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자이너 오동진이라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저의 집은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위치한 낡은 주택입니다. 이 집을 선택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오래된 집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1층에 거실과 드레스룸, 침실이 있고 2층 옥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증축한 옥탑도 있어서, 제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참 많았어요.
물론 그만큼 손볼 곳도 참 많았는데요. 그래도 진정으로 제 마음에 드는 공간을 만들고자, 몇 달간이나 직접 품을 들였습니다.
도배와 페인트칠은 기본이고, 나무를 주문해 계단 발판을 새로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공간을 고치거나 수선했습니다.
어느 정도 집이 수리되고 난 후, 집을 꾸미기 전에 인테리어 컨셉을 잡았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도형 ‘원’이었습니다. 이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공간에 독특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또 전체적으로 나무 색을 통일시키려고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전반적으로 동양스럽지만 이국적인 느낌을 주도록 노력했습니다.
거실은 주로 홈파티나 식사를 하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인들을 불러 집에서 시간을 가지는 것을 좋아해서 식탁은 확장형 테이블로 최대 6-7인까지 가능하고 라운드형으로 구매하여 공간이 너무 답답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테이블에는 의자가 2개 정도 뿐인데요. 대신 거실 통창 아래 책꽂이에 방석을 놓아 벤치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테이블 바로 옆에 위치한 문이 현관문인데요. 본래 유리와 철제로 만들어진 제품이었지만, 너무나 지저분해서 합판으로 전체를 붙여 가렸습니다.
현관문 바로 옆에 있는 자개장은 중고마켓에서 구입한 제품입니다. 직접 수리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그 위에 제가 직접 만든 부처 머리를 오브제처럼 올려두었습니다.
만드는 과정 샷
거실과 이어져 있는 부엌입니다. 면적이 꽤 큰 편이에요. 요리를 좋아하는 저로써 굉장히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처음 이사를 올 때, 싱크대의 상태는 양호했기 때문에 욕실 페인트로 상판과 타일을 칠했고, 상하부장의 문만 시트지로 리폼했습니다. 하부장의 경우 바닥색인 회색을 따라가고 상부장은 벽색인 화이트를 따라갔습니다.
주방은 화이트 색상이 많이 들어가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깔끔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리하기 편하도록 대부분의 물건들은 모두 상하부장에 보관하고 있고, 조리대 위에는 가장 자주 사용하는 도마와 도마 거치대 정도만 두고 있습니다.
싱크대에서 뒤를 돌면 바로 아일랜드 상이 있 고 그 앞으로 선반을 두어서 작은 소품들을 놓아둘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옆으로는 서라운드스피커의 우퍼, 그 아래로는 술을 좋아하는 저의 술들을 모아놓은 술장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공간은 침실입니다.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가장 만들고 싶었던 공간이 바로 ‘수면만을 위한 침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일 큰 방을 오직 침대만 그것도 가운데에 놓기로 했습니다.
머리맡에 놓인 대나무 발에는 직접 옻칠로 큰 원을 그려 넣었습니다. 침대는 20살 때부터 사용해 오던 침대 그대로 인데요. 다만 주변에 직접 나무를 재단해 단을 만들어 놓았고, 침구는 오렌지와 올리브 컬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침대 앞쪽으로는 왕골 카펫을 놓아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반대편에는 자개장을 놓아서 그 동안 수집했던 소품들을 몰래 감추어 전시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개장 위에는 제가 작업했었던 모조 동물뼈 모형을 두었습니다.
침실 옆 좀더 작은 방은 옷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쪽 면을 옷장과 스타일러로 채우고 반대편은 전신 거울을 놓았어요. 옷장 윗공간은 간이창고처럼 사용 중인데 원단을 잘라서 가려 두었습니다. 고양이 이비의 숨숨집이기도 해요.
저희 집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계단입니다. 계단은 기존 데코 타일을 떼어내고 합판을 잘라 완성했습니다. 벽면은 딥 그린으로 칠했고, 벽에는 모조 헌팅 트로피를 걸어 두었습니다.
2층입니다. 이 곳에는 2개의 옥탑방이 있는데, 옥탑방 1은 작은 작업실로 사용중인 공간입니다. 옥탑방 2는 겨울에는 야외에 있는 식물들을 모두 들여놔서 키우는 등 대부분 창고로 쓰고 있습니다.
직접 PICK한 작업실 소품들
마지막으로 소개시켜드릴 공간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옥상입니다. 2층 내부의 계단을 통해 옥탑방을 지나야 나갈 수 있는 곳으로 다른 사람들은 물론 길고양이들도 올라올 수 없어, 나름 프라이버시한 야외 공간인데요. 다만 반대편 옥상에 어르신이 자주 올라오셔서 갈대발로 쭉 울타리를 둘렀습니다.
이 곳에서 날이 좋은 주말에는 바베큐를 자주 해먹고, 여름에 는 태닝도 합니다. 에어매트리스를 구매하여 야외 취침을 시도해보았으나 맹렬한 모기 때의 공격으로 실패했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식물에 대한 얘기를 좀 하고 싶어요. 저는 현재 몬스테라, 여인초, 알로카시아를 비롯해, 약 20종 정도의 식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매해 봄에 키우고 싶은 작물들 예를 들면 바질, 페퍼민트, 에플민트, 로메인 등을 일년생 꽃을 농사짓는 느낌으로 시도해 보고 있어요. 이 작물들은 당연히 요리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싹이 돋아나는 중
인테리어나 익스테리어에서 식물들이 꽤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식물을 키우고, 또 심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또 크기가 작을 때부터 함께 해온 식물이 성장한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뿌듯한 마음이 든답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고 있는 낡은 주택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저의 노력이 많이 들어간 집이다보니 정말 하루하루 뿌듯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봄이 되면 옥상이 더 푸릇푸릇해 질텐데, 그때가 정말 기대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