서 흔히들 시켜먹는 배달 음식들도 손수 만들어 주셨지요. 그런 엄마의 딸이어서일까요?
저에게 주방은 요리하는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친정엄마가 갓 지어 올린 따뜻한 밥 같은 푸근함이 느껴지는 공간이길 원하고 우리 아이에게도 제가 느꼈던 것을 기억하길 바라요.
평수에 비해 좁은 주방 때문에 한 달가량을 도면을 들고 고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냉장고를 베란다로 빼고, 팬트리장을 넣었구요. 상부 장을 없애는 대신 거실 쪽으로 수납공간도 확보했죠.
카페 분위기가 나는 주방을 가지고 싶어 싱크대도 과감하게 무광 차콜을 선택했고, 식탁과 주방 타일은 마블 대리석으로 색깔 맞춤 했어요.
동선을 최소화하고 음식을 조리할 때 편리하게 하려고 주방 도면을 수십 번 수정을 한 결과 만족스러운 공간으로 탄생했답니다.
싱크 볼은 두 개 넣었어요. 그릇을 씻어 두고 물이 흘러내리는 게 싫어서 고민하다 싱크대 볼을 하나 더 넣었어요. 하나의 싱크대 볼은 자연 건조대에요.
주방 싱크대 위에는 제가 직접 샌딩해서 만든 캄포 도마가 올려져 있어요. 직접 제 손으로 만든 거라… 칼질은 못…해봤어요…^^
( 목공소에서 직접 도마를 만드는 모습)
침실과 드레스룸을 같이
예전 집에서는 드레스룸이 있었는데, 바쁜 출근 시간에 다른 방으로 뛰어다니며 옷을 골라 입기에는 비효율적인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안방에 드레스룸을 넣었어요.
건조한 날에는 없어서 안 될 가습기에요. 매일 세척할 수 있는 가습기로 안전하게 이용해요.
침대 헤드 뒷부분은 수납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어요. 이 수납장을 붙박이장 앞의 작은 드레스룸의 공간을 만들어 주었어요. 답답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무채색과 밝은 침구로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이 되었네요.
파우더룸에는 화이트 화장대를 넓게 제작해서 넣었어요. 출근 시간 저는 화장을 하고 남편은 옆에서 머리를 말려도 충분한 공간 덕에 불편하지 않아요.
파우더 룸은 주로 화이트로 된 소품들을 많이 이용했어요.
아이방과 서재
장난꾸러기 아들 방이에요. 저희 집에서 유일하게 컬러가 있는 방이기도 하죠. 민트 컬러의 벽지에 화이트와 우드로 채웠어요.
몇 분마다 바뀌는 놀이를 이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어른들 방처럼 소파에 큰 테이블을 넣어 주었어요.
이 방에는 장난감도 있고 소파 그리고 책꽂이도 있어요. 그리고 꼭 책상이 아니어도 큰 벽에 숫자 공부를 할 수 있게 칠판을 놔주었죠.
사진에 보이는 공룡 인형, 티슈케이스는 직접 한땀 한땀 정성의 손바느질로 만들었어요. 책장에서 남는 공간은 이렇게 장난감을 전시하기도 해요.
아이 방의 공간도 있고, 저희 부부를 위한 공간도 있어요. 남편과 제가 공부를 하거나 책을 보는 방이죠. 책상이 아닌 원목 4인 테이블을 두어서 저희 가족이 모여 앉아 책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책장에는 제가 손바느질로 직접 만든 테디베어들이 자리하고 있어요.
집에 대한 나만의 목표
저는 워킹맘이라 전업주부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네요. 그렇다고 집이 잠만 자는 공간이 되는 건 싫어요. 세상 풍파에 지친 몸과 얼어버린 마음이 현관문을 열면서부터 녹아내렸으면 좋겠어요. 위로받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 사회로 나가는 우리의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공간, 우리 집이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