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22 11:55

연희동 오래된 가옥을 개조한 스튜디오 빌리빈
#이색공간     #네츄럴     #빈티지     #종합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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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은 묘한 동네다. 어떤 사람들이 살까? 이 동네에 집 한 채를 얻어 스튜디오를 꾸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연희동을 둘러싼 이야기와 스튜디오 운영에 관한 팁을 들어봤다.

 

‘스튜디오 빌리빈’ 은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공간입니다. ‘빌리빈 뮤직’이라는 인디레이블과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저마다 색이 있는 뮤지션의 라이브 비디오나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해요.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재미난 일을 벌이는 것을 지향하는 문화공간이죠.

 

연남동에서 인디 레이블 사무실을 운영했어요. 높은 월세때문에 다른 사무실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우연히 연희동에 왔다가 분위기에 반해,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다녔죠.

 

처음에는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공간을 오픈한 후에는 이웃 분들이 지나가다 들려서 함께 커피를 마시며, 옆집 할머니가 주신 수박을 나눠먹고 저희가 공연을 하면 놀러 오셔서 정을 나눠요.

아직도 이웃의 따뜻함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는 동네입니다.

 

원래는 노부부가 40년 넘도록 사셨던 가정집입니다.

 

보통 연희동은 50평~300평 정도의 단독주택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대부분 정원이 딸려있죠.

팁이라면 연희동에서 공간을 구하실 때 어떠한 용도로 쓰일지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저는 리모델링을 한 번도 안 한 곳을 찾았어요.

 

가장 아쉬운 건 매물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저는 좋은 매물이 나오면 가장 먼저 연락을 주실 수 있도록 자주 찾아갔어요.

부동산에 주기적으로 가서 공인중개사분들과 친하게 지내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웃음).

 

저희 공간은 ‘응답하라 1988’보다 20년이나 더 오래된 장소예요.

벽지에 곰팡이도 있었고, 차고였던 곳은 어둡고 먼지도 많았죠.

 

오래된 가옥이라서 느리게 사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모든 게 빠른 서울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기분이죠. 대문을 지나 정원을 거쳐서 현관에 다다르는 기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평온한 느낌을 줘요.

마음이 더 여유로워지기도 하고요.

 

장점만 있다면 천국이죠.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는 점. 단점이라면 역시 관리죠.

특히, 손이 가는 일이 많아요. 정원을 관리하거나 벌레, 냉난방 등 많은 것이 문제죠. 얼마 전에는 지붕이 낡아 비가 새 수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인테리어 업체와 공사를 시작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원하는 느낌과 잘 맞지 않았죠. 그래서 공간 디렉팅을 직접 할 테니, 그대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어요.

구상을 먼저 잡았고, 시공업체가 공사를 진행했어요.

 

초보인지라 시공에 대해 무지해서 세밀한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더라고요.

천장, 벽, 바닥, 창에 대한 부분은 업체의 도움을 받았고, 내부를 채우는 일은 직접 고르고 배치했습니다.

 

제일 처음에 해야할 일은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일이었어요. 천장을 뜯어내고 창살을 제거하는 일을 먼저 했습니다.

 

철거 후에는 목 작업, 전기배선, 페인트칠 등의 일들이 이루어졌죠. 아무래도 스튜디오 공간이다 보니 필요한 곳에 창을 내는 작업도 있었어요. 어느 정도 다듬어진 후에는 작은 것들을 채워 넣었습니다.

 

1층의 신발장, 벽장, 벽난로, 바닥, 천장과 같은 곳은 그대로 두었어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마음에 들어서 손보지 않았어요. 엔틱하고 근사한 계단이죠?

 

새롭게 벽지나 타일이 필요한 곳은 공사했어요.

 

1층 방의 벽장이 아늑하고 귀여운 공간이라서 그대로 두었어요.

 

바닥은 나무를 깔고 싶은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목재상에서 나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조명은 을지로 조명 거리에서 발품을 팔았어요. 시간을 들여 잘 찾아보면 개성있는 제품을 찾을 수 있어요.

 

색다른 표현을 하고 싶어서 2층의 한쪽은 주인분의 허락을 구해 벽을 부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집주인과 협의도 잘해야 하는 것 같아요.(씽긋)

 

공사는 저희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1층이 가장 힘들었어요.

 

누수 현상이 계속 일어나더라고요. 연희동은 대부분 오래된 단독주택이라서 감안해야하더라고요.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식물 방입니다. 오래된 싱크대가 있던 공간인데, 그대로 두고 조명과 식물을 채웠어요. 자연스러운 분이기 때문인지 인기 만점이예요.

 

식물 방 옆에는 커다란 창이 있는데, 그쪽으로 바깥 식물들이 들어와요. 날씨때문인지 계속 자라나서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정원 식물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왔을 때, 어떤 식물인지 모르다가, 지금은 나무에서 장미꽃이 여러 번 핀다는 것도 알고 있고 매실나무가 어떤 모양인지도 알게 됐어요.

 

특이하게도 2층엔 나무가 한 그루 있었어요. 너무 예뻐서 뽑지 않고 공사를 했어요.

 

정원에 장독대가 있는데 쓰임이 있을 것 같아서 없애지 않았어요.

지금은 뮤지션들이 공연할 때, 막걸리를 담아두거나 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뿌듯)

 

이 공간이 생기고 나서 요즘은 지인들이 자주 놀러 와요. 사랑방처럼 지나가는 길에 들리기도 하죠.

바쁜 일상 속에 이런 소소한 만남이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스튜디오는 예약을 받고 청소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생각과는 다르게 손이 많이 가요.

촬영은 예민한 작업이라서 소품,벽이 훼손되면 보수 공사를 하고 바닥에 있는 작은 먼지나 벽의 얼룩에도 신경이 쓰이거든요. 그래서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해요.

 

그 중에서 식물들도 관리가 필요하죠. 해가 좋은 날은 화분과 식물들에게 햇빛을 받을 수 있게 해줘야해요.

 

인테리어를 하다보니 소품에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공간의 벽지나 커튼 등을 유심히 보게 되는 습관이 생겼죠(웃음).

 

소품은 해외에서 구매한 고가의 것들이라 작은 흠집에도 가슴이 철렁철렁해요.

 

소품은 주로 해외 사이트나 이태원 등에서 구매했고, 소품샵이나 편집샵이 보이면 다 들어가 봤던 것 같아요.

 

스튜디오를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배워야 할 것이 많아요. 만약 이러한 일들을 희망하시는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타깃층과 컨셉을 명확히 잡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 타깃은 낡고 손때가 묻은 시간이 느껴지는 공간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분들이었어요.

이를 반영해 홈페이지도 공간 프리뷰 보다 공간에 대해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앞으로도 이 공간에서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저희 레이블에 소속한 뮤지션들과 다양한 일들을 만들고 싶고, 당장 예약이 꽉 차는 스튜디오보다, 소소하게 인간적고 매력적인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D

 

 

 

 

집주인_프로필_사진
김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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