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armyyj라고 합니다. 저는 프랑스 거주 N년 차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유학생 입니다.
프랑스에서의 삶은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것보다 많이 지루한 편이예요. 그나마 코로나 전에는 여행을 다니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게 되었죠. 먹는 것도 엄청 좋아하고 운동도 엄청 좋아하는데, 프랑스는 현재 상점을 제외한 카페, 헬스장 등 모든 곳이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저 또한 집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찾아서 해보고 있는 중이예요. 월간 포스터, 월간 드로잉, 달력제작 등등 작은 프로젝트들을 조금씩 셀프로 계획하며 진행하고 있어요. 이렇게 해서라도 조금씩 제 자신을 움직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략 8평정도에 쓰러질 것 같은 낡은 외관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식 옛 건물이에요. 전에는 항상 기숙사나 부엌포함 3,4평에 살았는데, 사람답게 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무조건 6평 이상의 집에서 살기로 마음먹었고, 그러다 이 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사온 지는 이제 겨우 2개월 됐습니다. 사실 프랑스에서 외국인이 집을 구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예요. 특히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정말 집 구하기가 힘들어서, 1년 동안은 겨우겨우 홈 스테이에서 지내다가 코로나가 때문에 많은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빠져나가면서 집을 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사실 한국보다 치안이 많이 안 좋기도 하고 이곳은 집세는 한국과 비슷한데 전기세는 비싸서 한겨울에 엄청 춥기 때문에 1층은 특히 피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공간에 대한 실증이 자주 나는 편이라 언제든 제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도록 기본 인테리어에 집중했던 거 같아요. 무조건 벽지는 흰색, 가구가 포함된 집 같은 경우에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가구 색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인테리어 컨셉이라기 보다는 코로나로 인해 작업이나 공부를 집에서 밖에 할 수 없어서 작업실로써 맥시멀한 어지럽고 자유분방함과 집으로써 편안함 그 둘을 조화롭게 섞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은 주로 저의 작업물들로 꾸며놓았는데요. 그런데 너무 많은 작품들이나 소품으로 집을 꾸미면 자칫하면 집이 너무 정신 없어 보일 것 같아서, 침대나 소파의 패브릭 제품들을 최대한 심플한 컬러로 골랐어요.
이 곳이 제가 주로 작업을 진행하는 책상인데요. 책상만큼은 완전한 작업실 분위기가 났으면 해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들로 꾸며 놨어요. 그러다 하는 작업이 바뀌게 되면 책상 분위기도 바뀌게 되는 거죠.
저는 책상이 벽을 보고 있으면 너무 답답해서 항상 저런 식으로 재배치를 하는 편이에요. 무언가에 집중하다 보면 눈도 아프고 허리도 아픈데 그럴 때 기지개를 폈을 때 보이는 풍경이 탁 트여 있는 게 좋아서 창문 옆에 저렇게 옮겨 놨어요.
저의 미니 거실은 소파 컬러를 기본 컬러로 두고 테이블보로 포인트를 줬어요. 테이블이 너무 낡고 예쁘지가 않아서 좀 가려놓고 싶었거든요. 이 테이블보는 사이즈 재고 한국에서 천만 따로 사서 덮은 거예요.
예쁜 창문 옆에 있는 침대는 미니 테이블과 베개커버, 그리고 저의 포스터로 포인트를 줬어요. 미니테이블에는 항상 사용하는 립밤, 핸드크림을 두었고, 그 옆에는 아이카사 박스를 활용해서 간식 박스를 만들었어요. 여기에는 고구마 말랭이 같은 제가 좋아하는 소중한 한국 간식들이 들어있어요.
저는 자주 머무는 위치에서 제가 바라보는 시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소파에 앉았을 때 보이는 공간과 침대에 앉았을 때 보이는 공간에 선반을 놓아두었어요. 가끔 저의 작품 전시용이 가구가 되기도 하고, 악세사리처럼 사용하는 선반이에요!
세라믹, 달력, 포스터는 등은 제가 만든 소품들인데요. 혼자사는 데도 짐이 점점 넘쳐서, 학교에서 작업하는 크고 작은 작품들을 이렇게 데코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곳은 부엌인데요. 침대 맞은편에 있는 문으로 나가면 나오는 곳입니다. 역시나 이 곳에도 제 소소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네요.
나름 작은 테이블도 있는 부엌이지만, 너무 작기도 하고 보시다시피 타일로 되어있어서, 3월 초까지는 조금 추운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엌에서는 요리만 하고 침실로 들어와 식사를 하곤 했어요. 요즘에는 날씨가 좋아져서 아침은 이 테이블에서 먹기도 합니다.
먹고 요리하는 게 현재 상황에 유일한 취미이자,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서 미니 펜트리를 꾸며봤어요. 저 옆 서랍장들에도 다 저의 소중한 한식 재료들이 들어있답니다. 💘
이제 더이상 인테리어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닌 거 같아요. 요즘에는 너무나 많은 분들이 본인들을 위해 집을 가꾸고 관리하시더라구요. 집을 꾸미고 관리함으로써 저도 저의 삶 뿐만 아니라 제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얼마나 강한 지 알기 때문에 요즘처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시기에 무언가로부터 슬럼프를 겪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제일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는 공간인 집부터 둘러보라고 하고싶네요.
마지막으로 해외여행 가기 어려운 코시국에 제 집이 잠깐의 짧은 여행이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